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천

디딤돌 2011. 9. 28. 07:27

 

국회의원이 폭로하는 정부의 실정이 연일 언론에 대서특필되는 걸 보니, 국정감사의 계절이 돌아왔나 보다. 폭로되는 사례를 보니, 내부 고발자의 도움이 없다면 도저히 밝힐 수 없는 내용도 있고, 이미 불거졌던 의혹이 백일하에 드러나는 내용도 있다. 묻히고 말았을 비리가 국정감사로 드러나는 걸 보는 시민들은 비리 공직자의 처벌보다 허술한 제도의 개선과 재발 방지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그러므로 국정감사의 의미는 크겠고, 더불어 내부 비리를 과감히 밝히는 공직자가 있다는데 안도감을 느낀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경인아라뱃길이라는 묘한 언어로 치장된 경인운하도 도마에 오를 모양이다. 언론에 이제까지 폭로된 사안은 환경단체가 오래 전부터 의심했던 내용이 대부분이다. 정부와 수자원공사가 진실을 여태 은폐했다는 사실에 기가 찰 노릇인데, 그 사이 열린 국정감사는 왜 드러내지 못한 것일까. 국회의원들의 관심에서 멀었거나, 자료를 요구해도 관련자들이 한사코 감췄던 걸까. 아직도 숨겨진, 하지만 머지않아 백일하에 드러난 자료가 더욱 많을지 모르는데, 올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들은 언론에 폭로한 이상 전모를 밝히고,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마련에 최선을 다할 수 있을까.

 

민주당 홍영표 의원은 준공을 앞둔 경인운하의 경제성이 시간이 지날수록 급감해, 계획대로 사업을 완료하면 15177억 원의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분석 자료를 내놓았다고 언론은 일제히 보도했다. 총 사업비 22458억 원 중 고작 7천억 원만 회수할 수 있다는 것으로, 물류단지를 제외한 항만과 주운수로 모두 막대한 적자를 면치 못한다는 분석이었다. 인천과 김포 두 군데에 조성될 물류단지는 흑자를 낸다는 겐가. 그에 관한 내용이 국정감사장에서 새로 드러날지 모르는데, 당초 정부의 장담과 달리, 경인운하의 물류로 흑자는 불가능할 거라는 예상은 충분할 듯 보인다. 운하 내부를 왕복할 화물선이 아직도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화물이 무엇이란 말인가.

 

국정감사가 아니라도 용인하기 어려운 문제는 벌써 여럿 드러났다. 경인운하를 담당하던 수자원공사가 청정개발로 인증해달라고 유엔 기후변화협약에 신청서를 제출했는데, 작년 6월에 거부되었다는 사실을 지난 831일 언론이 보도한 것이다. “트럭 250대 분량의 화물을 배 한 척으로 나를 수 있어, 매년 평균 7천 톤씩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다는 이유를 내세웠건만 신청서를 받은 지 석 달 만에 경인운하를 대규모 기반시설로 평가한 유엔은 건설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도 포함할 것을 요구하며 인증을 거부했다는 보도였다. 막대한 토목공사에서 배출될 온실가스의 양은 화물선에서 줄일 이산화탄소의 양을 초과할 거로 판단했을 게 틀림없다.

 

나중에 확보할 화물선에 실을 트럭 250대 분량의 화물이 있을까. 있다면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상당히 회의적이다. 아무리 속도를 올려도 경인운하 18킬로미터를 3시간에 오갈 테지만 그 화물을 양 쪽 물류터미널에서 트럭과 화물선 사이에 옮겨 싣는 데 들어가는 시간은 훨씬 길 것이다. 출퇴근 시간이 아니라면 20분 만에 주파할 도로들을 놔두고 어떤 화주가 그렇게 느려터진 운하를 이용하겠는가. 시간을 다투는 수출입화물은 당연히 아닐 테고, 신선도가 중요한 식품도, 비용 절감을 생각하는 공산품도 아닐 것이다. 서울의 건설현장으로 갈 바닷모래나 인천의 매립장으로 향할 수도권 생활쓰레기 외에 생각하기 어려운데, 서해안에서 퍼올 모래는 일대 생태계를 교란하고 해산자원을 고갈시킬 것이다. 고작 생활쓰레기를 운반하려 22천억 원의 예산을 사용했다면 어떤 시민이 용납하겠나.

 

유엔에서 청정기술 인증을 거부했다는 걸 보도한 언론은 경제성이 충분해 국민 부담이 없을 거라 장담했던 정부가 진실을 왜곡했다는 걸 폭로했다. 항만과 제방도로 건설에 들어가는 5,300억 원의 지원을 국가에 이제와 요청했다는 게 아닌가. “사업을 하면 재무적인 측면에서 3,474억 정도 손실이 생기는 걸로 KDI에서 분석한 결과를 미루어볼 때 국가 지원이 안됐을 경우에는 아무래도 뱃길 사용료 인상요인이 생길 수 있고요. 그럼으로 인해서 경인항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경인아라뱃길 건설관리팀장의 증언을 시청자에 전한 언론은 경제학자의 분석을 토대로 물류혁명이라는 허구를 내건 경인운하가 거액의 예산을 낭비한 애물단지가 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물류로 돈벌이에 나설 수 없다는 걸 더는 숨길 수 없던 걸까. 수자원공사는 예상 손실을 만회하고 싶은지, 목표를 슬며시 관광과 레저로 선회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하지만 어떨까. 경인운하 주변에 잘 알려진 관광자원이 없는데, 돈벌이가 가능할까. 장밋빛 청사진을 두둥실 띄웠던 수자원공사는 애초 화물선과 컨테이너 선박 이외에 여객선 9척을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운하 중간에 조성할 수향 8에 문화와 관광과 레저가 어우러지면서 3조 원의 생산유발효과와 25천 명의 고용효과가 있을 것으로 큰소리를 쳤는데, 그 납득할만한 근거는 물론 제시하지 않았다. 한강 하류의 오염된 물이 뙤약볕에 정체돼 악취 풍기며 썩어갈 운하에서 3시간 인공 조성물을 보자고 여객선을 탈 관광객이 얼마나 될 것인가. 실상의 전모를 치우치지 않게 파악한 관광 전문가 중에서 누가 그따위 주장에 동의했던가.

 

국정감사가 시작되면 더욱 어처구니없는 사실이 속속 드러날 텐데, 유권자인 시민은 잠자코 있기 힘겨워할지 모른다. 경인운하만이 아닐 것이다. 한반도의 대동맥을 16군데에서 틀어막아 동맥경화를 유발시킬 ‘4대강 사업의 실상도 무시할 수 없게 드러날 테고, 경주의 핵폐기장 문제, 여기저기 계획하는 조력발전소의 문제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폭로될 가능성이 높겠다. 시민들은 폭로된 사실을 근거로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을 제도의 정비가 제대로 이어지는지 감시해야 하고, 정치인들은 응답해야 한다. 하지만 숱한 경험을 미루어볼 때, 굼뜨기만 한 국회의원이 발의하는 제도개선으로 재발 방지는 확실치 않은 게 보통이다.

 

국정감사가 끝나면 바로 내년 6월에 있을 국회의원 선거 열풍에 온 국가가 휩싸일 것이다. 그러므로 유권자인 시민들은 눈을 크게 뜨고 국정감사장을 볼 필요가 충분하다. 재발 방지를 위해, 드러나는 정부 핵심 관계자의 과오 뿐 아니라 그 과오를 두둔하기만 한 정치인이 누구인지 살펴야하므로.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을 충분한 분석 없이 밀어붙인 과오,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에 의해 누차 제기되었던 문제들을 일방 논리로 무시한 과오, 결국 드러날 문제를 감추며 사업을 진행해 막대한 예산을 함부로 낭비한 과오들의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 감시의 눈을 분명하게 뜬, 유권자의 자세를 잃지 않는다면 가능할 수 있다. (인천in, 2011.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