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천

디딤돌 2012. 7. 6. 17:50

    신뢰를 잃은 경인운하

 

아라뱃길이라는 말은 사용하고 싶지 않다. 웬만하면 그냥 넘어갈 수 있는데, ‘공모로 정했다고 주장하니 저항감이 생긴다. 도대체 누가, 어디에서 어떻게, ‘아라라는 생뚱맞은 이름을 공모로 정했다는 겐가. 운하의 강행 여부에 관심이 많은 인천시민 그 누구도 공모 사실을 몰랐다. 문제 제기가 나오면 그때마다 둘러대면 그만이라는 식의 현 정부 유체이탈 화법은 경인운하에서 시작된 게 아닐까 싶다. 공모 사실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이 글은 경인운하로 사용한다.


주말이면 자전거 탄 시민들이 몰려드는 경인운하는 기네스북이 폐간될 때까지 등재될 기념비적 업적으로 기록될 것 같다. 왕복 6차선이자 18킬로미터의 자전거도로를 만드는 데 물경 225백억 원이나 되는 세금을 퍼붓지 않았던가. 생각해보라. 아무리 돈이 많더라도, 그 정도 예산으로 자전거도로를 만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다시 생겨날 것인가. 열사의 사막에 스키장을 만드는 아랍에미리트도 그 따위 사업에 돈을 퍼부을 거라 생각하기 어렵다. 기왕 만든 자전거도로, 덮개를 씌워 냉난방을 갖추면 어떨까.


경인운하를 지은 수자원공사와 세금을 퍼부은 정부는 발끈할 게 틀림없다. 저건 운하가 주된 시설이지 부설된 자전거도로만이 아니라고 강변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라. 운하의 기능이 시방 이루어지고 있는가. 유체이탈 화법 말고, 양심을 걸고 대답해보라. 앞으로 가능할 것인가. 십만 톤급 이상의 화물선이 오고가는 오대양육대주는 아닐 수밖에 없고, 중국과 거래할 화물선이 다닐 예정이라고? 과연 바닥이 편평한 운하용 화물선을 중국이 받아주겠는가. 작은 풍랑에도 뒤집힐 텐데.


18킬로미터 경인운하를 오가자고 트럭에 싣고 온 화물을 화물선에 옮기느라 시간과 돈을 내버릴 화주는 없다. 경인운하 부두에 아무렇게나 쌓인 컨테이너는 유체이탈적 강압으로 쇼를 기획하지 않는다면 계속 텅텅 비어 있을 게 틀림없다. 그러므로 운하의 기능은 생략해야 옳다. 남은 건 수해 방지의 기능인데, 운하를 염두에 둔 수심을 유지할 때 큰비가 내리고, 때마침 인천 앞바다가 만조라면 경인운하는 수해를 어느 정도나 막을 수 있을까. 물론 만조가 아닐 때 수해는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겠다. 운하를 포기하고 수해만 예방하려 한다면 효과가 꽤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를 위해 225백억 원을 들일 이유는 전혀 없었다.


거의 텅텅 비는 유람선은 민간 사업자가 나서지 않으니 제외하고, 서해안으로 나가려는 요트들이 오고간다고 주장하고 싶겠지만, 수질이 발목 잡는다. 오염된 한강 하류의 물이 들어와 여름날 정체되면서 악취를 뿜어대는데, 강압이나 회유가 없다면 일부러 경인운하를 다닐 요트는 없다. 대부분의 국가처럼, 부자들의 요트는 입출항을 지원하고 수리 시설을 갖춘 바닷가에 정박할 것이다. 그렇다면 역시 남는 건, 오롯이 225백억 원짜리 자전거도로다. 문제는 자전거도로에도 악취가 풍긴다는 건데, 운하를 고집하는 한, 수질 개선은 기대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경인운하의 수질이 팔당보다 깨끗하다는 유체이탈 주장이 나왔지만, 삼척동자도 수긍할 수 없다. 전문기관에 의뢰했다지만, 어디 물을 어떻게 떴고, 어떤 방법으로 누가 실험했는지 밝히지 않는 한, 신뢰는 불가하다. 예전 서울 상수도에 어떤 바이러스가 검출되었다고 환경단체가 발표하자, 발끈한 서울시는 다시 조사해 문제의 바이러스가 없다고 정정했다. 과연 없었던 걸까? 구태의연한 방법을 고집했기에 찾지 못한 게 정답이었다. 경인운하 수질도 마찬가지다. 환경단체의 조사 결과와 유체이탈 화법에 능한 수자원공사의 결과가 다른 건, 삼척동자도 짐작할 수 있다.


     경인운하는 신뢰를 잃었다. 운하와 수해 방지의 기능이 불가능할 뿐 아니라 수질을 재선할 수 없다는 지적이 사업이 기획되었을 때부터 계속되었지만 묵살했고, 완공된 현재 당시의 지적이 역시나 현실이지 않은가.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괜찮다는 유체이탈 화법을 반복할 따름이다. 개인도 물론이지만, 특히 국가와 공공기관에서 신뢰를 잃는다는 건, 모두를 잃는 것이다. 권위적 유체이탈 화법은 신뢰 회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기호일보, 2012.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