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반·개발

디딤돌 2013. 4. 20. 22:25


흔히 계절의 여왕이라고 하는 5월이 돌아왔다. 나무들이 초록의 잎을 부끄럽게 펼친 산기슭에 연분홍 꽃이 물든 모습을 보면 수긍하지 않을 수 없는데, 호사다마라 해야 하나. 초대받지 않은 황사가 잦은 계절이기도 하다.


초대하지 않아도 황사가 와주면 고맙던 시절이 있었다. 중국 황토의 무기물이 날아와 농토를 이롭게 해주었기 때문인데, 지금은 극구 사양하고 싶다. 자급하는 식량의 양이 형편없는 현실에도 농토가 줄이는 우리나라에 날아오는 요즘 황사는 중국 산업화의 부산물까지 싣고 오는 까닭이다.


혹한으로 바싹 얼어붙었던 중국과 몽골의 사막지대에 봄바람이 거세게 몰아치면 순식간이 흙바람이 일어 하늘을 덮을 듯 솟아오른다. 숲과 물이 없는 사막에서 더욱 강력해지는 편서풍은 중국 동해안의 도시와 공업단지를 먼저 황사로 휩쓸고 황해를 건너 우리나라와 일본을 지나 태평양까지 위력을 과시한다. 하와이에서 감지할 수 있는 황사는 미국 서부까지 날아간다는데, 해마다 그 정도가 심해진다고 전문가는 주장한다.


황사로 가장 큰 고통을 받는 지역은 물론 중국이다. 북경을 서쪽으로 벗어나자마자 드러나는 황색 사막은 비행기로 몇 시간 이어진다. 황하 상류의 숲이 황폐화된 이후 황사는 끊임없었지만 요즘처럼 심각한 적은 없었을 것이다. 지구온난화로 사막이 거듭 확장되기 때문이다. 이맘때 사망 원인의 압도적 1위가 호흡기 질환인 중국 당국은 나무를 심으려 무척 애를 쓴다. 많은 자본과 인력을 동원하건만 황사로 인한 중국 인민들의 고통은 갈수록 늘어난다.


나무와 습지가 없으니 바람이 거셀 수밖에 없는데, 산업화가 일으킨 지구온난화는 나무 심는 속도를 비웃는다. 최근까지 온실가스의 대부분을 내뿜어온 미국과 유럽, 그리고 얼마 전부터 온실가스를 내보내는 일본과 우리나라도 황사의 원인을 제공해왔다. 하지만 요즘은 중국을 따를 국가가 없다. 눈을 뜨지 못하게 할 정도로 휘몰아치는 황사를 진정시키려면 중국도 온실가스 배출 억제를 위한 국제적 노력에 능동적으로 동참해야하는데, 나무 심는 성의보다 신통해 보이지 않는다.


머지않던 과거에 호수였던 몽골의 사막도 황사의 발원지인데, 몽골은 지구온난화의 책임에서 거리가 멀다. 방목을 위한 초원이 넓은 몽골은 면적에 비해 인구가 적고 예산도 부족하다. 그러니 지구온난화의 책임 있는 우리나라와 일본이 몽골의 사막화 현장에 나무 심는 건 당연한 노릇이다. 황사가 그만큼 진정된다면 다행 아닌가. 문제는 황사가 오염물질 저감장치가 허술한 중국 동해안의 산업지대를 통과한다는 데 있다.


황사에 미세먼지가 포함돼 있다. 우리나라까지 날아오는 먼지는 더욱 가늘고 작다. 황사 계절을 맞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2013 황사 재난관리 특별대책을 추진하며 부산떨지만 황사 예보와 경보 발령 이외에 딱히 대응할 수단이 없다. 중국 산업단지에서 오는 황과 질소 산화물, 중금속을 포함하는 미세먼지가 기관지와 허파까지 침투할 경우, 알레르기성 비염과 기관지염, 고질적 천식이나 폐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외출할 때 마스크를 쓰거나 면역 약한 어린이나 노약자는 집에 머물 것을 권유하는데 그친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이후 주춤하더니 중국은 핵발전소를 다시 추진하려고 한다. 산업화 속도를 늦출 생각이 없다는 건데, 높은 굴뚝에서 황과 질소산화물을 연실 날리는 화력발전소 무리와 더불어 중국 동해안에 집중될 핵발전소는 방사성 물질까지 황사에 실을지 모른다. 산업화를 진정시킬 환경단체는 중국에 보이지 않는데, 중국 물건 수입에 여념이 없는 우리 정부가 진정을 요구할 리 만무하다. 그 와중에 후쿠시마와 동일한 사고가 중국에서 발생한다면 우리가 더 심각한 피해를 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 산성비의 원인으로 많은 전문가는 중국의 산업화를 꼽는다. 그러니 황사는 해로울 수밖에 없는데, 허파 속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미세먼지가 황사에 국한하는 건 아니다. 정작 우리나라는 미세먼지를 일으키지 않을까. 편서풍 지대의 서편에 화력발전소를 잔뜩 세운 나라가 바로 우리다. 그런 사실에 눈감고, 이맘때 늘어나는 호흡기 질환이 중국 탓이라고 은근슬쩍 넘어가는 건 아닐까.


280만 인구가 사는 인천의 서편 영흥도에 현재 80만 킬로와트 규모의 화력발전소 4기가 가동 중이다. 내년 중반 이후 가동 예정으로 현재 비슷한 규모의 화력발전 2기가 맹렬하게 건설 중이건만 정부는 다시 2기의 추가를 승인했다. 인천 뿐 아니라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 2천 만의 시민이 몰린 지역으로 개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미세먼지와 황과 질소 산화물을 날리는 화력발전소는 누가 집중하려 하는가. 중국이 아니다. 아무리 세계 최고의 배출저감장치를 부착해도 막대한 규모의 미세먼지가 발생하는 건 막을 수 없다.


황사보다 심각할 수 있는 미세먼지를 2천만의 코앞에 쏟아내는 화력발전소는 어린이나 노약자부터 괴롭힐 텐데, 앞으로 우리는 증설을 기정사실로 여기며 흔쾌히 손을 잘 닦든지 야외활동을 삼가는데 그쳐야 하나. 지구온난화와 사막화와 황사의 심각성을 즐기는 셈이 될 텐데, 계절의 여왕이 비웃겠다. (야곱의우물, 2013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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