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에너지

디딤돌 2008. 7. 13. 01:24
 

최근 소형차 주문이 밀린다고 한다. 원유 가격이 오르자 배기량이 작은 자동차를 선호하는 고객이 늘었다고 경제계는 분석하는 모양이지만, 생산 현장의 목소리는 다르다. 대형차를 소유하는 계층이 소형차를 주문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요즘 넓어진 도로는 원유 가격이 내리자마자 더욱 비좁아질 것이다.

 

공무원의 승용차 2부제를 실천하는 정부는 대책을 마련했다. 원유 가격이 150달러를 넘으면 민간 승용차의 5부제를 강제하고 심야영업을 규제하며 정부 차원에서 에너지 10퍼센트 절약에 앞장서겠다고 한다. 170달러를 돌파하면 민간 승용차도 2부제를 강제 실시하고 석유 배급제를 비롯하여 지역난방과 전력공급을 제한하겠다고 다짐한다. 유류 관련 세금을 낮추고 비축유를 풀어 산업 생산의 위축을 방지하겠다고 확인한다. 국가 외부에서 비롯된 위기를 최소화하려는 정부의 고육책이다.

 

정부는 석유 위기를 진작 대비했어야 옳았다. 국내외의 많은 연구기관에서 위기를 전부터 예고해왔으며 유럽을 중심으로 많은 국가들이 극복 정책을 마련해 일찌감치 실천하고 있었건만 유감스럽게 우리는 국제 원유 가격이 치솟은 다음에 “설마 이 정도로 오를지 몰랐다”는 변명으로 일관하지 않았던가. 늦었지만 대책이라도 내놓은 건 다행인데, 그 실천의지와 실효성이 의심스러우니 문제다. 명백한 징후에 여전히 눈을 감고 에너지 낭비를 전제로 하는 성장정책을 고집하면서 표피적인 대책으로 그치는 까닭이다.

 

우리의 에너지 효율은 지독하게 낮다. 같은 물건을 만드는데 들어가는 에너지가 일본의 3배, 독일의 2배에 달할 정도다. 두 번에 걸친 국제 오일쇼크 때 효율과 재생에너지 대안으로 활로를 모색한 국가들과 달리, 공급 위주의 정책으로 일관했기 때문이었다. 이제 와서 1988년 서울 올림픽 때의 승용차 홀짝제와 유사한 대책을 세웠는데, 효용을 기대할 수 있을까. 민간의 승용차 2부제는 어떤가. 지하철 냉방 기준 온도까지 높이겠다는 발상은 적절한가. 할부금 남은 승용차를 집에 두고 아침부터 지하철로 찜질당하는 시민들은 정부 대책에 감읍할까. 원유 가격이 내리면 사라질 임시방편은 원유 가격이 오르면 위기를 심화시키고 말 게 분명하다.

 

현재 지방정부의 청사는 호화롭다. 많은 지방정부가 벤치마킹하는 서울시의 관악구청을 보라. 유리로 마감한 외벽으로 새는 에너지가 적지 않다. 정부의 승인 하에 추진되는 초고층 건물 붐은 어떤가. 인천과 서울과 부산의 150층 건축 경쟁은 에너지 위기를 잠재우는데 역행한다. 민간의 초고층 아파트 신축 붐도 수그러들지 않는다. 투기 목적으로 청약했다 멋모르고 입주한 시민의 고통은 에너지 비용 부담에서 그치지 않을 것이다. 재산상의 손실을 넘어 정권 불신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그에 대한 대책은 언급되지 않는다.

 

에너지 관련 시민단체가 10여 년 전부터 연구와 보급을 요구하던 신재생에너지는 아직도 걸음마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산업구조의 개선과 에너지 효율화를 위한 정책은 언제 제시될 것인가. 민간단체는 벌써부터 ‘신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하는 에너지 대안을 모색해왔다. 바람과 ‘햇빛발전’이 그것이다. 민간에서 의욕적으로 보급하려는 햇빛발전을 왜 아직도 지지부진일까.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공급자 위주로 펼쳐지는 까닭에 민간의 대안을 아직도 귀찮게 여기기 때문이 아닌가. 주택과 건축물의 에너지 효율화는 물론, 신재생에너지만으로 건축되는 ‘패시브하우스’에 대한 민간의 연구는 아직도 정부 정책에 반영되지 못한다. 대규모 주택건설업체에 편향되기 때문이리라.

 

물론 당장 발등이 뜨거우므로 단기 대책은 당연히 서둘러 마련되어야 한다. 문제는 근본정신과 그 대책이다. 근본 대책이 없는 단가 처방은 미봉책에 불과하다. 원유 가격은 다시 내릴 가능성이 없다. 산업부문만이 아니라 생존 차원에서 근본 대책을 마련하고 절박한 마음으로 행동에 나서야 한다. 그 방향은 국제사회에서 이미 제시되었다. 공급보다 수요관리다. 우선, 그에 앞서, 정부는 성장 위주의 신자유주의 정책을 마땅히 수정해야 한다. 계층 사이의 대립과 위화감을 영속시키는 정책은 위기를 심화시킬 것이다. (인천e뉴스, 2008년 8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