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인간

디딤돌 2011. 1. 10. 14:52

 

환경단체에서 운영하는 생활협동조합은 손으로 전기를 일으켜 가동하는 충전식 라디오나 회중전등을 판다. 5, 작은 손잡이를 열심히 돌리면 라디오는 한 시간, 전등은 3분 정도 사용할 수 있다. 그러고 보니 태엽이 풀리는 힘으로 움직이는 시계나 장남감도 주위에 흔했는데 통 보이지 않는다. 자전거 페달로 충전시킨 배터리로 텔레비전이나 세탁기를 사용하는 다리 튼튼한 이가 있다던데, 흔해빠진 건전지에 밀렸는지 태엽은 거의 사라졌다.

 

어릴 적에 과학잡지를 보고, 손으로 거대한 톱니바퀴를 땀을 뻘뻘 흘리며 돌리면 우리집 전기료 적정은 꽤 덜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 발전기가 불가능한 건가 궁금했는데, 고등학교에 진학해 풀렸다. “덥다고 냉장고 문을 활짝 열어놓으면 집안이 시원할까?” 묻는 물리 선생님의 질문에 대답이 궁하고 아리송했지만 이후 에너지 보전의 법칙이라 일컫는 열역학 제1법칙을 이해하면서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각인했다.

 

많은 에너지 전문가들이 지구온난화 시대에 맞을 석유위기를 걱정한다. 머지않아 석유 생산량이 정점을 지날 것으로 주장하는데, 사실 석유를 생산하는 게 아니라 끌어올릴 따름인 사람은 수억 년 전 생성된 석유를 잠깐 사이에 흥청망청 소비했다. 땅 속 석유의 압력이 남아 있을 때 끌어올리는 에너지가 많지 않아 우린 값싼 석유를 한동안 사용해왔지만, 지금은 사정이 바뀌었다. 끌어올리는데 들어가는 에너지가 올라온 석유에서 얻는 양보다 크다면 유정에 분명히 석유가 남았더라도 사용할 수 없다. 유정에 물을 부어 석유를 밀어올리기도 하지만 한계가 있다.

 

세계적으로 석유 소비량은 줄어들 기세를 보이지 않는데, 생산량이 감소한다는 예상이 나오면 어떤 혼란이 초래될까. 국제 석유는 선물로 거래한다. 눈앞에 석유를 놓고 상인과 흥정하는 게 아니라 나중에 인도할 석유의 가격을 미리 정하는 식이다. 그 경우 석유는 투기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선물 계약서가 거래되면서 소문에 따라 석유 가격이 부풀거나 폭락하기도 한다. 정점이 멀지 않았다는 소문, 매장량이 막대한 유전이 개발될 거라는 소문이 투기를 부추길 것이다. 투기가 반영된 결과, 실제 거래되는 석유가격은 배 가까이 튀겨졌을 거로 의심하는 전문가도 있다.

 

올해 들어 세계 석유 가격이 오르기만 한다. 비축량이 충분하다지만 급증하는 사용량에 비하면 보잘 것 없을 것이다. 새로운 유전이 발견된다지만 매장량은 그리 많지 않다. 끌어올리는 양이 소비를 감당하지 못한다면 결국 가격은 오르지만 불안을 증폭시키는 소문은 가격 앙등에 기여할 게 틀림없는데, 가격 오르기 전날 주유소에 길게 줄을 잇는 일반인들은 석유에 얽힌 소문의 정황을 알지 못한다. 그저 효율 좋은 자동차라는 위안으로 핸들을 놓지 못하며 불안하기만 하다. 석유정점이 오긴 오는 건지, 이미 지났다는 말도 있는데, 그때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하는지, 도무지 종잡지 못한다. 다만 조금 내리다 금세 뛰어오른 경험에 익숙해지면서 석유 가격이 획기적으로 떨어지지 않을 거로 체념할 뿐이다.

 

석유는 사실 난방이나 자동차를 위해 태워 없애기 아까운 자원이다. 의식주는 물론이고 의학을 비롯한 각종 산업에 요긴하게 사용하는 석유는 정점이 지나면서 가격이 급등할 텐데, 우리는 어떤 대안을 모색해야 할까. 집과 직장과 시장과 관공서와 공원 사이가 먼 도시는 자동차를 쉽사리 포기할 수 없다. 도시 구조를 바꾸지 않는다면 대중교통과 자전거는 대안이 아니고 오토바이는 자동차와 사정이 같다. 전기자동차는 아직 가격이 높고 충전도 쉽지 않다. 수소자동차? 자동차에 넣을 수소를 물을 분해해 얻으려면 수소를 태워 나오는 에너지보다 많은 석유가 들어간다.

 

대부분의 전기는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를 태워 얻는다. 종류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화석연료는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이산화탄소를 대기에 내놓고 석탄의 경우 적지 않은 대기오염 물질을 배출한다. 핵발전? 그건 이산화탄소에 비교할 수 없이 끔찍한 핵폐기물을 감당할 수 없게 내보낸다. 한 세대 전기 펑펑 쓰자고 10세대 이상의 후손에게 핵폐기물을 떠맡길 수 없다. 게다가 사용 후 핵연료는 조금도 방심할 수 없는 위험 덩이리다. 전쟁이나 예기치 못한 자연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후손을 재앙으로 불안하게 만들 수 없는 노릇이지만, 핵발전이 지구온난화에 대한 대안도 아니다. 핵연료의 채굴, 정제, 운송을 비롯해, 안전해질 때까지 핵폐기물을 관리하는데 들어가는 에너지 총량을 감안한다면 이산화탄소 같은 온실가스의 배출량이 그리 줄어들지 않는다.

 

온실가스도 줄이고 석유를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원으로 바이오 연료를 제시하는 사람도 있는데, 어떨까. 콩이나 옥수수를 가공한 디젤이나 에탄올을 사용하면 매연이 거의 없다지만 산업농업으로 생산하는 그런 곡물을 연료로 가공하는데 들어가는 석유 에너지를 상정한다면 어처구니없다. 드넓은 농토에 무거운 기계로 씨를 뿌린 뒤 석유를 가공해 생산하는 화학비료와 화학농약을 듬뿍 살포하며 콤바인으로 수확해 트럭과 대형 선박으로 수송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산업농업은 곡물에서 얻는 에너지의 10배의 석유 에너지를 소비한다. 바이오 연료로 가공하는데 들어가는 에너지는 바이오 연료로 얻는 에너지에 육박할 정도다. 그뿐인가. 자동차 한 대에 넣을 연료를 위해 200킬로그램의 콩이나 옥수수가 들어가는데, 한 사람이 1년 먹을 양에 달한다. 바이오 연료가 늘어날수록 석유위기와 지구온난화는 심화되고 굶주리는 인구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최근 이산화탄소를 모아 처리하겠다는 계획이 나와 대안에 골치가 아픈 이의 눈을 크게 뜨게 만들었다. 이미 늘어난 대기의 이산화탄소가 아니라 앞으로 굴뚝으로 나올 이산화탄소를 모으겠다는 계획인데, 모은 이산화탄소 처리할 구체적 방법은 아직 없다. 기술 개선으로 이산화탄소를 모으는데 들어가는 에너지는 줄였어도 기껏 모은 이산화탄소를 대기로 날린다면 소용없는 일이다. 미국은 채굴이 끝난 유정에 넣은 뒤 폐쇄하는 방안을 모색하지만, 지진과 같은 사고를 견딜 수 있는 기술의 영구적 완전성을 확신할 수 없어 실행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만일 가스나 메탄올로 합성할 수 있다면? 이산화탄소를 자동차와 난방 연료는 물론 플라스틱으로 가공할 수 있다는 맹랑한 제안이 나왔다는데, 그게 가능할까. 연구비에 목마른 과학자들은 경제성까지 운운하며 물주를 유혹하는 모양이지만, 열역학법칙을 무시한 얼빠진 속임수에 불과하다.

 

이제와 같은 낭비구조를 놔둔 에너지 대책은 불가능하다. 이미 대기에 농축된 430ppm의 온실가스를 350ppm 이하로 줄이지 못한다면 온난화는 계속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그렇다면 자동차를 거의 사용하지 않아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도시와 농촌으로 당장 바꿔야 한다. 그런데 반성하지 않는 자가 구상하는 대안은 터무니없게 끔찍하다. 후손의 환경을 담보로 흥청거린 당대부터 희생할 대안을 찾아내야 하는데, 도무지 탐욕을 버리지 않는다. 냉장고를 열어놓는다고 집안이 시원해지는 게 아닌데. (작은책, 20113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