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인간

디딤돌 2011. 1. 3. 14:07

 

올해는 토끼띠의 해. 돼지나 소띠 해가 아닌 게 천만다행이다. 한 해를 상징하는 십이지까지 소독약 세례 받다 살처분돼 매몰될 뻔했다. 토끼는 지혜와 풍요의 상징이라는데, 지혜는 모르겠고, 토끼는 다산을 하니 풍요는 가능하겠는데, 지금 우리 산하에 토끼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겨울철이면 조릿대와 칡넝쿨을 뜯던 토끼가 드물어지면서 양지바른 산비탈을 조릿대가 차지하고 칡넝쿨이 크고 작은 나무들을 마구 휘감아 생태계가 단순해지고 있다. 대신 사람과 가축, 탐욕과 질병이 전에 없이 늘었는데, 그게 탈을 만들 줄이야.

 

새해는 구제역에 대한 긴장감으로 열렸다. 작년 말 50만 마리의 돼지와 소를 살처분했다더니 어느새 60만 마리를 훨씬 넘어섰다. 새해백두부터 청정지역의 안전망이 뚫렸다는 소식만 들리는 듯하다. 그 뿐인가. 진작 걱정했던 흉측한 사고, 다시 말해 매몰된 가축 사체의 침출수가 흘러든 지하수와 그 악취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게다가 고병원성 조류독감까지 가세하니, 소독약이 얼어붙는 엄동설한에서 현장 공무원들은 과로사에 사고사까지 감내하며 살처분의 아비규환 속에서 환청과 악몽에 시달린다.

 

다짜고짜 죽이겠다는 살처분은 잔혹한 수단이다. 아무리 도축을 전제로 사육하는 가축이라고 해도 분명한 생명이다. 살려두는 것보다 이익이라는 영악한 계산으로 죽어 파묻는 처사는 당하는 동물의 처지에서 감당할 수 없이 억울할 게 분명하다. 처지를 바꿔보라. 전파력이 매우 높은 가축 1급 전염병이지만 인체에 거의 무해한 구제역은 잘 보살피기만 하면 감염된 가축의 대부분을 회복시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면역이 약한 송아지나 새끼 돼지는 절반 가까이 죽을 수 있다지만 다자란 가축은 95퍼센트 이상 살아남고, 회복되면 면역이 생겨 더는 감염되지 않는다는데, 저토록 무참하게 죽여 하는 걸까.

 

살처분은 안락사로 규정돼 있다. 신체 뿐 아니라 심리까지 고려해 고통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의미인데, 소는 다른 소들 앞에서 독극물을 주사해 죽였다. 우리가 표정을 읽지 못해 그렇지, 기다리는 소들은 얼마나 공포에 떨어야 했겠는가. 돼지는 더욱 끔찍했다. 얇은 비닐이 깔린 구덩이에 몽둥이로 우르르 몰아넣고 굴삭기 삽날로 찍어 죽인 뒤 매몰하지 않았던가. 닭은 다짜고짜 자루에 넣은 뒤 생매장했다.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비용과 시간을 줄이려니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은 살처분되는 가축 앞에서 아무런 가치도 없다.

 

살처분이 남용되는 국가가 우리 말고 더 있는지 모른다. 구제역의 경우 특히. 농경사회에서 없었거나 위험하지 않던 질병이 요즘 무서워진 건 가축을 생명으로 여기려 하지 않은 자본이 산업축산을 지배한 결과다. 오래 같이 살던 가축을 오로지 고기나 유제품이나 계란을 남보다 빨리 그리고 많이 생산해야 하는 도구로 취급해, 좁은 공간에 밀집시킨 뒤, 공장처럼 사육하자 질병의 전파가 쉬워졌다. 또한 돈벌이에 적합한 품종으로 극단적으로 육종하는 과정에서 조상이 가진 유전자의 대부분을 잃자, 환경변화와 질병에 무력해지고 말았다. 구제역은 결국 인간의 탐욕이 던진 부메랑인 셈이다.

 

구제역의 대책 또한 탐욕과 무관하지 않다. 백신투여를 망설인 것도 청정지역 취소로 수출에 지장이 생길까 걱정했기 때문이고 수출과 거리가 먼 소를 죽이느라 들어가는 돈이 많아 소에 한정해 백신을 주사하게 되었다는 주장은 무엇을 뜻하는가. 탐욕스런 경제논리가 아닌가. 가축을 돈벌이 수단으로 여길 때 구제역은 통제되지 않는다. 구제역을 몰랐던 시절의 조상처럼 가축을 사육하지 않는다면 고생스레 이번 구제역을 퇴치해도 소용없을 것이다. 더 무서운 구제역, 더 큰 부메랑이 날아올 것이다.

 

산업축산이 힘을 잃게 하려면 외양간에 가축을 맡기고, 우리들은 암이나 순환계질환을 유발하는 기름진 살코기와 유가공식품을 멀리해야 한다. 발 딛고 사는 땅과 생태계, 나와 이웃과 후손의 건강, 그리고 에너지 위기와 지구온난화도 개선할 수 있는 유기적인 밥상을 회복해야 한다. 바로 조상이 차리던 자연스런 밥상이다. 토끼처럼 채식 위주라면 더욱 좋다. (요즘세상, 2011.1.16)

 

정말 그러네요. 지금까지 구제역으로 인해 소나 돼지가 죽었다는 말을 못들은것 같습니다. 그렇게 마구마구 살처분을 해야 할지... 각 도로마다 방역소를 설치하고 무차별 소독약을 뿌려대야 하는지도 의문입니다.

 
 
 

공동체·인간

디딤돌 2011. 1. 2. 16:19

우리에게 낯선 구제역

 

하루가 멀다 하고 구제역과 조류독감이 퍼져나간다. 동쪽은 구제역, 서북쪽은 조류독감이라지만 겹치는 지역이 나타났고 서남쪽이라고 안전한 곳도 아니다. 2010년 마지막 날까지 전국 5개 시도의 32개 시군, 모두 72곳에서 구제역이 발생, 2385농가에서 58456마리의 소나 돼지를 살처분한 뒤, 땅에 매몰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이어 16개 시군 13천여 농가의 40만 마리의 소에 백신을 처방할 계획이라는데, 앞으로 그 수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언론은 전망했다. 이러다 전국의 가축이 모두 사라지는 건 아닐까, 공연히 불안해진다.

 

구제역이 도대체 뭐기에 이 엄동설한에 이다지도 큰 위기를 전파하는가. 1800년대 말 독일의 과학자가 명명했다는 구제역은 소나 돼지와 같이 발굽이 둘로 갈라진 동물을 집중 공격하는 급성 바이러스 질환으로, 체온이 상승하며 발굽과 피부, 혀와 잇몸에 수포가 생겨 파열되면서 궤양으로 진전하고, 6개월 미만의 어린 가축은 심근염으로 50퍼센트 가까이 폐사할 수 있으나 성체의 사망률은 5퍼센트 내외로 낮다고 전문가는 설명한다. 하지만 경제적 손실이 커, 감염된 젖소의 경우 유방염이 발생하며 산유량이 절반 이하로 줄고 비육우나 돼지의 체중이 감소한다는데, 무엇보다 전염성이 매우 민감해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의 축산업이 퇴치에 만전을 기해야 하는 가축 1급전염병이라고 한다.

 

구제역은 그 증상이 성경에도 기록될 정도로 오래되었다지만 축산업이 요즘처럼 활성화되기 전에는 문제를 심각하게 일으키지 않은 것 같다. 유럽이나 중남미의 대규모 축산국가들을 제외한다면 2000년 이전 우리나라는 구제역 때문에 전국의 축산업이 일시에 흔들린 적은 없었다. 전파력이 아주 빠르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일 텐데, 요즘 문제가 되는 까닭은 무엇일까. 성체는 시름시름 앓다가도 대부분 회복된다는데 왜 발생 농가는 물론이고 발생 농가에서 반경 500미터로 정한 안전반경 안의 가축을 모조리 살처분해야 하는 걸까. 안전반경을 사수하면 더는 퍼지지 않는다는 과학적 합리성이라도 확보한 걸까. 그런데 이번의 구제역 바이러스는 안전반경을 간단히 넘고 말았다. 지나가는 차량에 분무하는 거리의 소독약이 이번의 큰 추위에 얼어붙었기 때문일까.

 

구제역 바이러스는 겨울에도 활동성이 높은가. 작년 봄 강화군을 중심으로 발생한 구제역은 힘겨운 방제작업 덕분에 진정된 바 크지만 여름이 다가오면서 삭으러들었는데 작년 늦가을부터 다시 전국을 소용돌이친 이번 창궐은 추위와 더불어 확산되기만 한다. 날이 풀리려면 아직 멀었으니 걱정이 클 수밖에 없는데, 강화에서 멀리 떨어진 경북 안동에서 비롯된 이번 바이러스는 발생 국가를 여행한 축산업자에 의해 전파되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살처분으로 감당이 어렵게 되자 백신 처방까지 감수한 올해 이후는 어떤 양상으로 바뀔까. 현장의 눈물겨운 노력에 힘입어 사라질까. 백신을 처방한 지역을 기반으로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건 아닐까.

 

19973, 대만의 돼지 농가를 붕괴시킨 구제역은 방송 카메라가 적극 전파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구제역 경험이 없던 대만에 밀수입된 돼지 내장이 원인이었다는데, 발생 농장의 처참한 장면을 촬영한 카메라가 멀쩡한 농장을 비교하려 함부로 돌아다니면서 바이러스를 옮겼다는 것이다. 날씨가 추울 때 오래 살아남는 특성을 가진 구제역 바이러스는 가축 뿐 아니라 살코기와 내장, 배설물과 사료로 전파될 수 있으며 지나간 수의사의 가운, 트럭의 바퀴, 심지어 발생 농장의 상공을 나른 비행기도 위험할 수 있다고 한다. 이번 구제역이 최초로 발생한 안동에서 주변으로 퍼진 원인이 수의사의 넥타이였다는 풍문도 돈다.

 

축산업자도 해외여행이 자유로워야 한다. 다만 그는 구제역 발생 국가와 발생 지역이 어디인지 미리 숙지해 피해야 했고, 당국은 발생한 곳이 어디인지 사전에 구체적으로 알려야 했다. 우리나라가 시방 해외에서 들어오는 관광객을 막지 않듯, 구제역 발생국 가도 관광객을 막을 리 없다. 다만 방문자에게 구제역 발생 지역을 소상히 알려주고 접근을 차단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구제역 발생 국가에서 방문한 여행객에게 방역 없이 축산농가의 방문을 자제해줄 것을 입국할 때 알려야 했다. 하지만 우리 축산농가에 취업한 외국 근로자 중 누구도 방역을 필하고 일을 시작했다는 소식을 듣지 못했다. 그만큼 우리에게 경각심이 약했다.

 

 

백신은 정부의 마지막 수단이었나

 

살처분. 중립적 용어임에 틀림없지만, 왠지 거부감이 든다. 멀쩡한 생명을 죽이는 조치가 아닌가. 이번 살처분 때문에 동물보호 단체들이 발끈했다. 가축의 생명을 지나치게 많이 죽인다는 점에 아연해 하면서도 그 방법이 무자비하기 때문이었다. 분명히 살처분은 안락사로 수행하도록 규정돼 있지만 시간과 물량에 치이는 현장은 규정을 지키기 어려워한다. 아니 불가항력을 내세워 잔혹한 살해에 이어 매립하거나 생매장까지 자행된다고 동물보호 단체들은 분노한다. 덩치가 큰 소는 주사로 죽이지만 다른 가축과 격리하지 않은 채 수행하고, 돼지는 구덩이에 몰아넣고 굴삭기 삽날로 제압해 죽인다는 게 아닌가. 그 경우 패닉 상태가 되는 돼지의 공포는 극에 달할 테고, 돼지의 저항으로 바닥에 깔아놓은 비닐이 찢어져 구제역 바이러스를 포함하는 침출수가 지하수를 오염시킬 수 있다고 전문가는 지적한다.

 

많은 자본을 들여서 대규모로 사육하는 기업형 축산업은 대체로 살처분을 묵묵히 받아들이지만 소 한두 마리를 정붙여 사육하는 농가는 불만이 많다. 사망률이 높지 않은 질병인데 불문곡직 안전반경 이내의 멀쩡한 가축까지 모조리 죽이는 행위는 비록 도축을 목적으로 키우는 가축이라 해도 잔인하다고 강변한다. 소 한두 마리 입식해 농사짓는 농부는 살처분하러 나온 공무원을 경계하고 살처분을 회피하려다 포기하고서, 소가 사라진 외양간을 식구를 잃은 듯 바라보며 식음을 전폐하기도 한다. 하지만 당국이 보기에도 안락사는 번잡하다. 돈도 힘도 인력도 많이 들어간다. 과로사 당하는 공무원이 발생할 정도였지만 이번 구제역의 경우, 전파속도를 미처 따라잡지 못했다. 그래서 정부는 마지막 수단을 내놓았다. 백신이다.

 

백신은 치료제가 아니다. 예방을 위한 처방이다. 정부는 링 백신을 투여한다고 발표했는데, 링 백신은 처방의 방법이지 백신의 종류를 뜻하는 건 아니다. 발생 지역의 둘레 10킬로미터 외곽에 성곽을 쌓듯, 주사를 놓아 더 퍼지는 걸 막겠다는 고육지책인데, 전문가들은 완벽한 대책이라고 평가하지 않는다. 처방된 백신의 역가가 최고일 경우, 가축 중 85에서 95퍼센트에 항체가 생길 것으로 예측하지만, 항체가 형성되지 않은 개체가 바이러스를 퍼뜨릴 수 있다. 이미 감염되었지만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가축은 백신 처방 후 미미한 증상을 보여 자칫 경시할 수 있는데, 그로 인한 전파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한다. 또한 백신 처방 이후 항체가 형성될 때까지 이차 감염을 반드시 막아야 하고, 그때까지 감옥처럼 철두철미하게 인적 물적 통제가 시행되어야 하는데, 경험상 쉽지 않다고 걱정한다.

 

문제는 백신의 효과가 완벽한지 확신하기 어렵다는 것이고, 또한 이번에 바이러스를 죽여 희석한 사백신이라고 주장하지만 바이러스 특성 상 죽은 바이러스도 유전자 교환으로 생명력을 다시 갖게 되는 경우도 많다는 걸 염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생백신의 효과를 가질 텐데, 생백신은 가축에게 구제역 바이러스를 직접 넣는 행위이므로 아무리 희석해도 면역력이 약한 가축에게 전파될 수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산 바이러스든 죽은 바이러스든, 백신이 처방된 가축은 두 차례 주사 뒤 두 주 이상 혈청에 이상이 없으면 도축이 가능하고 한 달 이상 문제가 없어야 이동이 가능하지만, 자유로운 수출을 위한 청정 지위를 얻으려면 많은 시간이 경과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살처분한 뒤 3개월, 백신 투여한 뒤 최소 1년이 지나야 수출이 가능하니 손실이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축산업 전문가들은 백신 처방이 몰고올 다른 측면의 후폭풍을 걱정한다. 시장에서 소화할 물량이 모자라면 수입업자는 당연히 국제시장을 노크할 텐데, 구제역 발생 국가의 수입을 지금처럼 거부한다면 수출국이 세계무역기구에 우리 정부를 제소할 수 있다는 게 아닌가. 그 경우 구제역에 오염된 살코기와 내장이나 가죽과 같은 도축 부산물이 들어올 수 있고, 이후 어디에서 터질지 모르는 구제역의 발생과 전파를 신속하게 차단할 수단마저 잃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백신 투여 결정을 해당 부서는 꺼려했다는 후문이 돈다. 하지만 살처분에 들어가는 비용이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자 청와대에서 강력히 백신 처방을 요구했다는 건데, 이미 주사하기 시작한 백신은 돼지에게는 아직까지 예외다. 내수를 목적으로 사육하는 한우와 달리 돼지는 수출까지 염두에 두기 때문일 것이다. 전파 능력이 소보다 3000배나 강한 돼지를 예외로 한 농림수산식품부의 고충을 축산농가들은 어느 정도 이해하지만, 돼지의 죽음을 방치하는 정부의 방침에 동물보호 단체들은 저항하고 있다. 돼지에 구제역 예방을 위한 백신 투여를 요구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번 기회에 동물의 복지 차원에서 무자비한 살처분 규정을 다시 검토하라고 성명서를 발표했다.

 

 

축산농민이 책임질 일인가

 

사상 최악의 살처분에도 불구하고 구제역 전파가 걷잡을 수 없이 전국으로 확산되자 정부는 구제역 위기 대응 단계를 최고 수준인 심각으로 높이고 행정안전부 내에 중앙 재난안전 대책본부를 구성했다. 담당 장관은 총괄 상황 관리와 부처 간 협조체계 구축, 지자체 방역활동 지원 등 범정부적 노력을 집중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가축 전염병 때문에 중앙 재난안전 대책본부까지 가동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보도한 언론들은 정부의 뒷북 대응을 지적하고 나섰다. 허둥대다 초동대응과 차단방역에 실패했고, 링 백신 접종도 때를 놓치면서 감시 대상 지역을 추가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지적을 아는지 모르는지, 예의 정부는 어떤 쇠고기나 돼지고기를 소비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기 때문에 안심해도 된다면서 예방을 위해 축산 농가의 외부 모임이나 이동, 그리고 지역 축제도 자제할 것을 농부에게 거듭 요구했다.

 

담당 장관이 구제역에 감염된 돼지나 소의 살코기를 먹으라고 권한 건 물론 아니다. 안전반경 내의 가축은 시장에 나올 수 없으니 안심해도 좋고, 살처분된 4퍼센트를 제외한 쇠고기나 돼지고기를 예전처럼 소비해 축산농가의 시름을 덜어달라는 당부였다. 하지만 인접하지 않은 지역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하는 까닭에 증상이 드러나기 전에 도축된 가축이 없다고 단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니 연말연시에 고기를 자주 먹은 이는 꺼림칙할 것 같다. 왜 이번 구제역은 지역을 건너뛰며 전파되는 걸까. 예전처럼 꼴을 베거나 여물을 쑤어 한두 마리 외양간에서 키우거나 마을에 마련된 목초와 건초를 주며 여남은 마리를 사육했다면 구제역이 지금처럼 동에서 번쩍 서에서 번쩍 전파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몇 군데 안 되는 가공공장에서 생산한 사료를 전국으로 출하하는 이때, 농부가 사전에 예방할 수단은 거의 없다. 그러니 농부도, 사료업자도, 어쩌면 식당의 고객 역시, 자신도 모르게 구제역을 전파했을지 모른다.

 

지난해 1222,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는 20105월 강화 일원에서 구제역이 발생하자 발의된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을 발 빠르게 의결해 구설수에 올라야 했다. 여야 대치국면에서 연내 처리는 물 건너 간 것으로 치부하다 전격적으로 합의한 개정안의 내용은 축산농가를 다그치고 있다는데 특이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해외에서 입국하는 축산인의 신고와 소독을 의무로 하고 외국인 노동자의 고용에 앞서 까다로운 절차를 수행하도록 규정한 대목은 수긍할 수 있다. 하지만 고의든 아니든 구제역을 전파한 농가에 벌금을 매기는 것으로 개정했고, 그 정도로 부족했는지 1년 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벌칙을 강화한 대목이 예사롭지 않다. 축산을 면허제로 바꾸면서 농장 폐쇄까지 명령할 수 있도록 정부의 통제 권한도 한층 강화했는데,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결과적으로 큰 피해의 원인을 제공한 농가는 엄벌에 처하겠다고 신설한 처사는 아무래도 지나치다 아니 할 수 없다. 축산농가를 억압하자는데 여야가 서둘러 의기투합하다니.

 

이번 구제역 파동의 죄인은 누구인가. 해외여행을 다녀오며 소독을 자청하지 않은 안동의 축산인인가. 가운은 갈아입었지만 같은 넥타이를 매고 다른 농장에 갔다는 수의사인가. 최초로 의심 신고가 있었던 안동에서 간이 검사로 음성이 나와 방심하다 사태를 키운 지방 공무원인가. 가축 분변을 싣고 여기저기 돌아다닌 트럭 운전기사인가. 농부와 그 식구의 마을 밖 이동을 철저히 차단했어도 개와 고양이를 제멋대로 돌아다니게 한 현장 공무원인가. 소독약을 얼어붙게 만든 이번 겨울의 혹독한 추위인가. 아니면 심화되는 구제역 확산에도 설비와 인원을 확충하지 않고 방역 행정까지 일원화하지 않아 서로 허둥대며 비협조와 책임전가가 난무하게 이끈 정부인가. 과연 누가 으뜸 책임자가. 작년 말에 개정한 가축전염병예방법은 축산업 방역 체계를 여전히 방기하는 정부를 놔두고 가장 손쉬운 농민에게 으름장을 놓았다. 자식 같은 가축을 파묻고 심신이 지친 전국의 농부들은 FTA 체결로 곧 쏟아져들어올 값 싸고 질 좋은미국과 유럽의 고기를 바라보느니 차라리 축산업을 포기할지 모른다. 대한민국의 정부와 국회의원들은 대체 무슨 생각에 젖었나.

 

농부들이 애처롭지만 맡은 임무를 밤낮없이 수행해야하는 살처분 현장의 공무원들은 시방 지칠 대로 지쳤다. 자신도 구제역 바이러스를 전파할지 모르기에 현장을 떠나지 못하며 살처분을 강행하다 쇠뿔에 받혀 갈비뼈가 부러지거나 소독액이 얼어붙은 바닥에서 뒤로 미끄러지던 트럭에 치어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기계에 손가락이 절단되거나 임산부가 유산하기도 했다. 수천 마리의 사체를 매립하기 전에 배를 가를 때마다 터져나오는 내장과 핏물을 보아야 했다. 달아나는 돼지를 잡아 구덩이에 내던져야 하는 일은 힘겨울 뿐 아니라 정신적 고통을 안긴다. 멀쩡히 살아있던 생명을 죽이는 일 못지않게 죽은 소 앞에서 눈물짓는 나이 든 농부를 바라보는 일도 현장 공무원들을 고통스럽게 한다. 악몽과 수면장애, 우울증이나 환청과 같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정신과 전문의는 진단한다. 대부분 하위직인 현장 공무원들이 이번 구제역 파동에 책임질 일도 물론 아니다.

 

 

이번 구제역의 원죄

 

4대강 사업으로 예산이 모자라 그랬을까. 담당 부서에 백신 처방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청와대는 나부터 검역을 받겠다.”고 선언한 수장의 발언을 언론에 홍보했다. 솔선수범을 약속했다는 건데, 안동의 축산업자를 염두에 두고 꺼낸 발언일지 모르지만, 원죄는 지금 두문불출하고 있을 그 축산업자에 없다. 대통령이 자진해서 검역을 받아야 옳은 것인지 여부는 예서 논하지 말자. 축산업자, 지역 수의사, 사료업자, 축산분뇨 수송 운전자, 현장 공무원과 지방 정부 관계자, 그리고 허술한 축산 방역 체제를 방기한 정부보다 이번 사태로 가장 고통스런 존재는 다름 아니라 살처분 대상이 된 돼지와 소다. 가축도 고통과 공포를 느끼고 회피하려 드는 생명이다. 사람과 처지를 바꿔 생각한다면 바로 짐작할 수 있는 노릇이 아닌가.

 

축산농민을 전과자로 만드는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에 문제의식을 갖는 한 전문가는 구제역 발생을 예방할 대책이 진작 허술했던 정부의 책임을 강조하면서, 좁은 땅덩어리에서 밀집해 사육할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의 축산업의 한계를 감안할 때, 농장 단위의 상시 방역을 실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한다고 제안한다. 아울러 구제역이 발생한 해외에 다녀올 경우, 검역은 물론이고 15일 이상 다른 농장의 출입을 자제하게 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소비되는 고기의 양을 상정한 뒤, 수요를 충당할 만큼 축산업을 유지해야한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좁은 국토에서 그 정도의 고기를 생산하려면 소와 돼지를 밀집해 사육할 수밖에 없다는 걸 감안했을 것이다. 그런 과밀 축산업은 축사에서 태어난 송아지와 새끼 돼지를 받아 사육하기보다 종돈이나 한우 종축농장에서 태어난 우수 품종의 송아지나 새끼 돼지들을 일괄 구입해 사육하는 편을 선호한다. 한데 지난 1224일 경북 영천군의 한 종돈장에서 구제역이 발생했다. 방역당국은 허겁지겁 계열 농장에 납품된 돼지 17700마리와 반경 3킬로미터 내의 돼지까지 살처분했지만 다른 종동장이나 종축장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게다.

 

한우개량사업소와 같이 우수 한우 수천마리와 그 암소에 정액을 공급할 우수 황소를 보살피고 그 황소의 정액을 냉동해 보관하는 기관은 안전한 지역으로 관리하던 우수 가축의 일부와 보관된 정액을 분산시키고 오가는 사람과 차량을 철저하게 소독하며 직원의 출퇴근을 잠정 금지했다고 한다. 한국 축산업의 미래가 달려 있기 때문이라는데, 왜 우리 축산의 미래를 몇 군데 안 되는 사업소에 맡겨야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생략되었다. 그런 종돈이나 종축사업소에서 전국의 농가로 공급하는 우수 한우나 우수 돼지는 조상이 물려준 다양한 유전자를 충분히 보전하지 않는다. 육질이나 경제성을 고려해 최선의 품종으로 육종하는 과정에서 많은 유전자를 잃었다. 그렇게 유전자가 단순해진 품종을 사육하는 축사는 까다로운 조건을 만족시켜야 소기의 상과를 올릴 수 있는 까닭에 개선된 시설로 수시로 교체해야 하는 건 물론이다. 엄선된 사료를 그때그때 제공하고 적시에 항생제와 호르몬을 처방해야 한다. 그를 위해 들어가는 비용이 적지 않으므로 시장에서 인기 있는 우수 품종만 고집해야 한다. 한데 그런 품종일수록 환경변화에 취약하다. 조상과 달리 구제역에 약해질 수밖에 없다.

 

구제역뿐이 아니다. 구제역과 시방 동시해 창궐하는 조류독감도 마찬가지다. 최근 고병원성 조류독감이 검출된 전북 익산시의 닭과 역시 고병원성인 조류독감이 검출된 충남 천안시의 오리가 그렇다. 안전반경 3킬로미터 이내의 닭과 오리와 메추리를 살처분했고 경남 사천시에서 고병원성 조류독감이 검출된 청둥오리가 발견되자 그 안전반경의 닭과 오리와 메추리를 예방 차원에서 살처분했다. 죽은 닭과 오리와 메추리는 대부분 조류독감에 감염되지 않았지만 죽어야 했다. 이제까지의 경험으로 보아 생매장 되었을 것이다. 조류독감이 돌 때마다 저병원성이면 300미터 안전반경, 고병원성이면 그 10배인 3킬로미터 안전반경 내의 닭과 오리와 메추리가 반드시 살처분되어야 한다는 이유도 가축이 제공하지 않았다. 극단적인 품종개량으로 유전적 다양성을 잃자 질병에 가축들이 아주 취약해진 데 있다. 결국 사람의 탐욕이 이끈 현상이다. 미국산 유전자 조작 옥수수로 가공한 사료를 우리나라에 막대하게 팔면서 동시에 미국의 닭고기와 돼지고기와 쇠고기 수입을 동시에 요구하는 미국계 다국적기업의 횡포도 가진 자의 잔혹한 탐욕이다. 광우병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다시 자연스러움으로

 

구제역으로 시름에 잠긴 농부에게 지불되는 보상금을 노린 사기전화가 극성을 부린다는 보도가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살처분한 돼지를 매립한 곳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농가의 우물에 피가 섞인 지하수가 나왔다고 한다. 당황한 관계자는 지하수 오염이 아니길 희망하지만, 만일 그렇다면 방역당국은 새로운 문제에 봉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유전자가 단순해진 가축을 한꺼번에 많은 수로 공장처럼 사육하는 축산업의 관행이 빚은 구제역의 1차 공포, 그리고 그에 이은 섣부른 대처가 결국 상상하기 싫은 2차 공포를 일으킨 셈이다.

 

구제역이 발생하자 마을에 갇히게 된 한 농부는 안전반경 내 멀쩡한 가축까지 집단 학살하는 방역은 악법이라고 외쳤다. 바이러스와 공존할 수 없는가 물으며 동물도 사람처럼 생로병사하는 게 자연의 이치라고 주장했다. 마을에서 보니 기업형 축산업을 하는 이보다 자연의 질서에 순응하며 살아 온 소농부가 반발 의사를 분명히했다면서 가축을 깨끗한 고기를 공급하는 식품으로 여기지 말고 공생할 수 있는 자연의 질서를 찾자고 하소연했다. “인간의 이기주의는 지구촌의 동식물과 공존하는 평화의 질서를 망가뜨려 왔다.”면서 동물 집단학살을 자행하는 이 짓은 서양의 인간중심주의 도시문명관에서 비롯되었다는 주장을 폈다. 그의 외침을 우리 정부는 어느 정도 귀담아 들으려 할까. 그가 말한 기업형 축산은 외면할 게 틀림없는데, 자식처럼 키우던 가축이 죽어가자 눈물짓던 농부들은 이해하려 할까.

 

구제역과 광우병, 그리고 조류독감은 사람의 탐욕이 던진 부메랑이다. 그 탐욕으로 비만과 당뇨병이 전에 없이 늘어났고 성인병을 앓는 어린이가 전에 없이 많아졌다. 뇌혈관이나 심혈관질환, 그리고 유방암과 대장암 같은 질병이 눈에 띄게 늘었다. 보건의료 전문가들은 고기와 유제품 들을 지나치게 섭취한 이후에 발생한 현상이라는데 동의한다. 유전자 조작 옥수수와 콩을 사료로 가공하면서 늘어난 고기와 유제품과 계란을 배불러 터지게 먹어야 튼튼해진다고 누군가 속삭인다. 관련 학자를 동원하며 정부와 손잡고, 유명 연예인과 운동선수와 정치인들을 앞세우며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유혹해온 축산자본이 그들이다. 오래 동안 집요하게 우리를 길들인 홍보의 효과가 이제 부정적으로 만개하는 부메랑 현상이라고 동의하는 보건의료 전문가들은 자본의 장단에 맞춰 물려받은 식습관을 바꾼 것이 비극의 발단이라고 진단한다. 그렇다면 구제역과 광우병, 그리고 조류독감과 그와 유사한 신종플루의 근원적인 대책은 자연스런 식습관의 회복이어야 한다. 바로 조상의 음식이다.

 

참혹한 살처분을 경험하고 차라리 축산을 포기하려는 농부가 늘어난다는 거, 송구하지만 만류하고 싶은 현상이 아니다. 외람되지만, 가축을 키우던 땅에서 땅도, 생태계도, 노후의 건강도, 후손의 생명도 두루 건강하게 살리는 유기농업으로 다시 시작하라고 권유하고 싶다. 어느새 성큼 성장한 유기농업 시장에 건강한 농산물을 내놓으며 노고에 대한 소비자의 존경과 감사를 받을 용의가 없는지 그들에게 조심스레 묻고 싶다. 축산업을 유기농업으로 전환하는 걸 도와주려면 소비자들은 자본이 우리를 길들인 식습관과 전혀 다른 식습관으로 돌아가야 한다. 고기는 명절이나 기념일에 이따금 먹고, 되도록 부드러운 살코기를 위해 지나치게 어린 가축을 도축한 고기를 삼가는 식단, 섬유소가 많은 나물과 국을 곁들인 밥을 식구와 둘러앉아 먹던 조상의 식습관이다.

 

계란과 어패류가 포함된 육식을 어금니에 대한 송곳니 비율을 넘지 않게 먹으면 건강에 좋다. 하나의 송곳니 뒤에 사랑니를 뺀 어금니가 4개 이어지므로 대략 20퍼센트다. 체격이 어느 정도 성장했다면 고기를 아예 끊어도 좋다. 건강에 하등의 무리가 없어지면서 부지불식간에 자리잡은 고기에 대한 상식을 깰 수 있어서 좋다. 살코기를 줄이면 과다한 육식으로 불편했던 나와 식구들의 몸이 금세 건강해지지만 거기에서 그치는 게 아니다. 석유를 가공한 비료와 농약을 곡물에서 얻는 칼로리의 10배나 뿌려야 생산되는 유전자 조작 곡물 사료 수입량을 크게 줄일 테니 지구온난화 예방과 환경에 좋고 건강에도 좋다. 쌀을 포함해도 26퍼센트에 불과한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률을 높일 수 있어서 좋다. 광우병 위험성이 남은 미국산 쇠고기를 미군부대 이외에서 팔지 않을 테지 좋다. 그렇다고 농가에서 가축을 키울 필요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예전처럼 유기질 비료를 얻을 수 있을 정도면 훌륭하다. 소와 돼지를 가축으로 길들인 이래 대부분의 세월을 그래왔다. 바로 우리 발이 닿은 생태계에 예전부터 어울렸던 자연스러운 삶이다. (합석헌평화포럼 기고문, 20112)

좋은 글 잘 읽어보았습니다. 가축과 의지해서 살아오던 노인들의 눈물에 가슴이 아픈 요즘입니다. 사람과 자연의 관계맺음에 대하여 아이들과 토론하고 있습니다.
가족과 의미 있는 토론을 갖은 만큼 자연과 내일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시각이 남다르리라 생각합니다. 보람을 느낌니다. 감사합니다.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 부족하나마 유기적인 농업의 의미있는 시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회구조적인(자본제)모순을 유기적인 농업이나 삶으로 극복할 수 있을까요? 저는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노동자,농민들이 해고,농산물 가격폭락 등으로 인해 씀씀이가 없는 가운데 한창 성장할 자식들에게 단백질을 먹여야 하는데...그래서 미국산 쇠고기를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아님 미국우호주의의 영향으로 먹어야만 하는지요? 국내 농업의 100%가 유기농업으로 전환한다고 하면 그 유기농업산물을 누가 다 소비해 줄 것인지요? 실업,해고,저임금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체제에서 결국 선택할 수 있는 건 미국,호주산 쇠고기일 뿐입니다 제 생각도 유기농업으로 가야 한다고 보지만 생산과 소비의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유기농산물의 생산-구입이 늘고는 있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하루 세 끼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생존 그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사람들도 많다는 걸 아셔야 합니다 결국 자본제 체제 자체를 어떤 식으로든 바꿔내지 못하면 님의 주장도 설득력이 없습니다
구제역을 말하고 있는데 자본주의를 가지고 오셨군요. 제가 자본주의 공부가 부족해 그 부분 답을 해 드릴 수 없어 아쉽네요.

귀하가 느끼는 문제의식, 다시 말해 자본주의가 이끈 산업농과 산업축산의 문제를 깊이 공감하지만, 자본주의 모순을 유가농업으로 극복애야 한다고 제가 주장한 일이 없다는 걸 말씀 드리면서, 저는 유기농업을 자본주의 체제와 관계없이 후손 기준으로 생존의 차원으로 전환해야 할 가치라고 봅니다. 자본이 이끄는 산업농업, 산업축산, 그리고 가공식품의 폐해는 별도로 논의해서 극복해야 할 일이고, 그러기 위하 노력하고 성과를 보인 예는 많다는 걸 아울러 말씀드리고 싶군요.

자라나는 아이에게 필요한 단백질을 섭취하게 하는 일은 정당하지만 그게 현실적으로 산업축산이 만든 고기여야 한다는 식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네요. 산업축산이 몰고오는 폐해를 조금이라도 고민했다면 그런 주장은 불가능해야 하겠고, 자본주의 체제를 극복해야 한다는 분의 사고로 믿어지지 않습니다. 우리 축산업은 자본이 주도합니다. 소나 돼지를 가족처럼 키우는 농가는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가족농, 소농이 유기적으로 생산한 축산물을 위 글에서 문제시 하지 않았다는 거, 기억해주시길 당부합니다.

단백질은 어패류에도 많고 머지않은 조상이 늘 먹어온 유기축산으로 얻을 수 있습니다. 식물성 단백질도 무시할 필요는 없겠지요. 식물성 단백질의 비용을 줄이는데 노력할 일은 남았고, 지나치게 많이 먹는 요즈음의 동물성 단백질 때문에 늘어나는 질병과 그 치료비용과 사회적 비용도 고려해야 할 테지요. 하늘은 맑았고 이웃 사이는 밝고 따뜻했던 시절, 우리는 산업농업을 몰랐습니다. 고기를 지금보다 덜 먹어 덩치는 작았을지 몰라도 몸과 마음, 그리고 생태계는 훨씬 건강했지요.

하루 세끼 먹지 못하는 이를 위한 대책을 유기농산물이 방해를 할 리 없지요. 오히려 값싸게 많은 음식을 한꺼번에 만들어 치부하려는 이에 지배당하는 우리의 소비풍조가 결국 자급자족 가능한 땅을 착취하며 자본의 노예가 된 데 세계적 식량위기, 지구온난화와 같은 폐해의 근본이유가 있겠지요. 그 방면의 공부가 더 필요해보입니다. 현재 유기농산물의 값이 상대적으로 비싼 것은 산업농업과 산업축산이 생태계에 마구 폐해를 주는 비용을 원가에 포함시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자본주의니 어떤 주의니 하는 체제보다 땅을 착취하지 않는 체제만이 세끼 식사, 내일의 건강과 행복을 보장합니다.

내일의 생명, 우리 생명의 비빌언덕인 생태계를 심각하게 생각한다면 유기농업 이상의 대안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지금 산업농으로 거품처럼 쏟아지는 농산물과 음식 때문에 늘어난 포식을 스스로 줄여야 하고, 나아가 생태계와 땅이 허용할 수 있을 정도로 사람의 인구 또한 줄여야 한다는 과제가 남겠지요. 시간이 늦기 전에 그를 위한 고민과 행동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