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인간

디딤돌 2010. 8. 7. 14:10

 

이번 여름 중국 지린성에 기상관측 이래 최대의 비가 내려 최소 74명이 숨지고 78만 여 이재민이 발생했다고 한다. 침수와 파괴된 주택이 수십만 채에 이를 정도의 홍수는 어김없이 농경지를 휩쓸어 수확을 앞둔 농작물을 진흙에 파묻었다. 지린성 만이 아니다. 사상 최대의 폭염으로 타들어가던 중국은 1억 명 이상이 피해를 볼 정도의 최악의 홍수가 휩쓸렸고 이는 식량위기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그를 반영했을까. 자급을 강조하던 중국에서 미국산 옥수수를 수입하기로 했다고 외신이 최근 전했다.

 

러시아가 자국 밀의 수출을 금지하자 국제 밀 가격이 급등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최근 최악의 산불이 발생한 러시아는 화마로 가진 걸 모두 잃은 시민들이 정부의 지원만 기다린다던데 그 여파인지 밀 흉작으로 자국의 식량자급까지 위협을 받는 모양이다. 문제는 국제곡물가의 급등이다. 현물은 나중에 인도하고 계약부터 서두르는 시카고의 선물시장은 소문에 가격이 춤을 추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번 러시아 밀 수출금지는 식량을 자급하지 못하는 가난한 국가에 치명상을 안길 것으로 걱정하기 때문이다.

 

때를 같이해 세계 언론은 ‘애그플레이션’을 걱정한다. 농작물인 애그리컬쳐와 인플레이션의 합성어인 애그플레이션은 곡물가격 상승오로 전반적인 물가가 오르는 현상을 말하는데, 원인은 러시아의 밀 수출금지만이 아니라고 한다. 6월보다 70퍼센트 가까이 치솟은 밀 가격에 동반해 옥수수와 콩 가격이 10퍼센트 뛰었고 덩달아 보리 가격까지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안감이 퍼지자 식량농업기구(FAO) 사무총장이 진화에 나섰다지만 호주와 남미 곡창지대의 작황까지 예상을 밑돈다면 상황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속수무책이라고 국제 언론은 전한다. 지구촌의 기상이 몹시 불안하기 때문이다.

 

지구촌은 현재 기상이변으로 몸살을 앓는다. 북반구는 연일 폭염으로 사회적 약자 위주의 사망자가 속출하고 남반구는 예년에 없던 이상 한파로 동사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도 사람은 안전장소로 피신할 수 있어 피해가 덜하다. 가축이 대량으로 죽어가고 있지만 정작 감당하기 어려운 피해는 농작물에서 나온다. 가축이나 그늘이나 물을 끼얹고, 남반구는 덜 추운 실내로 피신시킬 수 있지만 시설농작물 이외는 속수무책이 아닌가. 칼로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곡물의 사정이 그렇다. 재배하는데 많은 물이 필요한 쌀은 더욱 안심할 수 없다.

 

이번 기상이변은 예년보다 심한 라니냐에 의한다고 기상 전문가들은 주장하지만 그건 현상이지 원인이 아니다. 태양의 흑점 변화설도 어김없이 제기되지만 그건 예상했던 바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동의하듯 적도 부분의 표면 온도가 놀아지는 엘리뇨 현상과 그 반대인 라니냐 현상이 중첩되듯 반복되고 그 정도가 심화되는 건 아무래도 지구온난화와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렇다면 요즘과 같은 기상이변은 계속 반복되거나 심각해질 것이고 그에 상응해 지구촌의 식량 사정이 더욱 위기에 몰릴 게 뻔하다. 국제곡물은 가격이 천청부지로 오를 가능성이 높겠다.

 

중국 기린성 일원의 홍수는 가까운 북한도 예외가 아니라서 대홍수가 우려된다고 언론은 전하는데, 헐벗은 산하를 타고 내려오는 황토가 경작지를 덮칠 경우 최악의 식량위기에 몰릴 수 있다고 인도주의 단체는 걱정한다. 남아도는 가운데 쌀을 수입해야 하는 우리나라에서 아무리 쌀막걸리와 쌀라면을 만들어 팔아도 창고에 적체된 재고미가 줄어들지 않는다고 농민들은 하소연하다. 중단된 북한 돕기를 촉구하는 단체는 북한에 남아도는 쌀을 공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데, 쌀을 뺀 자급률이 5퍼센트에 불과한 우리는 시방 국제식량위기에서 자유로운가.

 

우리나라의 온난화는 지구 평균의 두 배에 이른다고 기상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그런 주장은 더 늦기 전에 식량을 안보가 아니라 주권 차원에서 우리 땅에서 자급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는 경고다. 돈으로 식량을 살 수 없는 국가에 안보는 있을 수 없는 게 아닌가. 국제 식량위기의 시간은 재깍재깍 다가온다. (요즘세상, 2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