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천

디딤돌 2018. 12. 12. 16:43


인천의 젊은 사진작가 홍승훈의 전시회를 다녀왔다. “인천 섬, 별을 담다라는 주제의 사진들에 작가는 인천의 여러 섬에서 별빛을 담아냈다. 일가견은 없지만 한눈에 많은 발품과 세심한 시선이 만든 걸작이라는 걸 느꼈다. 건물과 가로등, 그리고 자동차에서 빈틈없이 쏟아지는 대도시의 빛 홍수 속에서 별을 촬영하는 건 불가능하리라. 미세먼지가 밤낮을 가리지 않는 요즘, 인천 주변의 섬도 많은 별을 잊었을 텐데, 작가정신이 빛났다.


작가와 한담을 나누고 나오자 어둠이 내려앉은 인천항 하늘에 초승달이 보였다. 스마트폰으로 촬영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주변의 빛이 미인의 예쁜 눈썹을 망칠 게 분명하므로. 요즘 대도시가 그렇지만 인천도 빛공해에 시달린다. 연말연시를 맞아 대형 상가 앞의 가로수들은 수난이다. 오색찬란한 꼬마전구들의 거치대가 되고 말았다. 나무도 밤엔 쉬어야 할 텐데, 괜찮을까? 휘황찬란한 밤거리를 휘젓고 다닌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피곤한데, 밤을 잃은 중생으로 넘치는 대도시는 별까지 잃어버리고 말았다.


깜깜절벽. 요즘 어린이들은 그런 말, 들어본 적 있을까? 지금 청년이 된 아이들이 어렸을 때였다. 여름 밤 늦은 시간, 강원도 산길을 천천히 달리다 문득 차 밖에 아무런 빛도 보이지 않는다는 걸 감지했다. 차를 가장자리에 세워 시동을 끄고 자는 아이들을 깨웠다. 눈을 비비고 일어난 아이들은 깜깜절벽에 놀랐지만 부모가 가까이 있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잠시 침묵이 흐르던 순간, 차창 밖 허공에 누가 하얀 점선을 긋는 듯, 반딧불이가 날았다. 눈이 부시게 반가웠다. 그 기억은 아이들 뇌리에 온전히 남았다.


자연을 지우는 문명에 비판적인 사상가 리 호이나키는 자신의 글에서 멕시코에서 겪은 경험을 불편해 했다. 어린이들이 별자리를 공부하려면 체육관 같은 건물로 가야한다는 게 아닌가. 조명을 꺼 깜깜해진 실내의 천장에 작은 전구로 별자리를 보여준다는 글을 읽으며 그때 헛웃음을 지었는데, 이제 생각하니 그렇게라도 별을 볼 수 있으니 다행이 아닌가 싶다. 부모 세대와 달리 요즘 대도시의 아이들은 하늘에서 전혀 별을 볼 수 없으므로. 홍승훈 작가의 안내로 섬을 찾아갈 수 없다면, 동심을 잃기 전에 실내 어딘가로 데리고 가서 별자리라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송현터널에서 그 가능성을 보았다. 2004년 수도국산을 길이 590미터 폭 50미터로 관통해놓고 현재까지 폐쇄돼 있는 송현터널을 얼마 전에 걸었다. 활용할 방법을 찾으려 들어갔지만 도로로 사용하기에 아까운 공간이라는 생각이 스쳤다. 조명을 끄고 입구로 쏟아지는 빛을 차단하면 깜깜절벽인 그곳은 별천지였다. 꼬마전구로 천장에 별자리를 만들어놓고 불을 켠다면 요즘 절대 볼 수 없는 자연의 신비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별자리만이 아니다. 요즘 동굴들이 지역 관광의 주역으로 떠오르는데, 다채로운 시설과 장치를 꾸며놓는다면 인천의 훌륭한 관광지로 거듭날 것이다.


인천은 중구 일원에 개항 관련 역사자원이 풍부하지만 시민조차 그 사실을 거의 인식하지 못한다. 개항지에서 배다리까지 이야기 거리가 넘치지만 조명되지 않는다. 멀리서 친구가 찾아오면 인천시민인 우리는 그의 손을 잡고 어디로 가야 할까? 세계 굴지의 공항과 항만이 지척이지만 볼 게 없어 관광객이 외면한다고 막연히 자조하지만 우리가 방기한 측면도 크다. 하지만 이제 달라야 한다. 인천시는 수문통을 개방해 하루 두 차례 깨끗한 바닷물이 인천 중동구의 구도심을 관통하게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면 인천은 달라질 텐데, 그때 송현터널은 수도국산의 달동네박물관과 더불어 대한민국의 명소로 등극할 수 있다.


중구 신흥동 삼익아파트에서 동구 송현동 동국제강 앞까지 이어지는 일명 중ㆍ동구 관통도로는 이제와 송현터널을 꼭 사용해야 할까? 15년 이상 방치된 현재, 터널 입구의 넓은 도로는 공터가 되었고 주차된 차 사이에서 주민들이 쉬고 운동하는 공원이 되었다. 수도국산의 공원과 어울려 녹지로 기능할 가능성도 엿보인다. 터널 좌우에 머지않아 수천 가구의 아파트단지가 조성되고 만 명 가까운 주민이 입주한다면 당장 공원이 필요할 것이다. 소중한 공원 공간을 대형 트럭이 질주하며 주택가에 먼지를 날려야 할까?


독일 함부르크는 멀쩡한 간선도로를 폐쇄해 녹지로 바꿨다. 과정에 주민의 적극적인 동의가 있었기에 그 도로는 현재 시민들이 모여드는 공원이 되었다. 경인고속도로의 서인천에서 인천기점 구간을 일반화하면서 그 자리를 녹지로 조성하려고 인천시는 막대한 예산을 편성했다. 녹지가 될 고속도로는 단절된 인천시를 하나로 잇는 데에서 그치지 않는다. 시민의 마음도 모이게 한다. 송현터널, 비록 많은 예산이 소비되었지만 인천의 자산으로 되살릴 수 있다. 삶터를 갈라놓기보다 공원으로 개과천선한다면 인천시민, 나아가 인천을 일부러 찾는 관광객에게 자랑할 수 있지 않은가. 자동차보다 시민이 행복한 도시, 인천시민은 기다린다. (인천in, 2018.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