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반·개발

디딤돌 2011. 12. 15. 00:20

 

얼음은 물에 뜬다. 물이 얼면 부피가 늘어나기 때문이라는 건 초등학생도 아는 상식이다. 물은 유연하다. 어떤 모양의 그릇이든 부으면 들어가지만 얼음은 다르다. 유연한 물도 일단 얼면 그 모양을 고집한다. 역시 상식이다. 기상대는 올 겨울이 그리 춥지 않다고 했건만 사람들은 지레 겁을 먹고 내복을 꺼낸다. 북극해에 얼음이 녹은 여파가 역설적으로 시베리아를 차갑게 했고 그 여파로 우리나라에 연일 맹추위가 몰아쳤던 작년, 전국의 중상류 강물은 꽁꽁 얼었다. 그때 24시간 쉬지 않던 4대강 사업의 현장마다 10미터가 넘는 보를 세우기 위해 콘크리트를 거푸집에 연실 붓고 있었다.

 

모래와 자갈에 시멘트를 넣고 버무리는 콘크리트에 물은 빠질 수 없다. 굳지 않은 콘크리트는 보를 위한 거푸집에 잘 들어갔고 차디찬 겨울바람에도 잘 굳었지만, 그 안에 흥건했던 물은 얼어붙었다. 그 넓고 복잡한 현장에서 난방 기구를 총동원해 아무리 애를 썼어도 물이 어는 건 도저히 막을 수 없었다. 4대강의 흐름을 16군데에서 6미터 깊이로 가로막은 10미터 높이의 철근콘크리트 보는 현재 완전히 제 모습을 갖췄다. 하지만 미세한 구멍이 숭숭 뚫렸을 게 틀림없다. 지난겨울에 꽁꽁 얼었던 물이 녹으며 부피를 줄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가, 16개의 보 중 9군데에서 물이 줄줄 샌다고 언론은 전한다.

 

16개의 대형 보는 아직 강물을 완전하게 가두지 못했다. 가둔지 얼마 되지 않아 6미터 깊이로 모여들지 못한 곳도 있지만 모래가 다시 모여들었기 때문이다. 강변에 산처럼 쌓아놓았던 모래더미가 홍수로 다시 흘러든 곳도 있고, 이른바 역행침식으로 상류와 지천의 모래들이 밀려든 것이다. 그래서 대형보가 가로막았어도 예상과 달리 6미터 깊이를 유지하지 못하는데, 문제는 용의 해인 내년이다. 비를 상징하는 용이라서가 아니다. 기상이변이 심각해지는 요즘, 해마다 국지성호우는 순간 강수량을 늘린다. 경사가 급한 산간지역에 퍼붓는 빗물이 상류를 가로막은 보에 모여들면 장차 어떤 일이 발생할까.

 

신호대기에 자동차들이 멈춰 늘어선 교차로를 생각해보자. 직진신호등이 켜졌더라도 뒤에 쳐진 자동차는 즉시 움직이지 못한다. 앞차가 나가야 비로소 앞으로 나갈 수 있다. 강물 1억 톤 정도 저장하는 8개의 대형보가 커다란 호수로 이어지는 낙동강도 마찬가지다. 상류에서 퍼붓는 억수 같은 국지성호우가 물을 가득 담고 있는 대형 보에 밀려들어올 때, 기상예보에 촉각을 곤두세우던 담당자도 황급히 담긴 1억 톤이나 되는 강물을 즉각 빼내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대형 보에 몰리는 수압은 급작스럽게 증가할 테고 구멍이 숭숭 뚫린 대형 보는 그만 견디지 못하고 붕괴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다.

 

상류의 대형 보를 허문 막대한 물은 그 아래의 호수로 무섭게 밀려들 것이다. 그때를 대비해 미리 고였던 강물을 관리자들은 제때 비울 수 있을까. 상류의 대형 보를 허문 강물은 더욱 기세를 올리며 다음 대형 보에 몰리는 수압을 높일 수밖에 없고, 아래의 대형 보를 여지없이 허물어뜨릴 가능성이 높다. 그 대형 보 역시 지난겨울에 부은 콘크리트로 굳히지 않았던가. 두 개의 대형 보에 갇혔던 강물과 상류에서 밀려든 국지성호우가 한꺼번에 노도와 같이 그 아래 보를 향해 갈 때, 대형 보를 관리하는 자가 할 일은 많지 않을 것이다. 주민들에게 대피를 알리며 탈출하는 일만 남을 것이다. 일단 재난은 피해야 이후 대책을 세울 게 아닌가.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집요하게 고발했던 학자는 착공은 가능하지만 완공은 불가능한 사업이라고 주장했다. 그래서 그런가. 많은 사람들을 불러 앉힌 가운데 가수의 공연을 보여주며 팡파르를 울렸던 정부는 아직도 완공이라는 말을 자제한다. 완공한 뒤 남은 공사비를 지불하면 현장의 장비는 모두 떠날 것이다. 그 이후 국지성호우가 오면 큰일이 벌어질 수 있는데, 벌써부터 물이 샌다. 팡파르가 울렸건만 물이 줄줄 샌다. 우린 손으로 제방을 막아 마을을 구한 네덜란드의 소년의 이야기를 어려서 들었다. 손가락으로 막은 제방의 구멍은 처음 바늘구멍보다 작았을 것인데, 놔두면 팔뚝으로도 막지 못한다고 배웠다. 팡파르와 관계없이 아직 공식적으로 완공되지 않은 4대강 사업 구간의 16개 대형 보 현장에 공사 장비는 남아 있다. 아마 지불해야 할 공사비도 남았을 것이다.

 

최근에 발표된 국토연구소 용역보고서는 4대강의 대형 보를 유지하는데 해마다 6천억 원이 들어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의 입김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한 전문가들이 연구해낸 결과가 그렇다. 대형 보의 관리운용에 들어가는 비용만이 아니다. 자전거도로에 들어가는 비용도 있고 풀을 깎는데 들어가야 하는 비용도 물경 400억 원이 넘는다. 하지만 그런 예산은 대형보가 안전할 때에 국한된다. 무너지면 비용은 천문학적으로 뛸 것이다. 대형 보 주변의 마을, 농경지는 올 3월 지진 이후의 대형 쓰나미에 처참해진 일본 동북해안만큼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민원은 걷잡을 수 없을 끓어오를 게 틀림없다.

 

그래도 아무 상관이 없다. 대한민국의 국운을 좌지우지하는 토목세력이 버티고 있는 한, 걱정 말란다. 무너지면 다시 세우면 된다. 마을도 농경지도 다시 만들면서 토목세력은 어화둥둥! 큰돈을 벌어들일 게 아닌가. 무너진 대형 보? 다시 세우면 된다. 또 터지면? 어화둥둥! 물론 철거도 토목이 한다. 연천댐이 그러지 않았던가. 이래저래 돈벌이는 이어진다. 수십 조 원이 들어간 4대강 사업은 결코 완공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얼마나 좋은가. 현 정부가 그토록 배려하는 대한민국의 토목 마피아는 물이 줄줄 새는 4대강 현장을 오늘도 떠날 수 없다. 정말 눈물겹다. (지금여기, 2011.12.14)

쌓이는 모래 계속해서 준설하려면 그 만큼 일자리가 생기겠지요.
그걸 홍보하려 하지 않을까요. 얼빠진 가카와 쥐떼들.....

 
 
 

환경일반·개발

디딤돌 2011. 5. 9. 15:21

 

후쿠시마 핵발전소에서 배출돼 지구의 대기로 확산된 방사성 물질을 포함해서 그런가, 요즘 내리는 봄비는 예년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1970년대 가수 박인수는 나를 울려주는 봄비는 이슬비라고 노래했지만 요즘 봄비는 내렸다 하면 100밀리미터에 달한다. 그래서 완공을 눈앞에 두었다는 4대강 사업 구간은 봄비가 내리면 경계상태에 들어가야 한다.

 

4대강 사업 현장의 가물막이는 10미터가 넘는 대형 보의 교각을 세우기 위해 거대한 철판으로 도도히 흐르는 강물을 절반 정도 차단하는 시설이다. 가물막이로 폭이 좁아진 강은 평소에도 물살이 급하게 흐르니 큰비는 가물막이를 허물어뜨리기도 한다. 작년 낙동강과 남한강 구간에서 몇 차례 사고가 났고 위기에 처한 적은 더 많았다. 좁게라도 강물이 흐르는 요즘과 달리, 4대강 16군데에서 흐름을 막는 대형 보가 완성돼 보마다 1억 톤 정도의 강물을 가두기 시작한 올 가을 이후 큰비가 내린다면? 보를 넘쳐흐르는 강물로 인한 피해는 감히 상상하기 어려울 수 있다.

 

지난 584대강 사업을 위해 설치한 낙동강 구미취수장의 임시보가 무너졌다. 그 여파로 구미시 일원 50여만 시민의 식수가 중단되고, 구미국가산업단지에 수돗물이 차단돼 큰 손해를 입혔다는데, 임시보 아래쪽이 물살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졌다고 밝힌 수자원공사는 당일 긴급 복구를 마칠 것이라 장담했지만 문제는 같은 사고가 얼마든지 재현될 수 있다는데 있다. 예년 같지 않은 봄비에 당했다면 장마철 이후에 더욱 기승을 부릴 국지성 호우, 지구온난화가 일으키는 소낙성 호우는 어찌 감당할 것인가. 기상대가 예견하지 못하는 집중호우가 빈발하는 상황에서 대형보는 취수장 붕괴 이상의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416, 경북 상주에서 열린 자전거 축제 개막식에 참여한 대통령은 “4대강을 갖고 이러쿵저러쿵 하시는 분도 많지만 금년 가을 완공된 모습을 보게 되면 모두가 수긍할 것이라는 발언을 했다. 불과 2시간 전 18킬로미터 떨어진 현장에서 노동자 2명이 사고로 사망한 뒤에 그런 발언을 남긴 대통령은 올해 12명 현재까지 20명이 무리한 작업에 지쳐 사망했다 사실을 모를 리 없었을 것이다. 한데 4대강 사업의 수장인 국토해양부장관은 국회에 출석해 살인적인 공사 진척 때문에 사망자가 속출한다는 한 의원의 질타에 사고다운 사고는 몇 건 없고, 대부분 본인 실수에 의한 교통사고나 익사사고라고 말해 물의를 일으켰다.

 

지난겨울은 유래 없이 추웠다. 얼음은 물보다 부피가 크다. 밤을 새며 가설한 교각은 얼어붙었을 테고, 얼음이 녹자 콘크리트 사이에 무수한 공간이 생겼을 텐데, 대형 보는 쓰나미처럼 쏟아져 들어올 호우에 견딜 수 있을까. 토목 전공 교수들은 고개를 젓는다. 하루 평균 10시간 이상의 밤샘 작업으로 피로가 겹쳐 발을 헛딛거나 덤프트럭에 치어 사망한 노동자를 애도하지 않은 정부는 개인의 잘못으로 몰았다. 자연이 훼손되고 약자가 죽어가도 대변할 사람도 없는 비정한 현실을 슬퍼한 이해인 수녀는 우리의 정신적 장애를 걱정했는데, 현장을 목격한 신경림 시인은 반대하지 않는 자도 천벌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 조용히 분노했다.

 

정작 문제는 완공 후 발생할 것이다. 물살에 따라 흐르던 모래가 호수에 고이면 물이 썩을 수밖에 없는데, 배가 드나들 정도로 수심 6미터 이상 고인 호수에 하루 100밀리미터 이상의 비가 기상대 예보를 비웃으며 내린다면 그 하류는 공사 기간의 희생보다 큰 피해를 안길 가능성이 크다. 상류의 보를 넘친 노도와 같은 물은 미처 고인 물을 빼내지 못한 하류의 보를 차례로 덮칠 수 있다는 게 전문가의 견해다. 그뿐이 아니다. 노도와 같은 본류에 거센 물길을 보내게 되는 지류에 필연적으로 역행침식이 발생하면 강둑이 터질 뿐 아니라 교량이 주저앉아 주변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일으킬 수밖에 없다는 게 아닌가.

 

이미 80퍼센트 이상 진척되었다지만 죽음을 방조하는 4대강 사업은 당장 중단하고 늦기 전에 원래의 모습으로 강을 환원해야 하다. 이제껏 생명을 품어온 강은 토건자본의 먹이가 아니다. (요즘세상, 2011.5.?)

 
 
 

도시·인천

디딤돌 2011. 5. 6. 10:01

 

4월 마지막 주말, 봄비가 제법 많았다. “나를 울려주는 봄비, 언제까지 내리려나, 마음마저 울려주네.”하며 가수 박인수는 이른 1970년대에 목청을 높였지만 신중현이 작사 작곡한 봄비는 빗방울 소리가 쓸쓸한 이슬비라 했다. 봄을 채근하는 비는 그렇듯 이슬비가 대세였는데, 지난 주말의 비는 결코 쓸쓸하지 않았다. 남아 있던 벚나무의 꽃잎을 모두 떨어뜨리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후쿠시마 핵발전소를 빠져나가 지구를 돌다 한반도 상공에 머물던 방사성 물질을 쓸어내려 대지를 척척하게 적시더니 4대강 사업 현장을 덮쳤다. 앞으로 벌어질 사태를 경고라도 하듯이 무섭게.

 

비록 적은 양이라도 빗물에 섞인 방사성 물질이 대지에 머물다 농작물로 흡수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는데, 빗물에 휩쓸린 방사성 물질은 4대강 사업으로 바닥이 6미터 깊이로 파인 강 분류에 지류를 타고 몰려들 게 분명하다. 현재 완공되지 않은 10미터 이상의 대형 보는 강물을 영원토록 잡아두지 않을 테니, 후쿠시마 발 방사성 물질은 해안에서 바다로 퍼질 것이다. 산란철을 앞둔 바닷물고기들이 곧 해안에 알을 낳을 테니 방사성 물질은 먹이사슬을 타고 생태계 전반으로 확산되겠지. 반감기가 거듭돼 방사능 준위가 애초의 1천만분의1이 될 때까지. 반감기가 30년인 세슘은 700년이 지나야 비로소 안전해진다고 전문가는 말하다.

 

지난 봄비는 남한강 4대강 사업장의 현장을 휩쓸고 지나갔다. 중부지방 일원에 특히 집중된 비는 인천과 서울에서 벌어질 프로야구 경기를 취소하게 만들었는데, 여주와 이천 일대의 분수계에 내린 빗물은 대지나 숲에서 전처럼 완충되지 못하고 일거에 낮은 곳으로 향해야 했다. 부추겨진 욕구에 의한 도시와 공업단지의 경쟁적 개발과 확장이 농경지를 거듭 매립하게 하고 숲을 파내게 만들면서 지표를 아스팔트와 시멘트로 뒤덮은 까닭이다. 이제 빗물은 땅에 떨어지기 무섭게 남한강 본류로 순식간에 몰려들 수밖에 없고, 결국 대형 보를 세우기 위해 설치한 여주 강천보의 가물막이를 허물어뜨리고 만 것이다.

 

작년 장맛비와 소낙성 호우로 파괴되었거나 그 위기에 놓였던 남한강 일원의 가물막이는 정부와 공사 관계자의 장담처럼 곧 복구될 테지만, 우리가 다시 확인한 것은 대형 보가 완성된 이후의 위험성이다. 6미터 깊이로 차단된 강물이 호수처럼 고여 있을 때 비가 지난 주말 이상 내릴 경우 일어날 사태는 무엇일까. 보 주변은 일찍이 만난 적 없는 재해를 상습적으로 받을 게 아닌가. 가물막이를 무너뜨린 강수량은 90밀리였는데 그 정도의 빗물은 장마철은 물론 장마철 전후에도 많다는 걸 우리는 경험적으로 잘 안다. 지구온난화가 심화되면서 기상이변이 속출해 하루에 300밀리 이상의 호우가 내린다고 우리는 놀라지 않는다. 이제 후쿠시마 핵발전소가 안전하게 폐쇄될 때까지 대기에 조금씩 농축될 방사성물질은 4대강 사업이 만든 보 안에 농축될 테지.

 

서울시에서 호기 있게 추진하는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가 표류하고 있다고 언론이 얼마 전에 발표했다. 아마 자금이 부족한 모양인데, 자금이 모이면 다시 서두를 텐가. 5개 분야 33개 사업에 6500억 원이 들어갈 예정이던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는 심곡수중보를 14킬로미터 아래로 옮기는 걸 전제로 한다. ‘아라뱃길로 칭하는 경인운하가 연결될 지역보다 아래쪽으로 수중보를 옮겨야 청사진이 근사한 르네상스 사업이 가능한 모양인데, 4대강 사업으로 남한강에 완공될 3개의 보에서 머뭇거릴 강물이 양수리를 지나 팔당댐에서 다시 멈췄다 르네상스 프로젝트가 예정된 한강에 모여들 즈음, 수질은 참을만할까. 결국 그 물은 경인운하를 지나 인천 앞바다로 흘려들 것이다.

 

강은 흐름을 멈추는 순간 생기를 잃는다. 상류에서 오염된 물은 호수에 흘러들어 멈추면서 썩는다. 지구가 23.5도 기울어 자전과 공전을 하는 한, 굽이굽이 흘렀던 강은 여기저기 모래와 자갈을 내려놓고 저 멀리 바다에 고은 흙을 펼쳐주었다. 우리 강에 특히 많은 화강암 기반의 모래는 강물을 따라 흐르며 생기를 이어주었다. 석영과 장석과 운모로 형성된 작은 모래 알갱이가 풍화돼 운모가 있던 자리에 흠이 생기면 그 자리에 미생물이 깃들어 강물을 정화하기에 가능했던 거다. 덕분에 플랑크톤과 수서곤충과 민물고기와 새들이 다채로운 생태계를 형성하며 오랜 세월 어우러졌고, 덕분에 우리 조상도 터 잡고 살 수 있었건만, 이제 그 관계가 끊어질 예정이란다. 4대강 사업이 만든 대형 보마다 필연적으로 거대한 호수를 남길 것이기 때문이다.

 

흘러드는 모래와 자갈은 대형 보가 만든 호수의 바닥에 켜켜이 내려앉을 것이다. 그뿐인가. 강물을 따라 오랜 세월 바다로 나가 너른 갯벌에 내려앉던 우리 산비탈의 부엽토도 흐름이 멈춰 산소가 고갈되는 만큼 썩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4대강 사업으로 본류가 6미터 깊이로 파헤쳐지면 큰 빗물을 받아내는 지류의 흐름은 더욱 거세지며 모래와 자갈을 빠르게 본류로 이동시킬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학자들이 역행침식이라 칭하는 현상, 다시 말해 지류의 바닥과 제방이 패이고 무너지는 일이 발생한다. 작년 921일 붕괴된 여주 신진교가 그 때문이었지만 4대강 사업이 완료된 이후에는 더욱 빈발할 수밖에 없다.

 

역행침식은 대형 보의 바닥에 막대한 토사를 쌓이게 만들 테고, 바닥을 그때마다 준설하지 않는 한, 바닥이 높아지는 보는 걸핏하면 넘쳐흐를 수 있는데, 지금 4대강 사업으로 만드는 대형 보는 사실상 댐이다. 대개의 보는 강물이 언제나 넘쳐흐르게 설계돼 있지만 댐은 아니다. 댐의 물이 넘쳐흐르면 위험해진다. 사력댐, 다시 말해 모래와 흙으로 만든 댐은 넘쳐흐르면 무너지지만 철근콘크리트로 만든 댐은 댐 자체보다 댐과 이어지는 제방을 먼저 무너뜨린다. 2000년에 결국 헐어낼 수밖에 없었던 연천댐이 그랬다. 4대강 사업으로 한강에 3군데, 낙동강에 8군데, 금강에 3군데, 영산강에 2군데 만드는 대형 보는 물을 흘러넘치게 하는 구조가 아니다. 기존 댐처럼 가동보라 칭하는 수문을 가진다. 그래야 고인 물과 함께 모여든 토사도 수시로 배출시킬 수 있지만 나중에 운하처럼 배를 다니게 할 수도 있다. 4대강 사업을 운하사업이라 의심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대통령이 대구를 항구도시라고 귀띔한 이유가 과연 무엇일까.

 

기상이변이 해마다 심화되는 요즘 우리가 상기해야 할 문제는 여주 강천보의 가물막이를 허문 정도의 강우량은 잦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어야 한다. 6미터 깊이로 파놓은 4대강 본류는 평상시 6미터 깊이로 강물이 멈춰 있을 텐데, 해가 지날수록 심화되는 기상이변은 뜻하지 않은 사태를 그때마다 강요할 가능성이 높다. 4대강 대형 보의 수문을 큰비가 내리기 전에 충분히 열어두어 안전할 정도로 수량을 비워놓아야 할 텐데, 그를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슈퍼컴퓨터를 여러 대 사용하는 기상대도 집중호우의 양을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한다. 수문을 진작 열어놓지 않은 대형 보에 넘쳐흐를 집중호우는 상류의 보를 넘어 아래로 쓰나미처럼 쏟아져 들어갈 테고, 결국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의 현장을 지나 하구로, 경인운하로 스며들 터. 그 과정에서 주변 지역은 일찍이 겪지 않았던 재난에 시달릴 수밖에 없을 게 아닌가.

 

대형 보가 없었을 때보다 20배나 멈칫거리며 조금씩 경인운하와 인천 앞바다에 흘러들 한강물은 전에 없이 오염되었을 테고, 큰비가 내려도 대형 보의 수문이 열리지 않는 한 모래와 흙을 하구로 내려보내지 못할 것이다. 또한 수문을 갑자기 열면 썩은 토사가 아래로 밀려들 가능성이 높다. 지금도 거듭 매립하는 만큼 사라지는 갯벌은 더욱 줄어들면서 필시 오염될 테고, 지금도 막무가내로 퍼내는 바닷모래 역시 급격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인천의 자랑인 풀등, 다시 말해 바다 속에 있다 썰물 때 황홀하게 드러나는 넓디넓은 모래톱은 이미 2미터 가까이 높이를 줄였지만 더욱 낮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인천 앞바다의 많은 섬마다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해변의 모래밭도 바닥을 드러낼 수 있다. 위축되는 바다의 모래와 펄은 해산자원을 급격히 위축시킬 테고, 우리 후손은 풍요로운 바다를 잃게 될지 모른다.

 

굽이쳐 흐르는 강 여기저기에 모이는 모래와 자갈은 숱한 육지의 생물에게, 하구와 바다에 넓게 퍼지는 갯벌은 무한한 바다의 생물에게 까마득한 세월 동안 산란장과 터전이 되었다. 역사와 문화를 간직하던 인천이 제 자리를 지키는 연유가 거기에 있었건만 앞으로 어떨까. 오염된 강물은 돈과 기술로 정화시켜 먹고 바다 생선은 공장식 축산으로 생산한 살코기로 대신하면 그뿐일까. 막대한 에너지가 들어가는 4대강 사업은 막대한 에너지의 지원 없이 불가능하다. 그런데 그런 에너지는 구제역과 조류독감을 넘어 지구온난화를 일으켰고 후쿠시마 핵발전소에서 방사성 물질을 내뿜게 했다.

 

많은 학자들은 석유 생산이 정점을 지났다고 주장한다. 정점이 지난 석유는 가격이 치솟을 게고 석유에 길든 우리네 삶은 점점 위축을 지나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이런 앞날이 예견된다면 자식 행복하길 바라는 우리는 늦기 전에 에너지와 기술과 돈이 덜 들어가는 삶, 다시 말해 멀지 않았던 조상의 삶을 다시 맞을 준비를 해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녹색이다. 자연스러운 삶을 지향하는 까닭에 녹색은 경쟁으로 얻어야 하는 성장의 아이콘이 될 수 없다. 다양성의 가치를 인정하는 녹색은 각자의 개성을 배려하는 지속가능한 나눔에 가깝다.

 

녹색을 참칭하는 4대강 사업은 대형 보가 그 자리에 있는 한, 4대강의 본류와 지류, 그 강의 품에 기대며 사는 생명들, 그리고 인천 앞바다를 위협할 것이다. 앞으로 더욱 치명적으로. 그러므로 인천 사람들도 4대강 사업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며 행동에 나서야 한다. 4대강 사업은 결코 인천과 무관하지 않은데, 봄비가 전 같지 않은 요즘, 우리나라의 핵발전소도 정보를 숨기면서 수명을 거듭 연장할 모양이다. (인천in, 2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