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추억

디딤돌 2005. 9. 1. 14:22
 


《수상한 과학》, 전방욱 지음, 풀빛 2004년



한 생물학자가 생명공학이 수상하다고 말한다. 대학에서 식물생리학을 강의하는 전방욱 교수가 그 주인공으로, 의미심장한 제목의 책을 통해 생명공학 문제를 쉬운 용어로 구체적이면서 따끔하게 지적한다. 우리 사회에서 몹시 드문 현상이다. “생명공학의 위력이 우리의 삶을 점점 더 지배해가고 있는 이때” 생명공학의 상품화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며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효용과 가치만을 역설하는 생명과학자 중의 어느 누구도 그 위험성을 지적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고 책 제목을 《수상한 과학》으로 붙였다고 저자는 말한다.

 

생명공학의 발전을 위한다면 수혜자이자 지지자요 비판자인 대중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제안하는 저자는 “대중이 생명공학의 발전 방향을 결정하는 행위자”라고 주장한다. “생명공학이 농업과 의학에서 상당한 진보를 가져올 것은 사실이지만, 과학자들의 의식이 바뀌지 않는 한, 사회․경제․정치적인 문제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 통제되지 않는 과학기술은 위험하다는 믿음으로 ‘대중의 과학 이해’를 위한 글을 썼다고 밝힌다.

 

전방욱 교수는 유전자조작에서 생명복제까지 다양한 관심을 나타낸다. 옥수수를 성스럽게 여기는 멕시코에서 벌어진 유전자 오염의 실체는 무엇이었나. 집단 재배지에서 100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에 조작된 유전자로 오염된 토종 옥수수가 발견되면서 빚어진 논쟁을 소상하게 소개하며 다국적기업에 종속된 대학의 거래를 고발한다. 유전자조작 위험성의 과학적 증거를 찾는데 시간을 허비하다 생태계와 소비자의 건강이 오염된다는 걸 지적하며 유전자조작은 결국 다국적 기업을 위한 과학기술이라는 점을 논증한다.

 

유전자조작 뿐 아니라 생명복제 문제도 살핀다. 인간배아복제의 윤리와 안전문제, 그 문제 해결을 위한 성체줄기세포와 탯줄혈액을 소개하고, 장기 이식용 돼지 복제의 현황과 한계, 자본과 얽힌 실태를 예를 들어 정리한다. 언론에 각광받는 한 스타 과학자의 비윤리적이자 정치적인 행위를 비판하며 시민 참여를 통한 생명공학의 반성과 윤리를 기대한다. 수상하기 때문이다.

 

걸핏하면 ‘인류복지’를 앞세우던 생명공학은 최근 경쟁적으로 파란색 장미를 유전자조작으로 연구한다. 돈 때문이다. 돈이 농산물의 분배를 매개하면서 세계는 물론 미국에도 굶주리는 인구가 줄어들지 않는데 파란색 장미가 인류복지와 어떤 관계가 있을까. 인간배아를 희생시키며 연구하는 생명공학자들이 내세우는 부가가치의 크기에 따라 생명공학의 정책이 결정되어도 좋은 것인가.

 

안전이 확인되기 전까지 판매를 보류하자는 ‘사전예방원칙’보다 과학기술의 ‘윤리적동등성원칙’을 제안하는 전방욱 교수는 생명공학의 올바른 발전을 기대한다. 그런데 과학은 현재 수준을 반영할 따름이다. 현직 과학자의 처지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 앞으로 개선될 과학기술로 검토할 때 천박하고 위험할 수밖에 없는 것이 생명공학이라면 독단으로 추진되는 발전은 무모하지 않을까.

 

작금의 생명공학을 시민들이 제어할 수 있을지 고개를 저으면서도, 《수상한 과학》을 읽는 독자가 늘어난다면, 시민들이 ‘수상한 생명공학’과 한판 붙을 수 있을 것으로 희망해본다. (발간 예정 서평집 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