공동체·인간

디딤돌 2007. 5. 20. 18:56
 


미국산 쇠고기가 결국 인천항에 실려왔다. 한미FTA가 본격 가동되기 전이지만 미국산 쇠고기는 음식점이든 가정이든 결국 우리 식탁에 올라올 것이다. 그를 반영해 벌써부터 한우 가격이 폭락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한데 조용하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놓고 왜 논란이 거셌는지 소비자들은 잘 감지하지 못한다. 그 쟁점이 귀에 와 닿지 않는다. 미국산 쇠고기는 값이 싸다는데 먹어도 좋은가.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오면 한우 값은 떨어지는데, 한우 농가가 망하면 미국산 쇠고기 값은 그대로일까. 경험을 상기하자. 우리밀이 사라지자 농약으로 오염된 수입밀의 값이 올랐다. 그래도 굶지 않으려면 먹어야 한다. 수입밀이 우리 식탁을 이미 점령했기 때문이다. 미국과 FTA를 맺고 미국산 옥수수가 헐값이 들어오자 멕시코는 옥수수 기반을 잃었고, 기다렸다는 듯 미국산 옥수수 값은 올랐다. 세계의 무수한 경험은 미국과 경쟁하는 국가의 농산물이 자국시장에서 힘을 잃으면 그 즉시 미국 농산물의 가격이 오른다는 걸 증명한다. 농산물만이 아니다. 공산품과 서비스상품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가격보다 안전성이다. 뼈는 물론 살코기로 감염되고, 일단 감염되면 예외 없이 비참하게 죽는 광우병이 미국산 쇠고기를 통해 우리에게 발생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현재 미국에서 소를 집단 사육하고 도축하는 가혹한 모습과 소에게 주는 사료만이 문제의 전부는 아니다. 광우병이 발견되었을 때 문제를 희석하거나 덮으려 하고, 불충분한 근거로 안전하다며 소비자를 현혹하려는 미국의 태도를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광우병으로 사망한 사람의 90퍼센트는 영국인인데, 전문가들은 소비자의 안전보다 생산자의 이익을 배려하며 드러난 문제를 은폐하고, 소비자를 현혹한 데에서 찾는다. 현재 미국의 쇠고기 관련 관계자의 태도가 그렇다. 광우병으로 환자의 희생이 가장 처참했던 영국보다 현재 미국이 보여주는 태도가 결코 낫지 않기에 소비자는 걱정하는 것이다. 한번 광우병이 나타나면 그 공포는 걷잡기 어렵다.

 

한우는 상대적으로 미국산 쇠고기보다 안전하다. 미국산 쇠고기 값이 계속 저렴할지 확신하기 어렵다. 한데 소름끼치는 광우병은 쇠고기를 먹은 뒤 10년 정도 지나 나타나므로 지금부터 조심해야 한다. 치매가 최근 미국에서 갑자기 90배 늘어난 이유는 뭘까.

 

광우병에서 자유로우려면 미국산 쇠고기를 안 먹으면 된다. 쉽다. 소비자보다 생산자를 생각하는 자의 주장을 믿을 수 있나. 광우병 발생원인물질이 살코기보다 많은 뼈가 포함된다는 것은 위험성을 직감하게 한다. 값이 싸다고 먹을 것인가. 고기가 먹고 싶다면 한우를 반만 먹자. 그러면 미국산 쇠고기는 우리 땅을 떠날 것이다. 소비자가 눈을 바로 뜨면 우리와 아이들의 건강을 지킬 수 있다. 바로, 소비자의 행동이다. (바른급식생활, 2007년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