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에너지

디딤돌 2009. 12. 30. 13:40

 

이제 좀 더 차분해져야 한다. 아랍에미리트연합에 핵발전소 4기를 수출했다고 뻐기지만 자칫 무섭게 터질 수 있는 여러 측면의 거품이라는 것, 이제 깨달을 필요가 있다. 낙찰가가 적정액 추정치보다 14조 원이나 낮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으로 볼 때, 그 위험성은 더욱 증폭된다. 누군가 지적했지만, 이번 핵발전소 수출은 우리 업계의 노력에 의한 결과라기보다 청와대 홍보팀의 승리라는 것, 되새겨야 한다. ‘내일의 일은 난 몰라라’ 하고, 오로지 올 6월의 지방선거에 올인한 느낌이 강하다는 분석. 충분히 가능한 게 아닐까.

 

‘원자력’이라는 말. 모두 그렇게 말하지만, 참 어이없다. 원자 사이의 반응으로 에너지를 발전소에서 얻는 게 아니지 않은가. 원자핵을 분열시키면서, 그것도 상당히 복잡한 기술로 강제로 천천히 분열시키며 돌이킬 수 없이 파괴적인 에너지를 구하는 발전 방식이 아닌가. 그러므로 당연히 ‘핵발전’이어야 한다. 언제부턴가 “원자력, 원자력” 하지만, 그 전에는 누구나 “핵”이라 했다. 교과서도, 전공 교수들도, 장관들도, 대통령도. 1986년 4월 체르노빌 핵발전소의 사고 이후부턴지 그 언저리부턴지, 갑자기 ‘핵’이 ‘원자력’으로 순화되었지만 에너지를 얻는 방식이 변한 건 아니다. 오히려 핵발전 관련자들이 훨씬 오만해지고 말았다.

 

우린 도대체 뭘 수출하겠다는 건가. 이젠 멸망을 팔아 돈을 벌겠다고 나선 꼴이 아닌가. 그런데 우리 보고 막무가내로 환호하란다. 원래 후손이 죽든 살든, 내 돈부터 챙기려는 본성을 가진 기업이야 그렇다 치고, 청와대와 내각이 춤을 추어대니 비판 능력을 자진 반납한 언론들이 장단을 맞추고, 말로만 서민 타령하는 정치인들이 할렐루야를 외친다. 그러자 시장판의 장삼이사들이 무턱대고 가슴 벅차한다. 어떤 보수단체는 핵수출에 비판적인 글을 조금 실었다고 한겨레 신문을 폐간하라고 윽박지른다. 핵은 곧 죽음인데, 죽음을 남의 나라에 수출하는 건데, 그리 기쁜가.

 

핵은 왜 죽음인가. 굴업도 핵폐기장 반대운동으로 인천이 뜨거울 때 대부분의 시민들은 그 이유를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잘 알았는데, 왜 요즘은 경각심이 쑥 들어갔을까. 탐욕이 만든 경제위기로 시민들의 주머니사정이 나빠지면 죽음이었던 핵이 선한 얼굴로 분칠이 되던가. 탐욕의 결과로 지구가 뜨거워지면 더욱 탐욕스런 핵발전으로 극복해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된다는 건가. 전기가 남아돌면 소비가 늘어난다는 거, 상식일 텐데, 핵발전으로 지구온난화를 극복한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같은 이야기를 다시 반복해야 한다는 것에 서글퍼진다. 언제까지 이런 짓을 되풀이해야 하나. 기술발전으로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다고?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면 비록 허깨비 같은 핵발전소의 ‘5중 안정장치’라도 꼼꼼히 들여다볼 수 있겠다. 일본의 미하마핵발전소나 미국의 드리마일핵발전소처럼 운이 좋으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도 있겠지만 핵발전소 가동이 멈춘 뒤의 처리는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쉽게 말해 후손의 생명은 어찌되라는 건가. 당대의 흥청망청한 전기소비의 책임을 왜 후손이 떠맡아야 하나. 그런 핵에너지가 녹색이라고? 청정이라고? 이산화탄소가 나오지 않는다고?

 

핵발전은 우라늄235를 분해시켜 전기를 얻는데, 그 우라늄은 지구상에 충분하다던가. 현재와 같은 추세로 늘어난다면 앞으로 두 세대도 연장하지 못할 거로 전문가들은 예상하지 않던가. 이산화탄소가 나오지 않는다고? 그 우라늄을 채굴, 정제, 운송, 소비, 폐기하는 과정을 생각해보자. 그 중 사용 후 핵연료, 다시 말해 고준위핵폐기물은 어떤가. 핵폐기물의 주요 성분인 플루토늄은 반감기가 2만4천년이다. 그 폐기물은 매우 뜨겁다. 방심하면 폭발한다. 쉬쉬하다 드러났지만 1957년 구소련에서 사고가 났다. 까마득한 선조가 남긴 폐기물을 수만 대의 후손까지 안전하게 관리해야 하느라 들어가는 에너지, 나오는 이산화탄소가 어마어마하다. 그런 발전이 녹색인가. 후손을 생각하는가. 지구촌의 환경과 경제와 정치는 언제까지 화기애애할 수 있을까. 우리는 자신의 역사를 기껏해야 반만년 기록했는데, 앞으로 수백만 년을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다고?

 

플루토늄의 치명적 반감기를 생각해보자. 1그램의 방사선으로 60만 명을 폐암으로 사망하게 할 위력이 있는 플루토늄은 0.5그램으로 줄어드는데 2만4천년이 걸린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했다. 구소련의 핵무기가 관리되지 않을 때 국제원자력기구가 말한 내용이다. 그 플루토늄이 핵발전소 1기 당 해마다 1킬로그램 가깝게 나온다는데, 우린 시방 20기의 핵발전소를 가동하고 앞으로 10기 이상 더 짓겠단다. 세계적으로 1000기나 더 짓는다고? 우라늄 매장량이 그걸 허용할까? 그런데 플루토늄은 ‘6자회담’ ‘북미회담’에서 지겹게 들었듯, 핵무기로 바로 전용할 수 있다. 그런 걸로 우리나라가 돈을 벌겠다는데 왜 환호해야 하나. 도대체 우린 누구에게 무릎 꿇고 사죄해야 할까. 까마득한 후손? 아랍에미리트 민중? 생태계? 하나님? “하나님! 우리의 이 죄를 사하지 말아 주시옵소서!” 하고 기도해야 분노를 자제하시려나. 맙소사!

 

핵발전소 만드는 게 세계의 추세라고? 뭐 이런 망발이 있나. 도대체 어떤 나라에서 핵발전소를 늘리려고 혈안이라는 건가. 우리나라 말고, 어떤 나라인가. 중동의 국가들? 중국? 그리고 또 어디인가? 유럽의 대부분의 나라들은 수명을 마친 핵발전소를 폐기할 것이라 공식 선언했다. 수명이 남은 발전소까지 폐기하겠다는 발표가 나온 국가도 있다. 그렇지 않은가. 적어도 우리가 지향하는 이른바 ‘선진국’이라는 국가를 보라. 핵발전소를 앞으로 짓지 않겠다고 다짐한 국가들이 대부분 아닌가. 시민들과 충분한 논의와 합의 없이 핵발전소를 더 짓는 행위는 꿈도 꿀 수 없는 분위기가 민주주의 국가에서 압도적이 아닌가. 그런데 핵발전이 추세라고?

 

지난해 코펜하겐 기후변화 회의에서 핵발전 이야기가 나왔다고? 이야기야 나올 수 있지. 아무렴. 민주적인 논의의 광장에서 이야기는 충분히 가능한데, 그래서? 핵발전소를 만들 걸 협의하자고 주선한 자가 있었다는 겐가. 터무니없다. 오히려 그 반대 목소리가 나와 핵발전 이야기를 꺼낸 이는 머쓱해졌다고 그 회의에 참석했던 시민단체 회원이 말하던데? 핵발전을 추진하는 나라의 정치체계를 잘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그 나라들을 민주주의 국가라고 주장할 수 있다던가. 핵발전을 추진하는 나라의 명단을 보라. 시민의 의견이 정책에 반영되기는커녕 발언 자체가 불가능한 나라의 목록이 아니던가. 우리나라도 이제 그 목록에 포함될지 모르고.

 

한데 가장 큰 문제는 밑도 끝도 없이 ‘한국형’이라 말하는 그 핵발전소가 제발 사고를 일으키지 않아야 한다는 데 있다. ‘한국형’의 정체가 무엇인가. 그 발전 방식이 저렴하고 안전하다는 겐가. 누구 맘대로? 우리나라의 핵발전소에서 사고가 가장 적었다고? 도무지 내부사정을 공개하지 않는데, 그걸 자신들 말고 누가 믿지? 툭하면 불시에 정지되는 건 사고가 아니라 그저 휴식인가? 한국형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한국’이라는 말은 재앙을 상징하게 될지 모른다. 사고는 상상하기 어려운 배상을 초래하겠지만 배상만이 걱정의 전부가 아니다. 중동은 걷잡을 수 없는 지옥이 될 테고, 그 피해는 세계로 확산될 터. 우린 후손 대대로 도저히 고개를 들 수 없는 신세가 될 게다.

 

이런저런 모습을 보아도 우리의 핵수출은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의 수출이다. 핵수출에 대한 시민사회의 환호는 악령의 꾐에 빠진 군중의 몰이해다. 제 자식 위해 업는 돈 모아 과외 시키려는 부모들은 정신 차려야 한다. 핵 악령을 유포하는 자들을 경계해야 하고 그 악령은 우리와 후손이 건강하게 살아야 할 시공간에서 걷어내야 한다. 그를 위해 우리의 에너지 과소비 풍조를 되돌아보고 반성하며 옛날 처마에 고드름 얼고 창문에 성에 끼던 시절로 흔쾌히 돌아갈 궁리를 해야 할 텐데, 내 자신을 포함해서, 전기의 편의에 길들여진 시민 중에서 그럴 용의가 있는 이가 얼마나 될지.

 

47조라는 돈을 당장 벌어들일 것으로 떨었던 호들갑이 거품이었다는 게 하나 둘 드러난다. 컨소시엄을 구성한 일본과 미국의 기업이 거액을 챙길 게 뻔하고, 핵발전소 유지관리 비용은 아직 계약하지도 않았다. 어쩌면 적자가 날지 모른다는 분석기사도 나왔다. 냉정한 자세로 멀찍이 떨어져 다시 바라보니 문제가 한두 가지 아니라는 건데, 안타깝게 그런 소식은 아직 우리 사회를 주도하지 못한다. 아, 이 고약한 분위기를 우리가 뒤엎을 것 같지 않으니 답답하다. 지금이라도 아랍에미리트연합이 계약을 파기하면 좋으련만. (요즘세상, 2010년 1월 ?일)

서천에 장설 그 많던 새들 다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습니다. 이글 뉴스서천에 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