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생명공학

디딤돌 2010. 7. 5. 00:49

 

평생 삽과 돈으로 사람을 부렸던 어떤 교인이 유구했던 4대 강을 10미터가 넘는 철근콘크리트 보로 틀어막으면서 “강 살리기”라고 언명하자, 국무총리 이하 장차관과 행정고시 출신 고위 공직자들이 “할렐루야!”를 외쳤다. 그러자 민심은 재판을 걸었다. 사법고시 출신에게 판단을 의뢰한 것인데, 고발 자격이 없다는 이유로 법리 검토조차 거부당했다. 어려서부터 공부를 유난히 잘해 영재라 받들어졌던 이들이 그랬다. 외국어고등학교와 대치동에서 갈고닦은 그 실력파들은 오로지 삽자루 아래 웅크렸다.

 

행정과 사법고시 못지않게 문이 좁은 이른바 ‘기자고시’를 용케 통과한 자 중에서 일부는 과학부를 담당한다. 그들은 운이 없다. 정치와 경제부는 힘 있고 돈을 가진 이와 친해질 수 있고 사회부는 무척 바쁘더라도 보고 배우는 게 많다. 연예인을 두루 만날 수 있는 문화부는 재미있는데, 과학부는 전혀 아니다. 대부분 인문계 출신인 기자가 특종을 만들어내기 어렵다. 보도자료의 문체도 그렇지만 질문에 대한 대답은 얼마나 어려운가. 그래서 보도자료의 내용만 건조하게 전할 따름이다. 다른 부서로 옮겨갈 때까지.

 

황우석은 달랐다. 번지르르한 설명은 머리에 쏙쏙 들어왔다. 전문적인 내용을 생략하는 대신 기자들이 원하는 핵심, 성공적인 실험이 이어진다면 우리나라의 부가가치가 반도체 이상 커질 것이라 장담하지 않는가. 드디어 과학부에서 특종을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제 과학부에 제시하는 보도자료에 이론은 생략된다. 성과로 가슴 설렐 정도로 과포장될 뿐이다. 과학이 앞장서서 선동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형광 송사리가 개발됐어요!” ‘74남북공동성명’이 뉴스에서 빠진 7월 4일, 과학부 기자들은 일제히 희소식을 날렸다. 물론 취재한 건 아니다. 늘 그랬듯, 보도자료에 충실한 것이었다. 국내에서 최초에 세계적으로 제브라피시 이후 두 번째라니 가슴 벅찰 준비를 하라는 기자는 형광조명을 비치면 스스로 붉은 빛을 내는 형광 송사리를 호들갑떨며 소개한다. 하긴, 하느님이나 개발할 생명, 그것도 우리나라의 과학이 개발했으니 어찌 흥분하지 않을 수 있으랴.

 

“이게 유전자 변형 기술을 이용해 개발된 형광 송사립니다! 여러분!” 기자는 말을 더듬는다. 마침내 마이크 앞에 모습을 드러낸 개발자 왈, “바다 송사리의 세포 골격과 근육의 수축이완에 관여하는 유전자 조절부위 영역을 산호의 형광단백질을 융합시켜 형광 송사리를 만들었습니다.” 무슨 소린지 영 모르지만 지도교수가 점잖게 “형광 송사리를 바닷물에 집어넣으면 환경호르몬과 같은 해양오염물질의 농도에 따라서 색깔이 달라지기 때문에 쉽게 저희가 육안으로 오염정도를 판별할 수 있습니다!” 덧붙인다. 곧 일반에 공개될 예정이라는 형광 송사리. 특종 자격이 있나.

 

국토해양부로부터 몇 해 얼마나 받았는지 밝히지 않은 연구자의 지도교수는 지난 1997년 보통 미꾸라지보다 36배나 빨리 자라는 이른바 ‘슈퍼 미꾸라지’를 개발해 과학부 기자들의 주목을 받은 적 있었다. 그런데 이후 그 미꾸라지는 왜 언론에서 사라졌을까. 기자들은 취재를 하지 않았다. 보도자료에 기댄 당시 언론들은 식량문제를 즉각 해결할 거로 둥둥 띄웠다. “한 마리에 400그램이나 하는 이 슈퍼 미꾸라지 한 마리면 온 가족이 배불릴 수 있습니다!” 뭐 이런 식이었다. 그런데, 그 교수가 자랑한 슈퍼 미꾸라지는 시방 어디에 있는가. 추어탕 체인점에는 분명히 없다.

 

앞으로 안전성 심사기관의 승인을 거쳐 해양환경 감시용으로 활용할 계획이라는 형광 송사리. 그 방면에 문외한이라서 바다에 사는 송사리가 있다는 걸 보도로 알았는데, 환경감시를 위해 산호의 유전자를 꼭 넣어야 했나. 형광물질 없는 송사리나 형광물질을 가진 산호를 활용할 수 없었을까. 사실 그런 시비는 사소하다. 슈퍼 미꾸라지가 발표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슈퍼 미꾸라지에 포함된 변형된 유전자는 안전할까 걱정했는데, 형광 송사리는 어떨지 알 수 없다는 점이 큰 걱정이다. 안전성 승인을 전제했지만, 그 승인기관이 어디이고 누가 심사하는지, 생태적 안전성도 조사하는지 궁금하다. 활용 뒤 뜻하지 않게 생태계에 그 형광 유전자를 전파하는 건 아닐지, 걱정이 앞선다.

 

생명공학자들은 ‘유전자 변형’ 또는 ‘유전자 재조합’이라는 용어를 선호하지만 사실상 형광 송사리는 돌연변이의 산물이다. 세계의 시민단체는 과학자가 만든 돌연변이를 ‘유전자 조작’이라 말한다. 유전자 조작 농산물과 그 농산물을 가공한 식품을 ‘GMO’라 하고. 어떤 원인으로 몸 안의 유전자가 변하든, 감염이나 먹이를 통해 외부의 유전자가 들어오든, 부모에게 물려받지 않은 유전자는 돌연변이 유전자일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돌연변이 유전자는 개체와 환경에 위험을 초래한다. 송사리에 들어간 산호의 유전자도 마찬가지다. 페튜니아의 파란색 유전자를 카네이션이나 장미에 쉽게 집어넣지 못했듯, 생명공학자들이 산호 유전자를 억지로 송사리에 넣었을 것인데, 그런 유전자는 쉽게 생태계로 빠져나가 다른 생명체를 오염시킬 수 있다. 형광 송사리를 잡아먹은 다른 물고기에서 형광이 생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걱정은 그 수준을 넘어선다.

 

GMO를 보자. 유전자 조작 옥수수와 콩이 제일 흔하고 그 밖에도 많다. 특정 해충을 죽이는 유전자가 들어간 면화는 인도에서 양을 죽였다. 비슷한 형질의 감자는 실험용 쥐의 장기를 위축시켰다. 모나크나비의 생존율을 반으로 줄인 옥수수와 먹은 이를 가렵게 만든 브라질너트도 있다. 모두 형광 송사리와 같은 유전자 조작 생물인데, 사람에게 아직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 않았지만, 연구자는 미리 위험성을 간파할 수 없었다. 엉뚱한 유전자가 생명체의 몸에서 어떤 형질을 어떻게 발현시킬지 누구도 사전에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중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면? 살아 있으므로 번식과 먹이사슬로 생태계에 번진 이후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사람도 결코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

 

특정 제초제에 저항성을 갖도록 유전자를 조작한 콩을 심고 몇 년이 지나자 기대와 달리 잡초도 그 제초제에 대한 저항성을 갖기 시작했다. 조작한 유전자가 퍼진 것이다. 전문가는 ‘수평이동’이라고 말한다. 수평이동의 대상에 산호의 형광 유전자도 포함될 수 있는데, 형광 송사리는 어느 곳에 넣으려 할까. 혹시 양식장이 아닐까. 그 송사리를 먹은 우럭과 광어와 강섬돔이 식탁에 오를 가능성을 우리는 주목해야 할지 모른다. 내 몸이, 내 아이의 몸에 형광이 발하는 걸 원치 않기 때문이지만 그 유전자 때문에 암이 발생되거나 유전병이 생기지 않을 거라 확신할 수 없는 까닭이다.

 

형광 송사리라고? 그게 유전자 조작 생물체라고? 그걸로 해양환경의 오염을 조사한다고? 그따위 생물 없이 해양환경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아마 거액일 연구자의 연구비 획득을 정당화하기 위한 보도자료와 무책임한 과장 보도. 이제 지겹다. 우리는 ‘헛똑똑이’의 선동에 속지 말아야 한다. (작은책, 2010년 9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