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천

디딤돌 2013. 2. 8. 10:56

 

공청회는 무엇인가. 해도 그만 하지 않아도 그만인 공청회는 차라리 없는 게 낫다. 모름지기 공청회는 다양한 의견을 듣고 논의하면서 공감대가 분명한 합리적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여야 마땅하다. 보통 일정 규모 이상의 일상적이지 않은 사업을 실행 또는 허가하기에 앞서 정부는 다양한 관심사를 가진 시민 또는 전문가의 의견을 공청회에서 듣는다. 의사결정을 독점했던 군사정권의 암흑에서 빠져나온 우리나라도 논란이 많은 사업일 경우 공청회를 가진다. 한데 216차 전력수급기본계획 공청회는 왜 무산되었던가.


합리적 의견을 심도 있게 수렴하려면 자료 제공은 물론, 사전에 검토할 시간을 충분히 제공하고 공청회 개최를 예고해야 타당하지만,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 공청회는 개최 4일 전에 통보했다. 전력공급체계에 관심을 갖고 대안을 제시해왔던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을 배제하려는 의도가 분명했다. 법적 의무가 없으므로 시도 자체로 민의를 수렴하려 했다고 주장하고 싶을지라도, 최소의 진정성마저 없었다. 많은 자본을 투입해야 하는 전기 사업일이지만 민주적인 국가는 공급자가 아닌 소비자를 먼저 생각하며 정책을 편다. 전력 사업에 관한한, 우리나라에 민주주의는 실종되었다.


인천이 또 희생양이 되었다. 4기의 유연탄화력발전 설비가 가동 중인 영흥도에 다시 유연탄을 연료로 사용할 화력발전 2기를 추가하기로 추진하겠다고 일방 선언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금 영흥도에는 역시 유연탄 화력발전 2기를 증설하고 있다. 화력발전의 최대 용량에 가까운 80만 킬로와트 전후의 규모들이다. 6기가 가동되면 280만의 시민이 숨을 쉬는 인천의 대기는 안심할 수준이기 어려운데, 다시 2기를 추가하겠다는 게 아닌가. 문제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대표적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와 바다 생태계를 교란하는 발전 온배수는 거침없이 쏟아질 것이다.


약속은 지키자고 맺는 것이다. 3년 전 정부는 영흥도에 5호기와 6호기를 허가할 때 뭐라 약속했나. 7, 8호 때에는 반드시 액화천연가스와 같은 청정연료로 사용할 것을 명문화하지 않았나. 행정을 위탁받은 정부가 주권자와 맺은 약속을 뒤집었다. 정부의 덕목 중에 으뜸은 신뢰다. 신뢰를 잃은 정부는 지지를 잃는다. 향후 어떤 계획을 세우고 알리며 실행하려해도 시민은 정부를 믿지 않을 것이다. 우리 정부는 자신의 신뢰를 그렇듯 스스로 짓밟았다. 현 정부가 자초한 일이다. 경제적인 이유를 붙이는데, 전력회사의 이익을 위해 인천시민 280만이 희생되어도 좋다는 겐가.


정부와 전력당국은 8기로 증설하다라도 배출가스 총량은 변함없을 것으로 주장할지 모른다. 새로운 기술을 적용할 거로 홍보하겠지만, 그 사실 여부를 신뢰할 수 없지만, 황과 질소 화합물만이 문제의 전부일 수 없다. 풍부했던 해산물이 나날이 감소되는 인천 앞바다에 지금보다 2배 이상의 온배수가 배출된다면, 사막이 될지 모른다. 상처가 깊은 바다에 수온이 더 오르면 플랑크톤의 급변으로 해양생태계가 괴멸될 수 있다. 온실가스는 어떤가. 지구온난화 주범으로 국제적 지탄을 받는 지역이 왜 인천이어야 하는가.


유엔 산하 녹색기후기금의 사무국이 환호 속에 입주할 건물에서 훤히 보이는 영흥도에 늘어설 화력발전소는 인천의 내일을 어둡게 한다. 인천에 할당된 온실가스 총량의 60퍼센트 이상 영흥도의 남동화력이 독점하면 온실가스 줄이려 큰돈을 쓴 인천시와 인천의 기업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시설 확충은커녕 감축해야 하고, 감원도 불사해야 할지 모른다. 국제사회는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라 거듭 요구할 텐데, 그때 이산화탄소 총량이 줄면 산업이 마비될 인천에서 시민들은 그만큼 고통 받아야 한다. 공정한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더 필요하다면 약속대로 청정연료를 사용해야 하겠지만, 인천에 발전 시설은 지금도 지나치다. 대부분의 나라가 그렇듯, 발전소는 수요가 있는 곳에 있어야 옳다. 서울이든 경기도든. 발전소 추가 증설에 앞서 인천시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합리적 논의를 공정하게 실시할 것을 요구한다. (기호일보, 201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