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인간

디딤돌 2010. 8. 17. 12:16

 

세상의 꿀벌이 줄어들고 있다. 유럽과 미국은 꿀벌 집단 붕괴 현상의 원인을 분석하고 대안을 찾으려 애를 쓰는데, 회복되었다는 소식은 아직 들리지 않는다. 빠른 시간 내에 많은 꿀과 화분을 모으는 품종으로 지나치게 획일화한 사람의 욕심이 원인이라는 걸 찾아낸 과학자는 꿀벌의 유전적 다양성의 폭을 회복시키기 위해 극동 아시아 꿀벌과 교배해야 하리라 기대한다. 우리나라의 토종벌을 의미하는지 정확하지 않지만, 우리 토종벌도 집단 붕괴 현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꿀벌이 사라지면 우린 과일과 채소를 비롯해 상당한 먹을거리를 잃는다. 아인슈타인은 4년을 버티지 못한다고 계산했다는 이야기가 인터넷을 중심으로 유포된 지 오래다. 그 아인슈타인의 논문을 볼 기회는 없었는데, 세기적 물리학자는 그 정도는 능히 계산할 수 있었던 걸까. 책이나 읽는 서생의 처지에 감히 아인슈타인을 평가할 수 없지만, 자신의 이론이 핵무기 개발에 사용된 데 크게 낙심한 말년에 오만한 인류에게 남기려는 경고의 말이 아니었을까. 아인슈타인이 생존할 때 꿀벌의 집단 붕괴 현상은 없었으므로.

 

최근 강연 기회가 있을 때마다 영국의 스티븐 호킹 박사는 멸종을 대비해 인류는 외계로 나가야 한다고 역설한다. 자신이 심각한 질병에 걸려 있지만 지금과 같은 지구온난화와 환경파괴가 계속된다면 지구는 100년 안에 재앙을 면치 못할 것이므로 서둘러 안전한 우주로 피해 있다가 회복된 뒤 돌아와야 한다는 선배 과학자의 안타까운 권고로 들린다. 한데 세계적 물리학자라는 수식어가 붙는 그는 구체적인 계산에 근거한 주장을 반복하는 것일까. 100년 내에 우주에 나가면 반드시 살아 돌아와 환경이 회복된 지구에서 번영을 재현할 있다고 믿는 것일까.

 

호킹 박사는 계란을 한 상자에 담지 않아야 하듯, 아직 버틸 수 있을 때 인류는 우주 곳곳으로 이전하라고 권유하는데, 우주 공간에 둥둥 떠다니는 우리는 100년 이내에 어디로 황급히 달아나 몇 세기의 세월을 보내야 할까. 그 공간에서 무엇을 먹고 입고 어떻게 살아야 하나. 달이나 화성이 가까운데 거기까지 의식주가 가능한 공간을 온존하게 옮기는데 들어가는 비용과 방법도 아직 알지 못한다. 우주공간도 마찬가지다. 발 한 걸은 옮기기 어려운 공간에서 아이를 낳으며 다양한 유전자를 가진 개체수를 건강하게 유지해야 할 텐데, 그들은 오로지 생존만을 위해 지구에서 구가하던 희로애락은 기꺼이 포기할까.

 

엄밀하게 계산한다면 비용 정도야 능히 계산하겠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사회적 비용도 감안해야 한다. 우리가 지금 발을 딛고 있는 지구의 환경을 복원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을 먼저 계산하고, 사회 지도층이 앞장서 행동하는 편이 무엇보다 경제적이고 절실할지 모른다. 좋다. 수백 년의 의식주를 보장하는 인류의 안락한 편의시설이 여러 우주에 완공했다고 치자. 국가 간 온실가스 배출 억제도 합의하지 못하는 인류가 과연 누굴 먼저 어디에 보낼지 합의할 수 있으리라 호킹 박사는 무슨 근거로 낙관하는 걸까.

 

러시아의 책임 인정 이후 내년 초 나로호가 다시 발사될 것으로 기대하는 우리나라에서 현재 관련 항공산업의 주식이 상승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지금 지구 주위를 도는 우주 쓰레기가 3만 개에 달한다는데, 나로호는 몇 개의 쓰레기를 보텔까. 워낙에 넓으므로 우주에서 충돌사고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지구온난화, 석유위기, 해양오염도 그런 오만한 방심에서 비롯되었다. 호킹 박사는 우주 쓰레기 따위의 변수를 계산에 넣었을까.

 

호킹 박사의 염려처럼 지구는 시방 심하게 몸살을 앓는다. 꿀벌의 집단 붕괴 현상은 그를 웅변하건만 인류는 도무지 반성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4대강 사업’은 삼천리금수강산부터 붕괴할 테고, 핵발전소 확산도 내일을 어둡게 하는데, 지금 우주 타령에 정신을 쏟을 여유가 없다. 광속 우주선 개발을 걱정할 때가 아니다. 내가 발 딛고 선 이 지구의 내일부터 걱정하고 행동해야 한다. 건강한 이웃과 함께 살아야 행복한 존재가 인류다. 내 노후와 자식의 행복부터 보듬어야 한다. (기호일보, 201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