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동물

디딤돌 2006. 12. 8. 05:04
 

아침 일찍 개시하는 종로 교보문고를 들어가는 건, 이제 참으려 한다. 입구에 웅성웅성 기다리던 손님들과 우르르 계단을 내려갔는데, 아니, 일렬로 도열할 종업원들이 허리 숙여 일제히 인사하는 게 아닌가. 나를 알아보며 반가워한 것도, 일찍 찾은 손님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한 것도 아닐 것이다. 메모해두었던 책을 꼼꼼히 들여다보며 여러 권 찬찬히 구입할 심산으로 이른 시각에 찾았지만 어색하고 민망했다. 그래도 피맛골에서 삼치구이로 점심 먹을 수 있는 즐거움이 남았다는 게 다행이었지만.

 

피맛골. 사람 냄새 맡을 수 있는, 서울 시내에서 얼마 남지 않은 골목 중의 하나다. 지체 높은 양반네가 거들먹거리며 지나면 황급히 발걸음을 멈춘 백성들은 고개를 조아리며 가장자리로 물러나야 했는데, 그런 황망함을 피해 형성된 종로통 곁의 골목이 피맛골이다. 말을 피한다는 의미를 가진 조선 시대 피맛골에는 장사치의 호주머니를 터는 색주가와 한 잔 술로 백성들의 애환을 달래주던 선술집이 늘어져 있었다는데 지금도 그 흔적을 느낄 수 있다. 지갑이 얄팍한 시민들이 빈대떡이나 곱창을 안주삼아 긴한 이야기를 허물없이 나눌 수 있다. 그 피맛골에 삼치를 기막히게 구워내는 식당이 있다. 그런데 상에 올라오는 그 삼치, 너무 어린놈을 굽는다는 게 아닌가.

 

나로도. 우리 지명을 한자로 바꾸던 일제가 ‘나라섬’을 나로도(羅老島)라 이름 붙였다는데, 수많은 섬 중에 하필이면 남도 끝자락의 작은 섬, 전라남도 고흥군 나로도가 왜 ‘나라의 섬’이었을까. 삼치를 많이 잡아서? 아니다. 오랜 냉동저장이 가능한 요즘이야  삼치를 자주 먹지만 일제 강점기 이전에는 육지로 좀처럼 올라가지 못했다. 한데 나로도는 달랐다. 어업을 천시하던 조선 시대여서 섬은 관심 대상이 아니었어도 나로도에는 군사나 관아에서 필요한 말을 키우던 국영목장이 있는 까닭이었다. 지금 나로도에 국영목장과 말은 없지만 삼치가 있다. 삼치만이 아니란다. 2007년 완공 목표로 건설 중인 우주센터가 자랑일 예정이란다. 꽤 시끄러울 우주센터는 국영목장처럼 주민에게 별 관심이 없을 텐데.

 

어부들은 “삼치는 나로도로 통한다.” 하고 말한다. 8월에서 12월까지, 찬바람이 부는 거문도와 나로도 사이의 바다에서 주로 잡히는 삼치는 나로도에 모인다. 위판장이 거기 있기 때문인데, 때마침 물결이 잔잔해지는 나로도의 연근해에 쿠로시오난류가 흐르고, 난류를 따라 삼치가 찾아오는 것이다. 일제가 전량 수거해간 삼치가 해방 후 일본으로 대거 팔려나가면서 나로도는 제 섬 출신 학생의 교복에 금 단추를 달 정도로 부자였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그답지 않다. 1970년 후반 무렵부터 삼치 수출이 중단된 것인데, 덕분에 수도권의 서민들도 삼치 즐길 기회를 얻게 되었다. 한데 메뉴는 오직 구이다. 현지인이나 그 출신이 아니라면 삼치회를 모른다. 그만큼 삼치구이의 맛이 기막힌 까닭은 아닐지.

 

1970년대 후반, 당시 인천의 대학생들은 알량한 용돈을 모아 자유공원 아래 삼치골목으로 모였다. 암울했던 군사독재시절, 소주나 막걸리를 마시며 잠시 해방공간을 만끽해야 했는데, 그 집 안주인이 특별했다. 사복형사가 나타나면 얼큰해진 젊은이에게 다가가 입단속을 주문하거나 수배중인 학생을 숨겨주기도 한 것이다. 그로부터 한 세대가 지난 지금, 그 골목은 삼치구이 원조들로 성업 중이다. 반 뼘 넘는 몸통을 서너 토막으로 자르고, 등뼈 좌우로 펼쳐 석쇠로 구워내던 삼치는 먹성 좋은 대학생에게 그만이었는데, 요사이 피맛골의 삼치는 자그마하다. 30센티에 불과한 삼치의 몸통은 두께가 반의 반 뼘에 지나지 않는다.

 

동중국해에서 우리나라 서해와 남해를 지나 일본 홋카이도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까지 분포하는 삼치는 5월 경 부화해 부쩍부쩍 자란다. 새우와 멸치나 까나리들을 먹으며 삼사 개월만 지나도 한 자, 즉 30센티미터를 훌쩍 넘기고 1년이면 두 자로 늘어난다. 7년이면 1미터에 7킬로그램이 넘도록 몸집이 불어나는데, 5킬로그램이 넘지 않아야 제 맛이 난다고 귀띔하는 주민들은 12월 전후로 잡은 것이 맛이 최고라고 덧붙인다. 삼치회를 모르는 사람들이 구워 먹는 1킬로그램 미만은 8월 경에 주로 잡히는 ‘고시’로, 일본말로 ‘고시’라 칭하는 어린 생선을 나로도에선 삼치 축에 끼워주지 않는다.

 

3월 주꾸미에서 5월 밴댕이를 지나 12월 삼치로 이어지는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라서 가치를 발한다. 그런데 지나친 해안 개발과 매립은 자연 해안선을 거의 사라지게 했고, 물고기의 산란과 서식처는 망가지고 말았다. 게다가 경쟁과 욕심은 줄어드는 어족자원의 씨를 말린다. 공판장에 올라오는 성어가 평균 20퍼센트도 못되는 현실에서 갈치의 99퍼센트와 참조기의 95퍼센트가 알을 낳지 않은 미성숙어라고 언론은 전한다. 이런 남획을 중단하지 않으면 10년도 못 가 우리 바다에서 어족자원의 절반 이상이 사라질 것으로 전문가는 예측하는데, 삼치는 어떨까. 오징어를 제외하고 고급어종은 눈을 씻어야 보이는 요즘, 바닥까지 훑는 중국 쌍끌이 선단이 들어와 고갈을 부채질한다던데.

 

콜레스테롤의 생성을 억제하는 불포화지방산이 많아 동맥경화와 뇌졸중과 심장병을 예방해주고, 디에이치에이가 풍부해 고혈압과 심장마비를 막아주며, 아이들의 학습 능력 향상에도 도움을 주는 삼치는 칼슘과 철을 비롯한 무기질도 적지 않다고 영양학자들은 전하지만 그뿐이 아니란다. 비타민의 일종인 나이아신을 많이 함유하여 각종 염증의 방지에 도움이 되는 삼치는 단백질 비율이 높아 칼로리에서 참치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는 것이다. 이렇듯 어린이에서 노인까지 훌륭한 영양소를 저렴하게 제공해주는 삼치는 더없이 귀중한 우리 바다의 자원이 아닐 수 없다.

 

얼마 전 미국의 한 유수한 연구팀은 지구온난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지금과 같은 개발과 오염과 남획이 계속된다면 50년 뒤 바다에서 물고기가 사라질 것으로 예측해, 지대한 관심을 세계적으로 촉발시켰다. 아직 삼치를 잡을 수 있는 황해는 그 정도가 더욱 심각한데, 우리는 너무 어린 삼치만 구워먹는다. 3킬로그램이 넘는 성어를 얼음에 켜켜이 두 시간 정도 담았다 회로 먹으면 혀끝에서 살살 녹는다던데, 바다와 아이들의 건강을 보전하기 위해 어린 삼치는 좀 남겨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웬만해서는 피맛골에 잘 가지 않는다. 일단 들어서면 삼치 굽는 냄새를 이기기 어렵기 때문이다. (물푸레골에서, 2007년 1월호)

생물도감을 찾아보고 성어가 되면 그 크기가 1미터가 넘는다는 것을 알고 놀랐습니다.
그만큼 어린 삼치를 잡는다는 말인데.. 그러다가 명종이라도 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박박사님.. 언제 한 번 삼치구이 먹으러 동인천 삼치구이집에 가 보십시다. ^^*
동인천 삼치구이집 가면 저도 불러주오.
월요일, 18일, 저녁을 기합시다.시간이 어떤가요. 동글, 새만금 갯벌, 나와 두분, 아니면 추억을 공유하고 싶은 다른 분도, 서로 그리고 제게 연락을(011-9720-57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