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인간

디딤돌 2017. 4. 14. 11:41


봄이 점점 완연해진다. 각 급 학교는 수학여행을 준비할 텐데, 수학여행을 일탈의 기회로 생각하는 학생들 때문에 곤혹을 치렀던 나이 든 교사들은 요즘은 다르다고 말한다. 관광버스로 출발할 때부터 돌아올 때까지 저마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니 쥐죽은 듯 고요하다고 말한다. 말썽피우는 학생이 거의 없다는 건데, 긍정적 신호일까?


어릴 적 어른들은 모르는 사람이 과자를 주며 따라오라고 꾈 때 절 때 따라가면 안 된다고 다짐을 했다. 이따금 보도되는 유괴 사건 때문이었지만, 작은 동네에서 과자로 유혹하는 사람을 본 경험이 없다. 대부분 잘 아는 이웃이었는데, 낯모르는 이가 거리는 물론 아파트 단지에 넘치는 요즘은 어떨까? 모르는 형에게 장난감을 빼앗긴 기억을 가진 막내도 먹을거리로 유혹하는 어른을 만난 적 없단다. 요즘 어린이는 스마트폰은 주의해야 하나?


중산층이 모여 사는 연수구의 아파트 단지에서 끔찍한 살인 사건이 최근 발생했다. 10대 소녀가 8살 여아를 스마트폰으로 유인해 살해한 원인은 조현병이라고 언론은 일제히 보도했는데, 2010년까지 정신분열증이라고 하던 조현병이 왜 하필 고학력 부모의 부유한 가정에서 발생되었는지 추가로 분석하지 않았다. 조현병을 유발한다는 신경전달물질의 균형 이상도 원인이 다양할 텐데, 그중 사회 환경적 요인도 있다. 하지만 일반화하기 어려울 거 같다.


스마트폰은 가장 확실한 베이비시터라고 한다. 보채는 아기를 끌어안고 달래기보다 스마트폰을 쥐어주면 울음을 뚝 그친다는 건데, 그 아기는 이미 스마트폰에 중독되었는지 모른다. 관련 통계를 본 적 없으니 짐작도 불가능한데, 엄마나 아빠보다 스마트폰의 화면에 마음을 빼앗기는 아이는 친구는 잘 사귈 수 있을까? 책은 가까이 할까? 텔레비전과 컴퓨터를 지나 자그마한 스마트폰의 빠른 화면에 익숙한 세대들은 겉보기 조용한데, 서점가는 비명이다. 책 판매량은 확실하게 줄었다고 한다.


한 문학평론가는 젊은이들에게 소설을 권한다. 다른 사람의 생각과 삶을 소설로 이해할 수 있다고 덧붙이는데, 많은 범죄가 남과 소통하지 못하는 사회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고 분석한다. 순간적인 화를 참지 못해 발생하는 폭력만이 아니다. 제자의 고충을 이해하지 못하는 스승도, 부하직원을 노예 부리듯 닦달하는 상사도 마찬가지지만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는 정치인과 종교인도 비슷할 것이다.


소설이나 시가 다른 사람의 경험과 생각을 배우고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고 영화나 연극도 비슷할 텐데, 연극 무대는 일상과 멀고 영화는 비현실적인 내용이 많다. 어쩌면 일상에서 다른 생각을 가진 이웃과 대화하는 경험이 소중할 텐데, 바쁘기만 한 도시는 소통을 어렵게 만든다. 스마트폰은 이웃은 물론 친구와 식구의 눈길마저 귀찮게 만든다.


일정에 치이다보면 혼자 식당을 찾는 경우가 많다. 식구의 일상이 달라 집에서 혼자 밥을 차려먹을 때가 많지만 아직 혼자 술을 마신 적은 없는데, 혼자 오는 손님을 위한 식탁을 구비한 식당이 요즘 인기라고 한다. 영화도 혼자 앉는 좌석을 마련해놓고 있다는데, 참견하는 이가 옆에 없으면 몸이야 편하겠지만 쓸쓸하지 않을까? 음식이나 영화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누구에게 이야기하며 동의를 구하나.


서울 성미산 공동체를 중심으로 확산되는 소행주’(소통이 있어 행복한 주택)는 공유 공간이 다양하고 넓은 여러 가구의 공동주택이다. 소행주에 사는 아이들의 손에 스마트폰이 없다고 한다. 또래와 뛰어놀기 바빠 학원도 가지 않는데, 스마트폰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모르긴 해도, 소행주에서 자란 아이들에게 조현병은 나타나지 않으리라.


눈앞의 목표를 남보다 빨리 성취하려고 서둘러야 퇴출되지 않는 철근콘크리트 도시는 겉보기 화려하다. 자동차 종류와 크기, 아파트 면적으로 비교하고 차별한다, 부모와 자식의 직장과 학력을 비교하며 우쭐해 하거나 주눅이 들고 때로 분노한다. 다른 생각을 배려하며 소통하지 못한다. 해마다 늘어난다는 조현병, 어쩌면 회색도시의 소통결핍증후군이 아닐까? 모르는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광장은 어디에 있을까? (기호일보, 2017.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