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천

디딤돌 2013. 6. 15. 15:38


개한테 미안한 말 한 가지.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써라!”


개가 어떤 형태의 돈벌이에 나설 수 있는지 과문한 탓에 헤아릴 수 없는데, 사람들은 주인에게 충실한 개의 행동을 왜 얕잡아보는 걸까. 정승이 얼마나 의미 있는 데 벌어들인 돈을 썼는지 역사에 밝지 못해 잘 알지 못하지만, 우리 격언은 남을 개처럼 물어뜯으며 돈을 벌더라도 정승처럼 쓰라고 한다. 개에게 양해를 구하지 않았지만, 개처럼 번 돈을 정승처럼 쓰는 일, 현실에서 보기 어렵다. 쉽게 번 돈은 천박한 데로 쉽게 빠져나간다.


천민자본주의라는 말이 있다. 천민의 사회적 의미와 정의 문제는 예서 따지지 않기로 하고, 남 밑에서 원치 않는 일을 해서 감지덕지 받은 돈을 그때그때 다 써버리는 천민이 있다고 하자. 그가 거액의 돈을 주웠거나 복권에 당첨되었다면 어떻게 보람 있는 데 투자하려 할까. 평소 천민에 대한 자각이 없다면 자신과 같은 이의 지위를 개선하는데 돈을 쓰기보다 먹고 노는데 정신이 팔릴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그러니 천민인데, 굳이 천민까지 갈 필요가 없다. 교육을 받을 만큼 받은 사람도, 지위에 오를 만큼 오른 사람도, 갑자가 큰돈이 생기면 대부분 말초적인 즐거움부터 탐닉하려 드는 모습을 본다.


복권에 당첨된 이가 이후 행복해질 가능성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기보다 어렵다지만, 그럼에도 많은 사람은 복권을 산다. 불행해지려는 심리일 리 없다. 일확천금을 확신하는 것도 아니다. 돈이 없거나 부족해 부딪히는 현실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싶기 때문일 텐데, 대부분의 경우, 복권 구입한 돈만 날린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잃어버리는 돈은 그리 많지 않다. 불행해지지 않는다.


도박은 어떤가. 복권보다 많은 돈을 한꺼번에 챙기기 어려워도 날리는 돈은 적지 않다. 돈을 벌 확률은 복권보다 높다지만 도박판에 앉은 사람 대부분은 돈을 잃는다. 낮은 확률로 어쩌다 돈을 벌 따름이건만 그 달콤했던 기억을 못 잊어 다시 덤볐다 패가망신하는 사람이 동서고금에 수두룩하다. 그래서 행복보다 불행해지는 사람을 많이 만들어내는 도박장을 제 정신을 가진 국가나 지방은 엄격히 통제한다.


인천의 한 호텔에 카지노라 이름을 붙인 도박장이 있었다. 비록 외국인 전용이었지만 적지 않은 내국인이 드나들었고, 많은 이가 패가망신하기도 한 그 도박장이 있는 호텔은 인천시민들에게 그리 좋은 인상을 가질 수 없었다. 지금 그 도박장은 인천공항 근처로 이전해 여전히 외국인 위주의 손님을 받고 있지만 적지 않은 내국인들도 출입할 거라 생각한다. 과거와 마찬가지로 자주 출입하는 사람 중에 적지 않은 이가 불행해졌을 게 틀림없다. 비슷한 도박장이 강원도 정선에 있다. 내국인도 출입이 가능한 곳이다. ‘강원랜드라 이름붙인 그곳에 고급 승용차들이 먼지를 뒤집어쓴 채 늘어서 있다. 타고 갔던 이가 돈을 빌리기 위해 내놓은 담보물이라고 하니 불행의 징표다.


도박장에서 돈을 버는 자는 누구인가. 단연코 딜러일 테고, 딜러를 고용한 도박장 사업주가 가장 많은 돈을 벌어드릴 게 틀림없다. 공식적으로 허가받은 업체라면 도박장에 사업권을 내준 지방자치단체는 상응할 세금을 받을 것이다. 도박장은 세금 이상 돈을 벌어야겠지. 도박에 열중하는 사람들의 주머니가 그만큼 비고, 도박장이 사업을 오래 하면 할수록 돈을 잃어 불행해지는 사람들이 그만큼 늘어난다는 의미가 될 것이다. 도박장에서 돈 잃은 자의 불행을 잠시 끌어 모은 도박꾼은 근처 유흥업소에서 기분을 낼 수 있지만 그건 한순간일 따름이다.


참으로 민망하게도 인천시는 요즘 인천공항 주변에 4군데의 도박장을 개설하려고 안달하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그 도박장 출입자의 다수는 인천시민을 비롯한 내국인이 아니라 외국인이므로, 인천의 자긍심과 관계없는 일일까. 인천시는 최근 재정상태가 넉넉하지 않다고 하는데, 그래서 강원도 정선처럼 돈벌이에 급하게 나서야 했나. 강원랜드가 고즈넉했던 정선의 이미지를 부정적으로 퇴색시켰고, 정선 군민들이 강원랜도 덕분에 호강한 게 거의 없는데, 인천은 왜 도박장에 목을 매는가. 석탄산업 위축과 같이 외부 요인으로 재정이 위축된 정선은 300만 바라보는 인구를 가진 인천과 사정이 많이 다르다. 인천에 재정 압박이 생긴 원인이 분명히 있는데, 그 원인을 살펴 재정 상태를 개선하려하지 않고 도박장 확대와 증설로 돈벌이에 나서지 않으면 안 될 눈물겨운 이유는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인천에 거주하는 사실을 자랑스레 생각하는 시민이라면 인천이 도박의 도시로 국제사회에 인식되는 걸 탐탁하게 여기지 않는다. 내국인이 출입하지 않으므로 강원랜드처럼 먼지 낀 고급승용차가 널리지 않을지라도 흔쾌하지 않다. 도박장보다 카지노라고 이름을 붙이겠지만, 영종도와 용유도 일원의 규모가 큰 4군데 도박장을 비행기를 갈아탈 여행객이 시간 때울 겸 출입한다면 돈벌이가 신통치 않을 것이니 일부러 찾아오는 외국인이 많아야 할 텐데, 그런 시설은 휘황찬란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어떤 나라의 도박꾼을 염두에 둔 도박장일까. 중국이나 일본? 호주나 유럽인? 그 나라에 도박장이 있든 없든, 부끄러운 노릇이다.


아시안게임을 눈앞에 둔 인천을 대한민국의 관문이라고 하는데, 관문부터 도박장이라니. 인천의 상징인 갯벌은 지구온난화를 가장 효과적으로 줄이는 생태계의 보고일 뿐 아니라 세계에서 그 유래가 없는 경관을 자랑한다. 독일은 자국의 갯벌을 국립공원으로 보전하며 관광객을 세계에서 불러 모으는데, 인천은 독일보다 수려했던 갯벌을 매립해 만든 공항에 도박꾼을 불러들이려하다니. 그렇게 벌어들인 돈으로 인천이 어떤 부자도시가 되려는가.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쓰려는가.


지구온난화를 일으킨 석유와 에너지 과소비가 한계를 드러냈다. 경제위기까지 심화되면서 세계는 다음세대를 위한 책임 있는 소비를 제안하고, 환경경제학자들은 소비 자체를 획기적으로 줄이지 않으면 환경과 경제 위기를 돌이키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국가는 물론 기업도 다음세대의 건강한 삶을 위해 책임을 다하자고 마음을 모으는 이때, 도박꾼의 불행으로 돈은 벌겠다고 나서는 지방자치단체가 있다니. 개가 웃겠다. (인천in, 2013.6.14)

지자체들은 유흥, 관광쪽 사업을 쉽게 생각하는 것 같은데 세금낭비로 끝나는 경우도 많은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