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천

디딤돌 2009. 6. 1. 00:24

 

신록의 계절 4월과 계절의 여왕 5월을 보낸 자연은 이제 녹음이 완연한 6월을 맞았다. 6월은 5월에 태어난 생명이 활발하게 자라나는 계절이다. 막 변태를 마친 여름형 호랑나비가 크고 화려한 날개를 펄럭이며 눈부신 햇살 아래 꽃잎을 연 나리꽃을 찾으면 노란 꾀꼬리가 참나무 그늘 아래의 둥지를 부지런히 드나들며 무럭무럭 자라는 새끼들에게 먹이를 날라줄 것이다. 웅덩이의 오물거리는 올챙이들도 머지않아 옆구리에 매달린 다리에 힘이 붙은 개구리가 되어 뭍으로 오를 것이다.

 

장마철이 함께하는 6월은 맹꽁이가 우는 계절이다. 웅덩이의 올챙이들이 작은 개구리가 되어 비 내리는 밤에 일제히 산으로 오르면 맹꽁이가 뒤를 이어 “맹꽁, 맹꽁” 울 것이다. 고인 빗물이 햇볕에 마르기 전까지 알에서 올챙이를 거쳐 작은 성체까지 서두르는데, 대개 보름이면 축축한 땅속으로 사라지는 맹꽁이는 오직 장마철에만 자신의 울음소리를 들려준다. 처마에서 빗물이 “오동동, 오동동” 그치지 않고 떨어질 때 맹꽁이가 우니 독수공방에서 외로워하던 이의 애가 탄다고 옛 가요는 노래했다.

 

지금은 멸종위기에 몰리고 말았지만 멀지 않던 과거, 인천에도 맹꽁이는 많았다. 아파트가 독차지한 장수동과 만수동 일원의 들판은 물론이고 주안과 송도 주변에도 맹꽁이를 비롯해 수많은 개구리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철두철미하게 아니다. 요즘 개구리를 보거나 맹꽁이 울음소리를 들으려면 관광버스를 타고 나서야 한다. 맑은 여가수의 목소리를 꾀꼬리 같다고 상찬하면서도 정작 꾀꼬리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지 못하는 대부분의 인천 시민들은 자신이 사는 주변에서 자연을 느끼지 못한다. 숲과 나무가 태부족한 인천에 둥지를 친 시민에게 6월은 그저 햇살이 뜨거울 계절일 따름이다.

 

도시의 완성은 높은 빌딩이나 자동차 속도를 높이는 아스팔트 확충에 있지 않다. 속도 경쟁에서 지쳐가는 시민들은 다정한 이웃과 이야기 나눌 공간에 목말라한다. 이웃은 사람에 한정하지 않는다. 자연의 동물과 식물도 이웃이어야 한다. 유럽의 유서 깊은 도시들이 지향하는 재개발의 모토는 “5분 걸어 반가운 이웃을 만날 수 있는 공원”에 있고 그런 공원을 숲으로 덮은 이유가 거기에 있다. 외곽의 녹지와 녹지축으로 연결된 도심의 공원에 다채로운 새들이 찾아오니 시민들은 자신이 사는 도시에 관심과 애정이 깊어진다. 그렇게 정주의식이 고취되는 시민들은 다른 지역으로 떠나려 하지 않는다고 전문가는 말한다.

 

개항기부터 이어지는 인천의 문화와 역사를 기억하는 월미도는 현재 자연을 가까이에서 찾을 수 있는 인천의 몇 안 되는 도심의 공원으로 시민들에게 개방되고 있다. 월미공원이 그곳이다. 얼마 전까지 주둔했던 군부대에서 나무를 심으며 나름대로 보살핀 덕분에 보전된 곳을 공원당국에서 참여를 희망하던 시민과 함께 체계적으로 관리한 결과, 부두와 공장지대로 둘러싸인 월미도에 꾀꼬리가 둥지를 치고 맹꽁이가 알을 낳기 시작했으며 도심에서 도저히 만날 수 없는 자연과 그의 소리에 눈과 귀가 시원해지는 시민들은 찾아와 크게 반기고 있다.

 

그렇게 되기까지 공원당국의 노력이 컸다. 새들의 번식시기에 숲속의 등산로를 폐쇄하면서 옹달샘을 만들어주고, 출현한 개구리를 위해 산란용 웅덩이를 조성했던 거다. 무엇보다 다소 불편하더라도 생태계 보전을 위해 양해해달라는 공원당국의 호소에 적극 호응한 시민들이 있기에 가능했으리라 짐작하는데, 시민들의 생태 의식이 그처럼 높아진 것은 가까운 공원에서 자연과 소통할 수 있다는 기쁨을 체험할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아직 봄철에 나물을 캐려는 시민들이 없는 건 아니지만 월미도의 생태 공간을 보전하려는 시의 의지가 지금처럼 지속되고 그 의지를 계속 확산한다면, 앞으로 인천시민의 정주의식도 차차 높아질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곧 장마철이다. 월미공원의 습지에서 작년처럼 맹꽁이가 일제히 울 것인가. 시민과 공원당국의 관심과 애정으로 월미공원의 습지와 생태계가 지금까지 잘 보전되고 있으니 기대할 수 있으리라. 그래서 6월이 기다려진다. (기호일보, 2009년 6월 5일)

아이들과 자주 가는 곳인데 잘 몰랐구나 라는 생각을 해보았네요
그저 가까운 곳에 나무가 있어 좋다가 다였는데 ^^*

 
 
 

도시·인천

디딤돌 2008. 5. 19. 01:54
 

아직 해군부대가 점유하던 월미도를 생태조사하려고 찾은 적 있다. 전쟁의 상흔을 남기면서도 서해안의 생태계 특징을 온전히 간직하는 월미도는 잘 보전돼 있었다. 50년 이상 주둔한 군부대가 민간인 출입을 통제하며 숲을 보전한 데 힘입은 바 컸다. 2001년 9월 국방부에서 정식으로 부지를 인수한 인천시는 공원 조성공사에 들어갔고, 1단계 공사를 마친 현재, 조선시대의 정원을 재현한 전통공원과 더불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얼마 전, 월미공원을 다시 찾았다. 햇살이 따사로운 5월 중순, 꾀꼬리와 큰유리새가 둥지를 튼 월미공원에서 오색딱따구리가 새벽을 알리고 있었으며 분주하게 지저귀는 직박구리와 박새가 방문객의 발길을 멈추게 했다. 햇살을 받는 신록 아래의 이용로를 따라 유리 전망대가 설치된 해발 90여 미터 정상까지 천천히 오르는 시민들은 월미공원에서 인천 앞바다와 내항의 경관을 살핀다. 새들이 알을 품는 기간이므로 참아달라는 서부공원사업소의 부탁을 거스르며 숲을 가로질러 오르는 시민은 전혀 볼 수 없었다.

 

카메라를 든 가족과 학생들이 모이는 전통공원은 인천은 물론 수도권의 명소로 기억될 듯하다. 한국을 대표하는 창덕궁 후원의 부용지를 그대로 옮겨왔고 전남 담양의 소쇄원과 경남 함안 국담원의 정취가 재현되고 있을 뿐 아니라 안동 하회마을의 민가와 논밭까지 가식 없이 꾸며, 조선 시절의 생활과 휴식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교육적 가치도 높아 보인다. 현재 신혼부부의 화보 촬영장소로 각광받는 전통공원은 앞으로 민속촌을 대신할 사극 촬영장소로 활용될 가능성이 엿보인다.

 

주변 도로까지 주차하려는 승용차로 엉키게 하는 월미공원을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인천시는 인천역과 월미도를 왕복하는 모노레일을 준비한다. 지상 5미터에서 소음 없이 움직이는 모노레일은 관광객에게 편의를 제공하면서 주차사정을 완화해줄 게 틀림없겠다. 거기에 안전한 자전거도로가 완비된다면 월미공원의 쾌적함을 크게 도모해줄 것이라 생각한다. 다행스럽게 서부공원은 월미도를 순환하는 자전거도로를 구상하고 있다.

 

아직도 많은 시민들을 생선회를 위해 월미도를 찾는다. 식당과 카페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놀이공원도 이용하며 유람선으로 인천 연안을 돌아보는 것도 훌륭하다. 하지만 적지 않은 돈이 필요하다. 월미공원은 무료다. 인천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시설로 이용객에 대한 어떠한 차별도 없다. 다만 야간에 개장하지 않는데, 그것은 월미도 생태계의 보전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이해해야 한다. 새들과 보전된 숲을 함께 이용하기 위한 최소한의 양해사항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양적 팽창으로 녹지가 유난히 부족한 곳이 인천이다. 많은 예산으로 조성한 월미공원은 멀리서 찾아온 친구의 손을 잡고 찾을 수 있는 가치가 충분하다. 차제에 인천의 주요한 특징인 내항을 월미공원과 연계할 수 있다면 더욱 바람직하리라 생각한다. 방문자는 인천다움에 흠뻑 젖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를 위해 유럽의 많은 항구가 그렇듯, 내항을 시민에게 활짝 열어 놓으면 어떨까. 자전거나 걸어서 월미공원에서 내항으로 들어가 갑문을 드나드는 선박을 바라보며 저녁도 즐길 수 있는 항구로 거듭나기를 희망해본다.

 

월미공원은 인천에서 몇 안 되는 맹꽁이 집단 서식지다. 서부공원은 맹꽁이의 보전을 위해 배수로를 정비하고 있다. 여름철 밤이면 학생들은 특별히 개방된 공간에서 어른에게 듣던 맹꽁이의 소리를 체험할 수 있겠다. 월미도의 생태계 보전과 맹꽁이의 안정된 서식을 위해 무엇보다 시민들의 성숙된 이용문화가 중요하다. 아직 나물을 캐는 이용객이 없지 않지만, 인천에 뿌리내리려는 시민이라면 머지않아 월미공원의 풀 한 뿌리나 곤충 한 마리도 보전해야 할 생태자원이라는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시민 곁이 성큼 다가선 월미공원을 보전해 물려줄 수 있도록 시민들은 자긍심과 책임의식으로 이용해야 하겠지만 인천시도 그를 위한 열린 행정이 지속되어야 한다. (인천신문, 2008.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