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천

디딤돌 2008. 8. 23. 14:33

 

8월 무더위도 중순에 접어드니 견딜만하다. 아침저녁으로 선선해 잠이 편해졌다. 늦은 시간까지 억지로 피곤해져야 겨우 잠을 청할 수 있을 정도로 심했던 열대야현상이 슬그머니 사라진 거다. 그래도 8월 더위는 아직 맹렬하다. 문을 열고 선풍기를 돌려야 잠이 든다.

 

밤잠 설치게 하는 건 열대야현상만이 아니다. 베란다를 넘어 들어오는 자동차 소음도 잠을 방해한다. 하지만 그 소음은 익숙해질 수밖에 없다. 주거지역에서 제한속도를 시속 80킬로미터로 정한 국가가 우리 이외에 또 있는지 알 수 없지만, 그런 곳에서 둥지 틀고 살자면 다른 도리가 없다. 공기를 찢는 자동차 소음에 일일이 신경 쓰자면 정신쇠약증이 생길 터. 다만 소음이 아이의 성장에 좋을 리 없을 텐데, 부모로서 미안할 따름이다.

 

여름밤의 소음은 자동차에서 그치지 않는다. 요즘의 매미도 한 몫 한다. 매미는 밤에 울지 않는데, 자동차 소음을 이기려는 듯, 처절하기 이를 데 없다. 올림픽 하이라이트 때문일까. 거실에서 새나오는 빛이 매미를 자극할지 모른다. 이래저래 잠 못 드는 여름밤인데, 매미는 알람시계를 대신한다. 짧은 여름밤이 밝아오기 무섭게 울어 젖히는 매미는 잠 모자란 몸을 새벽부터 채근한다.

 

매미는 왜 저토록 극성일까. 재작년인가. 여름이 지나자 10차선 도로와 아파트단지 사이의 둔덕에서 벌목이 한창이었다. 인부는 매미 소음에 대한 민원 때문이라고 했다. 아파트단지 둔덕의 나무는 자동차 소음을 차단할 텐데, 자동차보다 매미 소리가 더 싫은 것일까. 멀쩡한 나무들을 베어낸 뒤에도 매미는 여전히 극성인데, 시골은 어떨까. 시골의 매미는 그다지 시끄럽지 않다. 적어도 밤에는 울지 않는다. 도시처럼 사생결단하듯 집단으로 목을 놓지 않는다. 자동차 소음을 이겨내려는 걸까. 전문가의 주장을 듣지 못했으니 짐작하기 어렵지만, 무슨 곡절이 있을 듯싶다.

 

대규모 아파트단지는 대개 농촌이었다. 인천의 연수구 아파트단지가 그렇다. 적어도 3년 이상 땅속에서 나무뿌리를 먹고 성장하는 매미에게 숲은 생존을 위해 아주 중요하다. 짧은 여름날 경쟁적으로 짝을 찾아야 하는 매미에게 울음소리는 절대 양보할 수 없을 것이다. 맨땅이 넓어 그만큼 퍼져 있을 때, 경쟁이 치열하지 않을 테니 목청을 그리 세우지 않아도 무방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땅이 아스팔트와 시멘트로 칠갑된 지금은 어떤가. 도시의 매미는 다음세대를 잇기 위해 사생결단하지 않을 도리가 없을 수밖에 없지 않겠나.

 

한 평의 땅과 한 그루의 나무라도 이게 어디냐고 찾아오는 도시의 매미는 불쌍하다. 목청 터져라 울어 젖히는 매미의 울음소리는 소음이라기보다 생존을 위한 몸짓일 터다. 도시에서 맨땅을 사라지게 한 우리는 처절하게 우는 매미에게 미안해해야 한다. 나무를 잘라 번식을 방해하는 건 옳지 않다. 아무리 시끄러워도 매미의 울음소리가 아스팔트에서 파열하는 자동차 바퀴의 소음보다 혐오스럽지 않을 게 아닌가. 두 소음이 겹치니 한밤중에 신경 쓰이는 것 이해하겠지만, 도시에서 매미 소리라도 들리니 다행이 아닐까.

 

도시에 맨땅을 늘여야 한다. 비 내린 뒤 진창이 되는 맨땅이 아니라 나무와 풀이 자연스런 녹지를 도시 곳곳에 조성할 필요가 있다. 도시의 완성은 높다란 건물이 아니라 자연이 어우러진 녹색공간의 확충으로 이루어진다. 유럽 대부분의 도시는 고층빌딩을 자랑하지 않는다. 도심 상가라 할지라도 빌딩으로 올라간 만큼 녹지를 조성해 도시를 푸르게 가꾼다. 주거공간을 초고층 시멘트구조물로 채우는 시대착오적 과오는 우리처럼 반복하지 않는다.

 

도시에 녹지를 확충하고, 자동차도로를 줄여 자전거에 양보하면 소음이 줄어들 뿐 아니라 여름에도 시원해진다. 자전거에 양보한 도로가 좁아진 만큼 제한속도를 줄이면 시민의 안전은 물론 환경도 깨끗해진다. 그런 도시의 여름밤은 쾌적할 것이다. 매미는 밤에 울 이유가 없을 것이다. 잠 못 든 이번 여름밤, 매미 때문에 별 생각을 다해본다. (인천e뉴스, 2008년 8월)

담아가요
매미소리 때문에 나무를 베어버린다는 말이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군요.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