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동물

디딤돌 2009. 3. 2. 01:15

 

쇠똥구리가 맞나 소똥구리가 맞나. 아니면 말똥구리인가. ‘소의 똥’을 굴리므로 쇠똥구리가 맞는다고 국어사전은 주장하는데 말똥구리는 말똥을 굴리나. 세상의 똥은 참 많은데 쇠똥구리는 쇠똥이나 말똥만 굴리나. 굴리기 딱 좋은 염소나 토끼 똥은 누가 굴리나. 염소똥구리나 토끼똥구리에 대한 이야기는 앙리 파브르가 그 유명한 곤충기에서 쓰지 않았다. 모르지 않았을 텐데. 사람똥구리는 없나.

 

똥은 무서운 게 아니라 더러워서 피한다고 핏대를 세우는 이가 있지만 쇠똥구리가 듣자니 참 터무니없을 것이다. 쇠똥을 땔감에 쓰고 쇠똥으로 집도 짓는 인도 농민도 어처구니없어 할 것이다. 말똥을 치우지 않고 씨름하다 그 위에 넘어지곤 하는 몽골의 목동은 또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들은 영하 40도까지 내려가는 추위를 이겨내는데 말똥이 없으면 안 된다는 걸 잘 안다. 4시간 뜨겁게 타다 금방 사그라지는 장작과 달리 8시간 동안 은은한 온기를 내는 데는 말똥이 최고가 아닌가. 그들에게 겨울철 잘 마른 말똥은 광에 수백 장 월동준비를 위해 쌓아놓던 우리네 연탄만큼이나 중요하다.

 

쇠똥구리를 말똥구리라고 말하기도 한다는데, 생물학자는 소똥구리라고 쓴다. 16밀리미터인 딱정벌레인 소똥구리보다 커 30밀리미터가 되면 왕소똥구리, 소똥구리보다 작아 12밀리미터에 불과하지만 뒷다리가 길면 긴다리소똥구리, 28밀리미터라 왕소똥구리보다 조금 작아 크기가 비슷하지만 코뿔소처럼 뿔이 솟아 있으면 뿔소똥구리, 뿔소똥구리보다 작은 18밀리미터 정도면 애기뿔소똥구리, 애기뿔소똥구리보다 작아 11밀리미터에 못 미치지만 뿔이 창처럼 길면 창뿔소똥구리라 칭하는 소똥구리는 종류도 많다. 유럽에는 토끼 똥만 굴리는 쇠똥구리가 있다하고 아프리카에는 코끼리 똥만 굴리는 녀석도 있는데 코끼리 똥이 워낙에 커서 그런지 코끼리똥구리(맞았을까?)의 종류도 많다고 한다.

 

호주에는 유럽에서 사람이 데려오기 전까지 소가 없었다. 당연히 소똥구리도 없었다. 호주 초원의 오랜 터줏대감은 캥거루였다. 그래서 호주에 캥거루 똥을 굴리는 소똥구리는 있다. 아니 캥거루똥구리라 해야 하나. 유럽에서 총도 가지고 간 사람이 캥거루를 몰아내고 그 자리에 소를 들여놓자 소는 개체수를 급속하게 늘였다. 먹을 게 지천이었으므로. 그런데 건조하고 햇볕이 뜨거우며 바람이 거센 기후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초원을 뒤덮은 소똥이 말라 바람에 가루로 날리는 게 아닌가.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날린 소똥이 초원에 곱게 가라앉자 탄소동화작용을 제대로 못한 목초가 말라죽고, 이내 소들이 굶주리게 된 것이다.

 

캥거루 똥 굴리던 소똥가리가 소똥을 거들떠보지 않으니 과학자들은 비상에 걸렸고, 호주와 비슷한 기후를 가진 아프리카 초원에서 코끼리 똥을 굴리는 종류를 찾아 나섰다. 소똥구리와 비슷한 크기의 코끼리똥구리를 대량 번식시켜 호주의 초원에 풀어놓은 것이다. 결론은 해피엔딩. 캥거루 똥에 특화된 소똥구리 대신 아프리카 출신의 코끼리똥구리가 호주의 소똥을 먹으며 늘어난 뒤 이제 호주에서 소똥 바람은 불지 않는다고 한다.

 

호주 초원에 화학비료나 농약은 뿌리지 않는 모양이다. 출신이 어디든 소똥가리 종류가 아직 멀쩡한 걸 보면. 우리의 사정은 아니 그렇다. 거의 대부분 멸종위기에 몰린 보호대상종으로 짐작하다시피 농촌에 살포되는 농약이 주범이다. 소똥구리가 발견되면 소문이 파다하게 나서 생태관광객이 각지에서 모여들고, 그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작물은 비싼 값이 팔려나갈 정도가 되었다.

 

그런데 나름대로 똥을 특화했던 우리나라 소똥구리도 별 수 없었던 모양이다. 농약 뿐 아니라 유전자조작 옥수수를 먹은 소가 내놓은 똥을 도저히 먹을 수 없던 소똥구리가 하는 수 없이 서해안 외딴섬에 방치된 흑염소의 똥을 먹기로 작정했다는 게 아닌가. 발견 자체가 로또가 된 소똥구리가 아니라 환경부에서 멸종위기 2급으로 지정한 애기뿔소똥구리가 그들이다. 1994년에서 1995년, 시민들의 열화와 같은 반대운동으로 간신히 핵폐기장 위기에서 살아남은 굴업도에 애기뿔소똥구리가 흑염소 똥에서 발견했다고 한 지질학자의 얼굴이 환해졌다.

 

애기뿔소똥구리는 파브르가 기록한 소똥구리처럼 똥을 경단처럼 둥글게 말아 집에 굴려 넣은 뒤 그 안에 알을 낳지 않는다. 행동이 독특하기 짝이 없다. 짝짓기를 마친 수컷이 똥 덩어리 아래 긴 굴을 파는데 굴도 복잡하지만 굴을 판 다음의 행동도 여간이 아니다. 수컷이 굴 표면에 소똥을 발라 매끄럽게 만들면 암컷이 안으로 들어가고, 수컷이 길쭉한 서양 배처럼 뭉친 소똥 경단을 내려보내면 암컷은 경단을 받아 그 속에 하나의 알을 낳는다는데, 그것 참! 작은 소똥 경단의 수는 낳을 알과 일치한다고 한다. 그러는데 이틀에서 나흘이 걸리고, 애벌레가 알에서 깨어나는데 1주일, 경단 속에서 3번 허물을 벗으며 소똥을 먹고 자라 작은 성체가 되어 경단을 깨고 나오는데 두 달이 걸린다고 한다. 누가 소똥 속을 그리 들여다보며 연구했는지 대단한데, 애기뿔소똥구리는 연구자에게 고마워할 것 같지 않다.

 

흑염소 똥이 동글동글하지만 보통 무더기로 쌓이니 굴업도의 애기뿔소똥구리는 흑염소 똥 아래 굴을 팔 것인데, 오래 살아가려면 흑염소의 서식지가 불안하지 않아야 한다. 핵폐기장 위협에서 벗어낸 굴업도는 시방 흑염소에게 살만한 공간인가. 아직은 그렇다. 서해안의 생태계를 파괴한다며 총 들고 들어오는 무뢰배는 없다. 손님에게 내주려고 나일론 끈 올무로 발목을 잡는 주민이 흑염소 집단을 위협하지 않는다. 하늘을 선회하다 새끼를 낚아채는 매도 지나친 증가를 막을 따름이다. 무심한 흑염소는 모르겠지만 애기뿔소똥구리를 위기에 몰아붙이는 건 다름 아닌 골프장이다. 국내 굴지의 기업에서 굴업도의 땅을 대부분 구입, 18홀 정규코스의 골프장을 고집하는 까닭이다.

 

골프장과 흑염소는 당연히 상극이다. 흑염소가 쫓겨나면 애기뿔소똥구리 수컷은 뭘 경단으로 만들어 암컷에 내려보내려 할까. 개똥? 하긴 어떤 생태관광지에서 개똥에 모인 애기뿔소똥구리를 보았다는 소문이 있다. 골프장까지 왕림할 개가 먹을 미국산 수입 개사료는 소 도축 부산물로 가공했을 텐데, 그 똥에 항생제는 없을까. 광우병을 일으키는 프리온은 뇌가 작은 곤충과 무관하겠지. 고급 관광지에 사람의 똥이 있을 리 없지만 혹시 있더라도 먹지 말길 바라야 한다. 멸종위기종이 항생제나 식품첨가물에 오염되면 안 될 테니까. (물푸레골에서, 2009년 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