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인간

디딤돌 2009. 6. 23. 15:57

 

유전자조작 면화의 잎을 먹은 인도의 양들이 죽어나가기 시작했다. 인도 농민의 재산목록 1호인 양이 심한 기침과 고름이 섞인 가래를 흘리는 질산중독으로 죽어가자 인도 농민들의 시름은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면화를 수확한 밭에 양을 풀어넣는 일은 인도에서 당연지사였다. 목화 잎을 먹인 양의 분비물이 거름이 되니 서로 좋았다. 오랜 경험과 학습으로 자연계에서 독풀을 절대 건드리지 않던 가축이 양이건만 목화 잎을 따먹고 죽다니. 농민들도 죽을 맛이었다.

 

‘볼가드’(Bollgard)라는 상품명을 단 유전자조작 면화는 인도에서 개발한 씨앗이 아니었다. 인도에서 개발했다면 양들이 먹고 죽는 잎을 달리게 연구할 리 없다. 그 면화의 종자는 양을 면화 밭에 방목하지 않는 국가에서 개발했을 게 틀림없다. 과학자는 양이 면화의 잎을 먹을 거라고 사전에 예상할 수 없었을 테니 안전실험의 목록에 면화 수확 이후의 잎까지 포함했을 리 만무했고, 농경문화가 전혀 다른 곳에서 미처 대처할 수 없었던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이는 불가항력보다 차라리 필연이었다.

 

인위적으로 돌연변이를 유발시키는 기술이 생명공학의 유전자조작 분야다. 자연에도 돌연변이가 있으므로 유전자조작은 자연스런 기술이라고 강변하는 연구자도 있지만, 그 양과 질을 미루어 판단할 때 토를 달기 민망할 정도로 어처구니없는 주장이다. 분명한 것은 자연에서 돌연변이가 일어난 개체는 자신이 처한 환경에 철저하게 불리한 만큼 도태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다. 자연의 변화무쌍한 환경요인을 과학기술로 아무리 철저히 분석해도 완벽할 수 없다. 목화 잎을 따먹은 양이 질산 중독으로 죽어나가는 부작용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이미 부작용의 예는 차고 넘친다.

 

유전자조작으로 원하는 농작물이나 의약품을 얻고자 하는 기업은 턱 괴고 앉아 만족할만한 돌연변이가 자연적으로 발생하기를 마냥 기다릴 수 없다. 자본을 투자한 주주들은 그런 기업의 최고경영자를 해고하고 말 테니 부지런히 돌연변이, 다시 말해 유전자를 조작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어떻게 돌연변이를 유도하느냐다. 특정 유전자를 어떤 생물종의 유전자 사이에서 정확히 찾아내어 잘라내고, 잘라낸 그 유전자를 변하길 원하는 생물의 유전자 사이에 안전하게 넣는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다른 종의 유전자를 억지로 집어넣는 과정에서 무수한 시행착오가 되풀이될 수밖에 없으며 시행착오가 빚는 부작용은 예측이 불가능하므로 실패한 실험에 의해 만들어진 변이 유전자와 사용 재료는 즉시 폐기해야 한다. 변형된 유전자가 어떻게 발현되면서 생태계를 교란할지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성공한 것으로 믿었던 유전자조작 실험이 나중에 실패로 드러날 때 발생한다. 아주 우연히 정확한 자리에 삽입된 유전자라 해도 안전하다 믿을 수 없고, 원하는 형질이 발현될 거로 기대할 수 없다.

 

환경과 상호 관계 속에서 발현되는 유전자는 끼우기만 하면 경직된 기능을 수행하는 기계 부품과 다르다. 유전자와 유전자 사이의 관계, 유전자와 그 유전자가 위치한 염색체의 환경, 그 염색체가 있는 세포의 환경, 그 세포가 있는 조직이나 장기의 환경, 그 조직이나 장기를 가진 개체의 상태에 따라 발현되는 모습에 유연성을 가지며 그 개체는 생태계의 변화에 지대한 영향을 받는다. 더구나 유전적 형질은 하나의 유전자에 의하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하나의 유전자가 한 가지 형질에 관계하는 것도 아니므로 유전자조작이 빚는 문제는 언제 어떻게 나타날지 사전에 파악할 수 없다는 걸 염두에 두어야 한다. 조건이 통제된 실험실은 물론이고 환경에 노출된 시험 재배지에서 성공했다 믿었을 유전자조작 면화가 인도에서 양을 죽이게 된 건 필연이라는 거다. 양을 죽이는 건 확인했어도 앞으로 어떤 부작용이 다시 발생할지 파악할 수 없다. 다른 유전자조작도 마찬가지다.

 

유전자조작으로 개발한 의약품은 유전자의 산물일 뿐 그 성분 속에 조작된 유전자가 없으니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에 어느 정도 동의할 수 있지만, 실험실의 안전시설과 연구자의 안전 의식이 완벽해야 한다는 전제를 만족시켜야 한다. 유전자조작 농산물은 식품 가공 과정에서 유전자가 파괴될 뿐 아니라 먹는다고 해도 조작된 유전자가 염기 상태로 완전히 분해돼 몸에 흡수될 테니 위험하지 않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전적으로 동의하기 어렵다. 우리의 몸이 언제나 건강한 게 아니지만 분자량이 거대한 유전자가 세포막을 통과해 몸 안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전혀 없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들어간 조작된 유전자가 몸속의 엉뚱한 유전자 사이에 끼어들어간다면 어떤 일이 언제 어떻게 발생할지 예측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그 유전자가 유전돼 후대에 가서 발현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는 걸 상기해야 한다. 당장 문제가 눈에 띄지 않으므로 내내 안전할 걸로 확신할 수 없다는 거다.

 

예를 들어 백합과 같은 생명체에 에사키뿔노린재의 노란 하트무늬 유전자를 넣는다고 하자. 하트무늬 발현에 관계하는 유전자를 모두 찾아 백합의 유전자 사이에 정확하게 넣어야 할 텐데, 요즘처럼 유전자의 지도까지 그려내는 시대에 원하는 유전자를 찾아 잘라내는 건 어렵지 않을 수 있겠지만 그 유전자를 백합 유전자 사이에 넣는 일은 쉽지 않다. 에사키뿔노린재 유전자만으로 들어가지 않아 보통 플라스미드를 활용한다. 플라스미드 유전자 사이에 조작하려는 에사키뿔노린재의 유전자를 먼저 넣은 뒤 그 플라스미드를 백합의 유전자에 통째로 집어넣은 후 플라스미드만 빠져나오게 하는 막연한 방식이다. 막상 실험이 어렵싸리 성공해 상품화되어도 문제는 남는다. 시판한 뒤에 노란 하트무늬를 가진 백합에 존재할 그 플라스미드가 생태계로 퍼질 가능성이 없는지 걱정해야 한다. 특성상 플라스미드는 종과 종 사이를 비교적 쉽게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판매되고 있는 파란 장미 속의 조작된 유전자는 다른 생물의 유전자 사이로 들어가지 않을까.

 

유전자조작 농산물에서 알레르기가 발생한 사례가 있었다. 필수아미노산을 늘이기 위해 다국적기업에서 유전자를 조작한 브라질너트가 그것이다. 평소 브라질너트를 먹어도 아무 문제가 없었던 이에게 발생한 알레르기는 극소수였다 하더라도 잠시 가렵다 마는 질환으로 그치지 않을 거라는 징후로 해석해야 한다. 우리가 이미 먹어온 유전자조작 농산물에 알레르기 현상이 없고, 이렇다 할 부작용이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고 안심할 수 없다. 하지만 부작용이 발생해도 그 인과관계를 밝히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해야겠다. 복합오염시대, 그리고 음식첨가물 홍수 시대에 유전자조작으로 인한 부작용이 소비자에 의해 아무리 제기되어도 기업에 능동적으로 인과관계를 찾아내면서 어렵게 쌓은 이미지를 추락시키려 들 가능성이 없다는 거다.

 

전문 연구 인력은 시간과 돈과 권력이 부족한 소비자의 편이 아니다. 개인의 체질이 문제일 뿐이었다고 기업이 공개로 주장할 경우 소비자가 그렇지 않다는 걸 밝혀내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부작용이 광범위하게 발생한 뒤 유권자를 의식하는 정치권에서 철저한 조사를 객관적으로 실시하라고 요구한다면 독립적인 연구가 비로소 이루어질 수 있겠지만, 그 경우 연구 방법과 결과와 그 해석을 놓고 불꽃 튀기는 토론이 소비자들이 이해할 수 없는 용어로 지루하게 전개될 것이다. 이래저래 소비자의 불안은 그치지 않을 공산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