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동물

디딤돌 2009. 5. 8. 01:29

 

맹꽁이 울음소리와 오페라. 서로 잘 어울릴까. 오페라는 계절에 관계없이 실내에서 공연하고 맹꽁이는 오직 장마철 한밤중에 나와 울고 들어간다. 따라서 오페라가 맹꽁이 울음소리와 음정이나 박자를 맞추어볼 일도, 무대에 불러들일 일도 없다. 다만 서울의 위상에 걸맞은 세계적인 문화단지를 지향하는 랜드마크적 오페라 하우스에서 청소년들에게 여가선용과 정서함양을 고양할 공간을 마련하고 나아가 한강의 생태적 특징을 보전하는 환경공원의 수변공간에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이는데 맹꽁이가 기여할지 여부는 두고 볼 일이다.

 

요란한 홍보로 서울시는 용산구 이촌동 302-6번지 일대, 일명 ‘노들섬’의 타원형 부지 11만 6200여 제곱미터에 세계 수준의 오페라하우스와 콘서트홀, 그리고 청소년야외음악당 들을 건설하려고 한다. 주 5일제 근무와 소득 2만 불 시대의 도래로 문화체험 욕구가 급증하는데 마땅한 오페라 전용 공연장이 없고 콘서트와 공연장도 매우 부족한 실정이라면서 21C 문화의 시대를 맞은 서울시는 시민들에게 다양한 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인프라의 확충하기 위해 한강 경관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노들섬에 수변공연장과 복합문화예술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거다.

 

문화 경쟁력과 도시 마케팅 강화를 위한 핵심 사업으로 동북아와 세계 주요 도시들이 전용 공연장을 경쟁적으로 건립하는 이때, 서울시는 머뭇거릴 수 없었다. 그래서 오페라와 발레와 현대무용의 공연이 가능한 오페라 하우스, 교향악과 실내악과 합창이 연주될 심포니 홀, 이벤트와 공연과 마당놀이가 가능한 청소년 야외음악당을 만들어 1000만 서울시민의 사랑은 물론이고 차제에 동북아에서 칭송하는 문화 허브의 거점도시로 만들겠다는 당찬 목표로 공사를 착수할 예정이었는데, 이런! 맹꽁이가 서식하는 걸 확인한 환경단체가 펼침막을 들고 보전대책을 요구하는 게 아닌가. “한강의 생태적 특징을 보전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한 마당에 맹꽁이들을 생매장할 수 없는 노릇이고, 환경이 더 좋은 곳으로 옮겨주려고 했다. 오직 선의로.

 

맹꽁이에게 환경이 더 좋은 곳은 어디일까. 대학입시에 매진한다면 교육환경이 좋다는 강남 대치동 학원가 쪽인데, “맹-”에서 “꽁-”까지 음역을 가진 맹꽁이는 음악대학에 가지 않아도 노들섬에서 목청을 과시하며 잘 살아왔다. 게다가 수변공연장까지 예정되지 않았던가. 한강대교와 연결돼 있으니 노들섬은 교통환경이 좋은 곳이고 여의도와 가까우니 투자환경도 양호하다. 인간들이 선호하는 어떤 환경의 기준으로 보아도 맹꽁이는 노들섬을 떠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서울시는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 이전시키겠다고 고집했다. 거기가 어디인가. 서울시청과 지척인 프라자호텔인가.

 

북한산이 한눈에 보이는 은평구는 서울시 외곽에 위치하고 주변에 습지와 맨흙이 많아서 그런지 땅값이 낮았고 그래서 부유층보다 여유가 없는 이들이 모여 오순도순 살아왔다. 맹꽁이와 더불어. 북방산개구리와 참개구리도 적지 않아 때까치와 청호반새가 찾곤 했는데 ‘은평뉴타운’으로 천지개벽된 지금, 간 데 없이 사라졌다. 보이는 건 온통 시멘트와 아스팔트다. 중장비로 단단하게 다져진 땅 속에 운 좋은 개구리들은 먼 훗날 화석으로 발견될지 모르는데, 환경부에서 보호야생동물로 지정한 맹꽁이는 예외였다. 서울시에서 투자한 건설회사 ‘SH공사’에서 더 좋은 환경으로 옮겨준 것이다.

 

사람들을 지독하게 싫어하는 맹꽁이 대신 환경단체와 협의해 옮겨진 곳은 프라자호텔은 아니었지만 그곳은 애초 환경단체에 철석같이 약속한 질척질척한 습지와 거리가 먼 아파트 코앞의 인공 호수였다. 맹꽁이의 호텔을 지은 셈이다. 인적을 차단하는 습지는 인근 숲과 이어져야했건만 인공 호수는 나무데크로 근사하게 장식돼 맹꽁이가 우는 장마철에 청중이 운집하기에 딱 좋아 보였다. 그로서 맹꽁이는 은평뉴타운의 상징 동물이 될 자격을 얻었다. “자연과 함께하는 은평뉴타운!”이라는 카피로 아파트 가격을 올리는 앵벌이가 될 것인가.

 

맹꽁이뿐이 아니다. 금개구리나 구렁이와 같이 서식환경이 특별하고 이동이 자유롭지 못한 보호대상 동물들이 환경단체와 더불어 개발현장에 나타나면 사업성부터 따지는 개발업자는 주판알을 튀긴 후 “더 좋은 환경”, 다시 말해 대체 서식지를 마련하겠다며 나선다. 설계에서 시공, 완공 이후 모니터링에 이르기까지 환경단체의 개입이 없다면 개발업자의 시각에서 더 좋은 환경은 동물의 처지에서 처참해진다. 사람도 그렇듯 동물도 여간해서 제 터전을 떠나고 싶지 않을 것이련만, 개발업자는 가차 없다. 그래서 새로 나타난 인간의 기술은 이식과 복원이다.

 

사람의 눈에 지저분하기 짝이 없는 환경에 맹꽁이는 산다. 그렇다면 사람의 환경은 과연 좋은가. 전기와 수도와 가스가 끊어지면 당장 지옥이 되는 고층아파트는 맹꽁이가 보기에 터무니없다. 집밖으로 나가면 위험한 곳이 즐비한 주거공간에서 자식을 키우는 요즘 인간들. 자고로 진화의 모든 역사에서 세상의 모든 동물은 제 몸을 위협하는 자리에 둥지를 마련하지 않았건만, 자신의 생존기반인 대기와 물과 땅을 오염시켰을 뿐 아니라 생태계의 오랜 터전을 지나치게 데운 인간은 배추심고 이웃과 나누던 주민들을 몰아낸 자리에 초고층 아파트를 채워놓고 자신의 환경이 최고라고 오만을 떤다.

 

사람은 동물의 서식조건을 흉내 낼 수 있지만 옳게 만들어줄 수 없다. 밥 먹고 숨 쉬며 물 마시는 사람도 외부의 지원이 차단된 아파트에 갇혀 잠시도 살 수 없듯, 동물들도 수많은 생물종이 어우러지는 생태계의 독특한 조건이 지속적으로 충족되어야 후대를 건강하게 이으며 보전될 수 있다. 사람이 만든 대체서식지는 아무리 많은 돈을 들여도 동물에게 ‘좋은 환경’일 수 없다. 원래 있는 자리가 그 동물에게 가장 좋은 환경이다. 노들섬의 맹꽁이에게 가장 좋은 환경은 당연히 노들섬이다. 환경단체의 강력한 요구로 맹꽁이는 다행히 노들섬에 남게 되었지만 떠들썩한 공사에도 살아남을지 걱정이다. 완공된 수변공연장과 복합문화예술단지에서 후대를 이어갈지 염려된다. 지속적인 모니터링으로 서식지가 보전될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렵다.

 

은평구의 한양주택은 74남북공동성명 이후 남으로 방문하는 북한손님에게 근사하게 보이게 하려고 1972년 날림으로 지었지만 거주자들의 노력으로 아름답게 수선된 공동체로 변모했다. 골목에 심은 꽃을 같이 가꾸고 텃밭에서 함께 일군 배추로 김장해서 나누는 이웃으로 뿌리를 내린 마을이었지만 현재 사라졌다. 더 좋은 환경을 약속한 개발업자에 의해 파괴되고 주민들의 뿌리는 뽑히고 만 것이다. 참사를 빚은 용산도 결국 같았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뿌리내려 사는 곳 이상으로 좋은 환경은 없다. 뿌리 뽑힌 삶은 오늘 뿐 아니라 내일도 불안하게 한다는 사실, 돈으로도 부정할 수 없는 진리라는 걸 잊으면 안 된다. (작은책, 2009년 7월호)

 
 
 

도시·인천

디딤돌 2006. 12. 25. 16:26


지난해를 마무리하거나 새로운 해를 맞으며 사람들을 두루 만난다. 위장이 부대끼고 대리운전 사업이 호황을 누릴 정도다. 망년회나 신년회에서 술잔 부딪히자마자 나누는 요사이 대화거리는 단연 아파트다. 억울하다거나 뒷걸음치다 운을 밟았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파트가 올라 기분은 좋지만 세금 폭탄으로 가계가 휘청한다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세금은 다 냈단다. 세금 이상 아파트 값이 올랐고, 더 오를 것으로 확신하기 때문이리라.

 

지금은 서울시의 후분양 전환으로 투기 조짐이 수그러들었지만 평당 1500만원의 분양가로 주변 아파트 값 상승에 기여한 은평뉴타운을 생각해 본다. 개발 예정 지역 주민들은 평당 400만원 이하로 땅을 절대 내놓을 수 없다고 애초 배수진을 쳤는데, 서울시가 투자한 공영개발회사인 SH공사는 600만원을 제시했고, 서슬 퍼렇던 내용의 현수막은 슬그머니 사라졌다. 북한산의 경관이 가까워 더욱 고즈넉했던 마을을 주민들과 함께 보전하려던 시민단체는 그만 맥이 빠지고 말았는데, 한양주택을 제외하고, 개발 대상에 자기 지역을 포함해달라는 청원 이외에 이렇다 할 주민 소요는 없었다고 담당자는 밝힌다.

 

은평뉴타운 예정 지역에 위치한 한양주택은 박정희 정권이 날림으로 지은 그저 그런 집단 가옥이다. 한데 주민들은 똘똘 뭉쳐 자신의 공간을 개발에서 제외해달라고 끈질기게 버텼다. 재산가치 상승을 기대했기 때문이 아니다. 정붙여 살던 공동체를 보전하고 싶은 까닭이었다. 낡은 집을 개성 있게 수리한 주민들이 힘을 모아 마을길을 가꾼 한양주택은 숱한 희로애락이 배인 오랜 공동체였다. 꽃으로 장식된 골목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주민들은 보상금 받아 뿔뿔이 흩어지는 걸 상상하기 싫었던 것인데, SH공사는 한양주택의 탄원을 끝내 무시했다. 심지어 보상금 인상을 노리는 행위로 몰아붙여 주민의 가슴에 상처가 남게 만들기까지 했다.

 

자신의 터전을 평당 600만원에 내준 주민의 대다수는 은평뉴타운에 입주할 수 없다. 서울시에서 땅값이 가장 저렴해 이사온 은평구에서 밀리면 어디로 가나. 보상금으로 전세살이를 시작할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세입자는 어찌한담. 세입자의 고달픈 사정에 눈여기지 않는 기존의 주택단지는 정주의식보다 돈으로 개발을 유인한다. 다정한 이웃과 더불어 사는 집이나 땅을 주민들의 합의로 보전하면서 개발하는 방안은 돈 앞에서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 아파트로 대표되는 요즘 주택은 투기공간이 되고 말았다. 먹고 튀면 그만이다.

 

내 주민등록이 기재된 지역을 어떻게 가꾸면 좋을까. 정주의식이 없는 사람들은 별 관심이 없다. 누가 단체장이나 의원에 출마하는지, 출마의 변이 무엇인지 들여다보려 않는다. 저평가된 아파트가 어디인지 자료를 뒤적이는데 바쁜 주민들은 제 지역의 역사와 문화는 물론 이웃집이 살아가는 모습에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 남의 집 노인이나 아이 돌보아주는 이웃은 도시에서 이미 사라졌다. 요양소나 산후조리원에 맡겨야 한다. 이삿짐을 날라주는 풍경은 전설이 되었고 손님 사정 이해해주는 단골가게도 없다. 미련이 남지 못하는 주거공간에 투기가 판치는데, 정주의식은 기대하기 어렵다.

 

아파트 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인구에 비해 일류대학에 입학 비율이 낮다는 건 모르는 시민도 없지만 인천을 상징하는 동물이 무엇인지 아는 시민도 거의 없다. 그들은 돈 모으면 타 도시로 떠나려 한다. 정주의식이 없기 때문이다. 정주의식은 투기와 반비례하는데, 2007년 인천은 어떤 도시를 지향해야 할까. 문화에 무게가 실리지 않은 2007년 이전의 계획, 다시 말해 갯벌 매립, 천지사방의 골프장, 투기를 부르는 신도시 개발은 시민의 정주의식에 얼마나 기여할까. 2007년 벽두를 맞아, 인천에서 다시 인천을 찾는다.

 

후기: 옮겨가고 남을 인천대학교 부지도 아파트로 도배가 될 공산이 크다고 한다. 인천시에서 투자한 공영개발 방식이 그렇다 것인데, 프랑스 파리가 자랑하는 몽마르트 언덕처럼, 문화와 자존심이 가득한 공간으로 꾸밀 용의는 과연 없어야 하는 것인가. (인천신문, 2007년 1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