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천

디딤돌 2007. 11. 23. 17:54

 

     자전거는 자동차나 오토바이처럼 공간을 난폭하게 대하지 않고, 풍경의 일부가 되어 세상을 겸손하게 바라보게 만듭니다. 더러 방귀를 뀌는 개인적인 사정 외에는 대기를 오염시킬 일이 전혀 없고, 정기적인 대인대물 보험료를 납부해야 하는 쓸데없는 지출을 하지 않아도 되고, 운동부족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일찍 떠날 염려가 거의 없는, 인류가 만든 공산품 중에 가장 아름다운 발명품입니다. 달리다가 문득 한 발은 페달에, 한 발은 대지에 굳건히 딛고 서서 지나가는 이웃에게 “밥 먹었니?” 하고 물을 수 있는 자전거는 사람과 사람을 정으로 연결시키기까지 합니다.

 

이상은 ‘풀꽃세상을 위한 모임’(줄임 풀꽃세상)에서 2002년 ‘풀꽃상’을 자전거에 드리면서 선정이유로 발표한 글이다. 3천명의 회원이 활동하는 풀꽃세상은 ‘자연에 대한 존경심 회복’을 운동 목표로 한다. 자연에서 태어난 인간은 이용가치가 아니라 존재가치 그대로 자연을 보아야한다면서 존경하는 마음으로 자연에 상을 주는 게 아니라 드린다. 치열한 풀꽃상 선정회의를 거치며 존경해야 할 자연의 무게를 배우는 “풀꽃세상은 이 나라의 모든 사람들이 지금보다 더 자주 자전거를 타기 바라는 마음에서 제8회 풀꽃상을 ‘자전거’에게 드립니다.”로 선정이유를 마무리했다.

 

요즘처럼 자전거 타기 즐거운 계절이 없을 성 싶다. 자전거 도로에 가로수 낙엽이 소복이 내려앉은 것이다.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는 길을 천천히 페달을 밟는 기분, 유럽의 유서 깊은 자전거 도로가 부럽지 않은데, 문득 문득 뒤에서 추월해 지나쳐가는 오토바이가 낭만을 깬다. 낭만을 깨는 데에서 그치지 않는다. 보행자 도로 한 폭을 붉은 아스타일로 잠식한 자전거 도로는 가끔 보행자의 권리를 제한하지만 오토바이는 자전거 타는 이와 걷는 이를 난폭하게 위협하기에 이른다.

 

자동차가 질주하는 도로는 위험할 뿐 아니라 배기가스가 많다. 자전거와 보행자가 다니기 매우 부적당하다. 보호 장치가 완전하지 않은 오토바이도 안전을 확신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오토바이가 자전거 도로를 점령해도 무방한 건 아니다. 자동차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린 가장자리 도로에서 운전자 스스로 안전하게 이용해야 한다는 것, 원동기 운전면허를 받은 오토바이 운전자라면 모를 리 없다.

 

많은 보행자는 자전거 도로를 걷는다. 보도블록보다 편하기 때문일 텐데, 보행자가 있을 때 자전거는 주의한다. 그래도 보행자는 위험을 느낀다. 보행자가 갑자기 방향을 바꿀 때 자전거 운전자는 당황하게 된다. 더구나 요즘 많은 사람들의 귀는 MP3하고 연결된 이어폰이 막고 있다. 유럽처럼 보행자와 자전거 도로를 물리적으로 분리하지 않은 상태에서 앞에서 다가오는 자전거를 피하다 뒤의 자전거에 다치는 사례가 적지 않은 마당이다.

 

『지구를 살리는 7가지 불가사의한 물건들』에서 저자 존 라이언은 도로의 가장자리는 자동차 배기가스가 가장 적다고 말한다. 자전거는 가로수로 자동차 도로와 차단된 도로에서 상대적으로 쾌적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다. 더욱 바람직하려면 보행자 역시 자전거 도로와 가로수와 분리된 도로에서 더욱 쾌적하고 안전하게 걸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자면 자전거 도로에 자동차가 침범할 수 없고, 보행자 도로에 자전거가 함부로 들어설 수 없도록 자전거 도로의 양편에 가로수를 심어야 한다. 유럽의 많은 자전거 도로가 그렇다.

 

조금 이른 시간에 집을 나서 지하철 몇 정거장을 걷을 적이었다. 목발을 짚고 힘겹게 걸어오는 노인을 피해 자전거 도로로 몸을 돌리려는 찰라, 뒤에서 성마른 경적이 울리며 오토바이가 휙 자나가는 게 아닌가. 일순 당황했지만 노인은 더욱 놀랐는데, 저만치 멈춰 선 오토바이 운전자의 태도가 터무니없었다. 사과는커녕 버럭 화를 내는 게 아닌가. 자전거 도로가 제 도로인 듯.

 

서울 강남구는 보행자와 자전거 도로를 다니는 오토바이를 단속한다고 한다. 단속도 중요하지만 오토바이 운전자 자신의 태도가 우선되어야 한다. 자신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상대적으로 약한 이웃을 위협하는 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는 노릇이므로. (인천e뉴스, 2007년 12월 예정)

잘 읽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