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동물

디딤돌 2009. 9. 2. 10:47

 

올여름 서해안의 화두는 단연 해파리로 보인다. 따뜻한 해류를 타고 들어오는 노무라입깃해파리는 먼바다에서 서해로 들어오면서 몸집을 늘려 날개가 2미터에 이르고 무게만 1톤에 가깝게 커질 뿐 아니라 강한 독성을 띄는 촉수를 수 미터나 늘어뜨려 보기에 섬뜩할 정도다. 노무라입깃해파리만이 아니다. 전에 쉽게 볼 수 없었던 크고 작은 해파리들이 마침 활발해야 할 멸치어장에 떼로 나타나 어민들을 울상짓게 하고 한여름 해수욕장에 출몰해 관광객들을 당황하게 만들 정도라고 하소연한다. 남의 일이 아니다. 김장철 젓갈가격이 오를 것이다.

 

직장인들의 반짝 휴가철이 지난 8월 초, 지하철 계단을 오를 때 눈에 띈 한 젊은 여성의 다리는 해파리 촉수에 휘감긴 흔적으로 처참했다. 남의 시선을 의식할 테니 치마를 자제하고 싶었겠지만 옷과 접촉할 때 느끼는 고통 때문인지 상처부위를 바지로 가리지 못한 모양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뒤엉켜 첨벙이는 바닷가까지 밀려왔다 자신을 건드리는 사람의 다리를 휘감는 해파리 때문에 여름철 관광산업이 위축되고, 걷어올리는 그물에 해파리만 무겁게 걸려드는 바람에 어업 피해가 이만저만 아니라지만, 해파리에 그 책임을 물을 수 없다. 타고난 습성이 그런 해파리로서 다른 도리가 없을 게 아닌가.

 

이미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했듯, 해파리가 이처럼 우리 바다를 출몰하게 된 주된 이유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바다의 수온 상승이다. 우리 바다는 벌써 아열대화되어 전에 없었던 보라문어나 맹독성 별복이 올라오고 그렇게 많았던 명태와 대구는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해파리의 천적으로 알려진 쥐치가 남획으로 드물어진 상황에서 점점 따뜻해지는 우리 바다는 거침없이 늘어나는 해파리에게 안전한 서식조건을 마련한 셈이다. 게다가 연근해를 뒤덮듯 설치한 양식장마다 사료 찌꺼기와 배설물이 흘러나오니 해파리의 먹이는 넘칠 지경이 아닌가. 우리 바다에 해파리가 늘어날 조건은 해파리가 만든 게 아니다.

 

‘민관 합동 해파리 퇴치작전’을 펼치는 정부에서 기름과 인건비를 적극 지원하면서 어장마다 하루에 수백 톤의 해파리를 잡아없애는 가운데, 국립수산과학원의 전문가는 “바닷물의 기온이 떨어져 해파리의 증식이 줄어드는 10월 말이나 11월 초까지는 해파리 떼로 인한 어업인들의 피해가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견했다고 한다. 이에 정부는 해파리가 소멸할 때까지 모니터 요원을 배치해 해파리의 발생과 예상 이동경로를 감시하여 어로작업에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긴장을 늦추지 않겠다고 다짐했다는데, 내년에는 어떨지. 이런 현상이 해마다 반복되거나 심화된다면 대책 세우기 쉽지 않을 것 같다.

 

텔레비전으로 방영된 어민들의 퇴치작전은 절박하기만 한데 해파리의 습성을 충분히 고려한 것으로 보이지 않아 안타깝다. 그물이 터질듯 잡아올린 해파리를 잘게 잘라 바다에 버리는 게 아닌가. 개체의 생명을 마친 그 해파리는 본능적으로 막대한 알과 정자를 방류할 테고, 알과 정자가 수정돼 플랑크톤으로 떠돌던 해파리가 바위에 붙으면 수온이나 먹이가 적당해질 때를 기다렸다 성장해 퍼질 것이다. 해류를 따라 들어오는 해파리와 더불어 화력발전소나 핵발전소의 온배수로 더욱 따뜻해지는 우리 해안에서 태어나는 해파리까지 더해진다면 인근의 어장과 해수욕장은 올해보다 끔찍할 수 있다. 따라서 건져올린 해파리는 육지에서 처리해야 바람직하다. 퇴비로 활용하는 외국의 사례를 참조할 수 있지 않을까.

 

‘폴립’이라 해서 단단한 바위에 붙어야 성장해 퍼질 수 있는 해파리는 바위가 없고 수많은 어패류들이 플랑크톤을 먹어치우는 서해안의 갯벌에서 생존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전면적인 매립으로 천적이 드물어졌을 뿐 아니라 폴립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 다시 말해 제방과 방파제가 해안에 줄을 잇지 않았던가. 결국 해파리가 늘어난 환경은 우리가 조성한 것인데, 그 대책은 무엇이어야 하나. 거듭된 갯벌 매립인가, 수온을 상승시키는 발전소 증설인가. 철새의 생존을 위협하는 송도11공구 매립과 수도권 대기질을 악화하는 영흥도의 유연탄화력발전소 증설은 해파리 증가와 무관하지 않다. (기호일보, 2009.9.11)

 
 
 

생태계·동물

디딤돌 2007. 12. 12. 22:28
 

장어, 참복, 참게, 황석어, 실뱀장어…. 둑으로 하구가 막히기 전에 금강을 따라 오르며 잡던 생선의 주요 목록이다. 하구가 막히면서 이제 실뱀장어만 남았는데, 그마저 사라지려는가. 최근 금강을 터전으로 하는 서천군의 어민들은 생계대책위원회로 모였다. 강 건너 군산에 발전소가 들어서는 까닭이다.

 

저들은 LNG를 연료로 사용하므로 청정이라고 강조하지만 그건 하늘 이야기고, 바다는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화력발전소가 일단 가동되면 필연적으로 ‘온배수’는 쏟아져 나간다. LNG를 태워 증류수를 끓이면 수증기가 발생할 터. 고압의 뜨거운 수증기로 발전터빈을 돌리는데, 터빈을 돌린 수증기는 식어야 한다. 이때 바닷물이 동원된다. 깊은 바다에서 끌어들인 물로 수증기를 식히고, 역할을 마친 바닷물을 발전소 인근의 얕은 바다로 돌려보내는데, 그게 온배수다. 따라서 바다는 배출구를 중심으로 수온이 높아지는 것이다.

 

한데 발전소 당국은 강 건너 서천군과 납득할만한 어떤 협의도 시도하지 않았다. 청정이므로 양해를 구하지 않았다는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지만, 어민의 처지에서 어처구니없다. 문제는 바다에서 그치지도 않는다. 먼지와 황산화물의 배출은 적지만, LNG 화력발전은 질소산화물이 석탄 화력발전소보다 많이 배출되는 게 사실이 아닌가.

 

환경영향평가서를 작성하면서 고작 1.7킬로미터 밖에 떨어지지 않은 서천을 제외한 발전소 당국의 처사는 금강의 어민과 서천주민을 고의로 무시한 태도로 보였는데, 금강 하구에 내려앉은 철새들도 같은 심정일까. 하굿둑으로 막힌 호수에 수십만 마리 찾는 가창오리 떼는 하구 사정에 둔감하겠지만 하구 철새에게 바다 생태계의 변화는 치명적이다. 시베리아에서 날아와 겨우내 영양을 충분히 보충해야하거늘 온배수는 하구에 깃들었던 생물을 몰아낼 터이므로.

 

“개리, 개리가 나타났어요!” “천연기념물인 개리가 시베리아에서 날아왔다고요!” 지난 11월 25일,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 천연기념물센터는 가락지가 부착된 ‘개리’를 발견했다고 흥분했다. 러시아 하바롭스크에서 부착한 가락지를 다리에 낀 개리가 작년 10월 임진강에서 관찰되더니 올 11월에 금강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거다. 하구의 갯벌에서 휴식하는 43마리 중 한 마리의 가락지를 확인한 연구자는 “천연기념물의 이동 경로와 서식 생태 등을 알려주는 중요한 자료”라며 “앞으로 이들의 월동지 모니터링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약속했다는데, 그 소식을 전한 언론은 2004년 3월 한강 하구에서 천여 마리가 관찰된 이래 전국 해안에서 서너 마리에 불과했는데 이번에 43개체나 찾아온 데 의미를 두었다.

 

개리? 생소한 이름이다. 개리야 사람이 생소해 하든 말든 신경 쓰지 않겠지만, 개리를 천연기념물 325호로 지정한 사람에게 반가운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저건 개리다!” 배율이 높은 필드스코프에서 눈을 떼며 자신이 먼저 확인해 신이 난 탐조회 회원은 개리 출현이 이번 겨울 금강 하구의 큰 뉴스일 테지만, 어디 보통 시민이야 그런가. 개리? 개리가 뭐지? 종잡지 못한다.

 

개리는 기러기의 한 종류다. 부리와 목이 긴 기러기라고 생각하면 쉽다. 몸이 87센티미터에 몸무게가 3.5킬로그램이라고 전문가는 전하지만, 오리와 기러기도 구별하지 못하는 시민은 갸웃할 밖에. 기러기도 오리처럼 뒤뚱거리며 걷지만 기러기는 덩치가 크다. 하늘을 날 때 오리는 날갯짓이 분주하지만 기러기는 여유롭다. 개리는? 필드 스코프로 살펴보면 기러기보다 몸의 갈색 무늬가 대체로 밝다. 뺨에서 턱을 지나 목으로 이어지는 앞쪽의 미색 깃털이 갈색인 뒤와 뚜렷이 구별된다. 앞뒤가 비슷한 기러기와 그 점이 다르다. 그런 상식으로 겨울이 추운 이맘 때 금강 하구로 나가 두리번 거려보자. 배율 낮은 쌍안경으로도 개리를 확인하는 운을 건질 수 있다.

 

개리는 거위의 원조다. 한데 거위는 희다. 어쩐 일일까. 몸이 하얀 개체는 자연에 많다. 하얀 사자와 호랑이도 있고, 가끔 흰 까치도 보인다. 서커스단은 하얀 비둘기를 선호하고 실험실은 흰쥐만 사용한다. 하얀 개체로 짝짓기를 시켰기 때문이다. 하얀 개체는 유전적으로 열성이다. 선조는 몸이 하얀 개리를 잡아 거위로 품종개량했을 게 틀림없다. 거위는 날지 못한다. 어려서 나는 법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인데 어린 거위를 길들지 않은 개리에게 맡긴다면? 자연으로 날아갈지 알 수 없다. 요즘 거위마저 보기 어렵다. 시골에 넓은 마당이 사라지면서 퇴출되었으리라.

 

갯가에서 해조류를 건져먹거나 가을걷이 마친 논에서 이삭을 주어먹고 가끔 곤충과 조개류도 즐기는 개리에게 얼음이 드문 우리나라 서해안의 하구는 월동지로 훌륭한데, 1960년대 이후 어쩌다 한두 마리 관찰될 정도로 줄어든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시베리아 아무르 지방에 흩어져 살다, 요즘도 먹이와 휴식을 위해 중국 동남부에 수만 마리 모이는 개리가 외면하는 무슨 까닭이 있을 텐데, 한반도 서해안에 변고가 생겼을까. 갯벌 매립과 오염으로 내려앉을 장소가 줄어든 게 원인일까. 기후변화는 어떨까.

 

1990년에 완공된 금강 하굿둑이 만든 호수에는 겨울철마다 수많은 철새가 와글거리는데, 쇠기러기 떼와 섞여 한두 마리 찾아오는 개리는 하구에 조용히 머물다 간다. 한강에 가끔 모습을 드러내던 개리가 금강에 모습을 단체로 드러낸 이유는 무엇일까. 한강 개발 계획으로 들뜬 사람과 공사 장비의 소음을 피해 금강 하구를 찾은 건 아닐지. 하지만 개리는 얼마 안 가 금강도 포기해야 할지 모른다. 서천 갯벌의 매립 계획을 시민들이 힘겹게 막아냈지만 군산 쪽 하구에 LNG 화력발전소가 기정사실로 건설을 강행하는 형국이 아닌가. 끔찍한 온배수가 해양 생태계를 금강 하구부터 황폐화시킬 게 분명한 노릇이니.

 

일찍이 공자는 말씀하셨다. “먼 데서 친구가 찾아오니 그 또한 반갑지 않겠는가.”하고. 탐조인만이 아니다. 시멘트와 아스팔트에 지친 시민에게 개리는 반가운 손님인데, 자연에서 태어난 우리는 시방, 개리를 맞을 준비가 돼 있는가. (전원생활, 2008년 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