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천

디딤돌 2013. 8. 21. 18:02

 

 

자전거는 자동차나 오토바이처럼 공간을 난폭하게 대하지 않고, 풍경의 일부가 되어 세상을 겸손하게 바라보게 만듭니다. 더러 방귀를 뀌는 개인적인 사정 외에는 대기를 오염시킬 일이 전혀 없고, 정기적인 대인대물 보험료를 납부해야 하는 쓸데없는 지출을 하지 않아도 되고, 운동부족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일찍 떠날 염려가 거의 없는, 인류가 만든 공산품 중에 가장 아름다운 발명품입니다. 달리다가 문득 한 발은 페달에, 한 발은 대지에 굳건히 딛고 서서 지나가는 이웃에게 밥 먹었니?” 하고 물을 수 있는 자전거는 사람과 사람을 정으로 연결시키기까지 합니다. (2002년 풀꽃상 선정 이유)

 

 

 

들어가는 글

 

누구나 알듯, 자동차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이다. 석유를 태우며 적지 않은 이산화탄소를 내뿜는 자동차는 7억대 가까이 지구촌을 굴러다닌다. 화석연료 사용을 획기적으로 줄이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맞을 수밖에 없다는 유엔 산하 정부 간 기후변화위원회(IPCC)’의 보고서가 2007년 채택된 이후 세계의 환경단체는 물론 국가들도 긴장을 늦추지 않지만, 정부들은 아무래도 행동에 한계를 가진다. 대표적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의 배출을 눈에 띄게 억제하려면 자동차를 아예 타지 않으면 좋겠지만 산업구조와 일자리 안정을 먼저 생각하는 정부는 자동차 사용 시간을 줄이자고 호소하는데 그칠 뿐이다.


한때 자동차 운전자에게 이산화탄소 배출에 대한 세금을 매기려던 영국 정부는 거듭 실패한 뒤 포기했다.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990년 수준으로 줄이려면 해마다 3퍼센트 가까운 감축이 필요한데 최근 5년 동안 고작 0.5퍼센트를 줄이는 데 불과하기에 세금 부과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지만 여전한 운전자들의 반발로 결국 무산된 것이다. 그 대신 제한속도 위반 단속을 강화하는 정도로 그쳤다는데, 그런 미온적인 정책으로 지구온난화가 효과적으로 억제될 리 없다. 국가에서 정책적으로 추진할 정책은 무엇일까. 자동차 없는 사회구조로 개편하기 어렵다면 자동차 사용을 최대한 억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 속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국가 중에서 가장 빠르다. 그동안 개발도상국이라는 읍소로 온실가스 의무 감축국가에서 제외되었지만 일찌감치 경제협력개발기구에 가입한 우리나라가 계속 예외국가로 인정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국제에너지기구(IEA)2009년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1990년에 비해 무려 113퍼센트나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지구 평균 기온이 3도 미만으로 상승하는데 그치도록 대기권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450피피엠으로 안정시키려면 국가 차원의 노력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개개인이 노력이 우선되어야하는데, 국가는 그런 개인의 노력을 뒷받침하는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 억제를 위해 자동차 통행세를 받겠다고 정부가 나선다면 우리나라 운전자들은 세금을 고분고분 납부하거나 자동차를 세울까. 자동차 산업의 비중이 큰 우리는 쉽지 않을 것이다. 유럽의 많은 도시에서 시속 30킬로미터 수준으로 채택하듯 도심 자동차 제한속도를 엄격히 낮출 필요도 있지만 그마저 충분치 않다. 제한속도를 시속 30킬로미터로 낮춘다면 어떤 일이 생길 수 있을까. 그 정도 속도라면 차라리 자전거를 선택할 사람이 늘어날 수 있다. 그를 반영해 자전거도로를 확충하면 교통사고를 줄일 뿐 아니라 도시가 깨끗해지며 시민들의 건강을 도모할 수 있다. 그런 점을 모르지 않지만, 아직 우리는 자동차의 편의를 포기하지 못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우리 시민들이 자전거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유럽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이 늘어서 그런 걸까.


환경단체 풀꽃세상을 위한 모임에서 2002풀꽃상을 자전거에 드리면서 선정 이유를 발표했다. 천여 명의 회원이 활동하는 풀꽃세상을 위한 모임은 자연에 대한 존경심 회복을 운동 목표로 한다. 자연에서 태어난 인간은 이용가치가 아니라 존재가치 그대로 자연을 보아야한다고 주장하는 그 환경단체는 존경하는 마음으로 자연에 상을 주는 게 아니라 드리는 행사를 한다. 행사에 참여한 회원 전원 합의로 풀꽃상선정회의를 거치며 존경해야 할 자연의 무게를 배우는 풀꽃세상을 위한 모임은 이 나라의 모든 사람들이 지금보다 더 자주 자전거를 타기 바라는 마음에서 자전거에 풀꽃상을 드리기로 했다.


지구를 살리는 7가지 불가사의한 물건들에서 존 라이언은 도로의 가장자리는 자동차 배기가스가 가장 적다고 말한다. 보통 자전거도로는 자동차도로의 가장자리에 있다. 그 사이에 안정장치와 공간이 없는 경우 사고의 위험성이 큰데, 안전한 자전거도로라 하더라도 자전거 이용하기 꺼려졌던 건 공기가 깨끗하지 않을 거라는 걱정 때문이었다. 존 라이언은 그런 우리의 걱정을 덜어주었다. 도시의 자동차 제한속도가 전용도로의 자전거 속도보다 빠르지 않고, 자전거 전용도로의 안전이 확보된다면 자전거를 이용하는 시민은 점점 늘어날 것이다. 자전거 타는 재미까지 더할 수 있다면 우리나라의 자전거 이용률도 유럽처럼 늘어날 것이다.

 

 

대안은 생활 자전거

 

우리나라에서 요즘처럼 자전거 타기 즐거운 여건은 이제까지 없었다. 자전거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늘어나면서 도시마다 자전거도로와 관련 시설의 확보에 많은 예산을 투여하고 있지 않은가. 아직 완전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 편의와 안전이 배려된 자전거도로마다 자전거 타는 시민들이 늘었고 주말이면 먼 거리를 자전거로 이동하는 이도 적지 않다. 하지만 도시에서 자동차를 대체할 정도로 자전거를 이용하는 시민은 아직 드물다. 석유위기 시대에 지구온난화를 억제하는 수준은 결코 아니다.


4대강을 따라 전국을 잇는 자전거도로를 만들겠다고 호언했던 전 정권 하의 국토해양부는 경인운하 양측을 따라 폭 5미터 이상의 자전거도로를 부설해 기존 한강의 자전거도로와 연결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20킬로미터의 자전거도로가 운하 양측에 부설되면 수도권 주요 하천의 자전거도로에서 출발해 두서너 시간이면 경인운하의 끝 지점인 인천 앞바다까지 도착할 수 있다고 호언했다. 인천에서 낙조도 즐기고 회도 곁들일 수 있는 레저와 여가문화의 획기적 변화를 만끽할 수 있다며 지난 정부는 기대를 한껏 부풀렸다. 그 결과 아라뱃길로 치장된 경인운하는 명실상부하게 세계 최고의 자전거도로를 갖추었다. 기네스북에 등재될 그 자전거도로는 하지만 자동차 운행을 전혀 줄이지 못한다.


상주시에서 열린 자전거 축전 개막식에 참석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자전거 산업과 자전거 이용을 녹색성장의 중요한 요소로 언급하면서 “4대강이 다 되고 나면 4대강 유역에 전부 자전거길이 생긴다.”고 밝히고 상주에도 100만 명 이상의 외국 관광객이 방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인근 4대강 사업의 낙동강 구간에서 노동자 2명이 사망한 지 불과 3시간이 지난 뒤 가진 축전 개막식에서 자전거 동호회와 네덜란드 대사를 포함한 내외빈이 1킬로미터를 달리며 활짝 웃었지만, 해마다 무려 100만 명의 외국 관광객들이 어디에서부터 자전거를 타고 상주로 올 것인지, 와서 무엇을 봐와 할지 일체 설명하지 않았다.


아직 인천 앞바다를 바라보는 경인운하 지점에 횟집은 없지만 장차 회와 한잔 술까지 걸친 서울의 자전거 이용자는 다시 자전거를 타고 서울까지 가려할까. 가기 어렵거나 싫어질 수 있겠다. 따라서 자동차를 별도로 가지고 오거나 시간을 넉넉히 잡아야 한다. 다행이 넉넉한 시간을 갖고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서울에서 인천의 바닷가까지 왕복하려 해도 자전거가 무거우면 힘겨워하는 이가 생길 수 있다. 그 정도 거리를 이동하려면 자전거가 가벼워야 하는데, 가벼울수록 자전거의 가격은 높다. 큰마음을 먹고 구입했다고 하자. 그런데 그 정도로 비싼 고급 자전거는 도난의 위험이 있다. 사양이 고급인 만큼 이용 도중에 고장이 나면 아무데서 고칠 수 없다. 그런 자전거로 먼 거리를 이용하려면 아무래도 자동차가 동원되는 게 낫다. 먼 거리를 즐기는 레저용 자전거는 이래저래 자동차를 대신할 수 없다.


도시에서 자동차를 대신하려면 굳이 고가의 가벼운 자전거일 필요는 없다. 거리가 가까운 만큼 다소 힘겹더라도 운동하는 셈치고 흔쾌히 이용할 수 있다. 도시에서 자전거 이용이 활발한 유럽과 일본의 많은 시민들은 일상생활에서 저렴한 자전거를 주로 탄다. 자전거로 마을을 거의 벗어나지 않는다. 작심하고 여행을 즐기려면 가벼운 자전거를 구입하거나 빌리지만 그런 이는 자전거 이용 인구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고급 자전거를 이용하는 여행이라고 해도 마을과 도시 내에 편리하고 안전한 자전거도로가 구비돼 있을 때 편리하다. 우리처럼 자전거 편의시설이 부족한 도시에서 먼 거리를 잇는 자전거도로는 그림의 떡일 가능성이 높다. 아무래도 고급 자전거를 소유하는 극히 일부 동호인의 잔치에서 그칠 공산이 크다.


직장이 멀지 않은 직장인도 출퇴근할 때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지만 도시에서 주로 학생이거나 주부가 탈 가능성이 많다. 학생은 자전거로 등하교를 하고 주부는 시장을 다녀오거나 관공서를 들릴 수 있다. 근린공원을 나들이할 때 가족과 함께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도시의 일상에서 자전거를 편리하게 이용하려면 안전한 자전거도로 확보 못지않게 자전거를 세워둘 공간이 충분히 확보되어야 한다. 하지만 아직 우리 관공서는 승용차를 위한 공간은 넓게 마련하고 있어도 자전거 주차장 확보에 매우 인색하다. 운동장을 희생해 교사 승용차를 위한 주차장을 확보하는 학교도 마찬가지다. 학생은 학교 밖에 제 자전거를 세워야 한다. 재래시장에 자전거 주차장이 완비된다면 지금보다 많은 주부들이 이용할 수 있을 텐데, 아쉽게 절대 부족하다.


다세대주택이나 아파트도 자전거를 위한 공간은 배려되지 않았다. 좁은 승강기로 자전거를 싣고 오르내리기 어렵다. 복도에 세워두었다 도난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아파트단지 안에 자전거를 편리하게 주차할 공간이 마련될 수 있으려면 이용하는 주민의 요구에 무게가 실려야 한다. 하지만 아직 안전한 전용도로와 편리하게 주차할 공간이 동네와 도시 안에 충분하지 못한 현실에서 공동주택에 자전거를 위한 시설을 마련하기 어렵다. 자동차를 이용하는 주민들을 위해 어린이 놀이터마저 주차장으로 바꾸는 현실에서 자전거 주차장은 쓸모없다 여길 것이기 때문이다.

 

 

연수구 자전거도로

 

문학산과 청량산 자락을 끼고 있지만 많은 면적을 갯벌 매립으로 확보한 연수구는 평지가 많은 반면 주택과 상업시설을 오고가는데 부담이 될 만한 언덕은 거의 없다. 수 킬로미터 두께의 빙하가 깎으며 지나간 유럽의 도시와 도로들은 대부분 평지에 조성된 까닭에 자전거 타기 편리하다. 연수구도 사정이 비슷해 인천시의 다른 지역에 비해 편리하다. 남동구와 경계를 이루는 승기천을 사이로 남동공단과 이어진 관계로 연수구에 사는 주민의 자전거 이용이 많으며 그에 맞게 자전거도로가 잘 정비된 편이다.


연수구의 지역적 특성을 살펴 인천시는 자전거 전용도로 시범구역으로 선정하였다. 그를 반영한 것인지, 20115월 신도시인 송도동에 96킬로미터의 자전거도로가 부설된 연수구에는 송도동을 제외한 연수구 관내에 14개 노선 29.2킬로미터의 자전거도로를 확보하고 있다. 신도시를 조성하면서 마련한 송도동의 자전거도로와 달리 기존 연수구의 자전거도로는 두 가지 방법으로 마련하였다. 11.8킬로미터인 40퍼센트는 택지를 조성하면서 자전거와 보행자가 같이 사용할 수 있는 도로로 만들었지만 그보다 많은 60퍼센트 17.4킬로미터는 2009년 인천시의 자전거 이용시설 재정비 기본계획에 따라 새로 만들어야 했다.


자전거와 보행자가 같이 이용하는 겸용도로는 보도블록의 색을 달리하여 구별하거나 아스콘 포장으로 자전거도로임을 표시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시민들은 자전거를 위한 전용도로를 걷고 있다. 그러니 자전거가 보행자를 피해 보행자도로를 넘나들어야 하는 실정이다. 자전거를 위한 도로 공간이 가로수와 가까울 경우 여름철이면 뙤약볕을 피하려는 보행자들이 차지하는 경우가 늘어나는데 그뿐이 아니다. 자전거도로를 함부로 사용하는 오토바이가 자전거는 물론 보행자를 위협할 때가 잦은 것이다. 연수구의 독특한 사정은 아니지만, 자전거도로를 질주하는 오토바이에서 나오는 배기가스 때문에 시민들은 불편과 위험을 감내해야 한다.


2009년 인천시에서 자전거를 이용하는 시민들과 일체의 논의를 생략한 채 빠른 시간 안에 조성한 연수구 관내의 자전거도로는 무리수를 두어야 했다. 차도의 가장자리를 여러 군데에서 일률적으로 할당할 수밖에 없었고, 그를 위해 차선의 폭을 좁혀야 했다. 자동차는 제한속도를 줄여야 했다. 자동차도로가 넓은 경우에는 사이에 화단을 설치해 안전을 도모했지만 좁은 경우에는 말뚝으로 구별해놓아 불안한 자전거도로가 되고 말았다. 그런 자전거도로를 가장자리의 차도보다 15센티미터 정도 높았어도 자동차들이 수시로 침범한다. 특히 교차로 주변에서 자전거 이용자를 위협한다. 버스 정거장 앞을 지나가는 자전거도로는 이용자가 조심하지 않으면 버스 승하차하는 주민과 부딪힐 염려를 지울 수 없다.


2012년 현재 가천의과학대학교를 비롯하여 13개 중고교를 자전거 이용 활성화 시범학교로 지정한 연수구는 학교 인근의 보행자도로에 자전거 보관대를 설치하고 공기 주입 펌프를 제공하고 있다. 아울러 200여 자전거 보관소를 지하철역과 교차로 주변에 설치한 연수구는 교차로 일부에 자전거를 탄 상태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기댈 수 있는 지지대를 설치했다. 시설 뿐 아니라 자전거 이용자에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를 대비한 자전거보험을 모든 주민을 대상으로 가입한 연수구는 해마다 두 차례 시민을 대상으로 자전거 무료 교육을 실시하고 실비로 자전거를 수선하는 팀을 2개소 운용하고 있다. 구청 한 개소는 상시로, 나머지 한 개소는 동사무소를 순회한다.


오는 10월 제2회 자전거 축제를 준비하는 연수구는 8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차 없는 날행사와 연계해 연수구가 자전거도시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려고 한다. 하지만 대다수 주민들은 연수구의 계획을 사전에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안전한 자전거도로

 

자전거도로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우리나라 시민들은 별 생각 없이 자전거도로를 걷는다. 바퀴 달린 커다란 가방을 끌거나 굽 높은 구두를 신었을 경우 보도블록보다 편하기 때문일 텐데, 그런 상황에 익숙한 자전거 이용자는 보행자가 있을 때 주의한다. 물론 그렇더라도 보행자는 위험을 느낄 수 있다. 보행자가 갑자기 방향을 바꿀 경우 자전거 운전자도 당황할 수밖에 없다. 요즘 많은 사람들은 휴대전화와 연결된 이어폰을 귀에 꽂고 걷는다. 유럽과 달리 보행자도로와 자전거도로 사이를 나무나 풀을 심어 분리하지 않은 만큼, 사고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자전거도로를 걷던 보행자가 다가오는 자전거를 피하다 다른 자전거에 치여 다치는 사례가 적지 않은 마당이다.


한낮의 자전거도로는 가끔 걱정스런 상황을 연출하곤 한다. 아이와 남편이 학교와 직장에 나간 사이 운동 삼아 보행자도로로 나온 주부들이 챙 넓은 모자를 쓰고 씩씩하게 걸을 때가 있다. 젊은 주부가 유모차를 끌고 천천히 자전거도로를 걷는 경우도 많은데 그때 느닷없이 오토바이가 스치고 지나가기 때문이다. 엔진 배기가스를 뒤로 분출하는 오토바이는 반드시 차도를 사용해야 옳지만 질주하는 자동차가 두려운지 보행자가 드문 자전거도로를 드물지 않게 침범한다. 언론은 실제로 요리조리 달리는 퀵서비스 오토바이가 보행자를 치는 일이 적지 않다고 보도한 적 있는데, 시민들은 보행자도로에서 매연과 사고 위험에 노출된다.


약속시간보다 일찍 집을 나서 지하철 몇 정거장을 자주 걷는데, 자전거도로로 마주오던 노인의 전동 휠체어가 보행자도로로 방향을 꺾었다. 그 휠체어를 피하려고 별 수 없이 자전거도로를 밟은 찰라, 뒤에서 성마른 경적이 울리며 오토바이가 부딪힐 듯 휙 자나가는 게 아닌가. 일순 당황했지만 노인은 더욱 놀랐는데, 저만치 멈춰 선 오토바이 운전자의 태도가 터무니없었다. 사과는커녕 버럭 욕설을 쏟아내는 게 아닌가. 자전거 도로가 제 도로인 듯. 서울 강남구는 보행자와 자전거도로를 다니는 오토바이를 단속한다고 한다. 단속도 중요하지만 오토바이 운전자부터 자제해야 한다.


오토바이만이 아니다. 자동차도로와 마찬가지로 자전거도로도 끊이지 않고 이어져야 제대로 이용할 수 있는데 자동차가 침범하는 일이 잦다. 차도의 가장자리를 할애한 경우, 교차로에서 우회전하는 차량이 자전거도로에 늘어서거나 밟으며 지나간다. 아침마다 통근버스가 침범하는 자리에 공휴일이면 관광버스가 대기하기도 한다. 심지어 대형 트럭을 주차해 놓은 경우도 있지만 근처에 있는 교통경찰은 단속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보행자도로와 같이 사용하는 자전거도로가 버스정거장이나 지하철역을 지나갈 경우, 출퇴근 시간에 과일이나 붕어빵을 구워 파는 트럭이 자전거도로에 정차돼 자전거의 통행을 가로막는 일이 다반사다.


자전거도로에 오토바이가 난폭하게 달리고 상인의 자동차가 불법으로 주정차 되어 있지만 교통경찰의 단속은 멀다. 다가오는 자전거를 무시하고 교차로마다 자전거도로를 무단 침범하는 자동차에 대해 자전거 이용자는 스스로 보호할 방법이 없다. 거리에서 연예인을 허락 없이 촬영해 공개하는 파파라치의 행동을 응용해 불법학원을 단속하는 이른바 학파라치를 도로에 적용하면 어떨까. 자전거도로를 침범하는 오토바이나 자동차를 촬영해 고발하는 제도를 공식화하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지 않을까. 모든 자전거 이용자에게 촬영 권한을 줄 필요도 없다. 그런 제도가 있다는 사실 만으로 자전거도로는 오토바이나 자동차의 침범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다.


보행자도로와 함께 쓰는 자전거도로를 걷는 보행자를 고발할 수는 없다. 보행자가 자전거의 흐름을 방해한다는 의식이 없다거나 위험을 자초한 일이기 때문은 아니다. 보행자도 자전거를 탄다. 자전거를 타고 나설 경우를 생각해 자전거도로는 자전거에게 양보하는 분위기를 시민사회에 확산할 필요가 있다. 그를 위해 유럽에서 보듯 자전거도로와 보행자도로 사이에 키 작은 나무나 풀을 심는 방법이 있다. 또는 부드러운 둔덕으로 턱을 놓아 자전거 전용도로라는 걸 보행자에게 인식시키는 방법도 가능하겠다. 장차 자전가를 이용하는 시민들이 늘어나면 우리도 자연스럽게 보행자는 자전거도로를 피하는 분위기가 정착할 것이다.

 

 

자전거 활성화를 위해

 

자동차에 익숙한 삶에 젖어 있으면 대중교통 이용을 엄두내지 못한다. 전용차선으로 다니는 버스나 가끔 생기는 고장이 아니라면 막힐 일이 없는 지하철보다 승용차가 출퇴근 시간을 줄이는 것도 아니지만 자동차가 주는 편의를 포기하지 못한다.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따뜻하며 다른 승객과 부대낄 염려가 없지 않은가. 그럼에도 막히는 도로에서 시간에 쫓기는 운전자는 도로에 어슬렁거리는 자전거 때문에 멈칫거리거나 속도를 내지 못하는 순간을 참기 어렵다. 그래서 자동차 정체를 부추기는 자전거 통행에 부담을 느끼고 민원을 넣는다. 또한 도시에 주차장이 모자란다고 아우성을 친다.


프랑스 파리 시 어느 구의 역발상을 소개한다. 시내에 자동차 주차장에 부족해 빗발치는 민원을 그 구 당국은 주차장을 줄이는 방식으로 해결했다. 주차장을 줄이는 대신 주차료를 크게 올리고, 이용자 편의에 맞게 자전거도로와 자전거 주차장을 대폭 확충한 것이다. 그러자 시민들은 불편해진 자동차는 집에 두고 자전거를 이용하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들끓던 민원이 산뜻하게 해결되더라는 오래된 소식이다. 주차장은 물론 도로까지 자전거에 양보하자 시민들이 크게 만족하게 된 사례는 프랑스 파리 시의 그 구에 국한하는 게 아니다. 프랑스는 물론 독일, 영국, 네덜란드와 덴마크를 가리지 않는다. 민주주의가 성숙된 유럽 대부분의 도시에서 자전거는 자동차보다 편리한 시민들의 이동수단이 되었다.


예산이 없어 그런지 지금 조용하지만, 2009년 자전거도로를 대폭 확충할 때, 인천시는 자전거도로를 아크릴 지붕으로 덮겠다는 계획을 발표해 주목받은 적 있다. 자전거도로의 지붕이라. 낙엽과 먼지가 수시로 쌓이니 그때그때 치우기 어려울 것이다. 비와 눈이 와도 자전거를 편리하게 이용하도록 배려하려는 의도라는 거 모르지 않지만, 설치와 유지관리 비용도 적지 않을 테고 얼마 안 가 우중충해질 공산이 큰데, 자전거도로에 지붕이 필요할까. 차라리 보행자도로와 자전거도로 사이에 가로수를 더 심어 오토바이가 들어오지 않고 보행자의 안전도 도모하는 자전거도로를 확충하는 건 어떨까. 자전거 타는 시민들은 즐겁고 안전하게 이끌 가로수 터널은 도심의 훌륭한 녹지축이 될 수 있을 것인데.


도심의 차량 제한속도를 유럽처럼 낮추면 도로 폭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도로 중앙분리대에 나무를 더 심고 자전거도로와 자동차도로 사이에 가로수를 추가해 심는다면 도시의 도로는 자연공원처럼 녹지로 가득 찰 것이다. 가로수로 보호되는 자전거도로를 사통오달 확충할 수 있다면 많은 시민들은 자동차를 두고 흔쾌히 자전거를 이용할 것이다. 나아가 도시를 더욱 뜨겁게 하는 아스팔트 주차장을 숲이 가득한 자투리공원 겸 자전거 주차장으로 바꾼다면 온난화의 주범이던 도시도 지금보다 훨씬 시원해질 것이다. 본격적으로 더워지기 전에 가로수 터널 아래에서 자전거를 타는 상상은 그 자체로 즐거움을 선사한다.


유럽의 많은 도시는 시내 도로의 중앙을 우리처럼 황색 실선으로 분리하지 않고 나무를 심은 녹지대로 조성했다. 그러므로 충돌 사고가 발생할 수 없다. 도로 폭이 좁지만 제한속도가 시속 30킬로미터 내외인 까닭에 추돌 사고도 쉽게 발생하지 않고 발생해도 피해는 경비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동차들이 천천히 다니는 까닭에 횡단보도 아닌 곳에서 길 건너는 사람이 갑자기 나타나도 바로 정지할 수 있다. 횡단보도가 아닌 곳에서 길을 건넌다고 호각 부는 교통경찰을 볼 수 없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우리나 유럽이나 자전거는 자동차도로를 이용할 수 있다. 편리한 자전거도로를 두고 일부러 자동차도로로 나가는 자전거 이용자는 드물지만, 자전거도로에 자전거가 많아 속도가 더디거나 위험해질 경우 자동차도로의 가장자리를 달리는 것이다. 그럴 때 자동차도 자전거를 눈여겨 살펴야 한다. 부딪히면 거의 일방적으로 피해를 입기 때문이다. 자전거 이용이 활발한 국가의 운전자들은 자전거를 배려한다. 자신과 자신의 가족도 자전거를 타고 시내에 나올 때가 많으므로 당연한 일인데, 시내 도로에서 자동차 제한속도가 빠르다면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우리 도시들은 시내의 제한속도가 지나치게 높은 편이다.


자동차도로 중앙에 심은 나무들은 자동차도로와 자전거도로 사이에 심은 가로수와 어울려 여름철 뜨거운 아스팔트 자동차도로를 시원하게 식힌다. 덕분에 도시의 열섬화현상도 크게 완화될 뿐 아니라 낮은 속도로 달리는 자동차에서 배출하는 배기가스를 정화한다. 자동차도로와 자전거도로 사이의 가로수는 보행자도로와 자전거도로 사이의 가로수와 어울리며 도시의 도로들을 가로수 터널로 꾸미게 된다. 보행자도로를 걷는 이와 자전거도로를 이용하는 시민들은 쾌적함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가로수 터널이 제대로 정착되려면 가로수 가지의 전정과 살충제 살포는 주의 깊게 이루어져야 한다. 지금처럼 상가 간판이나 전깃줄의 눈치를 보는 전정은 삼가야 하고 가로수에 살충제를 되도록 뿌리지 않는 게 좋다. 벌레가 생겨야 근처 녹지에서 새들이 날아오고, 새들이 날아와야 가로수 터널은 녹지공원으로 건강해질 수 있다. 살충제를 뿌리면 벌레에게 내성이 강화되고 새들을 쫓아내며 살충제는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의 호흡기에 들어가게 된다.

 

 

나가는 글

 

10월 자전거 축제를 계획하는 연수구는 차 없는 날행사와 연계하여 자전거 퍼레이드와 자전거 대회, 그리고 어린이 세발자전거 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를 위해 일정 구간의 자동차 통행을 차단할 텐데, 8000만 원의 예산이 들어가는 자전거 축제는 해마다 개최한다 하더라도 일회성 행사로 그치고 말 것이다.


유럽의 많은 도시는 주말이면 상가 밀집 지역의 도로에 자동차 통행을 일정 시간 억제한다. 그러자 애초 반대했던 상인들은 시민들이 주말마다 몰려들면서 환영하기 시작했고, 등 뒤에서 자동차가 다가오지 않을 거라 확신하는 시민들은 자전거를 타고 쏟아져 나와 도로에 걷거나 상가들을 돌아다니며 축제의 마당을 연출하게 되었다. 음악을 연주하거나 그림을 그리고 춤과 노래를 부르는 인파 사이를 천천히 걷는 시민들은 자동차 없는 거리를 확장해줄 것을 바란다고 한다.


서울시는 광화문 거리를 한 달에 한 차례 차 없는 거리로 바꿔 시민 스스로 축제의 마당을 연출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한데 광화문 일원에는 특별한 상가가 없고 주택과 거리가 멀다. 한 달 한 차례의 행사는 일과성 행사에서 그치고 만다. 자전거 활성화를 생각한다면 지방마다 주거지역과 멀지 않고 상가가 밀집한 지역을 차 없는 거리로 주기적으로 지정할 필요가 있다. 연수구는 경찰청과 협의하여 구청에서 연수성당에 이르는 지역을 차 없는 거리로 주말마다 지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연수구 일원의 자전거도로는 차 없는 거리를 찾는 주민들로 주말이면 하루 종일 북적일 게 틀림없다.


자전거는 마을에서 이웃을 이어주는 도구여야 한다. 4대강이나 경인운하에 만든 자전거도로는 값 비싼 자전거를 타는 계층이 아니라면 환영받기 어렵다. 생태계를 파괴한 자리에 들어선 장거리 자전거도로는 오히려 이웃 사이의 위화감 유발시킬 것이다. 자전거도로는 일상생활에 활용할 수 있어야 의미가 크다. 도시가 활발해질 뿐 아니라 시민의 건강을 도모할 수 있다. 도시 열섬화를 완화하며 지구온난화를 그만큼 억제할 수 있다. 풀꽃세상을 위함 모임의 풀꽃상 선정 이유에서 언급했듯, 사람과 사람을 정으로 연결시키기까지 하는 자전거는 타는 이에게 세상을 겸손하게 바라보게 한다.


인간이 발명한 최고의 기술 중의 하나인 자전거는 자연과 인위를 건강하게 연결한다. 푸른 내일을 꿈꾸는 도시라면 자전거 활성화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자전거도로가 자동차 위주로 조성된 도시에서 부딪히는 장애요인들은 열린 논의로 극복해야 할 과제지 넘을 수 없는 장벽이 아니다. 이제 도시에서 자전거는 자동차를 보조하는 수단일 수 없다. 자전거도로는 녹색도시의 가장 확실한 기반인 까닭이다. (인천시 연수구 "자동차 이용 활성화를 위한 제언" 2013. 8월, 연수구 전문가 자문단, 도시관리연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