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반·개발

디딤돌 2016. 2. 29. 00:20


혹한이 몰아치던 1월 하순, 일본 큐슈 지방의 사라누이 해로 흘러들어가는 구마가와를 찾았다. 곧 헐려 하천에서 흔적 없이 사라질 아라세 댐의 마지막 모습을 보러 일정을 맞춘 것인데, 하필 제주도 이상 따뜻한 큐슈 지방도 40년 만의 강설과 추위로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아침에 근심 어린 지역방송의 기상캐스터는 영하 2도를 강조했는데, 체감온도 영하 20도를 훌쩍 넘긴 곳에서 빠져나온 우리는 견딜만했어도 온화한 날씨에 익숙한 큐슈 주민들은 지레 겁먹은 걸까? 눈 덮인 경치를 볼 기회가 한동안 없을 텐데, 집에서 통 나오지 않았다. 아라세 댐까지 가는 교통편이 모두 중단된 상황에서 일행은 5센티미터 정도의 눈에 덮인 구마가와 강변을 걷기로 했다.


일본에서 3번째로 물살이 빠르다는 구마가와의 하구에 위치한 구마모토 현 야스시로 시에서 눈을 밟으며 출발해 천천히 한 시간 지나자 요하이 보가 나타났고, 우리는 발길을 돌렸다. 아라세 댐까지 15킬로미터 이상 더 걸어야 했기에 불가항력의 아쉬움을 달래고 눈이 내리는 강변을 되돌아 내려왔는데, 높이가 3미터 남짓인 요하이 보는 10미터가 넘는 우리 4대강 대형 보의 운명을 예고하고 있었다.


하류의 요하이 보 이외에 상류 3개의 댐으로 흐름이 차단된 구마가와는 생태계 파괴에 이은 어획고 격감을 강요당했다. 전후 전력 부족을 감당하려고 세운 높이 25미터 길이 210미터의 아라세 댐은 생태계와 경관을 고려하지 않았다. 관리유지보다 전력생산의 효율이 떨어졌어도 토건자본은 댐을 유지하고자 했지만 빗발치는 민원을 이기지 못해 일부 헐었고 구마가와의 물길은 그만큼 회복됐다. 강변이 드러나며 생태계가 살아나자 시라누이 해가 맑아지고 은어가 늘었지만 요하이 보와 상류의 댐들이 완전한 회복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물살이 아무리 빨라도 강변 침식이 없었지만 보와 댐으로 차단된 구마가와는 강변의 집을 걸핏하면 쓸어냈고 은어 일본 최대어장은 볼품없이 초라해지며 어민의 수입은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일본 최고의 상품성을 지닌 은어가 상류로 이동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산란장을 잃었기 때문이었는데, 그 첫 장애물이 요하이 보다. 당국은 은어를 비롯한 회유성 물고기의 이동통로를 만들었지만 소용없었다. 3미터 높이의 보에서 쏟아내는 강물이 하류의 바닥과 기슭의 토사를 씻고 내려가며 파헤치는 세굴 현상때문이었다.


이른 여름부터 늦은 가을까지 진득한 녹조가 도무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은 우리 4대강은 시방 때 아닌 녹조와 물고기 떼죽음으로 이어지고 있다. 금강은 얼음 위로 녹색이 선명한 녹조류가 한겨울을 비웃고 낙동강은 확인된 사체가 200미터에 47개체에 이를 정도로 죽은 물고기가 널브러졌는데 피부에 반점이 있다고 환경활동가는 확인했다. 나머지 구간은 어떨까? 겨울철 녹조와 물고기 떼죽음은 어떤 징후일까?


이미 4대강의 대형 보들은 세굴 현상이 진행되고 있다. 정부에 연구비를 구걸하던 전문가들은 눈 감고 사태를 호도하지만 환경단체와 독립과학자들은 낙동강 함안보와 달성보에서 대규모로 진행되는 걸 거듭 경고하고 있다. 달성보 하류 80m부터 300m 강바닥에 깊이 10m, 200m 내외의 세굴 현상이 일어난 것으로 파악했고, 함안보에도 깊이 21m, 길이 400m, 200m 이상 패인 흔적을 이미 관측했다. 방치하면 1996년과 1999년 연천댐처럼 붕괴될 가능성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현재 요하이 보는 세굴될 가능성이 낮아 보였다. 커다란 구조물을 규칙적으로 돌출하는 테트라포트라는 콘크리트가 하류를 폭넓게 차지하기 때문인데, 그 때문에 은어는 상류로 이동하기 어려워졌다. 어도로 이어지는 길을 찾지 못한다고 아라세 댐 철거운동하던 현지 활동가가 지적하는데, 테트라포트가 강물의 흐름을 왜곡하면서 동작이 둔화된 물고기들을 오리들이 먹어치우는 모습을 겨울에도 볼 수 있었다.


구마가와의 흐름을 차단하는 댐들 중 하나를 철거했어도 남은 댐과 보는 생태계와 회복을 여전히 방해하고 있다. 구마가와를 차단하는 댐과 보는 우리 4대강보다 규모가 무척 작을 뿐 아니라 시설도 많지 않다. 우리 4대강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겨울녹조는 독성을 포함하는 여름철 녹조를 예고하고 차가운 강물에서 떼로 폐사하는 물고기는 사람의 운명을 예고하는 건 아닐까? 다행히 허물어진 아라세 댐이 탈출구를 명확하게 제시한다. (지금여기, 2016.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