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인간

디딤돌 2009. 7. 11. 15:52

 

어릴 적 어떤 소년잡지에서 물로 가는 자동차를 보았다. 그런 자동차가 발명되면 석유를 수입하느라 큰돈이 들어가지 않을 것처럼 이야기한 글을 읽고 반신반의했는데, 열역학법칙이라는 걸 몰랐어도 막연히 힘이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경우를 생각할 수 없었을 게다. 한데 요사이 눈속임이 가능해졌다. 물을 전기분해해 얻은 수소를 사용하는 가스레인지가 선보인 것이다. 전기분해에 들어가는 에너지가 훨씬 많다는 사실을 감춘 것인데, 속임수는 얼마 안 가 드러나고 말았다.

 

앞으로 수소에너지가 적극 활용될 예정이라지만 비슷한 맥락이다. 수소에서 에너지를 얻기 위해 소비해야 하는 에너지를 감안한다면 결코 환경 친화적이라 단정할 수 없다. 전기자동차도 마찬가지라고 보아야 한다. 자동차를 움직이게 하는데 들어가는 전기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 사용한 에너지가 훨씬 많다. 다만 복잡하고 야릇한 에너지 가격 체제에서 같은 거리를 이동할 수 있는 기름보다 전기의 가격이 더 저렴할 따름인데 거기에는 에너지 변환에 관련하는 대량 생산과 운송 과정에 보이지 않는 보조금이 개입한다는 걸 알아야 한다.

 

최근 인천 청라지구에 ‘빌딩농장’이 들어설 예정이라고 한다. 농촌공사에서 2천2백억 원이 넘는 예산으로 지상 30층과 지하 5층에 3만6천 제곱미터 규모의 농장용 빌딩을 내년에 지어 2012년부터 연중 친환경 농작물을 재배하겠다고 포부를 밝힌 것이다. 통유리로 감싼 건물에서 태양과 바람으로 얻은 에너지를 사용하고 빗물과 하수를 정수해 재활용하는 수경재배를 로봇에 맡기는 농장은 노지보다 생산성이 월등히 높을 뿐 아니라 토양의 침식을 막을 수 있어 “미래형 친환경 농장 시스템”이라고 농촌공사는 강조한다. 외국에서 ‘스카이 팜’으로 불리는 빌딩농장이 장차 우리의 식량난을 해결해주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관련 연구개발은 물론 관광과 체험의 기능을 맡을 거라고 자부한다.

 

미국 맨해튼 복판에도 비슷한 규모의 ‘수직농장’이 추진된다고 언론은 전한다. 이상스럽게 농부나 식품업자보다 건축업자들이 환영하는 빌딩농장은 경제성으로 접근하고 있다. 도시에 집중하는 인구의 식량을 좁은 면적에서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며 온도나 습도가 통제되는 실내는 곰팡이나 해충이 차단되므로 농약과 화학비료가 필요 없어 효율이 높을 것으로 추측한다는 거다. 하지만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땅값이 비싼 맨해튼에서 생산된 농작물이 경제적일 가능성이 없다고 비판하는 모양이다. 반대 의견도 순전히 경제적 접근이다.

 

경제적 타당성도 차분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겠지만 열역학법칙이 지적하는 에너지 효율 차원에서 빌딩농장이 정당한지 물어야 한다. 30층 규모의 농장에 들어가는 모든 에너지를 과연 건물 자체에서 얻는 태양과 바람으로 충당할 수 있겠는가. 사시사철 온도와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해야 하고 건물 특성상 햇빛이 닿지 않는 곳에 조명이 필요할 텐데 아직 효율이 낮아 보급이 활발하지 않은 신재생에너지로 자급이 가능할 것 같지 않다. 작물 재배에 대한 연구결과가 아무리 많이 축적되었다 해도 생태계의 상호관계를 완벽하게 차단하는 수경재배만으로 다채로운 농작물의 맛과 영양을 보장할 수 있을까.

 

도시에 인구가 집중될 뿐 아니라 농촌에 일할 청년이 크게 부족한 현실을 극복해야 하고 남의 나라에 의존하는 우리의 식량 사정도 심각한 문제지만 그걸 빌딩농장으로 해결하겠다는 발상은 천박하다 못해 무모하다. 거액이 들어가기 때문만이 아니다. 땅값이나 건설비, 이후 농장 운영과 관련한 제반 비용이 재배 농작물의 판매와 관광수입으로 충당할 수 있는지 여부보다 중요한 것은 그런 농업이 내일의 환경에 바람직할 것인지 전혀 확신할 수 없다는 점이다. 빌딩농장에 들어가는 에너지에 비해 빌딩농장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더 많을 거라고 확신할 수 있나. 지구온난화에 역행하지 않겠는가. 감성적으로도 그렇다. 땅을 떠난 먹을거리, 과연 바람직하겠는가.

 

건설업자들이 좋아할 그림에 현혹되기 전에 충분히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 태부족한 근거를 바탕으로 친환경이나 식량증산으로 포장하며 시민과 정책결정자를 현혹해 건설부터 서두르면 역사는 돌이킬 수 없는 과오의 하나로 기록하게 될 것이다. (기호일보, 2009.7.14)

잘읽고 갑니댜<img src="http://cafeimg.daum-img.net/pie2/texticon/texticon28.gif" value="~" /><img src="http://cafeimg.daum-img.net/pie2/texticon/texticon28.gif" value="~" /><img src="http://cafeimg.daum-img.net/pie2/texticon/texticon28.gif" valu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