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동물

디딤돌 2010. 10. 29. 12:52

 

수수께끼. ‘산낙지’의 반대는? ‘죽은 낙지!’ 맞다. 하지만 정답은 더 있다. ‘들낙지’, ‘공짜낙지’도 있지만 ‘알카리낙지’도 있단다. 중추신경계가 있는 만큼 분명히 통증을 느낄 텐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낙지를 대개 살아있는 채로 요리해 먹는다. 회는 물론이고 연포탕이나 해물탕을 내놓는 식당은 육수가 끓기 전까지 꾸물거리는 몸이 보이게 유리 뚜껑을 쓴다. 얼큰한 볶음일 경우 주방을 들여다보아야 확인할 수 있지만 가게 수족관 유리에 낙지가 붙어 있는 걸 보고 틀림없으리라 손님들은 믿는다.

 

낙지는 가을이 제철이란다. 제일 쫄깃쫄깃하다나. 수입이 넘치는 요즘이야 계절에 관계없이 맛볼 수 있지만 겨울 전에 충분히 먹어두려는 가을에 잡아야 영양이 넘치고 살에 탄력이 붙는단다. 보통 갯벌 30센티미터 아래 몸을 숨기다 길이가 가장 긴 첫째 발을 밖으로 내놓는 낙지는 칠게나 갯지렁이를 감지하지마자 번개처럼 튀어나와 빨판이 달린 발로 움켜쥐고 단단한 이빨로 뜯어먹는데, 먹이를 쫓아 갯벌 위를 펄쩍펄쩍 뛰어다니므로 아무래도 가을낙지가 제격이라는 것이다.

 

탕에 들어가던 넒은 접시에 담기던, 낙지는 역시 토실토실한 다리가 먹기 그만인데 다리가 가는 세발낙지는 호기 있게 먹어야 하는 모양이다. 한 마리 우악스럽게 잡아 나무젓가락에 둘둘 말곤 입에 통째로 넣어야 평가를 받는다. 그렇게 산 채로 입에 넣고 한참을 씹은 뒤 식도로 넘긴 이의 입은 순간 어떨까. 위아래 턱을 강하게 빨리 움직여 얼얼할 테지만 먹물로 시커멓게 되지 않을까. 아무튼 뾰족한 삽을 든 어부가 다가오자마자 갯벌 깊이 들어갔다 들킨 낙지는 몸이 갈기갈기 찢어진 채 숨이 끊어졌겠지. 부지런히 갯벌을 파내려가는 어부의 손길을 피하지 못한 운명의 장난인가.

 

우리가 그저 머리라 하는 낙지의 외투막은 커봐야 8센티미터. 그 안에 심장과 장과 간과 먹물주머니를 망라하는 내장을 가진 낙지는 결코 카드뮴을 합성할 줄 모른다. 카드뮴은커녕 어떤 중금속도 멀리하고 싶을 것이다. 비슷하게 생긴 연체동물이 대부분 그렇듯, 뛰어난 시력을 가졌지만 갯벌에서 사람 이외에 두려워할 천적이 없는 낙지는 그만 피하지 못했을 뿐 내장에 합성한 카드뮴을 함유하는 건 분명히 아니다. 카드뮴을 가진 칠게나 갯지렁이를 먹었을 터. 칠게나 갯지렁이도 카드뮴을 합성하지 않는다. 육지에서 쏟아진 유기물이 쌓이는 개흙을 게걸스레 먹었을 따름이다.

 

북반구를 거의 뒤덮은 빙하가 녹은 뒤 하루에 두 차례 영종도와 용유도 사이를 어김없이 밀고 당겼던 바닷물은 거대한 제방이 가로막은 1990년대 중반, 1400만 평에서 흐름을 잃었다. 그때까지 세계 최대였던 시키고 오헤어 공항보다 두 배라는 걸 자랑하고 싶은 사람들이 제방 안에 인근 갯벌에서 바다모래를 연실 준설해 제방 안에 열심히 부었던 시절에 무의도를 찾은 적 있다. 여객선 시간을 맞추기 못하면 어선의 신세라도 져야했던 우리는 소박한 플라스틱 통에 담은 낙지를 흥정했는데, 하루 수백 마리는 너끈했다던 어부들은 서른 마리만 되어도 감지덕지라고 푸념했다. 그 언저리부터였을까. 냉동을 넘어 산 낙지까지, 식당 손님들은 중국산을 의심하게 되었다.

 

낙지의 다리는 8개에 불과하더라도, 10월 20일은 앞으로 ‘낙지 데이’가 될 것인가. 서울시에서 지난 10월 20일, 구내식당의 점심을 위해 전라남도 무안군에서 세발낙지 2700마리를 공수해왔다고 한다. 방송 카메라 앞에서 낙지가 한 마리 이상 들어간 비빔밥을 다 비운 서울시 공무원은 일품인 맛 뿐 아니라 밥 한 끼로 시름에 잠긴 어민을 도와주게 되었다며 뿌듯해 했다. 일과성으로 그치지 말자고 덧붙였는데, 정작 어민들은 서울시를 원망한다. 언제는 낙지 머리에 기준치를 크게 넘는 카드뮴이 들어 있다고 발표해 판로를 막더니 이제와 크게 돕는 듯 내장을 제거하고 먹는 게 아닌가. 기가 막혔다.

 

하필 가을 낙지를 막 잡기 시작했을 시기에 서울시는 오염이 심하다 했고, 17일 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괜찮다고 했다. 어민들은 전문성을 더 가진 식품의약품안전청의 말을 근거로 안심하려 했지만 과학적 수치를 내세우는 서울시는 물러서지 않았는데, 이런! 서울시가 조사할 때 구입한 낙지 중에 중국산이 끼었다는 게 아닌가. 조사를 하려면 청정 갯벌의 현장에서 잡은 낙지를 선택해야 했다고 주장하는 어민들은 내장을 제거하고 점심 식단을 준비한 서울시의 처사에 분노했다. 이제까지 먹어왔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면서 법원에 제소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서울시처럼 무안군의 갯벌에서 400마리를 공수한 성동구는 내장을 일부러 포함시킨 낙지를 식당 메뉴로 내놓았다. 평생 하루 한 마리 이상 먹어도 아무 지장이 없을 정도의 농도라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주장을 믿기로 한 걸까. 중금속인 카드뮴은 몸에 축적되고 임신부에게 특히 민감한데, 내장을 긁어내면 안전하다는 서울시의 주장을 무시한 걸까. 우리 갯벌에서 잡았으므로? 카드뮴은 1950년대 일본을 긴장하게 만든 ‘이타이이타이병’을 일으켰다고 학자들은 확신한다. 처리하지 않은 아연 제련공장의 폐수로 진맥하려 잡아도 부서질 만큼 뼈가 약해진 환자들이 아프다며 “이타이이타이” 하다 숨졌지만, 낙지 외투막 속의 농도는 무시할 수준일 걸까.

 

중국산은 갯벌이 거의 없는 중국 연안에서 가져왔을까. 대부분의 꽃게가 그렇듯, 혹시 우리 연안에서 잡은 낙지가 아닐까. 인천공항이 완성되었어도 낙지 생산량은 늘어나지 않았다. 매립된 갯벌에 들어선 공장과 주택단지에서 배출하는 물질이 그 전과 다르다는 사실과 관련이 있을지 모른다. 낙지만 줄어든 게 아니다. 갯벌 바닥에 사는 꽃게도, 조개와 아귀도 자취를 감췄다. 조수간만의 차이가 유별난 우리 서남해안의 바닷물은 순환하는데, 다른 지역보다 매립한 면적이 넓지 않고 매립한 땅에 공장이 드문 갯벌은 아직 청정한 걸까. 그랬으면 좋겠다.

 

어부의 재빠른 삽 놀림에 드러나 잠시 플라스틱 통에 들어갔던 낙지들은 기가 막힐 것이다. 소비자가 외면하자 폐사하기 때문이 아니다. 카드뮴에 오염된 것도 억울한데, 서울시든, 식품의약품안전청이든, 기준치만 따질 뿐 카드뮴에 오염된 원인을 파악하려 하지 않는 게 아닌가. 그건 언론들도 마찬가지다. (사이언스타임즈, 2010.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