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천

디딤돌 2007. 5. 21. 00:53
 


신록이 어느새 짙푸르다. 완연한 여름을 맞아 넓은 잎을 드리운 도시의 가로수들은 탄소동화작용이 활발할 것이다. 덕분에 대기는 깨끗해지고, 뜨거운 도시는 조금이나마 식는다.

 

무더운 여름날에 도시를 걷는 일은 그리 즐겁지 않다. 자동차 배기가스와 소음에 지친 몸을 끌고 건물 옆을 지나칠 때 이따금 얼굴로 쏟아지는 뜨거운 공기가 이맛살을 찌푸리게 한다. 실내 공간을 강제로 시원하게 하는 에어컨이 뜨거운 공기를 거리로 내뿜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로수가 그늘을 만드는 길은 다르다. 키가 큰 가로수가 보행자 도로에 그늘을 드리우기 때문이다. 그 가로수 사이에 울타리처럼 작은 나무를 촘촘하게 심은 거리는 그늘이 끊어지지 않고, 아파트 단지의 도로 쪽 둔덕에 제법 크게 자란 나무들이 있다면 금상첨화다. 보행자 도로는 훌륭한 그늘 터널로 이어진다. 그런 거리는 여름날에도 걸을만하다.

 

자동차 배기가스에 강할 뿐 아니라 공기정화 능력이 빼어나기 때문인지, 도시 가로수는 은행나무가 압도적으로 많다. 은행나무에는 벌레가 거의 달라붙지 않는다. 거리에 곤충의 애벌레가 기어다니게 하여 보행자들을 불쾌하게 만들지 않는다. 더구나 가을철 잘 익은 은행을 매달 테니 시 당국은 부수입을 올릴 수 있겠다. 냄새가 지독하더라고 좀 참으면 보행자도 은행 몇 알갱이를 주을 수 있다. 잎사귀는 순환기에 좋고 열매는 호흡기에 좋다니 은행나무 가로수는 시민에게 일석이조의 효과를 줄지 모른다.

 

한데 가로수로 은행나무 암그루는 무척 드물다. 가을철 은행을 맺는 나무를 의외로 찾기 어렵다. 열매의 냄새가 지독하기 때문이 아니다. 익어 떨어진 열매를 모으고, 매달린 열매를 따내는 작업을 도로에서 하다 교통사고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시민들이 작대기를 들고나와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 그래서 시 당국은 은행나무 가로수는 의도적으로 숫그루를 심는데, 시민들은 은행나무의 암그루와 숫그루를 구별할 수 있을까. 은행이 열리는 가을이 아니라면 시민들은 거의 모른다.

 

전문가는 숫그루는 암그루보다 잎의 녹색이 짙고 폭이 크며 길다고 주장하지만 시민들이 쉽게 구별할 정도로 뚜렷한 건 아니다. 식물학자는 줄기에서 뻗은 가지가 줄기와 50도 이하로 갈라지면 숫그루, 그 이상 벌어지면 암그루라고 알려주는데, 과연 가지가 옆으로 많이 펼쳐진 나무에 은행이 달린 경우가 많다. 숫그루의 가지는 줄기와 비슷하게 하늘로 치솟은 경우가 많다. 하지만 어중간한 나무들도 많다. 그래서 암그루 가로수가 간혹 숫그루 사이에 섞였고, 가을이면 마스크 쓰고 장갑을 낀 시민들이 자동차가 질주하는 도로에 나와 은행나무에 대고 작대기를 흔드는 모습을 본다.

 

가장 확실하게 은행나무 암그루를 구별하는 방법은 따로 있다. 대부분의 암그루는 사람 가슴 높이에 상처를 가지고 있다. 은행을 따려고 작대기를 휘두르던 시민이 줄기를 흔들다 발로 걷어차거나 묵직한 물건으로 쿵쿵 내리쳤기 때문이다. 여름철 보행자에게 그늘을 만들어주는 은행나무 가로수 중 암그루는 상처가 아물면서 긁어져 껍질이 나무 안쪽으로 둥글게 말려져 있는 모습이다. 그런 은행나무를 암그루라고 보면 틀림없다. 도토리를 단 죄로 옆구리에 큰 상처를 가진 근교 작은 산의 참나무처럼, 도시의 은행나무 가로수 암그루도 유난스런 시민들의 등쌀에 가을마다 수난을 받는다.

 

자동차가 많은 도시에서 열리는 은행은 몸에 좋을 리 없다. 배기가스를 정화하는 과정에서 흡수한 중금속을 열매에 저장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가로수는 시의 자산이다. 따라서 은행도 시에서 관리한다. 아무리 세금을 냈더라도 가로수에서 은행을 따는 행위는 절도와 같다. 불법행위이기 때문에 은행을 줍거나 따지 말라는 것보다, 그 과정에서 교통사고가 날 가능성이 있고, 또한 도시의 은행을 먹고 탈날지 모른다. 그런 은행을 시장에 팔면 안 된다. 먹는 이의 건강을 오히려 위협할 수 있다.

 

유럽은 가로수를 철저히 보호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굵기가 어느 정도 이상이면 자르는 것은 물론 옮기지도 못한다. 도시에 녹지를 제공하는 가로수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그만큼 높다는 것을 반영하는데, 우리의 은행나무 암그루 가로수는 괴롭다. 그래서 보행자 도로를 걸을 때마다 미안한 마음이 든다. 가로수가 건강해야 시민도 건강하거늘. (인천신문, 2007.6.15?)

정작 제대로 갈무리 하거나 먹을 거 아니면서도 열매만 맺었다 하면 따가지 못 해 안달을 하는 게 사람들이죠.
과실은 따내고 먹어 없애는 것 뿐 아니라 보고 즐길 수 있는 마음도 필요합니다.
봄철 도로변에 차를 세워놓고 나물을 뜯는 사람들을 많이 봅니다.
자연산 유기농이라나...
분명 농약은 치지 않았지만, 그렇게 많은 차들 지나다니는 길가에 돋은 나물이 무공해일 리는 없을텐데요...
그렇습니다. 포천은 대도시보다 덜 그렇겠지요? 녹색 자연이 많을수록 사람이나 생물이나 너그러워질 테니까요.
마음 아픈 구분 법이군요
숲해설가로 일했던 북한산 정릉쪽 초입에
군락을 이룬 상수리들이 생각납니다
사람들이 그네처럼 메달고 바위를 내리쳐
허리에 큰 옹이들을 하나씩 가지고 있었죠...
가끔 인간이란 사실이 부끄럽고 미안해지곤
해요...
참 잘 지내시죠... ? ^^
요즘 중구청의 만능해결사자원활동에 재미를
붙였어요^^
구월동과 달리 구도심인 동인천지역은
저같은 목수의 손길이 필요한 어르신들이 참
많으세요
시골의 건강하고 활력있는 노인들과 이곳의 노인들은
많은 차이가 있어요...
은행과 상수리뿐만 아니라 우리사회가 지금부터라도
노인들의 건강하고 인간다운 삶에 보다 깊은 관심을 가지고 논의를 시작해야 할 시기가 아닌 듯 합니다
길어졌네요^^
봄철 건강 조심하시고 약주는 조금만 드세요~
<사자의 이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