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생명공학

디딤돌 2018. 3. 2. 18:57

 

제주도에 연일 폭설이 내리자 도로는 일제히 몸살을 앓았다. 쏟아지는 눈이 아스팔트에 얼어붙자 대형버스도 감당하지 못했다. 경사가 완만한 도로에서 미끄러진 버스는 한가운데에서 겨우 멈췄는데 제동장치와 핸들이 말을 듣지 않는 승용차들이 들이받으며 엉키는 모습을 방송 뉴스는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겨울에도 눈이 드문 제주도에서 도시 운전자들은 빙판에 익숙하지 않을 터. 장차 등장할 자율주행차라면 눈길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까?


교통사고의 95%는 운전자의 부주의나 보복운전이 원인이라고 한다. 2040년이면 음주운전도 하지 않는 자율주행차가 전체 자동차의 4분의3을 차지할 것으로 전문가가 예상하니 사고로 인한 인명피해는 확연히 줄어들겠다. 차의 앞뒤는 물론 도로 곳곳에 설치된 고성능 카메라들이 전송하는 정보를 입체적으로 주고받는 자율주행차는 충돌 방지 장치가 필수다. 강력한 바람과 눈비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며 노면 상태에 즉각 반응하는 자율자동차는 어느 상황이든 사고를 능히 피할 게 틀림없을 텐데, 이용자 만족도는 그만큼 높을까?


자동차 등록대수가 2014년에 2000만을 넘은 우리나라는 2040년 몇 대나 도로를 누빌까? 2011년 전 세계의 자동차 보유는 10억 대를 돌파했다. 1970년 이후 15년마다 도로를 누비는 자동차는 2배로 늘어난다는데, 2035년이면 전 세계는 17억 대의 자동차에 뒤덮일 거로 전문가는 예상한다. 2040년은 20억 대 쯤 되려나? 그 중 15억 대가 자율주행을 할 텐데, 도로 확충은 그에 비례하지 못할 것이다. 자율자동차 이용자는 얼마나 답답할까? 날씨 관계없이 엉금거리는 자동차 안에서 진저리치다 운전대를 잡으려 하지 않을까?


미국의 도로교통안전국은 자율주행차의 기술을 4단계로 구별하는 모양인데, 우리도 따를 그 1단계는 운전자가 다루기 어려운 순간을 선택적으로 자동화하는 정도다. 차선을 유지하게 하는 주행기술은 우리 자동차도 현재 채용하고 있다. 2단계는 핸들과 페달을 직접 제어하지 않아도 운전자의 시선에 따라 자동차가 움직이는 단계다. 3단계는 교통 신호와 교통 흐름을 자동차 스스로 판단해 주행하므로 특별한 상황이 전개되지 않는다면 운전석에 앉은 운전자는 책을 읽어도 된다. 마지막 4단계는 운전자의 개입이 전혀 필요 없는 완전 자율주행으로 그때 출시하는 자동차는 아예 운전석을 없앨지 모르겠다. 4단계 자율주행차가 일반화된다면 사고를 자주 일으키는 운전자의 운전을 법으로 금지할 수 있겠지.


자율주행차가 일반화된다면 택시기사는 사라질까? 줄어드는 건 분명할 듯한데, 그렇다고 일자리가 위축되는 건 아니라고 그 방면 전문가는 아리송한 이유를 들면서 주장한다. 택시기사를 대신할 일자리, 자율주행과 관련해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거로 막연히 기대한다. 고성능 카메라를 연구하고 자동차와 주변 관측장치의 정보를 처리하는 직종이 늘어난다는 건가? 어떤 일일까? 충돌이 없을 테니 자동차와 자율시스템을 수리하는 단순 기술직은 아닐 테고, 새로운 기술을 연구개발해 보급하는 직업일까? 그러자면 새로운 교육과정이 필요하겠군. 대학에 전공이 늘어나고 교수도 증가할 것인가?



사진: 운전석에서 신문을 보아도 안전하다는 자율주행차 상상도.


작년 토머스 프레이라는 미래학자가 앞으로 20년 안에 현재 대학의 절반이 사라질 것으로 예측했다는데, 그 방면 문외한이므로 함부로 예단할 수 없지만, 자율주행 기술이 연구직 증가로 이어질 거 같지 않다. 자율주행차 생산라인이야 늘겠지만 그게 일자리로 이어지리란 보장도 없다. 독일 폭스바겐 자동차의 생산라인이 라이프치히에 증설되었어도 일자리 증가로 이어지지 않았던 예와 같이 공장을 자동화할 가능성이 높지 않은가. 거기에 인공지능 기술이 첨가되면 기존 일자리마저 위협할 텐데, 극히 일부의 고학력 전문가로 충당할 인공지능 분야의 일자리 증가를 반겨야 하나?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세계 굴지의 기업들끼리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우리나라 기업도 수소전기차로 서울에서 평창까지 190 킬로미터를 자율 주행으로 달리는데 성공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과제는 많아도 성공사례라고 평가한 언론은 운전자가 잡지를 보고 차창을 열어 사진을 찍지만 자동차가 알아서 차간거리를 지키며 트럭을 추월하는 모습을 긍정적으로 중계했다. 뉴스에 출현한 학자는 정부의 제도적 뒷받침과 연구비 지원이 충분하다면 상용화를 앞당길 것으로 확신했는데, 자율주행차 증가로 누구의 행복이 증진될지 예견하지 않았다.


수소전기차가 늘어나면 어떤 점이 좋을까? 수소전기차를 생산하는 기업이 제시하는 자료는 배출가스가 수증기에 불과하므로 환경에 피해가 없다는 점을 애써 강조하지만 보도자료에 충실한 언론은 수소전기차의 문제점을 일체 지적하지 않았다. 공부를 하지 않아 모르기 때문일까? 아니면 환경단체의 문제제기를 외면하며 대기업을 의도적으로 비호한 걸까?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수소는 자연에서 가장 작은 물질이고 산소와 만나면 폭발한다. 안전하게 압축해 보관하며 사용하는 방법은 확보되었을까? 어쩌다 한두 대 다닌다면 모르지만 자율주행 수소전기차들이 거리에 넘친다면 고려해야 할 사항이 하나 둘이 아니다.


수소를 어떻게 조달해야 하나? 우주에 무수히 많은 수소는 압축할 수 없다. 물을 가수분해하면 무궁무진할 수 있지만 그 과정에 들어가는 에너지는 수소에서 얻는 에너지보다 훨씬 많다. 석유나 천연가스를 분해하면 들어가는 에너지는 적지만 그 과정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을 무시하기 어렵다. 석탄을 연소하거나 핵을 분열시켜 생산한 전기로 물을 분해해 수소를 압축해야한다면 수소전기차는 결코 친환경일 수 없다. 수소전기차로 도로는 다소 깨끗해지더라도 핵폐기물로 넘치는 지구의 온난화는 더욱 극심해지고 기상이변은 지금보다 끔찍해질 것이다. 우리의 환경, 후손의 생명은 치명적으로 오염되겠지.


지금까지 시험 운행된 자율자동차는 실패를 여러 차례 극복해왔다. 센서가 부실했거나 자동차에 내장된 컴퓨터가 교통의 흐름을 잘못 판단해 발생한 사고는 집중 연구로 재현을 예방하겠지만, 완벽하기 어렵다. 입력한 빅데이터를 인공지능이 학습해 유사한 사고를 방지한지만, 안전을 확신할 수 없다. 자료는 사람이 입력한다. 슈퍼컴퓨터 여럿을 동원하도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한 기상 정보는 사전에 입력하지 못한다. 심화되는 지구온난화가 일으키는 기상이변이 불러올 환경변화는 일찍이 경험한 적 없다. 입력하지 않은 자료는 예기치 못한 사고를 부를 수 있다.


문제는 자동장치의 고장이나 해킹이다. 해킹으로 자동차를 절도한 사건이 자율자동차로 이어질 수 있다. 절도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운영프로그램이 교란된다면 도시의 교통은 일거에 마비될 수 있다는 걸 전문가들은 염려한다. 더욱 정교해질 블록체인으로 좀도둑이나 치기어린 해킹을 예방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경쟁적인 기업이나 적대적 세력의 조직적 해킹은 통제하기 어려울 것이다. 지율주행의 범위가 커진다면 발생할 사회혼란은 일시적으로 그치지 않을 수 있다. 그럴 경우 자율에 모든 걸 맡기는 사회는 전문가의 영향력에 구속될 수밖에 없다.


자율주행이나 인공지능처럼 전문가의 영역에 철두철미하게 맡겨야 하는 산업은 개개인의 자율을 심각하게 침해한다. 직업마저 위태로워지는 개개인의 삶은 보잘것없어지겠지. 에너지 소비와 전자파는 넘치지만 수많은 센서의 감시 하에서 개인은 소외될 텐데, 왜 우리는 자율주행에 열광해야하나. 전문가는 물론이고 전문가를 지배할 가능성도 없는데. (작은책, 20183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