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동물

디딤돌 2015. 7. 27. 15:58


유도를 찾던 저어새가 사라졌다. 김포군 월곶면의 비무장지대를 흐르는 한강의 작은 섬 유도에서 1996년 여름 북한에서 떠내려온 허기진 황소가 구출된 적 있는데, 무슨 이유로 저어새가 자취를 감췄을까? 홍수 여파로 환경이 바뀌었나? 전문가는 수리부엉이가 나타나 부화해 자라는 어린 저어새를 낚아채거나 쥐가 들어와 알을 갉기 때문인지 의심한다. 없었던 삵이 여러 마리 들어가 일가를 이뤘는지 모르겠고.


흑염소를 풀어넣어 생태계가 짧은 시간에 혼란스러워지는 외딴섬이 우리나라에 드물지 않다. 없던 뱀이 들어가 새알을 날름날름 걷어먹는 자연다큐도 어색하지 않다. 대부분 사람이 저지른 일이다. 정착하려 해안에 정박시킨 배에서 빠져나가거나 사냥꾼이나 연구자의 부주의가 빚는 사고다. 외딴섬만이 아니다. 뱀까지 잡아먹어 화재가 되었던 황소개구리는 우리나라 육지를 점령한지 오래고 배스와 블루길은 호수를 지배하는 우점종이 되었다. 큰돈 벌려던 양식업자의 부주의는 그토록 큰 대가를 요구했다.


양식을 위해 도입한 외래종이 고유 생태계를 교란하는 일은 비교적 흔하다. 남도의 저수지에서 제왕적 지위를 누리는 뉴트리아처럼 잉어와 가물치는 미국의 호수를 점령해 골치 아프다고 한다. 가물치는 호수의 폭군이 되었고 잉어는 고유종을 몰아내는데 확산 막을 묘안이 없다고 하소연한다. 모피업자가 들여왔을 뉴트리아는 천덕꾸러기가 되었는데, 잉어와 가물치는 누가 미국으로 가져갔을까? 우리가 뉴트리아 모피를 외면하듯, 미국인들은 잉어나 가물치 요리에 관심이 없는 모양이다.


살인 물고기라는 어이없는 악명을 뒤집어 쓴 아마존의 피라냐 서너 마리가 횡성의 한 저수지에서 나타나 잠깐 우리 언론을 떠들썩거리게 했다. 떼로 몰려들어 강에 빠진 소 한 마리를 삽시간에 먹어치운다는 피라냐는 날카로운 이빨이 무시무시하지만 아마존 원주민들은 능히 피했을 것이다. 맨발일지라도 피라냐가 눈치 채지 못하게 강을 건너거나 없는 지역을 미리 파악하겠지만 현지 사정을 모르는 서양의 탐험대는 아무래도 조심성이 허술했을 터. 놀란 가슴을 헐떡이며 악명을 뒤집어 씌웠겠지.


물을 절반도 채우지 못한 횡성의 그 저수지는 일찍 찾은 무더위로 전에 없이 따뜻했을 텐데, 아마존 생태계에 최적화된 파라냐는 얼마나 머물렀을까? 누군가의 거실을 차지했던 어항에 갇혀 던져주는 먹이를 오독오독 씹으며 무척 답답했을 아마존 물고기는 타고난 이빨을 제대로 활용할 기회가 한동안 없었겠지. 알을 깨고 나온 지 오래지 않아 몸이 작을 때조차 운신하기 작았던 어항은 얼마 못 가 견디기 어렵게 비좁아졌을 것이다. 나름 커다란 어항에 뚜껑을 닫아야 했던 어떤 시민은 어항 벽과 뚜껑을 하도 치받아 피 흘리는 피라냐의 몰골을 차마 보기 어려웠고, 결딴을 내려 횡성의 저수지를 향했을 테지. 전에 그 저수지에서 낚시를 했을까? 풀어놓으면 굶주리지 않을 걸로 생각하며.


아프리카의 표범이나 치타가 그렇듯, 피라냐도 작았을 때 참 귀여웠겠지. 양판점의 수족관 앞에서 아빠가 끄는 카트에 탄 아이가 졸랐을지 모른다. 백만 원 훌쩍 넘는 유모차가 아깝지 않은 부모는 수백만 원 호가하는 배터리 자동차도 사줬는데 까짓 피라냐 정도야 뭐. 어항이 커서 부담스러웠어도 점검해주는 사람이 오니 참을만했을 게다. 하지만 먹이 게걸스레 축내며 자라난 피라냐는 어느새 징그러워졌다. 암수일 거라 믿고 함께 넣은 두 마리가 무섭게 싸우더니 한 마리가 죽었고, 사 달라 졸라댔던 아이는 관심을 껐다. 어항이 부담스럽던 부모는 아이 몰래, “에이 모르겠다!” 낯설지 않은 저수지로 향했겠지. 방생이라 위안하면서.


그렇게 붉은귀거북이 근린공원의 연못에 퍼졌다. 자기 손바닥보다 작은 거북이 노란 배를 드러내며 뒤뚱거리는 모습을 보고 조르던 아이들은 아빠의 손바닥보다 훨씬 커다랗게 자란 붉은귀거북이 같이 넣어둔 금붕어 물어뜯는 모습에 소스라치게 놀라기 마련이다. 이내 외면하고 말 테지. 배설물 치우며 물 갈아주랴 시달리던 부모는 으슥한 밤, 슬쩍 방생하게 되고, 넓은 호수까지 퍼진 붉은귀거북은 천연기념물 453호로 지정 보전하는 남생이의 산란장을 독차지하고 말았다. 대대적 정리하기 전까지 인천대공원의 호수는 붉은귀거북 천지였다.


집에서 키우던 외래동물을 좋은 마음으로 서식 조건이 비슷한 자연에 방생한 이웃을 생태계 교란의 주범으로 비난하기 어렵다. 피라냐와 붉은귀거북을 사달라고 조른 아이들을 탓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런 동물까지 애완용으로 수입하는 사람에게 문제를 제기하고 우리 생태계를 교란시킬 가능성이 있는 동물을 애완용으로 수입하도록 허가한 당국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열대 지역의 동물이므로 우리 자연에 풀어넣어도 번식하며 생존할 가능성이 없다고 해도, 안심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런 동물의 몸에 있는 기생충이나 병원균이 퍼질 가능성까지 차단할 수 없지 않은가.


횡성의 같은 저수지에서 잡은 또 다른 아마존 물고기 레드파쿠는 1미터까지 자란다고 한다. 그를 위해 얼마나 많은 먹이를 주어야 하고 어항은 얼마나 커야 하나. 결국 농사용 저수지로 들어갔는데, 붕어와 잉어, 어쩌면 가물치까지 삼키다 그만 노출되고 말았다. 갑자기 넓어진 공간에서 정신없이 첨벙이다 투망에 걸렸고 메르스에 놀란 전국의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어들이는데 성공했다. 그에 화답한 언론은 피라냐의 포악성을 침소봉대했고, 저수지는 절반만큼 고인 물을 몽땅 잃었다. 바닥을 드러낸 저수지에 다른 피라냐와 레드파쿠는 없었다.


드물지 않았을 붕어와 잉어는 물론 가물치 한 마리 보이지 않았던 저수지에서 지역 농부는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아무리 장마철이라고 해도 그렇지, 작년 가을부터 혹독하게 이어진 가뭄의 여파가 가라앉지 않았는데, 저수지의 물을 모조리 빼내다니. 중부지방에 비다운 비가 내리지 않아도 어렵사리 심은 벼가 한창 커 가는데 수천만 원의 예산을 써가며 농사용 저수지를 비우다니.


걸어 다니는 새 키위를 비롯해 특산종들을 철저히 보호하는 뉴질랜드는 외래동물을 함부로 도입하지 않는다. 양식은 물론, 애완용도 철저히 규제한다. 횡성에서 비명횡사한 피라냐는 한국에 오고 싶었을까? (작은책, 20158월호)

"아프리카의 표범이나 치타가 그렇듯, 피라냐도 작았을 때 참 귀여웠겠지" 그래요.. 그래서 저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어린 동물 사진을 올리지 않습니다. 어떤 동물도 어릴 때는 귀여운데, 그 귀여움만을 당장에 소유하고 싶어하는 사람들 때문입니다..

 
 
 

생태계·동물

디딤돌 2010. 11. 29. 16:46

 

2008년 10월 제10차 람사총회, 다시 말해 “물새 서식지로서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에 관한 협약” 총회가 열린 경남 창원의 우포늪은 용늪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지정된 람사습지이고 1973년 전까지 천연기념물이었다. 일제가 1933년 지정했으나 철새가 줄어들었다며 취소했다 천연기념물로 다시 등극될 찰라, 초대받지 않는 손님 때문에 난감해진 모양이다. 노랑부리저어새와 큰고니 같은 겨울철새가 답지할 순간, ‘늪너구리’가 출몰한다는 게 아닌가.

 

늪너구리? 너구리가 늪에 적응해 나타나는 건 아니다. 남미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 일원에 분포하는 뉴트리아를 우리말로 그리 부르는 모양인데, 사실 너구리와 많이 다르다. 흙탕물과 같은 연갈색의 통통한 몸은 50센티미터 이상 자라지만 기다란 앞니를 드려낸 머리는 영락없이 쥐를 떠올리게 하는 뉴트리아는 40센티미터까지 자라는 꼬리가 쥐처럼 가늘기 그지없다. 그래서 그런가. ‘뉴트리아쥐’라고 칭하는 이도 있다. 짧은 다리로 뒤뚱거리지만 일단 물에 들어가면 발가락 사이의 물갈퀴로 제 세상을 만끽한다.

 

어쩌다 모습을 드러내던 뉴트리아가 어느새 우포늪 전역에서 활개를 치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황소개구리나 배스가 퍼져나간 시나리오와 비슷할 것이다. 사육으로 한 밑천 잡으려다 시들해지자 관리가 소홀해졌고, 그러자 몇 마리가 울타리를 벗어나면서 급격히 퍼져나간 거다. 1985년 프랑스에서 모피와 고기를 위해 100여 마리 수입해 경상남도 일원에서 사육한지 이제 25년. 수명 10년인 뉴트리아는 천적이 없는 늪에서 마음껏 증식, 그 주변의 습지를 거의 잠식했다. 머지않아 금강과 한강으로 세력을 넓힐 태센데, 아직 거긴 춥다.

 

우리 생태계에 없었으므로 첫인상이 호감가지 않아도 장점이 한두 가지 아니라고 했다. 습지의 척추동물답게 털이 치밀하고 고와 모피의 길이 좋을 뿐 아니라 적은 기름기에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한 고기가 부드러우며 쫄깃쫄깃하다니 일석이조다. 면역이 강해 질병이 거의 없고 아무 사료도 잘 먹으며 마구 자라는 늪의 수초를 거뜬히 먹어치우는 뉴트리아는 세심하게 관리하지 않아도 1년에 두세 차례, 한 배에 서너 마리 이상 새끼들을 낳아 잘 자란다는 게 아닌가. 그러니 축산 실패로 시름에 잠긴 이의 호기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사육장에 악취가 발생하지 않을 뿐 아니라 배설물은 양질의 비료가 되어 수초와 벼 생산에 도움이 된다니 들여놓기만 하면 금방 부자가 될 것 같았을 게다.

 

광고는 언제나 한쪽 면만 조명할 따름이라는 건 대개 나중에 안다. 2000년 무렵 8천 마리 이상 증식된 뉴트리아는 모피와 고기가 아무리 좋아도 남미나 유럽과 같은 각광을 받지 못했다. 혐오스런 모습 때문에 모피와 고기마저 외면된 건데, 물고기의 산란장인 수초를 마구 뜯어먹을 뿐 아니라 우포늪의 멸종위기종인 가시연을 뜯다 철새의 다리를 물고 잠수, 질식시킨 뒤 게걸스레 먹어치워 여간 골치 아픈 게 아니었다. 게다가 인근의 밭으로 들어가 감자요 당근을 거덜내더니 급기야 논으로 들어가 벼마저 훑어내는 게 아닌가.

 

제 몸무게의 4분의1을 하루에 먹어치우는 뉴트리아에 대응하는 천적이 없다는 게 큰 문제다. 악어가 없는 우리나라에 있는 수달은 맑은 하천을 떠나려 들지 않는다. 물수리는 태화강에서 숭어 잡는데 여념이 없고 참매는 늪까지 염탐하지 않는다. 뉴트리아는 늪을 외면하는 삵이나 오소리마저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영하로 치닫는 겨울 추위만이 두려웠을 테지만 호수 가장자리에 20미터 이상의 굴을 파면서 극복했다. 한겨울에도 따뜻하면 굴에서 나와 철새를 물어뜯으니 우포늪 관계자는 당혹스러웠을 것이다.

 

우포늪만이 아니다. 밀양시도 부산시도 포상금을 걸고 포획에 나섰다. 민원에 호응한 환경부가 2009년 6월 유해조수로 지정했으니 뉴트리아가 눈에 잘 띄는 계절을 맞아 대대적인 퇴치 작전에 돌입한 것인데, 효과는 높지 않다. 그런 사정은 우리나라만이 아니다. 일찌감치 수입해 사육하다 모피산업이 시들해지자 숲으로 내버린 미국에서 뉴트리아가 루이지애나 늪지대에 퍼지며 수중 생태계를 심각하게 파괴하기에 이른 것이다. 꼬리 하나에 5달러를 내걸었지만 실패했고, 소시지와 버거 같은 메뉴를 개발해 식용을 위한 사냥을 유도했지만 워낙 뛰어난 번식력 때문에 소용없었다고 한다.

 

남부 미국보다 쌀쌀하고 늪도 넓지 않지만 앞으로 미국 이상 퍼질 가능성이 높다. 지구온난화로 호수의 얼음이 겨울에도 오래 지속되지 않으니 우리 겨울에 완전히 적응하면 4대강 사업으로 대구 언저리까지 호수로 이어질 낙동강 주변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민원이 유발되었듯, 낙동강 주변의 비닐하우스에 들어가 겨울딸기를 축내며 봄을 기다릴 것이다. 걱정은 거기에서 멈출 리 없다. 거대한 호수의 제방에 복잡한 굴을 길게 파놓을 테니 집중호우에 제방 붕괴의 원인을 제공할 수 있다. 4대강 사업 낙동강 구간의 가장 하류인 함안의 한 호수에 벌써 사고가 벌어졌다. 집중호우로 빗물이 순식간에 모여들자 뉴트리아가 파놓은 굴 때문에 약해진 제방이 붕괴되었다.

 

수초가 사라진 겨울철에 늪을 유영하다 포수의 총탄에 쓰러지는 동료를 보면 주로 야행성인 뉴트리아는 낮에 얼씬도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총도 소용없어진다는 건데, 앞서 경험한 다른 나라처럼 주어진 환경에 금방 적응하는 뉴트리아가 우리 땅에 퍼진 이상, 발본색원할 가능성은 없을 것이다. 앞으로 동면까지 알게 된다면 남은 방법은 거의 없어질 터. 불고기나 로스구이로 유혹하는 방법도 그리 효과가 없을 것이다. 고기나 가죽의 인기가 높아지면 사육농가가 늘어나겠다.

 

퇴치한다는 건 결국 죽여 없애자는 뜻인데, 들어올 때 그리 애지중지하더니 이제와 죽이겠다니. 뉴트리아는 억울할 텐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 자연에서 퇴치할 수 없다면 황소개구리나 배스처럼 어쩔 수없이 최소 범위에서 공존해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뉴트리아가 퍼져나갈 환경 조건을 최대한 억제시키고, 우리 자연에서 나타나는 천적이 수를 조절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할 텐데, 대구를 내륙항으로 만들려는 4대강 사업은 고유 생태계를 더욱 처참하게 교란하기만 한다. (전원생활, 2011년 1월호)

감사히 담아갈께여... ^^

 
 
 

생태계·동물

디딤돌 2005. 8. 8. 16:07
 

1980년대 중반, 인천항 원목부두에서 한 마리의 도마뱀이 연구실로 운송돼 왔다. 급히 구입한 대형 수조에 넣은 그 녀석은 인도네시아의 왕도마뱀이었는데, 한 동안 미꾸라지를 잡아먹다 포르마린에 고정되고 말았다. 몸 움직이기에 좁아터진 수조에서 견디기 어려웠으리라. 비슷한 시기, 지금은 아파트 단지로 바뀐 농촌에서 거대한 개구리 한 마리가 잡혀왔다. 밤새 황소 울음소리가 나 웅덩이를 퍼냈더니 이놈이라며 가져온 황소개구리를 하는 수 없어 왕도마뱀이 머물던 수조에서 넣었는데, 수조 속의 연구용 청개구리를 한동안 축내던 녀석도 표본병 속의 포르마린에 잠기고 말았다. 인도네시아의 왕도마뱀은 영문도 모르는 채 비자 없이 밀입국하다 봉변당했다면 양식용 황소개구리는 비자 내용과 다른 곳에 머물다 생포돼 수명이 단축되고 말았다.


검역이 강화되면서 비자 없이 들어오는 외래동물이 드물어진 요즘, 비자에 허가되지 않은 곳에서 번식하며 살다 생태문제가 되는 외래동물이 늘어나고 있다. 원조곡물에 외래곤충의 알이 묻어오거나 아열대 파충류가 원목에 무임승차하는 사례는 대폭 줄어들었지만 애완동물로 수입돼 우리 생태계에 슬그머니 방치되는 사례가 전에 없이 많아진 것이다. 황소개구리나 배스와 블루길처럼 양식 목적으로 들여왔다가 돈이 되지 않자 방치해 전국에 흩어진 외래동물은 싫던 좋던 우리 생태계의 일원이 되고 말았다. 구제를 위한 이벤트가 지방자치단체에서 가끔 벌어지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다. 이미 귀화하고 만 것이다. 한때 애완동물로 잘 팔렸던 붉은귀거북도 거의 귀화되었다. 감당하기 어렵게 몸이 커지자 하천에나 호수에 슬그머니 방생한 무책임 때문이다.


수입되는 애완동물은 호기심만큼이나 다양해진다. 희귀 품종의 개나 고양이, 고가의 앵무새나 카나리아 같은 명금류, 화려한 열대어나 바닷물고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크고 작은 원숭이와 슈가글라이더라는 날다람쥐, 사료가 까다로운 코알라와 대평원에 땅을 파고 사는 프레리독과 같은 포유동물이 들어온다. 악어를 키우는 사람도 있고, 대형 육식동물인 악어거북이나 늑대거북, 파이톤이라는 구렁이 종류, 작고 알록달록한 뱀들, 이구아나와 카멜레온과 같은 파충류도 흔해졌다. 목도리도마뱀도 실려온다. 타란튤라라는 큼직한 거미, 독 없는 전갈, 색이 화려한 가제와 달팽이가 수입되고, 애완용 딱지가 붙은 덩치 큰 열대 개구리도 가정으로 팔려나간다. 대부분 생태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환경에서 사육되다 죽어나가는 외래동물 목록이다.


문제는 키우다 싫증나거나 경제 여건이 어려워져 처분해야 할 때 발생한다. 동호회를 통해 입양시키면 최선이지만 살아있는 채로 습성에 맞지 않는 우리 자연에 풀어놓아 말썽을 빚는다. 주어지는 먹이에 의존해온 애완동물은 대개 자연에 방생되면 죽고 말지만, 죽지 않고 퍼져나갈 때 문제는 심각해진다. 남생이와 자라와 같은 고유 거북들을 몰아내고 공원의 호수를 보란 듯 점령하며 작은 물고기들을 먹어치우는 붉은귀거북처럼 고유 생태계를 교란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자연에 나온 악어거북으로 몸살 앓는 일본의 경험이 우리나라라고 예외일 수 없다.


애완동물을 입양하려면 생명에 대한 책임의식부터 가져야 한다. 단순한 호기심이나 남에게 자랑하고 싶은 욕심으로 들여놓았다가 귀찮다고 버리거나 방치하는 태도는 생명에 대한 폭력이고 애완동물의 독특한 습성을 무시하는 행위는 생명에 대한 결례다. 유리상자 안에 꼼짝 않고 앉았다가 주는 먹이만 날름 받아먹는 외래 개구리, 몸을 돌리기에도 비좁은 응접테이블에 갇힌 악어, 에어컨 커놓은 거실 한 구석에 웅크리고 유리상자 두드리는 사람을 외면하는 카멜레온과 이구아나와 목도리도마뱀은 죽지 못해 살아갈 따름이다. 인간은 처지를 바꾸어 그들의 복지를 생각해야 한다.


애완용으로 수입되는 외래 야생동물은 포획 수입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개체들의 희생을 전제로 한다. 가족의 유대가 돈독한 유인원은 그 정도가 심해, 밀렵꾼들은 새끼 몇 마리를 포획하기 위해 일가족을 쏘아 죽이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희소가치가 클수록 값이 오르니, 값비싼 야생동물을 수집하려는 사냥꾼들로 인해 생태계는 헤집어지고, 동물들의 멸종행렬은 길어지기만 한다. 많은 앵무새들이 그렇게 사라졌다. 외래동물만이 아니다. 애완동물로 버젓이 소개되는 우리의 고슴도치와 하늘다람쥐도 요즘은 자연에서 거의 보이지 않는다. 다람쥐마저 드물어졌다.


최근 서울의 월드컵공원 주변에서 미국 너구리인 라쿤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이 들린다. 미국 너구리까지 애완동물로 수입했던가. 월드컵 공원의 라쿤이 한 마리에 그친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황소개구리처럼 퍼져 우리 너구리를 몰아낸다면 어찌할 것인가. 월드컵공원을 흐르는 난지천에는 애완용으로 들어온 커다란 달팽이가 부들과 같은 수초를 갉아먹고 있다. 친환경농업을 위해 수입한 달팽이가 농촌 생태계를 교란시킨다는 의혹이 불식되지 않는 마당인데 애완용으로 팔려나간 달팽이까지 가정에서 자연으로 풀려나간다면 장차 어떤 일이 발생될까.


외래 애완동물의 수입을 원천봉쇄하자는 뜻은 아니다. 우리 고유의 생태환경에 부적합한 애완동물의 수입을 당국에서 철저히 통제하고, 소비자들은 생명존중과 책임의식으로 애완동물을 입양하며, 외래동물을 함부로 방생하지 말자고 당부하려는 것이다. 관련 전문가는 외래종환경영향평가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유입될 생태계에 미칠 영향을 사전에 예측 평가하여 외래 애완동물의 도입 여부와 도입 정도와 방법을 외래종환경영향평가는 구체적으로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외래종환경영향평가 제도는 이 땅에서 거의 작동하지 않는다. 유전자를 조작한 야광 관상어까지 거리낌 없이 수입 판매되는 실정이 아닌가.


살아 움직이는 동물은 애완용이 아니라도 가까이할수록 애틋하다. 지율스님은 한 마리의 메뚜기와 생쥐 한 마리에서 영성을 느끼고, 그들의 고통에 귀를 기울인다. 도롱뇽의 안위에 가슴 저미며 천성산 터널공사의 부당성을 법에 호소했다. 하찮다 생각하는 동물을 배려하는 것이 결국 인간을 위한 동정임을 확신한다. 비자의 유무, 비자 내용의 준수는 인간 세계의 약속이며 구속이다. 동물 세계에 비자는 없지만, 토착 생태계가 있고 그에 따르는 습성이 존재한다. 비자가 있든 없든, 인간의 이기심으로 습성이 무시되는 동물들이 이래저래 수난이다. (물푸레골에서, 2005년 9월호)

개인적으로는, '애완' 동물이라는 발상자체가 동물 학대라고 생각합니다. 어떤면에서는 '가축'보다 더 심하다고도 생각합니다. 가축은 그래도 인간의 생존이나 생활,즉 먹고 사는 부분을 돕는 역할이지만, 애완동물이란 인간의 즐거움만을 위한 것이니까요.
가족처럼 여기는 사람도 있다지만, 진정한 가족이란 서로의 성장과 자립을 돕는 것이 아닌가요? 애완동물에 대해선, 나의 즐거움을 위해, 동물의 자립을 불가능하게 하여 거의 모든 생활을 내게 종속시키는 것 아닌가요? 그러니 더이상 즐거움을 주지 않으면 내다 버리게 되는게 당연한 것이죠. 보신탕 먹는 나라가, 애완견을 가족으로 착각하는 나라보다 훨씬 거짓이 적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