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동물

디딤돌 2009. 9. 20. 23:33

 

은행나무는 암그루와 수그루가 있다. 가장 확실한 은행나무 암수 구별법은 무엇일까. 가을철에 묻는 싱거운 질문! 당연히 열매를 맺었으면 암그루, 아니면 수그루겠지. 그렇다면, 노란 은행잎이 겨울이 다가왔다는 걸 알리는 거센 바람을 맞고 우수수 떨어진 뒤, 파란 하늘 아래 앙상한 가지만 남았을 때에는 어떻게 암수를 구별하면 좋을까. 전문가는 줄기에서 사방으로 퍼지는 가지를 보라고 말한다. 가지가 주로 하늘을 향해 올라가는 건 수그루, 옆으로 펴지는 건 암그루란다. 하지만 그게 그리 완벽하지 않은 것 같다. 은행나무 가로수 중에 암그루가 많은 걸 보면. 가장 확실한 특징은 옆구리에 있다. 은행나무 암그루의 옆구리는 한결같이 두들겨 맞은 상처를 안고 있다.

 

은행나무 가로수는 수그루가 원칙이다.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열매가 인파에 밟히면 거리를 지저분하게 할 뿐 아니라 교통사고의 원인을 제공할 수 있다. 도로까지 뛰어나가 떨어진 열매를 주우려는 시민이 있지 않던가. 떨어졌다면 주운 자가 임자라지만 아직 매달린 열매는 그렇지 않단다. 가로수를 관리하는 시에 소유권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은행을 턴다. 작대기로 무장해 은행을 터는 사람이 가을에 꼭 있지만 그런다고 경찰서마다 비상이 걸리는 건 아니다. 미처 작대기를 가지고 가지 않은 사람은 나무줄기를 흔들어대다 가끔 발길로 걷어찬다. 그래서 은행나무 암그루는 가로수로 부적당하다는 건데, 가로수로 심겨지기 전에 파악되지 못한 암그루는 가을마다 수난을 당한다.

 

도시의 나무들은 공기가 깨끗한 시골에 뿌리내린 나무에 비해 열매를 많이 맺으려는 경향이 있을 것이다. 남산 위에 저 소나무는 솔방울을 지독하게 많이 매단다. 열악한 환경에 처한 생물일수록 수명을 다하기 전에 많은 후손을 퍼뜨리려 하는 본성 때문이라고 하던데, 온몸으로 자동차 배기가스를 맞는 가로수는 그 정도가 심할 거라 짐작할 수 있겠다. 건물에 막힌 만큼 햇빛을 덜 받는 가로수는 빗물을 잘 흡수하지 못한다. 보도블록에 둘러싸여 빗물이 흘러들 공간이 부족하고 나무 아래의 인파에 짓밟힌 흙은 딱딱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무던한 은행나무는 가을이면 열매를 맺는다. 아무리 피하려 해도 밟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신발 바닥에서 솔솔 풍기는 냄새로 지하철에서 민망해질 정도로.

 

도시의 열매에는 배기가스에서 비롯된 중금속이나 황과 같은 뜻밖의 성분이 포함될 소지가 다분하다. 모든 생명체는 제 몸에 흡수된 위험한 물질을 몸 밖으로 내보내려하는 까닭이다. 농약이 묻은 풀을 뜯는 젖소는 농약 섞인 우유를 내보내고 양질의 사료를 먹은 닭이 생산하는 계란은 값이 비싸다. 체르노빌 핵발전소가 폭발했을 때 임신 중인 가축은 유산시킬 것을 유럽의 당국자는 권했다. 핵물질이 새끼들에 전달될 거를 염려했던 건데, 그건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은행나무 가로수는 아니 그럴까. 그래서 가을 지난 뒤 좌판에서 파는 출처 의심스런 은행은 구입하고 싶지 않다. 아무리 몸에 좋은 열매라 해도.

 

유럽의 유서 깊은 도시들은 가로와 세로, 그리고 환상의 녹지축이 외곽의 녹지를 도심까지 연결해준다. 그래서 시민들은 도시 복판에서 새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고 다람쥐를 쉽게 만난다. 녹지축과 연결된 공원에 동물들을 불러들이는 나무들이 열매를 매달기 때문이기도 하다. 자연을 축내 만든 우리네 아파트단지에도 새들이 날아들고 이따금 청설모가 모습을 드러낸다. 아파트단지의 경계를 구별하는 둔덕에 잣나무가 더러 심겨 있는 까닭인데, 녀석들, 마음이 급한 모양이다. 새벽녘 여물지 않은 잣을 축내다 눈길이 마주쳤다. 하지만 고맙게도 달아나지 않는다. 봄부터 시끄럽던 직박구리도 아파트단지 내 녹지에서 무언가 먹는다. 구청에서 끈적끈적한 살충제를 뿌릴 때마다 어디론가 사라지곤 했는데 이제 그들도 겨울을 맞아야 한다. 다음세대를 기약하는 열매는 도시의 아파트단지에도 충분하다. 덕분에 사각 철근콘크리트 속에 머무는 사람들도 직박구리와 청설모를 바라볼 수 있다.

 

아스팔트와 시멘트로 칠갑이 된 도시는 열매가 이듬해 뿌리내리는 걸 한사코 방해한다. 4월 중순 상춘객으로 들끓던 벚나무 길은 여름이 깊어지기 전 새까만 열매를 사방에 떨어뜨렸는데, 대부분 보도블록에서 밟히고 말았다. 아파트단지 둔덕의 녹지에 맺은 열매도 다음세대를 기약할 수 없다. 직박구리가 먹기 때문이 아니다. 이듬해 땅을 뚫고 오르는 싹은 동원된 관리인들이 깨끗하게 깎아내기 때문이다. 자연공원이라고 다르지 않다. 그나마 열매가 맺을 수 있으니 다행인데, 꿀벌이 가루수정을 해야 열매를 맺는 나무와 풀은 언제 위기를 맞을지 모른다. 화사한 꽃을 아무리 만발해도 도무지 찾아주지 않는 꿀벌은 대기오염과 살충제를 아주 싫어하는데, 욕심 사나운 인간들이 지속적으로 근친교배해 유전적 다양성이 지나치게 줄어들었다. 환경 변화에 이겨낼 힘을 잃었다.

 

도토리를 다람쥐에게 돌려주자는 환경단체의 캠페인 덕분인지, 수입돼 들어오는 도토리묵 가루가 많아서 그런지 자연공원의 참나무는 가을철 실한 열매를 떨어뜨리는데, 도대체 다람쥐가 없다. 입 안 가득 도토리를 물고 또 물다 도저히 더 넣을 수 없으면 땅에 파묻곤 하 다람쥐는 어디로 간 걸까. 다람쥐는 어디에 도토리를 저장했는지 일일이 기억하지 않는다. 다람쥐의 침이 묻은 도토리가 이듬해 흙을 뚫고 싹을 내놓아야 참나무는 다음세대를 기약하기 쉬울 텐데, 사통오달 등산로로 산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인파에 떠밀렸는지, 산허리를 이리저리 끊은 아스팔트로 차단된 공간에서 근친교배에 의존하다 그만 대가 끊겼는지, 도무지 다람쥐가 보이지 않는다. 이제 사람이 나서 도토리를 파묻어야 할 판이다.

 

자동차 배기가스로 오염되어도, 대기오염으로 산성비가 내려도, 흙을 찾기 어렵게 아스팔트와 시멘트로 뒤덮여 있어도, 도시는 어김없이 가을을 맞고, 대지에 뿌리를 내린 식물은 열매를 맺는다. 열악한 서식환경으로 움츠려든 생명이라도 다음세대를 꾸준히 타진하고, 그 덕분에 직박구리와 청설모가 찾아오니 회색도시의 시민들도 삭막함을 그만큼 면할 수 있다. 그렇다면 도시의 나무와 풀이 스스로 다음세대를 이어갈 수 있도록 사람이 나서야 한다. 자연과 공존하는 도시에서 후손도 건강한 법이므로. (작은것이아름답다, 2009년 10월호)

녹색~ 심는 것보다 관리가 힘들죠
특히 퇴비는 냄새도 나고 꼭 땅속에 묻어야 하는데 여의치 않습니다.
투여 공간이 적고 나무 주위에 잔디, 꽃식물들이 있으니 작업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좁은공간, 퇴비주기 어려운곳에 꼭 필요한
땅에 박는 <압축말뚝퇴비>를 사용하세요.
휴대간편 작업속도 증가 여러모로 쓸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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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인천

디딤돌 2007. 5. 21. 00:53
 


신록이 어느새 짙푸르다. 완연한 여름을 맞아 넓은 잎을 드리운 도시의 가로수들은 탄소동화작용이 활발할 것이다. 덕분에 대기는 깨끗해지고, 뜨거운 도시는 조금이나마 식는다.

 

무더운 여름날에 도시를 걷는 일은 그리 즐겁지 않다. 자동차 배기가스와 소음에 지친 몸을 끌고 건물 옆을 지나칠 때 이따금 얼굴로 쏟아지는 뜨거운 공기가 이맛살을 찌푸리게 한다. 실내 공간을 강제로 시원하게 하는 에어컨이 뜨거운 공기를 거리로 내뿜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로수가 그늘을 만드는 길은 다르다. 키가 큰 가로수가 보행자 도로에 그늘을 드리우기 때문이다. 그 가로수 사이에 울타리처럼 작은 나무를 촘촘하게 심은 거리는 그늘이 끊어지지 않고, 아파트 단지의 도로 쪽 둔덕에 제법 크게 자란 나무들이 있다면 금상첨화다. 보행자 도로는 훌륭한 그늘 터널로 이어진다. 그런 거리는 여름날에도 걸을만하다.

 

자동차 배기가스에 강할 뿐 아니라 공기정화 능력이 빼어나기 때문인지, 도시 가로수는 은행나무가 압도적으로 많다. 은행나무에는 벌레가 거의 달라붙지 않는다. 거리에 곤충의 애벌레가 기어다니게 하여 보행자들을 불쾌하게 만들지 않는다. 더구나 가을철 잘 익은 은행을 매달 테니 시 당국은 부수입을 올릴 수 있겠다. 냄새가 지독하더라고 좀 참으면 보행자도 은행 몇 알갱이를 주을 수 있다. 잎사귀는 순환기에 좋고 열매는 호흡기에 좋다니 은행나무 가로수는 시민에게 일석이조의 효과를 줄지 모른다.

 

한데 가로수로 은행나무 암그루는 무척 드물다. 가을철 은행을 맺는 나무를 의외로 찾기 어렵다. 열매의 냄새가 지독하기 때문이 아니다. 익어 떨어진 열매를 모으고, 매달린 열매를 따내는 작업을 도로에서 하다 교통사고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시민들이 작대기를 들고나와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 그래서 시 당국은 은행나무 가로수는 의도적으로 숫그루를 심는데, 시민들은 은행나무의 암그루와 숫그루를 구별할 수 있을까. 은행이 열리는 가을이 아니라면 시민들은 거의 모른다.

 

전문가는 숫그루는 암그루보다 잎의 녹색이 짙고 폭이 크며 길다고 주장하지만 시민들이 쉽게 구별할 정도로 뚜렷한 건 아니다. 식물학자는 줄기에서 뻗은 가지가 줄기와 50도 이하로 갈라지면 숫그루, 그 이상 벌어지면 암그루라고 알려주는데, 과연 가지가 옆으로 많이 펼쳐진 나무에 은행이 달린 경우가 많다. 숫그루의 가지는 줄기와 비슷하게 하늘로 치솟은 경우가 많다. 하지만 어중간한 나무들도 많다. 그래서 암그루 가로수가 간혹 숫그루 사이에 섞였고, 가을이면 마스크 쓰고 장갑을 낀 시민들이 자동차가 질주하는 도로에 나와 은행나무에 대고 작대기를 흔드는 모습을 본다.

 

가장 확실하게 은행나무 암그루를 구별하는 방법은 따로 있다. 대부분의 암그루는 사람 가슴 높이에 상처를 가지고 있다. 은행을 따려고 작대기를 휘두르던 시민이 줄기를 흔들다 발로 걷어차거나 묵직한 물건으로 쿵쿵 내리쳤기 때문이다. 여름철 보행자에게 그늘을 만들어주는 은행나무 가로수 중 암그루는 상처가 아물면서 긁어져 껍질이 나무 안쪽으로 둥글게 말려져 있는 모습이다. 그런 은행나무를 암그루라고 보면 틀림없다. 도토리를 단 죄로 옆구리에 큰 상처를 가진 근교 작은 산의 참나무처럼, 도시의 은행나무 가로수 암그루도 유난스런 시민들의 등쌀에 가을마다 수난을 받는다.

 

자동차가 많은 도시에서 열리는 은행은 몸에 좋을 리 없다. 배기가스를 정화하는 과정에서 흡수한 중금속을 열매에 저장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가로수는 시의 자산이다. 따라서 은행도 시에서 관리한다. 아무리 세금을 냈더라도 가로수에서 은행을 따는 행위는 절도와 같다. 불법행위이기 때문에 은행을 줍거나 따지 말라는 것보다, 그 과정에서 교통사고가 날 가능성이 있고, 또한 도시의 은행을 먹고 탈날지 모른다. 그런 은행을 시장에 팔면 안 된다. 먹는 이의 건강을 오히려 위협할 수 있다.

 

유럽은 가로수를 철저히 보호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굵기가 어느 정도 이상이면 자르는 것은 물론 옮기지도 못한다. 도시에 녹지를 제공하는 가로수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그만큼 높다는 것을 반영하는데, 우리의 은행나무 암그루 가로수는 괴롭다. 그래서 보행자 도로를 걸을 때마다 미안한 마음이 든다. 가로수가 건강해야 시민도 건강하거늘. (인천신문, 2007.6.15?)

정작 제대로 갈무리 하거나 먹을 거 아니면서도 열매만 맺었다 하면 따가지 못 해 안달을 하는 게 사람들이죠.
과실은 따내고 먹어 없애는 것 뿐 아니라 보고 즐길 수 있는 마음도 필요합니다.
봄철 도로변에 차를 세워놓고 나물을 뜯는 사람들을 많이 봅니다.
자연산 유기농이라나...
분명 농약은 치지 않았지만, 그렇게 많은 차들 지나다니는 길가에 돋은 나물이 무공해일 리는 없을텐데요...
그렇습니다. 포천은 대도시보다 덜 그렇겠지요? 녹색 자연이 많을수록 사람이나 생물이나 너그러워질 테니까요.
마음 아픈 구분 법이군요
숲해설가로 일했던 북한산 정릉쪽 초입에
군락을 이룬 상수리들이 생각납니다
사람들이 그네처럼 메달고 바위를 내리쳐
허리에 큰 옹이들을 하나씩 가지고 있었죠...
가끔 인간이란 사실이 부끄럽고 미안해지곤
해요...
참 잘 지내시죠... ? ^^
요즘 중구청의 만능해결사자원활동에 재미를
붙였어요^^
구월동과 달리 구도심인 동인천지역은
저같은 목수의 손길이 필요한 어르신들이 참
많으세요
시골의 건강하고 활력있는 노인들과 이곳의 노인들은
많은 차이가 있어요...
은행과 상수리뿐만 아니라 우리사회가 지금부터라도
노인들의 건강하고 인간다운 삶에 보다 깊은 관심을 가지고 논의를 시작해야 할 시기가 아닌 듯 합니다
길어졌네요^^
봄철 건강 조심하시고 약주는 조금만 드세요~
<사자의 이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