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추억

디딤돌 2005. 9. 1. 14:50
 


《환경은 세계사를 어떻게 바꾸었는가》,

이시 히로유키, 야스다 요시노리, 유아사 다케오 지음, 이하준 옮김, 경당 2003년



미국의 역사학자 하워드 진은 “역사는 편견”이라고 단정한다. 있는 사실을 노골적으로 왜곡한다기보다 사학자의 편견에 따라 사실을 취사선택하거나 평가를 달리할 수 있는 까닭에 역사는 중립과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그는 주류 역사에서 소외된 이를 그들의 눈높이에서 조명하려 노력한다.

 

인간의 역사는 승리자가 편집한다. 시저, 징기스칸, 나폴레옹의 역사는 그들을 영웅으로 그리지만 영웅들이 파괴한 마을과 죽어나간 가족의 참상과 고통은 거의 소개되지 않는다. 경작을 하던 유목을 하던, 인간의 발자취에는 크든 적든 문명의 흔적을 남았는데, 겉모습에 박수치는 문명사와 달리 그 이면을 살피는 환경 세계사는 문명의 결과를 긍정적으로 해석하기를 거부한다. 《환경은 세계사를 어떻게 바꾸었는가》에서 인류의 발자취를 환경 측면에서 조망한 3명의 일본 사학자들은 ‘무지나 무사려, 탐옥에 의해 유린되고 수탈되어온 포학의 역사’로 환경세계사를 성격 규정한다. 생존 또는 발전을 위한다며 지구 본래의 생태계나 물질순환 시스템을 왜곡했다고 주장한다.

 

일본의 중견 역사학자 3명은 인간 발자취에 의한 환경파괴를 3단계로 나눠 논의한다. 인류의 탄생에서 고대문명 붕괴를 그 첫 단계로 보고, 필요 이상 사냥하지 않던 유순한 네안데르탈인과 거대한 초색동물인 메머드가 저자들이 ‘현대형 신인’이라 말하는 욕심 사나운 크로마뇽인에 의해 절멸한 원인부터 풀어나간다. 농경과 불이 가져온 삼림 파괴의 역사, 가혹한 환경 착취에 따른 기후변동이 부른 인류이동, 혹독한 환경에서 등장한 종교와 철학을 발전이라 자화자찬하지 않는다.

 

그리스 로마 문명이 탄생했다 페스트 창궐로 붕괴된 15세기 이전의 유럽 환경을 저자들은 다음 단계로 들여다본다. 삼림파괴의 담보로 형성된 로마제국의 금속문명은 중금속 중독이라는 그림자를 남겼다고 직시하는 저자들은 종교에 의한 환경파괴와 정주생활이 가져온 질병의 창궐을 지적한다. 문명이 가져온 인구집중의 필연적 부작용이다. 마지막 단계로 저자들은 유럽 제국주의의 확대에서 비롯되어 오늘날까지 이어진 욕망을 돌아본다. 대항해는 파괴된 자국 환경을 극복하는 수단이었지만 질병의 확산과 인종착취를 야기했다. 육식문화, 관개농업, 양차대전이 몰고온 환경문제, 그리고 인구폭발은 욕망이 빚은 결과라고 간파한다.

 

인류는 장차 이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나. 극복할 수 있을까. 생명공학과 같은 새로운 문명이 아니다. 욕망을 조절할 줄 알아야 한다고 저자들은 말한다. 하지만 더욱 확대하는 개발로 한계를 극복하려는 문명사의 관성 속에서 그 가능성은 그리 밝지 않다. 그래도 저자들은 절망하지 않는다. 환경세계사를 전공하는 젊은 학도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거대한 석상을 산꼭데기에 늘어놓았던 이스터 섬의 주민들은 삼림파괴를 극복하지 못한 채 비참하게 사라져갔다. 지구라는 이스터 섬은 여전히 개발 경쟁이다. 자원낭비, 인구증가, 전쟁이라는 욕망의 역사는 환경파괴를 부추기는데 인류는 내일을 지속가능하게 물려줄 수 있을까. 자식 키우는 우리는 《환경은 세계사를 어떻게 바꾸었는가》를 반성문으로 읽어야 한다. (발간 예정 서평집 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