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반·개발

디딤돌 2018. 10. 18. 23:06

 

2007년 노르웨이 노벨평화상위원회는 공동 수상자로 미국의 앨 고어 전 부통령과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를 선정했다. 대통령 선거에서 실패한 앨 고어는 세계를 다니며 지구온난화에 대한 위기를 줄기차게 강연했고 불편한 진실이라는 책으로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1988UN이 설립한 IPCC는 인류의 활동으로 인한 발생하는 기후변화의 위험을 평가하는 단체로 각국 정부의 고위관료와 저명한 기후학자들이 회원으로 망라돼 있다.


가을이면 세계가 주목하는 노벨상을 제안한 스웨덴 국적의 알프레드 노벨은 평화상만큼 노르웨이에서 선정하길 희망했다. 국경을 길게 공유하며 역사적으로 잦은 마찰을 겪은 국가에 대한 배려였는데, 노벨평화상은 몇 차례 선정 실수를 해왔다. 결코 평화스럽지 않은 사람을 선정해 힐난을 받았던 거다.

앨 고어에게 노벨평화상은 실수라기보다 과분했다고 비평가는 평가한다. 청중과 독자에게 온난화에 대한 경각심을 설득력 있게 알리는데 성공했지만 그가 제안한 대안이 고작 LED조명이라는데 실소를 자아냈기 때문이 아니다. 석유회사 주식을 보유했을 뿐 아니라 미국 평균 20배가 넘는 전기를 사용하면서 맥도날드 빅맥을 좋아한다고 고백하는 무모함을 과시했기 때문이다. 쇠고기 패티 두 장이 들어가는 햄버거, 그런 고기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기후변화에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지 그는 몰랐다는 겐가?


많은 비평가들은 앨 고어 수상에 실소를 금하지 못했지만 IPCC 수상 소식에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급박한 기후변화를 억제하가 위해 화석연료 사용을 자제해야 하는 합리적 근거를 마련하는데 크게 기여한 단체였기 때문이다. 그 단체가 지난 101일부터 송도컨벤시아에서 제48회 총회를 개막했다. 산업화 이전보다 이미 섭씨 1도 상승한 지구의 기온을 2100년까지 2.0도 상승 이내로 낮추자는 게 이제까지 IPCC의 제안이었다. 이번 총회는 상승폭을 더욱 엄격히 제한하자고 모였다. 그를 위해 총회 기간을 하루 연장하면서 치열하게 논의한 끝에 지난 61.5도 이내로 상승을 멈추게 노력하자고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하지만 공허하다. IPCC의 합의가 각국의 정책결정 변화에 큰 영향력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IPCC 총회에서 참고한 6000편의 과학연구는 우리의 삶을 획기적으로 변화해야만 한다고 요구한다. 기온 상승폭을 1.5도 이내로 낮추려면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크게 줄여야 한다. 2018년 현재 기준이 아니다. 2010년 기준으로 45% 감축을 달성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2050년에는 아예 배출이 없어야 한다. 그게 가능할까? 그 목표를 달성하려면 우리는 석유와 석탄이 제공하는 안락한 삶을 대부분 포기해야 할 텐데, 그럴 용의가 있는가?


우리가 잘 알다시피, 최고급 신형 승용차 광고의 메카가 된 송도신도시는 갯벌을 매립한 곳이다. 그 공간에 으리으리하게 솟은 초고층빌딩들은 막대한 전기와 화석연료의 소비가 없으면 잠시도 건재할 수 없다. 그 복판에 최근 더욱 호화스럽게 증축한 송도컨벤시아에서 IPCC 총회가 개최되었다. 회의 현장에 초대받지 않았지만 숱한 경험으로 볼 때 회의에 참석한 회원들은 고급 승용차를 몰고 와 주최 측이 제공한 고급 요리를 즐겼을 텐데, 그 때문에 배출된 이산화탄소는 따지지 않기로 한다.


IPCC 총회 참석자들은 휘황찬란한 송도신도시가 갯벌을 파괴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갯벌이야 말로 지구온난화를 가장 효과적으로 예방하는 자연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을까? 누군가 그런 사실을 사전에 귀띔했을까? 그 시실을 진작 알았다면 송도신도시, 그것도 송도컨벤시아에서 개막할 총회를 IPCC는 승인했을까? 승인했다면 IPCC 총회는 스스로 자신의 도덕적 권위를 훼손하는 게 아닐까? 해안의 드넓은 평지이고 주변에 일부 갯벌이 남아 있다. 눈썰미가 있다면 송도신도시는 갯벌매립의 현장이라는 걸 충분히 짐작할 수 있건만, IPCC 총회는 그 곳에서 개최되었다.


문제는 인천이다. 정확한 규모를 알지 못하지만, 모르긴 해도 인천시는 적지 않은 예산을 지원했을 텐데, 인천시민 대부분은 IPCC 총회가 인천에서 개최되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인천을 연고로 한 대부분의 언론마저 거의 주목하지 않았다. 당연히 인천시민 대부분은 지구 평균 기온 상승폭을 1.5도로 낮춰야 하는 이유를 모른다. 인천시는 인천시 소재 환경단체의 활동을 지원하지 않았다. 관심이 높은 국제회의의 위상은 함께 참여하는 시민단체의 열기로 평가된다. 하지만 인천시는 시민의 세금을 시민단체에 할애하는데 인색했다. 그러므로 시민들은 이번 IPCC 총회의 합의에 관심을 기울일 기회조차 없었다.


기후학자들이 기온 상승을 1.5도로 낮춰야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절박하다. 후손의 생존이 위험하기 때문이다. 산업화 이전보다 기구의 평균 기온이 2.0도 상승한다면 그 상승효과는 기온 상승을 더욱 부추기는 현상을 피할 수 없다는 과학적 연구가 명백한데, 우리는 절박함이 없다. 대한민국도 인천시도 없다. 그러니 인천시민도 없다. IPCC 총회의 만장일치 의결이 각국 정부는 물론, 총회 유치를 자랑한 인천시의 정책결정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니 참담하다. 차라리 인천시민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인천in, 2018.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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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일반·개발

디딤돌 2009. 4. 12. 00:11

 

2007년 노벨평화상은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간 협의회’(IPCC)와 미국의 앨 고어 전 부통령에 돌아갔다. 2007년 초에 4차 보고서를 제출한 IPCC는 온실가스의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이지 못하면 발생할 수 있는 재앙의 시나리오를 제시하며 경각심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했고, 유럽을 중심으로 한 국제 언론들은 그 자료를 근거로 국가와 시민의 행동을 연일 촉구하고 있다. 한편, 부통령 시절 《위기의 지구》를 쓴 앨 고어는 대통령 도전에 실패한 후 《불편한 진실》을 발표하고 세계 각지에서 기후온난화의 문제를 강연해 세계인의 주목을 끌어내는데 공헌했다. 최근 환경문제에 부쩍 관심을 보이는 노르웨이의 노벨평화상 위원회는 IPCC와 앨 고어의 노력을 인정했던 모양이다.

 

지구온난화를 경고하는 다큐멘터리로 아카데미상부터 받은 앨 고어는 그와 정치적 견해를 달리하는 측의 “말만 앞세우는 작자가 노벨상을 받았다”라는 비평에 직면하기도 했다. 절전형 형광등 사용을 역설하면서 미국 가정의 평균보다 무려 20배나 많은 전기를 사용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에 대해 태양열 전지판과 에너지 효율적인 전구를 사용해왔다는 고어 측의 변명은 오히려 망신을 자초하게 되었다고 언론은 전했다. 따뜻하게 온도 조절이 되는 수영장을 비롯하여 자동문과 차고 앞 진입로에 설치해 둔 가스 랜턴의 사용이 드러났다는 게 아닌가. 이후 주택을 환경 친화적으로 개조했다지만 방이 20개나 되는 저택의 한계는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석유재벌의 막대한 정치자금을 민주당보다 더 받는 공화당의 관계자는 책 제목에 빗대어 앨 고어의 진실이 불편하다고 연일 비난했는데, 그에 대해 유력한 방송매체를 운영하는 앨 고어는 부인과 더불어 집에서 일하는 까닭에 전기 사용량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변명했다고 당시 미국발 외신은 전했다.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나, 전기사용량보다 실망스러운 점은 다른 데 있었다. 미국의 정치인이므로 그의 주식투자의 방향과 액수는 그냥 넘어간다 해도, 맥도날도 햄버거를 즐긴다는 발언은 아쉬운 정도를 넘는다. 광우병이나 패스트푸드에 들어가는 첨가물 대한 문제의식이 결여되었다는 지적에서 그치는 게 아니다. 꼭 맥도날드일 필요는 없지만, 맥도날드로 대변하는 중앙 집중식 농업 시스템의 반환경적 문제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드러난 게 아니던가.

 

대통령 선거 직후 재정이 열악해졌던 앨 고어는 7년 만에 900백억 원 이상의 수입을 올렸다고 2007년 언론은 보도했다. 강연료 덕분이었다는데, 도대체 강연료가 얼마이기에 그런 수입을 올렸을까. 회당 10만 달러라고 하니 40만 달러인 잭 웰치나 20만 달러인 빌 클린턴보다 적더라도 우리가 감히 상상할 수 없는 거액임에 틀림없는데, 우리나라에서 몇 차례 강연한 바 있는 앨 고어를 과연 누가 초청하려 들까. 상당히 돈이 많은 사람일 텐데, 그런 사람들은 지구온난화의 원인을 제공해왔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을 것이다. 그들은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려하기보다 생색내기에 더 열을 올리려고 앨 고어를 초청했을지 모른다. 어쩐지, 노벨상 받은 앨 고어의 강연 노력에도 불구하고 온실가스 배출은 시방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최근 새만금 일원의 친환경 개발을 과시하려는 사람들이 앨 고어를 강사로 초청할 예정이라는 소문이 들린다. 앨 고어는 갯벌의 환경적 가치를 알까. 4만 핵타가 넘는 새만금이 갯벌이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을까. 환경운동에 대한 공적으로 노벨평화상까지 받은 정치인이 그 사실을 모른 채 방문해 강연한다면 문제다. 적어도 초청하는 국가의 환경 현안에 대해 관심이 없다는 것이고, 평소 환경운동가와 의견을 나누지 않는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새만금 개발세력이 그를 초청할지 여부는 아직 불확실하다. 초청받는다면, 새만금 간척사업에 대항해 싸웠던 우리 환경운동가와 미리 논의한 뒤 초청을 거부하거나, 찾아오더라도 자신을 들러리 세우려는 개발세력에게 분노하는 태도를 앨 고어는 연출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면, 그는 그저 부자들의 환경 쇼에서 거액의 출연료를 챙기는 불편한 유명인사 뿐일 것이다. (요즘세상, 2009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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