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추억

디딤돌 2012. 10. 5. 13:23

    상품으로 전락한 식품의 현실과 대안

식품주식회사, 에릭 슐로서 외 지음, 박은영 옮김, 허남혁 해설, 따비, 2010.

 

 

벌써 6월이다. 유월이면 영어로 ‘June’이므로 ‘R’자가 단어 안에 없다. 흔히 알파벳 R자가 없는 달에 굴을 먹지 말라고 했으니, 8월까지 자연산 굴은 참아야겠다. 여름이 왔다는 건데, 미생물이 번성하기 쉬운 계절이므로 식중독이 많다. 때를 같이 해,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식중독 예방 3대 요령을 발표했다. 손을 잘 씻고, 음식을 잘 익혀 먹으며, 물을 끓여 마시자는 내용으로 그건 개인에게 알리는 요령이다. 한데 대부분의 식중독은 가정이 아니라 집단급식소에서 발생한다. 집단 급식소에 대한 식품의약품안전청의 단속은 잘 진행되고 있을까.


여름철에 음식을 주의해야 한다는 거, 대부분의 시민은 잘 알고, 그러므로 조심하려 나름 노력한다. 하지만 겉보기 멀쩡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청의 단속을 전혀 걱정하지 않는 식품 중에서 계절에 관계없이 안전을 확신하기 어려운 게 많다. 인체에 유해한 첨가물이 듬뿍 들어간 가공식품, 해외에서 오랜 기간 운송되는 과정에서 상하지 말도록 화학약품을 마구 살포한 수입 농산물, 항생제와 여성호르몬이 과하게 들어간 공장식 축산의 육류, 유제품, 계란 들이 그렇다. 그런 축산물로 가공한 식품이 그렇다.


식품은 음식과 같지 않다. 농작물을 가정에서 요리해 식탁에 올려놓는 음식은 차리는데 큰 비용이 들어가지 않는다. 아예 들어가지 않을 수 있다. 그에 반해 식품은 상품이다. 자체로 음식이 될 수 있지만, 먼저 농산물 가공 절차를 거쳐 판매되므로 먹는 이는 반드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식품을 만들어 파는 자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시장 점유를 위한 경쟁에 들어갔다. 경쟁은 독점을 노리는 탐욕으로 이어지며 문제를 일으킬 때가 많다. 식품도 예외가 아니다. 식품 업계의 독점을 도모하려는 산업형 농장의 농작물이 그렇다. 그런 농작물로 가공한 식품이 그렇다. 그런 농작물로 키운 공장식 축산이 그렇다.


우리의 탐욕이 공장식 축산을 탄생하게 했다고 주장하는 소리가 없지 않지만, 사실 그런 식탐의 세계는 소비자들이 만든 게 아니다. 미디어와 결함된 자본의 노력이 집요했는데, 그 과정은 더럽고 흉포하기 이를 데 없다. 공장식 축산 못지않게 생태계를 교란하고 지구온난화를 부추길 뿐 아니라 사회정의에 위배하는 요즘의 식품은 대개 다국적기업이 판다. 역시 미디어의 광고가 그 식품이 세계로 퍼져나가는데 크게 기여했다. 그런 식품은 석유로 작동하는 산업형 농장이 없었다면 시장을 지금처럼 휘어잡을 수 없었다. 우리의 식탁도 어느 순간 그런 식품에 점유돼 있는데, 다국적기업이 자유화된 무역을 관할하는 한, 우리는 앞으로도 다국적기업의 식품을 피할 도리가 없을 것이다.


초등학교 앞 불량식품과 차원이 다른 불가항력 식품의 본질은 무엇일까. 그걸 미리 안다면, 식탁 차리는 이는 자신과 마주 앉는 이를 위해 되도록 문제의 식품을 피하려 노력하거나, 피할 수 없을 때에는 최소화할 것이다. 크든 작든 책임감을 가지고 음식을 차릴 수 있다는 뜻이다. 패스트푸드의 제국으로 알려진 에릭 슐로서는 2009년 자신을 포함한 27인 또는 관련 시민단체와 손을 잡고 요사이 소비자의 식탁에 함부로 올라오는 식품에 돋보기를 들이대는 책을 발간했다. 이듬해 우리에게 번역 소개된 식품주식회사가 그것으로, 저자들은 식품주식회사 무엇인지, 식품주식회사는 소비자인 우리에게 어떤 올가미를 들이대는지 밝히고 있다. 아울러 우리는 어떻게 식품주식회사의 마수에서 헤어날 수 있는지 체계적으로 안내한다.


식품주식회사FOOD INC라는 제목의 동영상에서 출발했다. 지금도 동영상 공급 인터넷 사이트에서 저렴하게 구할 수 있는 그 영상으로 모두 담을 수 없는 실체를 에릭 슐로서를 비롯한 공동 저자들이 글을 모아 독자에게 알린 것이다. 3부로 구성된 내용에서 1부는 주로 동영상을 기획한 동기와 후기, 그리고 FOOD INC를 제작한 에릭 슐로서의 인터뷰와 식품 관련 시민단체의 당부로 시작한다. 에릭 슐로서는 딸기를 재배하는 산업농장을 취재하면서 문제의식을 갖기 시작했고, 10년 전에 펴낸 패스트푸드의 제국이후 식품 관련 운동가의 길을 본격적으로 나서게 되었다. 그가 만든 FOOD INC를 시청하기 전에 식품주식회사를 읽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완전히 자급자족하는 농촌에서 음식 차리는데 들어가는 돈은 거의 없었지만, 도시는 예나 지금이나 다르다. 엥겔스가 글을 쓸 때만 해도 대부분의 시민은 식탁 차리는데 가장 많은 돈을 써야 했는데, 요즘은 역사상 가장 적게 들어간다. 적어도 겉보기 그렇다. 하지만 현재 우리는 농산물로 음식을 차려 식구와 오롯하게 먹지 않는다. 대개 시장에서 농산물보다 식품을 구입해 먹는다. 그런 식품에 숨겨진 비용은 없을까. 식품을 만드는 과정은 물론이고, 식품을 잘 못 먹어 개개인의 건강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음을 고려할 때, 들어가는 실제 금액이 얼마인지 따지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FOOD INC는 그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실체에 접근하기 험난했다. 식품주식회사의 압력으로 의회가 만든 황당하기 짝이 없는 식품 비방 금지법또는 야채 모독법이 앞을 가로막은 것이다. 그렇더라도 FOOD INC는 미국의 식탁을 40년 장악한 식품주식회사의 본령을 시청자에게 충분히 각인시키고, 시청자들이 대안을 모색하게 권유한다.


책 내용으로 들어가 보자. 2부에서 미국의 유기농업 제품이 왜 비싼지 살펴보니 결국 돈이었다. 자금력이 뒤처져도 신뢰로 구한 명성이 있었는데, 그 유기농산물 기업의 상표를 식품주식회사가 인수하지 않았나. 가축 괴롭히는 공장식 축산의 더러움은 여전하다는 걸 재확인하는 식품주식회사는 제어하지 못하는 유전자 조작이 왜 위험한지, 널리 알려진 사항을 요약한다. 예기치 못한 알레르기를 일으키고 먹는 이에게 항생제 내성을 강화시키며 생태계에 조작된 유전자를 퍼뜨리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면서 사회 경제적 위협도 적지 않다는 걸 지적하는 식품주식회사는 유전자 조작 농산물을 피하기 위한 소비자의 행동 요령을 제시한다. 대안은 우리나 미국이나 똑같다. 유기농 전환을 위한 지역 풀뿌리 운동이 그것이다.


바이오연료의 실상은 어떤가. 한해 500억 달러를 넘나드는 국가 보조금으로 농토의 4분의1에서 경작하는 옥수수는 미국의 주요 수출 농작물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여러 국가에 사료 또는 식량 자원으로 수출하는데, 아들 부시 정권이 2기에 들어선 후 바이오 연료로 본격 가공하기 시작했다. 현재 미국 내 200여 에탄올 가공공장은 정부 보조금으로 들어섰지만 옥수수에서 전환된 에탄올을 섞도록 하는 법이 마련되지 않았다면 공장은 유지될 수 없을 것이다. 한데 바이오 연료 역시 돈벌이를 위한 자본의 꾐수에 불과하다. 가공 과정에서 막대한 에너지를 소모하는 바이오 연료는 석유를 전혀 대체할 수 없지 않은가. 모든 옥수수를 에탄올로 바꾸더라도 고작 미국 자동차의 6퍼센트만 채울 뿐인데, 옥수수를 재배하는데 들어가는 석유는 또 얼마나 되나. 옥수수에서 얻는 에너지의 거의 10배가 아닌가.


끝없는 농장에 한두 가지 농작물만 심는 산업형 농장은 같이 먹자 덤벼드는 곤충과 같이 뿌리를 내리자는 엉뚱한 식물에 속수무책이다. 따라서 살충제와 제초제는 반드시 살포해야 한다. 산업형 농장에 근무하는 농부는 임금이 저렴한 이민자일 경우가 대부분이고, 이민자 노동력의 착취를 대가로 저렴하게 판매되는 농산물은 가공 식품의 가격을 크게 낮추었다. 하지만 이내 역효과가 나타났다. 오랜 세월 이웃과 나누던 식량이 어느새 상품이 되면서 돈 없으면 굶주려야 하는 일이 발생한 게 아닌가. 그뿐이 아니다. 농작물이 경쟁 상품이 되자 소품종을 남보다 더 대량으로 생산하기 위해 규모를 키웠고, 거대해진 만큼 커다란 농기계를 사용해야 하는 산업형 농장은 농산물의 운반하고 저장하는데 결코 작지 않은 석유를 소비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재배 과정에서 막대하게 들어가는 살충제와 제초제, 그리고 화학비료도 석유를 가공하는 까닭에 산업형 농장은 지구온난화에 역행하고 사회정의에 역행한다.


어떻게 극복해야 하나. 식품주식회사3부에서 대안을 찾는다. 당장 집 앞에서 텃밭을 만들어 자급률을 높이자고 제안한다. 음식의 자급으로 경제적인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유기농업으로 농약과 화학비료를 거부하고 농작물 이동 거리를 크게 줄인다면 석유 사용량도 그만큼 줄어들지 않던가. 식품주식회사는 그렇게 농사를 소박하게 짓는 이는 산업형 농장을 지배하는 기업이나 국가에 행동 변화를 요구하는 도덕적 기반을 가질 수 있다고 말한다. 산업화된 농업을 버리면 농산물 양이 줄어서 장차 우리는 굶주려야할까.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자투리땅에서 나오는 정성어린 소출은 산업화된 농토보다 많다. 그리고 여러모로 깨끗하다. 텃밭 농사로 수확한 농산물을 직접 요리해 먹으면 비용도 줄일 수 있다. 더 있다. 가공식품에서 해방되는 만큼 나와 식구와 이웃과 생태계가 건강해지고 관계가 돈독해진다. 그러므로 텃밭은 땅과 하늘과 이웃과 생태계를 살리는 유기농업이어야 한다.


유기농업으로 생산한 과일과 채소를 많이 먹고, 정제하지 않은 곡물로 차린 음식을 적게 먹는 대신, 많이 움직인다면 건강해질 수 있다. 그리고 생산 과정을 거의 알 수 없는 패스트푸드를 피한다면 더욱 좋다. 하지만 그런 상식, 누구나 쉽게 이야기하지만 소비자에서 결코 실천이 쉬운 과제는 아니다. 식품주식회사는 누가 농부인지 아는 가까운 농장에서 유기농업으로 생산한 과일과 채소, 그리고 육류와 낙농제품으로 가정의 음식을 차리고, 학교 급식에 사용할 것을 제안한다. 그럴 때 비만 아동이 줄어들고 개개인과 공동체의 영양이 개선되며, 세계 기아 인구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 나라는 수출용 농작물의 굴레에서 벗어나면서 자급자족을 위한 농작물을 심을 수 있을 게 아닌가. 구구절절이 맞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소비하는 식량의 4분의3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의 식품 현황은 어떤가. 우리가 할 일은 무엇일까. ‘농식품지리학을 전공해 충남발전연구소에 재직하는 허남혁 박사가 식품주식회사중간 주제가 정리될 때마다 우리의 사정을 알려주고 대안도 제시한다, 우리 식품 체제를 걱정하는 젊은 학자답다.


     식품이라는 말, 사실 낯설다. 멀지 않은 우리 조상은 음식 또는 밥이라 했지 식품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았고, 우리도 기실 그리 오래지 않았다. 이웃의 농작물이 아니라 기업에서 만든 상품을 구입하게 되면서, 우리는 누가 어떻게 생산했는지 모르는 농작물이 어떤 방법으로 가공되었는지 모르면서 식품을 구입해 먹는다. 숱한 식품 사고는 대개 그 지점에서 발생한다. 그렇다면 대안은 조상이 그랬듯, 음식은 이웃과 나누었던 시절의 자세로 돌아가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탐욕의 구렁텅이에 빠져 발생한 식품의 문제는 우리나 미국이나 같다. 대안도 같다. 자연스러움에서 찾아야 한다. 식품주식회사는 그 사실을 재확인한다. (반니, 2012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