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동물

디딤돌 2005. 5. 11. 10:23
 

5월 5일 어린이날, 우리 언론들은 가슴 벅찬 소식을 숨 가쁘게 전한다. 획기적 도롱뇽 신종이 우리나라에서 발견되었다는 외신으로, 유럽에 서식하는 일부를 제외하고 주로 북미와 남미 대륙에 한정 서식하는 종류가 한국에 분포하고 있다는 사실이 영국의 세계적 과학잡지인 네이처에 실렸다는 것이다. 이른바 ‘허파 없는 도롱뇽’으로, 전 세계 생물학계가 흥분하고 있다고 밝히는 언론은 신종명명자에 한국인 학자 두 명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매우 자랑스러워했다.


이번 소식은 환경운동 분야로 외도하고 있는 필자에게 남다른 감격이었다. 지금도 가끔 마지못해 참여하곤 하지만 한때 전적으로 양서류 연구에 매달렸던 경험을 추억처럼 간직하고 있는 처지에도 남달리 경사스러운 것은 낭보의 주인공을 ‘이끼도롱뇽’으로 명명한 한국인 원로학자는 필자의 대학원 지도교수이며 언론이 소개한 다른 소장 학자는 후배라는 사실 때문이다. 청운의 척추동물 계통분류학자 꿈을 접고 위태로운 생태환경을 보전하려는 운동가의 험난한 길로 빠져든 지 십 수 년, 실로 오랜만에 겪는 기쁨이었다.


“미주도롱뇽과에 속하는 새로운 종이 우리나라에서 처음 발견된 것은 매우 기쁜 일인 동시에 생물지리학적인 분포와 계통진화 및 종 분화연구에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본다”고 명명자 소감을 밝힌 양서영 교수는 “생각지 못한 육상 십여 군데에서 발견한 것으로 보아 더 많은 종들이 우리나라를 포함한 주변 국가들에서 발견될 가능성”을 예상하고, 등에 황갈색이나 붉은색 줄이 도는 이끼도롱뇽은 몸길이가 4센티미터에 불과하지만 단단한 골격을 소유하고 산간지역의 이끼가 많은 바위 밑에 십여 마리씩 모여 사는 습성이 있다며 연구자들은 전한다.


허파호흡하는 아시아의 도롱뇽들과 아주 다른 혀, 발목, 두개골을 가졌고, 허파 없이 피부호흡하는 것에 깜짝 놀란 외국의 한 저명한 학자는 “45년 연구사상 전혀 기대조차 할 수 없던 가장 흥미로운 것”으로 경탄했다는데, 아쉽게도 이끼도롱뇽은 우리나라 연구진이 발견하지 못했다. 학생들과 장태산 계곡에 분포하는 생물을 관찰하던 대전 국제학교의 미국인 과학교사가 바윗돌을 뒤집다 2003년 봄 우연히 발견했다. 그 과학교사는 한국과 미국의 전문가들에게 문의했고, 덕분에 필자의 지도교수와 후배의 역할이 소중한 결과를 빚게 된 것인데, 명명자들은 처음 발견한 과학교사인 스티븐 카슨의 이름을 따서 이끼도롱뇽의 학명을 ‘카르세니아 코레아나’(Karsenia koreana)로 명명했다고 한다. 따뜻한 마음의 발로였을 것이다.


“이 종에 대한 지속적인 생물학적 연구를 수행하길 바란다”고 백발의 양서영 교수는 후학들에게 당부했다는데, 불행하게도 우리나라에서 현장을 발로 뛰는 생태학자는 현재 매우 드물다. 곤충과 새 분야를 제외하면 더욱 찾기 어렵고, 먹이사슬 역할로 척추동물 다양성의 중요한 얼개가 되는 양서류나 파충류 연구자조차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양서영 교수가 기대하는 연구자의 현실은 어떤가. 40대 중반의 후학들은 안정된 자리는 물론 알량한 연구비도 없어 제자다운 제자를 전혀 키울 수 없다. 천연기념물과 같은 현 양서류 학자들은 하는 수 없이 물려받은 가산을 염출하곤 하는데, 수 십 년 지속해야 성과를 구할 수 있는 이끼도롱뇽의 생태연구를 어떻게 지속할 수 있을지, 원로교수의 신신당부가 공허하게도, 참으로 암담한 것이 현실이다.


고등학교만이 아니다. 중학교는 물론 초등학교도, 심지어 유치원부터, 대학입시 준비에 여념 없는 엽기 상황이 연일 연출되는 동네가 우리나라다. 이런 판국에 학생들을 데리고 자연에 나가는 교사는 미국식 영어가 능란한 원어민이 아니라면 직을 내놓을 각오가 필요할 것이다. 이끼도롱뇽을 관찰한들, 작년 말 언론을 달궜던 천성산 꼬리치레도롱뇽의 걱정스런 사연을 전해 들은들, 학생들은 퉁명스럽게 물을 것이다. “선생님! 그거 수학능력고사에 나오나요? 또는 “저는 인문곈데요” 아니면 “수능에서 생물 선택하지 않을 건데요!” 도롱뇽 따위를 보려 자연으로 나간 사실이 극성 학부모들에게 알려지면? 그 교사는 진급에 막대한 지장이 생길 것이다.


승진에 달관한 교사라 치자. 이끼 건강한 계곡이 주변에 어디 흔하던가. 바둑판처럼 생태계를 헤집는 고속도로들은 천지사방의 계곡을 메우며 산허리에 긴 터널을 뚫고, 아스팔트마다 속도가 지존인 자동차들이 매연을 연실 뿜어대는데 생태계가 편안할 수 있을까. 예산소모 위한 항공방제가 기승을 부리고, 남보다 농약 더 뿌려야 안심하는 농심들은 지나가는 차창을 꼭꼭 닫게 만들며, 황사가 내려앉는 숲마다 벌금 무시하는 밀렵꾼들이 주문 맞추려고 동분서주하는데, 갈 곳 없는 회색도시의 시민들로 주말마다 북적이는 휴양림으로 가득한 우리 산하의 계곡인들 어디 한 군데 온전하던가. 인간의 눈을 피해 바위 아래 은둔하다 들킨 이끼도롱뇽은 언제까지 보전될 수 있을까.


배짱 두둑한 교사 덕에 학생들의 환경의식이 나날이 고취된다고 치자. 그 학생들이 부모의 기대를 저버리고 대학의 생물학과로 진학해 생명공학이 아닌 생태학자의 꿈을 토실토실 키워간다고 치자. 절리와 활선단층들이 곳곳에 겹치는 천성산 계곡에 꼬리치레도롱뇽이 와글거려도 고속전철 당국은 터널을 강제하는 마당이다. 협소한 지역에 제한 분포하는 고리도롱뇽도 핵발전소 추가 건설을 위해 매장하는 세상이다. 건설교통부나 산업자원부에 밀리는 것이 자신의 정체성인양 ‘국책사업’이라는 ‘마패’만 보면 머리 조아리며 양보하는 환경부는 환경단체의 반대 목소리를 뭉개고 고리도롱뇽과 꼬리치레도롱뇽을 보호대상종에서 결국 제외했는데, 세계 석학들이 놀란 이끼도롱뇽인들 이 땅에서 무고할 수 있을까. 감히?


금개구리 서식은 올림픽 메인스타디움을 옮겨야 할 정도로 호주에서 중대한 사안이었다. 덕분에 어두웠던 백호주의를 역사 속으로 밀어낸 호주는 환경친화국가라는 긍정적 인상을 지구촌에 각인시킬 수 있었다. 벌레 한 마리 함부로 죽이지 않았던 우리는 어떤가. 농경문화의 향수를 전해주는 맹꽁이가 서식한다는 환경단체의 주장에 배꼽 잡던 당국자의 허가로 초대형 양판점이 인근에 들어섰다. 그러자 아파트 주민들이 집값 오른다며 반색하는 우리 회색도시의 야산에서 도롱뇽 알이 무더기로 발견되었는데, 바싹 긴장한 환경단체가 방심한 사이, 소식 듣고 달려온 몬도가네 족들은 그 알들을 깨끗이 먹어치우고 말았다. 두꺼비 알을 걷어먹은 사내가 죽었다는 기사가 흥미롭지도 않는 사회에서 이끼도롱뇽은 얼마나 보전 가능할까.


험한 세상에 선뜻 나와줘 더 없이 고마운 우리의 이끼도롱뇽, 후학과 환경운동가들이 주민들과 힘을 합해 철저하게 지킬 수 있는 보호구역을 쟁취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차라리 다시 은둔했으면 좋겠다. 따뜻했던 옛 정서가 우리 사회에 회복될 때까지. (물푸레골에서, 2005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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