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인간

디딤돌 2016. 1. 29. 15:34


엽기토끼를 그린 만화가 유행한 적 있다. 토끼가 곰과 같은 육식동물에 덤비는 내용이었는데, 실제로 그런 토끼가 서울 여의도에 나타나 사람들을 놀라게 한 적 있다. 2000년대 초, 아이 성화로 키우던 토끼를 슬그머니 여의도에 풀어놓았는데, 먹을 게 없던 토끼는 자라는 앞니를 갈 수 있는 치킨 쓰레기를 뒤졌고, 닭 뼈를 먹더니 사나워졌다는 게 아닌가. 치킨을 먹는 아이를 공격할 정도로.


1950년대 미국의 한 목장에 사는 리틀 타이크라는 이름의 사자는 우유 이외의 육식을 거의 하지 않았다. 그 사자는 개와 고양이 심지어 양과 친하게 지냈다는데, 채식을 고집하면서 채식동물처럼 온순해졌다는 것이다.


베트남 출신의 프랑스 승려 틱낫한은 자유롭지 못한 양계장에서 화가 난 닭을 먹으면 화가 먹는 이에게 돌아간다고 이야기한다. 송아지와 어린 돼지의 고기도 마찬가지겠지. 아직 어린 가축을 거칠게 사육해 도살할 때, 고기에 있는 화와 공포가 먹는 이의 몸으로 들어가겠지.


농약을 사용하지 않은 농작물만 좋은 음식은 아니다. 농부를 무시하거나 착취하지 않은 농작물, 가난한 사람의 농토를 빼앗지 않은 해외 농작물, 가축의 본성을 최대한 배려하며 사육해 얻은 고기와 계란으로 만든 음식이라야 좋다고 볼 수 있겠다. 생태계를 파괴하지 않은 농작물도 좋겠고 제철 제 고장에서 유기농업으로 생산한 농작물이라면 더욱 좋겠지. 먹을거리에 내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무엇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마음과 몸이 건강하거나 피폐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웃과 다음세대와 생태계와 음식은 연결돼 있으니까.


아이들과 텃밭을 가꿔보자. 비록 소출이 많지 않아도 나와 가족이 먹을 농산물이다. 가장 안전하게 재배하고 싶다. 정성들여 생산한 농작물을 친한 친구나 다정한 이웃과 나누고 싶어진다. 그런 농작물을 허용하는 땅과 하늘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가지며 자연을 파괴하지 않아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평소에 채소를 잘 먹지 않던 아이도 자신이 생산한 농산물을 기쁘게 먹을 것이다.


우리는 슈퍼마켓이나 시장에서 농산물만 사는 게 아니다. 고기와 계란, 과자와 음료수와 같은 가공식품을 구입할 때 내가 먹는 게 바로 나라는 생각을 염두에 두고 골라보자.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 이웃과 생태계의 건강을 생각하는 식품을 선택하는 행동으로 이어지는 자신을 바라볼 수 있다.


선물은 물론 받을 때 기쁘다. 선후배와 친구, 그리고 연인과 부부 사이의 선물은 주니까 받게 된다. 왜 선물을 주고 싶은 걸까? 사실 선물은 받을 때보다 줄 때 더욱 기쁘기 때문이다. 선물을 받은 사람은 누가 주었는지 잊을 때가 많지만 선물을 준 사람은 반드시 기억한다. 생협 소비자들도 마찬가지일 텐데, 생산자에 대한 선물이라 생각하고 생협을 이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


좋은 음식은 자신에 대한 선물이다. 땅과 하늘에게 감사하며 농부와 음식을 만들어준 사람에 대한 선물이다. 음식을 만들어준 가족과 이웃, 식당이나 식품회사의 종업원에게 선물을 하는 일이다. 내가 먹는 음식에 포함된 곡식과 고기를 제공해준 자연에게 선물하는 것이지만, 잊지 않을 게 있다. 공포와 화가 없어야 좋은 음식이라는 것을. (푸른두레생협 소식지, 2015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