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천

디딤돌 2008. 5. 19. 01:54
 

아직 해군부대가 점유하던 월미도를 생태조사하려고 찾은 적 있다. 전쟁의 상흔을 남기면서도 서해안의 생태계 특징을 온전히 간직하는 월미도는 잘 보전돼 있었다. 50년 이상 주둔한 군부대가 민간인 출입을 통제하며 숲을 보전한 데 힘입은 바 컸다. 2001년 9월 국방부에서 정식으로 부지를 인수한 인천시는 공원 조성공사에 들어갔고, 1단계 공사를 마친 현재, 조선시대의 정원을 재현한 전통공원과 더불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얼마 전, 월미공원을 다시 찾았다. 햇살이 따사로운 5월 중순, 꾀꼬리와 큰유리새가 둥지를 튼 월미공원에서 오색딱따구리가 새벽을 알리고 있었으며 분주하게 지저귀는 직박구리와 박새가 방문객의 발길을 멈추게 했다. 햇살을 받는 신록 아래의 이용로를 따라 유리 전망대가 설치된 해발 90여 미터 정상까지 천천히 오르는 시민들은 월미공원에서 인천 앞바다와 내항의 경관을 살핀다. 새들이 알을 품는 기간이므로 참아달라는 서부공원사업소의 부탁을 거스르며 숲을 가로질러 오르는 시민은 전혀 볼 수 없었다.

 

카메라를 든 가족과 학생들이 모이는 전통공원은 인천은 물론 수도권의 명소로 기억될 듯하다. 한국을 대표하는 창덕궁 후원의 부용지를 그대로 옮겨왔고 전남 담양의 소쇄원과 경남 함안 국담원의 정취가 재현되고 있을 뿐 아니라 안동 하회마을의 민가와 논밭까지 가식 없이 꾸며, 조선 시절의 생활과 휴식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교육적 가치도 높아 보인다. 현재 신혼부부의 화보 촬영장소로 각광받는 전통공원은 앞으로 민속촌을 대신할 사극 촬영장소로 활용될 가능성이 엿보인다.

 

주변 도로까지 주차하려는 승용차로 엉키게 하는 월미공원을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인천시는 인천역과 월미도를 왕복하는 모노레일을 준비한다. 지상 5미터에서 소음 없이 움직이는 모노레일은 관광객에게 편의를 제공하면서 주차사정을 완화해줄 게 틀림없겠다. 거기에 안전한 자전거도로가 완비된다면 월미공원의 쾌적함을 크게 도모해줄 것이라 생각한다. 다행스럽게 서부공원은 월미도를 순환하는 자전거도로를 구상하고 있다.

 

아직도 많은 시민들을 생선회를 위해 월미도를 찾는다. 식당과 카페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놀이공원도 이용하며 유람선으로 인천 연안을 돌아보는 것도 훌륭하다. 하지만 적지 않은 돈이 필요하다. 월미공원은 무료다. 인천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시설로 이용객에 대한 어떠한 차별도 없다. 다만 야간에 개장하지 않는데, 그것은 월미도 생태계의 보전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이해해야 한다. 새들과 보전된 숲을 함께 이용하기 위한 최소한의 양해사항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양적 팽창으로 녹지가 유난히 부족한 곳이 인천이다. 많은 예산으로 조성한 월미공원은 멀리서 찾아온 친구의 손을 잡고 찾을 수 있는 가치가 충분하다. 차제에 인천의 주요한 특징인 내항을 월미공원과 연계할 수 있다면 더욱 바람직하리라 생각한다. 방문자는 인천다움에 흠뻑 젖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를 위해 유럽의 많은 항구가 그렇듯, 내항을 시민에게 활짝 열어 놓으면 어떨까. 자전거나 걸어서 월미공원에서 내항으로 들어가 갑문을 드나드는 선박을 바라보며 저녁도 즐길 수 있는 항구로 거듭나기를 희망해본다.

 

월미공원은 인천에서 몇 안 되는 맹꽁이 집단 서식지다. 서부공원은 맹꽁이의 보전을 위해 배수로를 정비하고 있다. 여름철 밤이면 학생들은 특별히 개방된 공간에서 어른에게 듣던 맹꽁이의 소리를 체험할 수 있겠다. 월미도의 생태계 보전과 맹꽁이의 안정된 서식을 위해 무엇보다 시민들의 성숙된 이용문화가 중요하다. 아직 나물을 캐는 이용객이 없지 않지만, 인천에 뿌리내리려는 시민이라면 머지않아 월미공원의 풀 한 뿌리나 곤충 한 마리도 보전해야 할 생태자원이라는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시민 곁이 성큼 다가선 월미공원을 보전해 물려줄 수 있도록 시민들은 자긍심과 책임의식으로 이용해야 하겠지만 인천시도 그를 위한 열린 행정이 지속되어야 한다. (인천신문, 2008.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