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반·개발

디딤돌 2019. 7. 5. 13:28


폭염주의보가 발령된다. 최고기온이 33도 오르는 날이 이틀 이상 계속될 것이 예상될 때 발령되다는 폭염주의보가 일상화된 느낌이다. 도시 주변에 녹지와 습지가 충분했던 시절, 한여름의 뙤약볕은 소나기를 불렀는데, 콘크리트와 아스팔트가 녹지와 습지를 잠식하면서 폭염은 연일 기승이다.


논밭은 훌륭한 녹지와 습지였지만 인천에 없다. 모조리 메워 철근콘크리트 건물을 세우고, 건물을 잇는 아스팔트를 깔았다. 습기를 증발시켜 폭염을 식힐 장치는 그만큼 위축되었다. 간선도로 이면의 단독주택단지가 고층아파트단지로 바뀌더니 이젠 40층을 오르내리는 초고층으로 재개발되는 게 요즘 대세다. 그럴수록 도시는 더워진다. 에어컨 사용은 늘고 실외기의 열기는 커진다. 먼지도 늘어날 테니 밖에서 생활하는 시민은 여름이면 숨이 턱턱 막힌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건물은 얼마나 많은 골재를 필요로 할까? 그 방면에 상식이 없어 종잡지 못하지만 인천 앞바다는 그간 28000만 세제곱미터의 모래를 잃었다고 언론은 전한다. 그 때문에 어패류는 산란장과 터전을 잃었고 해산물을 잃은 어민은 수입이 줄었다. 세계 어느 곳에도 찾기 어려운 바다 속 모래사장인 풀등도 인천 앞바다에서 위축된다. 썰물 때, 바다 한가운데에 포말이 일어나는가 싶다 느닷없이 바닷물을 가르며 펼쳐지는 풀등의 장관은 평생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을 텐데, 위기를 맞았다.



사진: 인천시 옹진군 이작도 일원의 풀등. 썰물 때마다 하루 두 차례, 바다 한가운데에서 모래사장이 솟아오르는 장관을 연출한다.


초고층으로 번듯하게 오른 아파트는 저층 아파트나 주택을 헐었을 때 나온 골재를 재활용하지 않았다. 먼지 날리며 부순 폐골재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신선한 골재로 재활용돼 다른 건설 현장에서 사용할까? 건설업계는 비상이라고 한다. ‘바다골재공급 중단 사태가 11개월 이상 장기화되면서 모래 가격이 인상돼 건축비가 상승하고, 부실 골재 사용으로 인한 내구성 약화로 건설업계 인사는 소비자에 전가될 피해를 염려했다고 한 언론은 전했다. 폐골재가 부실골재로 바뀌는 걸까?


건설업자가 소비자를 걱정했다는 보도가 나온다. 부실골재로 불이익 생길 수 있다는 건데, 같은 면적이라도 서울 건물은 시골보다 훨씬 비싸다. 아파트 분양가격에서 모래가 차지하는 비율은 얼마나 될까? 품질 좋은 콘크리트를 위해 천연 모래 배합이 필수라지만 꼭 바닷모래만 배합해야 할까? 재활용이든, 채취했든, 풍화된 화강암으로 형성되는 모래는 모두 천연이다. 우리처럼 더 사용할 수 있는 건물을 허물고 다시 세우는 일이 반복되는 나라도 드문데, 그때마다 바닷모래를 사용해야 하나? 폐골재에서 모래를 순수하게 분리하는 기술이 없지 않을 텐데, 비용 때문에 순환골재를 회피한다고? 제도 미흡 때문이겠지.


모래는 생태계의 기반이다. 물고기 산란장이 되는 모래는 강물과 더불어 흐르면서 물을 정화한다. 흐름을 잃은 4대강이 여름이면 녹조로 탁해지지만 흐름을 되찾은 금강은 어떤가? 백사장이 회복되면서 멸종위기종까지 돌아왔다. 강물이 정화되어 악취가 사라지자 경관을 즐기려는 관광객이 늘어난다. 바다가 사라지면서 백사장이 위축된 서해안은 관광객이 줄어든다. 백만 인파가 여전히 운집하는 해운대는 서해안의 바닷모래를 해마다 보충하지만 인천과 충청도는 볼품을 잃어간다.


바닷모래는 골재가 아니다. 생태계뿐 아니라 인류의 생존 기반이다. 어패류가 모래에 알을 낳고 생장하기에 우리는 예로부터 다양하고 무한한 수산자원을 지속가능하게 구하며 삶을 이어왔지만 거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모래사장에서 쉬거나 놀았고 다양한 이야기를 남겼다.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며 노래도 부르며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 모래는 생명과 문화의 원천이다. 크고 높은 콘크리트 건물로 더 많은 이익을 챙기려는 건설업자의 재료일 수 없다.


생태계가 위기에 빠진 사실을 모르지 않는 정부는 직무유기로 일관했다. 건설업계 편의를 위해 바닷모래를 골재로 분류했을 따름이 아닌가. 건설업계가 어렵다고? 어민은 이미 죽어가고 문화를 잃은 시민은 삭막해졌다. 건설업계 이익에 편향되지 않으려면, 정부는 시급하게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완벽하게 재활용한 순환골재를 건설현장에서 반드시 사용하도록. (기호일보, 2019.7.5.)

 
 
 

도시·인천

디딤돌 2018. 1. 2. 19:14


작년 123일 새벽 610분 경, 영흥도 진두항을 떠난 9.7톤 급 낚싯배가 336톤 급 급유선과 충돌해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세월호 때보다 신속한 해양경찰의 대처로 5명은 귀한 목숨을 건졌지만 쌀쌀한 새벽을 맞아 선실에서 몸을 녹이며 월척과 풍성한 조황을 꿈꾸던 17명은 속절없이 희생되고 말았다. 그들은 우럭, 다시 말해 해양학자들이 조피볼락이라 말하는 물고기를 낚으려했을까?


인천 앞바다에 우럭은 아직 많다. 풍랑이 낮은 물때를 맞춰 먼 바다로 나가면 아이스박스 가득 커다란 우럭을 채울 행운을 이따금 만끽할 수 있지만 연근해는 그리 크지 않고 잡히는 수도 적다. 먹이가 한정되고 낚시꾼이 많은 탓일까? 최근 각종 해안개발에 휩쓸린 인천 앞바다는 어획고를 크게 잃었다. 그래도 낚시꾼 바구니에 우럭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줄기찬 치어 방생과 관련 있을 것 같다. 남동발전주식회사 영흥본부도 한몫을 한다. 터빈을 돌린 수증기를 식히고 따뜻해진 온배수를 이용해 해마다 수십만 치어를 생산해 방류한다.


흔전만전했던 민어가 인천에 드물어져도 갈치는 적지 않았다. 1960년 대, 작은 갈치를 뚝뚝 자른 어머니는 양념과 잘 버무려 김장김치 사이에 넣었고, 이른 봄 살얼음이 낀 김치를 항아리에서 꺼내 쫀득쫀득하게 숙성한 살점을 베어 무는 맛은 기가 막혔다. 인천사람에게 허용된 특권이었는데, 이제 기억만 남았다. 2000년대를 지나 밴댕이도 수입하기 시작하더니 어부들이 물텀벙이라 칭하는 아귀마저 품절이 되었다. 그물에 걸려 올라오면 재수 없다고 텀벙 텀벙 내던져 물텀벙이였는데. 어디 물텀벙이 뿐인가? 낙지도 자취를 감추더니 흔해빠진 가무락과 동죽도 옛이야기가 되었다.


삶터와 산란장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드넓었던 갯벌이 뭉텅뭉텅 매립되더니 이젠 손바닥, 아니 손가락보다 비좁게 남았다. 갯벌의 터줏대감이던 가무락과 동죽은 화석으로 일부 보존되겠지만 조기와 갈치는 돌아올 줄 모른다. 이귀는 왜 사라졌을까? 갯벌보다 바닷모래가 사라진 이후의 일이다. 수도권 100만호 주택 건설에 사용할 모래를 바다에서 공급하면서 인천의 유명했던 용현동 물텀벙이 골목이 단골손님을 잃기 시작한 걸 보면.



사진: 인천 앞바다의 과다한 모래채취로 2미터 깊이 이상으로 사라진 섬 지역의 모래사장. (사진 제공은 인천환경운동연합)


갯벌이 매립된 지역은 시방 휘황찬란하게 변했다. 밤바다 밝은 불빛을 내뿜는 초고층 건물 사이로 최신 자동차들이 미끄러지는 광고는 송도국제도시에서 촬영한다. 1600만 평의 갯벌을 광활하게 매립한 곳이다. 25만 인구를 자랑하는 송도국제도시에서 우리나라 13.5km의 최첨단 인천대교가 인천공항으로 이어진다. 세계 최고 지위를 10년 가까이 잃지 않는 국제공항인데, 영종도와 용유도 사이 1400만 평의 갯벌을 매립해 조성했다. 그 자리에 영종 하늘도시가 번쩍이고 인구 9만을 헤아리는 청라국제도시는 10.3km의 영종대교로 인천공항과 이어진다. 예외 없는 철근콘크리트 구조물이다.


콘크리트의 수명은 얼마나 될까? 지난해 1115일 발생한 포항 지진은 어떻게 지었는가에 좌우된다는 사실을 생생하게 증명하는데, 우리나라는 20년이 지나면 노후 건물로 분류하는 듯하다. 콘크리트가 단단해도 구닥다리라며 헐어내려는 움직임이 도처의 아파트단지에서 인다. 20년도 못돼 금이 생기는 건물도 있다. 미국 맨해튼 마천루의 건물들은 다르다. 60년이 지나도 대부분 멀쩡하고 유럽은 외관만 바꿀 뿐 내부는 건드리지 않는다. 콘크리트가 그만큼 안정적이라는 뜻이거늘, 우리나라 건물은 유난히 일찍 부셔진다. 애초 난립이라는 걸 방증하는데, 의도적인지 모른다.


연약지반을 매립한 자리에 초고층으로 세운 건물은 안전할까? 건축 전문가들은 안전을 확신한다. 갯벌이 아니라 그 아래 단단한 암반 위에 지었기 때문이라는데 모든 건물이 암반 위에 올라선 건 아니다. 부지가 넓은 초고층이 아니라면 암반에 파일을 박아서 건물을 올렸다. 그렇더라도 튼튼하다고 장담한다. 문제는 지진이다. 연약지반을 액상화한 포항 정도의 지진이 인천을 뒤흔든다면? 암반을 가녀리게 잇던 파일이 꺾일 수 있다. 인천에 그 정도 지진은 내내 없을까? 없단다. 공연한 분란을 일으키지 말라는 힐난으로 들린다.


독일 뮌헨은 1992년 공항을 신도시로 조성했다. 상주와 유동인구 1만 명 규모의 메세스타트-이다. 1600미터 지하의 지열을 이용한 전기로 자급을 꾀하는 메세스타트-림은 절반 가까운 부지를 녹화하고 골재를 재활용했다. 기름에 오염된 철근시멘트를 철저히 정화해 사용한 것인데, 우리는 어떤가? 인천시 서구에 위치한 수도권쓰레기매립장 인근에 산더미처럼 쌓였던 폐골재는 민원에 시달리더니 어디론가 사라졌지만 재활용되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대신 폐골재를 농지에 불법 매립한 업자는 끊이지 않는다.


폐골재는 내구성이 떨어져 건설업자들이 재사용을 기피한다고 언론은 전한다. 과연 그럴까? 건설자원협회는 순환골재의 경제적 가치를 높게 평가한다. 비전문가이므로 어떤 방식으로 계산했는지 알지 못하지만, 천연골재를 순환골재와 섞어 활용한다면 40배 이상의 사회경제적 효과를 끌어낼 수 있다는 게 아닌가. 은근슬쩍 농지에 매립해 발생하는 손실과 견주면 경제사회적 효과는 더욱 늘어날지 모르는데, 재활용한 순환골재는 물론 모래와 자갈로 철저하게 분리해서 정화하겠지. 그런 만큼 내구성도 뛰어날 텐데, 폐골재 재활용 기술이 확보되었어도 건설업자가 주저하는 까닭은 가격일까? 강제성 없는 제도가 주저하게 만드는 걸까?


인천 이작도에서 덕적도 인근까지 이어지는 바다는 세상 그 어느 곳도 보여주지 않는 진기한 경관을 하루 두 차례 어김없이 연출한다. ‘풀등이라 하는 드넓은 모래언덕으로, 썰물 때 바닷물이 내려가면 폭 1킬로미터 길이 5킬로미터 이상으로 몇 시간 드러났지만 지금은 예전의 3분의1에 그친다. 수도권 건축자재를 위한 바닷모래 채취가 수 십 년 이어진 이후의 사태다. 백두대간에서 오랜 세월 서서히 풍화된 화강암이 영겁의 세월 동안 흐르고 흘러 창조한 천혜의 경관이 한 순간에 사라진다.


경관만 사라지는 게 아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발 들여놓으면 어린아이처럼 가슴을 뛰게 만드는 풀등은 인천 앞바다의 생태계를 안정시킨 생존기반이요 어패류의 터전이고 산란장이었지만 처참하게 쪼그라들었다. 지구온난화를 가장 확실하게 막던 갯벌에 오른 철근콘크리트는 해양을 철두철미하게 파괴한 증거물이다. 그 휘황찬란한 구조물은 막대한 화석연료의 낭비 없이 단 한 시간도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지 못한다. 전기 공급이 하루 이상 중단된다면 거들먹거리던 주민들은 코를 틀어막고 탈출하고 말 테지.


201610월 태풍 차바가 내습하자 해운대 해안을 매립한 부산 마린시티는 바닷물고기가 펄떡이는 마린시티가 되었는데 마린시티보다 훨씬 넓은 송도신도시는 어찌될까? 부산과 달리 인천은 태풍이 잦지 않고 오더라도 해일을 동반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그런 만큼 재해를 막는 태도와 준비가 부실한데, 연약지반이 흔들린다면? 그런 생각하지 말라고? 풀등이 사라지면 월미도 놀이동산으로 가면 될까? 바닷모래 사라져 물고기가 잡히지 않으면 공장식 축산이 줄기차게 제공하는 고기와 계란과 낙농제품을 꾸역꾸역 먹을까?


육지의 환경을 안정시키며 무한한 자원과 먹을거리를 한없이 내주던 바다는 사람에 의해 최근 질식되고 있다. 바닷모래는 바다 생명의 토대인데, 식량의 4분의3과 에너지의 대부분을 수입하는 우리는 곧 구닥다리가 될 신기루를 위해 오늘도 바닷모래를 퍼낸다. 그러자 부메랑이 다가온다. 내일이 불안하다. (작은책, 20181월호)

바다 모래는 절대로 퍼올리면 안됩니다
후손들에게 죽음에바다 생물이 하나도 살지 못하는 바다를 물려주게 됩니다
염분이 있는 모래로 건축한 아파트가 과언 온전할까요
지진이라도 온다면 아수라장이 되는 건 기정 사실입니다
바다 모래는 수백만 어민을 죽이고 주변 생태계를 말살하는 겁니다
이제 우리는 달라져야 합니다
바다 모래는 절대로 건축재료로 사용하면 안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