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인간

디딤돌 2020. 12. 11. 22:54

 

반년 넘게 아침 10시 뉴스에 신경을 쓴다. 전날 자정까지 집계한 코로나19 현황을 질병관리청에서 발표하기 때문이다. 확진자가 하루 10명 이내로 사나흘 진정돼 다행이라 여겼던 때가 있었건만, 어느새 까마득하다. 누군가 거리두기를 무시하다 대규모 감염이 폭발하고, 그 여파로 어딘가 소규모 집단감염이 발생하길 벌써 수개월이다. 확진자 상황에 하루하루 일희일비하는 건, 추이가 수업과 연계될 거라 학교에서 통보한 까닭이다. 이러다 비대면 온라인수업을 벗어나지 못하는 거 아닌가?

 

호사다마라 했던가? 하루 누적 확진자가 10명 이하로 내려가며 숨쉬기 편해질 즈음, “코로나 개나 줘라!” 하며 춤추던 클럽에서 용인66확진자가 나왔고, 믿었던 탑이 속절없이 무너졌다. 광복절에는 대구 신천지교회의 31번 확진자가 무색해지는 일이 벌어졌다. 백주대낮에 테러하듯 불특정다수에 바이러스를 쏟아내는 황당무계한 종교인이 출몰한 것인데, 오호통재라! 한술 더 뜨는 사건이 벌어졌다. 젊어서 잠시 집중력 높은 노동 경력을 거치면 평생 넉넉한 기득권이 보장되건만, 남의 목숨을 걸고 파업하는 전교 1의료인들이 기세등등한 게 아닌가. 코로나바이러스는 기득권을 외면하나?

 

 

인수공통 RNA 바이러스

 

인류가 바이러스라는 존재를 알아낸 건 오래전이 아니다. 20세기 초였다. 바이러스보다 훨씬 큰 세균도 그 직전에 겨우 알았다. 사람이 몰랐을 뿐, 코로나바이러스는 분명히 있었을 텐데, 그때 감염 증상은 어떠했을까? 시시했을까? 세계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는 이번 코로나바이러스는 중국 우환의 수산시장에서 비롯되었다는 소문인데, 그 시장은 다양한 야생동물도 식자재로 팔았다고 한다.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소문처럼 박쥐가 원천일까?

 

코로나19는 어떤 과학자가 폭로했듯, 중국 우한에 있는 바이러스 연구소가 시발점일까? 거액의 연구비를 미국에서 받아온 그 연구소에 특별한 문제가 있어 보이지 않던데, 어떤 말 못 할 사연이라도 있는 걸까? 미국은 위험도가 높은 세균이나 바이러스 연구를 다른 나라에 의뢰하거나 비밀리에 남의 나라에서 수행하는 버릇이 있다. 우한에서 코로나19 변형을 연구했다면, 그 연구는 누가 지원했을까? 우리는 알 도리도 없다. 우리나라 어느 곳에서 탄저병을 미군 주도로 연구하는지 알 도리 없는 것과 마찬가지겠지. 코로나19의 원인이 중국? 미국? 연구소? 박쥐? 천산갑? 역시 모르는데, 꼭 알아야 하나? 알아야 할 건 따로 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1937년 닭에서 발견했다. 개와 돼지, 사람도 감염될 수 있다는 걸 나중에 알았지만, 인류는 백신이나 치료제를 개발하지 않았다. 위험성이 높지 않아 후속 연구가 활발하지 않았다고 분석하는 전문가도 있는데, 무증상으로 전파되는 신종으로 변하자 기저질환 가진 노년층에 치명성이 두드러진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언제부터 무증상으로 감염되었는가? 원래 그랬을까? 유전자가 변형된 결과일까? 그런 변형은 코로나19 이외에 없을까? 사람의 일상과 유난히 가까운 감기나 독감은 어떨까? 19181차대전에 발생한 스페인독감은 애초 위험성이 높지 않았지만 변성되자 세계 인구의 2% 이상 사망케 할 정도였다고 학자들은 추정한다.

 

사진: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그림. 내부에 한 가닥의 RNA 염기로 구성돼 있으며 박쥐에서 유래되었다는 걸 암시한다.(출처는 인터넷)

 

2002년 말부터 이듬해까지 중국을 비롯해 29개국에서 774명의 사망자를 낳은 사스, 2015년 초여름 36명을 사망하게 해 우리를 비상사태로 몰아넣은 메르스는 시방 조용해졌다. 사스와 메르스도 코로나바이러스의 일종이라는데, 백신은 물론이고 이렇다 할 치료제가 없는 그 바이러스는 사라졌을까? 드물게 남아있지만, 변형된 뒤 증상이 가볍거나 뚜렷하지 않아 모르고 지나는 건 아닐까? 언젠가 무서워져 다시 나타나는 건 아닐까?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점점 고약해진다는 소식이 들리던데, 별안간 사스나 메르스처럼 돌변하면 어떡하나?

 

사람과 동물을 모두 감염시키는 인수공통바이러스는 지구 생태계에 얼마나 존재할까? 티베트나 툰드라 지대의 영구동토층에 얼어붙은 척추동물의 몸에 인수공통바이러스가 유전자 상태로 남아있을 것으로 확신하는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를 경고한다. 그 바이러스가 온난화된 지구에 다시 창궐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먼 이야기이므로 무시해도 될까? 그런 궁금증을 해소할 연구는 진행되고 있는가?

 

고양이와 애완견도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된다던데, 문제를 일으킬 만큼 자주 발생하지 않는 모양이다. 한데, 네덜란드의 한 밍크 축사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했다고 한다. 코로나19 이후 네덜란드 정부가 밍크 사육을 금지했다지만, 비위생적인 축사에서 끔찍하게 사육되는 동물은 밍크에 한정하지 않는다. 걸핏하면 조류독감이 창궐하는 까닭은 동물복지는커녕 비참하게 밀집 사육하는 공장식 사육과 무관하지 않은데, 잊을만하면 구제역을 창궐하게 하는 공장식 돼지 축산은 어떤가? 인간의 탐욕이 만든 공장식 축산을 인수공통바이러스의 창궐의 추악한 진면목으로 분석하는 학자가 있던데, 공장식 축산은 세계와 우리나라의 표준이다. 지구촌 곳곳이 이미 바이러스 무풍지대다.

 

아프리카를 비롯해 여전히 많은 지역에서 감염자와 희생자를 낳는 에이즈도 바이러스에 의한다. 한 세대 전, 미국을 중심으로 유명인사들의 죽자 경각심으로 이어졌고 연구가 집중돼 유효한 치료법이 개발되었지만, 혜택은 가난한 지역에 멀기만 하다. 학자들은 아프리카 침팬지를 사람에게 전이된 에이즈 바이러스의 원천으로 의심한다. 그렇다면 멸종위기에 몰린 침팬지들은 면역결핍으로 현재 고통받고 있을까? 아니다. 인간의 생태계 파괴로 터전을 잃었어도 에이즈 바이러스가 위험요소라는 증거는 불분명하다.

 

발굽 있는 동물에 치명적인 구제역도 바이러스 질환이다. 사람에게 어쩌다 나타나는 증상은 가볍고 이내 회복된다니 대행인데, 인수공통전염병 대부분은 야생동물을 가축화한 이후 발생했거나 생태계 교란이 원인으로 나중에 밝혀진다. 인수공통전염병을 일으키는 매개체 종류는 다양한데, 바이러스가 많다. 홍역과 결핵 그리고 천연두는 소에서, 말라리아는 닭과 오리에서, 독감은 돼지와 오리에서 유래했다고 제래드 다이아몬드는 , , 에 썼다.

 

현존하는 대부분 생물은 진화 과정에서 다른 생물의 수많은 유전자가 모여 구성된 유전자를 가진다고 학자들은 주장한다. 덩치 큰 생물에 먹힌 작은 생물의 유전자가 소화되지 않고 커다란 생물의 유전자 사이에 끼어들었고, 결국 공생하게 되었다는 설명이다. 바이러스 감염과 비슷한 데가 있다. 병원성 바이러스에 감염되어도 숙주의 면역력이 높으면 발현이 억제된다. 자신의 유전자를 숙주 유전자 사이에 삽입한 채 기회를 노리던 바이러스는 숙주의 면역력이 약해지면 무한 복제해 병을 일으킬 것이다. 기회를 찾지 못한 바이러스는 아예 숙주 유전자의 일부가 되어 진화의 노정을 동행한다는 주장인데, 그렇게 공존하는 과거 바이러스를 전문가는 내인성 레트로바이러스라고 정의한다.

 

현존 생물 유전자 안에 존재하는 내인성 레트로바이러스는 대략 0.5%가 넘을 거로 전문가는 추정한다. 내인성 레트로바이러스는 숙주가 된 생물에 위험하지 않더라도 다른 생물의 몸에 들어가면 돌변할 수 있다. 돼지 같은 동물의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가축화와 생태계 파괴는 동물의 내인성 레트로바이러스를 비롯해 다양한 바이러스가 사람에 침입하는 계기를 만들었고, 초기 무서운 전염병 창궐로 이어졌다. 홍역과 천연두가 그랬다. 백신과 치료제 등장으로 두려움을 차차 극복했지만, 독감은 다르다. 백신과 치료제가 최신으로 공급하더라도 희생자가 적지 않다. 이중나선인 DNA가 아니라 안정적이지 않은 RNA 단일나선이므로 RNA 바이러스는 복제과정에 많은 변성이 반복된다고 전문가는 분석한다. 코로나바이러스가 그렇긴 해도 젊은이는 괜찮다고?

 

 

코로나19 이후의 일상

 

포스트 코로나19는 뉴노멀이어야 한다.” 언론에 자신을 과시하는 지식인의 말이다. 코로나19가 진정되어도 전처럼 살아갈 수 없으니, 싫든 좋든 우리는 새로운 일상을 준비해야 한다는 의미인 모양인데, 아리송하다. 이해하기 쉬운 우리말이려면, “뉴노멀이 아니라 새로운 일상?”일 텐데, 코로나19가 진정되면 우리는 어떤 일상을 살아야 할까?

 

세계 보건당국의 협력으로 효능 있는 치료제와 백신이 개발돼 널리 보급한다면 비로소 한숨을 돌릴 거라는데, 시간이 얼마나 남았을까? 그때까지 긴급 재난수당이 이어져 시민들이 코로나19 시국을 견뎌냈다고 하자. 예전 일상을 학수고대하던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이착륙하는 비행기로 국제공항이 혼잡해지고 대형호텔과 크루즈선에 여행자가 가득하며 고속도로마다 자동차로 미어터질까? 공장지대와 대도시의 대기가 다시 시커멓게 오염돼 초미세먼지로 뒤덮일까? 그래야 할까?

 

지난 422, 비상경제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대통령은 코로나19로 인한 국난 극복과 절박한 생존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 “한국판 뉴딜을 천명했다. 그를 위해 240조 원의 예산을 동원할 정부는 항공, 해운, 자동차, 조선, 기계, 전력, 통신, 7대 기간산업에 자금난을 덜어주어 고용을 안정시키고, 대리운전 기사 같은 특수고용직의 고용 안정과 소상공인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주요 교역국의 어려움이 깊어지면서 위기가 가중되는 금융시장을 지원해 실업을 막겠다고 덧붙였다.

 

발맞춰 기획재정부는 57, “토목사업 위주의 경기 부양성 뉴딜과 확연히 구별되는 디지털 기반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혁신을 가속하겠다.”라고 한국판 뉴딜의 밑그림을 제시했다. 장관은 디지털 인프라 구축’, ‘비대면 산업 육성’, ‘사회간접자본의 디지털화를 주요 사업으로 호응했는데, 전혀 새롭지 않았다. 토목과 겉모습만 다를 뿐, 예전과 같은 콘크리트 전략이었다. 코로나19 이후의 경제구조를 고도화해야 한다던데, 그러면 코로나바이러스는 재발하지 못할 것인가? 정부는 상당한 추경을 예고하는데, 디지털로 어떤 일자리가 확보될까? 기획재정부는 예전부터 환경단체와 의견이 일치한 적 없었는데, ‘그린뉴딜도 예외가 아니다. 환경단체들이 건의하는 기후변화와 경제 문제를 동시에 풀기 위해 신재생 에너지 같은 친환경 사업에 대규모 투자하여 일자리를 늘리며 경제를 살리는 정책은 쏙 빠졌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심층 취재를 2019년 엮어 펴낸 지구에 대한 의무는 세계 소비량의 절반 가까이 생산하는 중국의 시멘트를 주목했다. 중국의 1년 생산량을 영국에 붇는다면 영국 땅은 베란다처럼 편평해질 것이라 덧붙였는데, 코로나19로 고통받은 중국을 생각해보자. 거대한 땅덩어리를 대한민국보다 빠르게 압축적으로 개발한 중국의 생태계는 갑자기 단순해졌다. 콘크리트 때문인데, 중국인들은 야생동물을 먹는 예전의 습관을 여전히 버리지 못했다.

 

속도와 높이를 자랑하는 아스팔트와 철근콘크리트는 거대자본이 선호하는 효율성에 단단한 기반을 제공하지만, 다채롭던 생물은 생존 기반을 잃고 단순해진 생태계는 완충력을 잃었다. 생물다양성과 완충력을 잃은 생태계는 기후변화가 몰고 온 기상이변에 속수무책이다. 빗물과 먼지를 붙잡지 못하고 기상이변에 대비하기 어려운 세상은 거대한 에너지를 요구하는 장비가 없다면 재해에 쉽게 노출된다. 같은 맥락으로, 회색도시에서 사람들은 질병에 쉽게 노출되지만, 완충력이 살아있는 생태계에서 사람을 포함한 생물종의 질병은 자연스레 치유된다. 다양한 생물이 그물코처럼 어우러지는 생태계만이 아니다. 다양한 농작물을 유기적으로 생산하는 농촌은 회색도시보다 건강하다.

 

국제사회는 우리나라를 주요 기후악당국가중의 하나로 지목한다. 그도 그럴 게, 자국의 석탄화력발전소를 중단 없이 늘리는 것도 모자라, 남의 나라까지 가서 지어주지 않던가. 코로나19는 화석연료 과소비가 이끈 기후변화와 무관하지 않은데, 석탄화력발전소가 넘치는 우리나라는 코로나19 이후에 어떤 한국판 뉴딜을 구상해야 할까? 비대면? 디지털 온라인으로 요약하는 비대면은 화석연료 과소비와 무관할까? 온라인 플랫폼을 선점한 인물 몇을 세계적 부호의 반열로 끌어올린 무선 인터넷 사업은 유선보다 10배 가까운 에너지를 소비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모르거나 무시한다.

 

코로나19 이후의 새로운 삶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적어도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산업은 아니어야 옳다. 고속도로를 없애거나 최소화하고 그 자리에 녹지와 습지를 확대하는 뉴딜은 어떨까? 생태계를 파괴하는 공항 계획의 철회는 물론이다. 쓸모가 줄어든 기존 공항을 대폭 철거하거나 없애고 그 자리에 농민이 운영하는 전통 유기농단지를 조성하는 뉴딜은 어떨까? 생물 다양성이 확대되면서 생태적 완충력이 높아질 테니 외래종이 느닷없이 창궐할 가능성은 작다. 코로나19 이후의 바이러스 창궐도 억제될 것이다.

 

예단할 수 없지만, 세계의 기저질환 노년층의 희생을 딛고 이번 미증유의 위기를 결국 극복할 거라 세계 보건당국은 믿는다. 하지만 인간이 만든 백신과 치료제는 한계가 분명하다. 코로나바이러스는 끝이 아니다. 동토에서 깨어날 과거의 인수공통바이러스들이 완충력을 잃은 생태계에 다시 노출된다면 보건당국은 희생자 없을 대책을 신속하게 마련할 수 없다. 손 씻기, 마스크 착용, 그리고 출입국 관리보다 근원적인 대책은 무엇일까?

 

인간은 본디 거리를 둘 수 없는 존재다. 사회적 동물로 진화한 이래 인류사회에 거리두기는 없었지만, 콘크리트 문화가 지배하면서 거리두기는 어느새 일상이 되었다. 거대자본은 거추장스러운 다양성을 효율화로 제거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가 획일적인 세상에서 의사결정은 독점된다. 목표와 과정이 단순한 세상은 차별을 낳는다. 개성이 불필요한 세상에서 개인은 주어진 상황에 길들어져야 소외되지 않는다. 거리두기가 이렇듯 체계화된 세상에 파고든 코로나19는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를 매개로 쉽게 퍼져나간다.

 

간디는 70만 개의 마을이 느슨하게 연대하는 인도이길 희망했다. 마을에서 자급 자립하는 삶이다. 식량과 에너지에서 그치지 않는다. 곡물의 4분의 3을 외부에서 가져와 음식쓰레기를 산더미처럼 버리는 삶, 거대 선박으로 외국의 화석연료를 분별없이 수입해서 겨울을 덥게 여름을 춥게 보내는 세상은 자급자족과 거리가 멀다. 산후조리원에서 요양원까지, 낯 모르는 이에게 가족의 생사를 맡기는 익명의 세상이 아니다. 다정한 이웃과 가족이 요람에서 무덤까지 돌보는 마을에서 식량과 에너지를 최대한 자급해야 대대손손 건강할 수 있다고 간디는 설파했다. 한데, 간디는 존경한다는 자의 습격으로 사망했다.

 

점보 비행기가 1분마다 이착륙하는 비행장. 수십만 호텔과 고속도로로 연결되는 관광지. 끝없이 펼쳐지는 유전자조작 옥수수밭. 구제역과 조류독감 빈발하게 하는 공장식 축산. 끊임없는 경제성장을 요구하는 은행. 기득권을 향해 발돋움하는 수만 명의 박사와 수백만의 대학생을 배출하는 대학. 코로나19 이후의 일상에서 거리가 멀다. 기후위기를 넘어 생태계 파국의 원천이다.

 

주택가에 퓨마가 기웃거리고 큰길에 사슴과 코요테가 활보하는 상황은 흥미로울 뿐, 회색도시에서 이어지기 어렵다. 사람이나 동물에게 바람직하지 않다. 코로나19로 대오각성한 사람들이 자신만의 삶터를 크게 줄이고 조상의 소박했던 생활로 돌아가지 않는 한, 상상하기 어렵다. 어쩌면 코로나19는 인류에게 탐욕을 버리라고 강하게 요구하는지 모른다. 아픈 식구와 이웃을 끌어안던 삶, 생태계의 다채로움을 파괴하지 않는 삶, 코로나19를 몰랐던 시절에 일상이던 조상의 삶, 바로 거리두기를 모르던 생태적 삶이다. (인천문화재단 기획, 코로나19를 감각하는 사유들, 51-58)

 

 
 
 

공동체·인간

디딤돌 2010. 12. 6. 23:43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했던가. 지난 달 29일 경북 안동에서 구제역이 발생한데 이어 이웃인 예천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청도와 의성에서 의심 사례가 거푸 이어지면서 전국이 비상체제에 돌입했다고 한다. 안동시 인근 지역은 물론이고 발생 시군과 멀리 떨어진 지방도 비상을 걸었다고 한다. 올 봄 구제역으로 크게 혼이 난 인천시 강화군을 비롯해 경기도 김포시, 심지어 바다 넘어 제주도까지 방역에 철저를 기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아무래도 발생 뒤 허겁지겁 뒤처리하기보다 미리 대비하는 편이 비용도 처리해야 할 일도 크게 줄일 것이다.

 

12월 6일 현재 30곳에서 9만 가까운 소와 돼지를 살처분하게 만든 구제역은 바이러스가 옮기는 ‘제1종가축전염병’이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매우 빼어나 기존 백신을 소용없게 만들 때가 많다고 한다. 백신을 만드는 속도보다 바이러스의 변화가 빠르기 때문이라는 건데, 열에 약한 구제역 바이러스가 겨울에 발생하였기에 방역당국은 더욱 긴장한다고 언론은 전한다. 추운 날씨에 생존기간이 길어지는 까닭이라는데, 이번 창궐은 구제역이 발생한 베트남을 다녀온 축산업자가 원인을 제공했을 것으로 방역당국은 추정한다. 그렇다면 더운 지방에 발생했던 바이러스가 추운 지방에 오자마자 적응한 것이니 예방을 위한 백신 제작은 엄두도 낼 수 없었을 터.

 

1933년 충청북도와 전라남북도를 제외한 전국에서 발생한 이후 66년 동안 없었던 구제역이 2000년 이후 우리 축산농가에 자주 출몰하는 근본 이유는 무엇일까. 2000년 봄 경기도 파주와 화성과 용인시, 충청남도 홍성과 보령시, 충청북도 충주시에서 발생해 젖소 2200여 마리를 살처분하게 했고 이후 국제수역사무국에서 ‘구제역 청정국’의 지위를 회복시켜주었으나 2002년 경기도 안성시와 용인시와 평택시, 충청북도 진천군 일원에서 발생해 우리나라는 그 지위를 잃었다. 하지만 16만 여 마리의 돼지를 살처분해 확산을 막자 ‘구제역 청정국’의 지위를 다시 회복했지만 올해 3차례나 구제역이 발생했다.

 

올해도 부단한 방역으로 9월 27일 청정국 지위를 회복했지만 그것도 잠시, 3개월 만에 발생했는데, 이번 구제역의 원인이 우리나라와 무관한 만큼 다시금 완벽에 가까운 방역에 힘을 쓴다면 머지않아 경북지방에서 비롯된 구제역도 종식되고 청정국 지위도 부활될 것이다. 태풍 대비에 허술했던 중부지방에 올 추석 전 ‘곤파스’의 피해가 심했던 것처럼 어쩌면 경상북도 축산농가도 방심했을지 모르지만 이번 사태 이후 경각심을 회복하리라 믿는다. 하지만 언제 구제역이 다시 창궐할지 아무도 짐작할 수 없다는데 걱정을 지울 수 없다. 해외 여행객은 그만큼 많다. 당국의 철저한 당부로 구제역 발생국가로 여행을 떠나는 관광객과 축산 관련업자의 동선을 미리 파악할 수 있다고 해도 공항과 항구로 무리지어 들어오는 외국인이 묻혀올 바이러스까지 완전히 차단할 방법은 없는 탓이다.

 

국내 구제역 창궐 소식을 들은 한 동남아시아 여행자는 귀국 전에 공항에서 자진해서 소독을 받고 입국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며 인터넷에 방법을 문의했다. 그에 한 축산인은 입국하는 공항에서 신고하면 친절하게 안내하고 절차도 간단한다는 걸 알려주며 고마워했지만 그런 여행자는 흔하지 않을 것이다. 입국장에서 검역관이 부탁해도 귀찮거나 불쾌해해 피하고 싶은 이가 많을 듯하다. 그 와중에 국회는 구제역을 퍼뜨리면 징역 1년까지 처벌할 수 있는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을 법안심사소위원회에 부리나케 통과시켰다고 한다. 고의가 아니라도 처벌하려는 조항을 담은 것인지 알 수 없는데, 처벌한다고 구제역이 일소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입에 물집이 잡히며 침을 흘리고, 발굽 주위에 열이 나며 물집이 터져 절뚝거리게 하는 구제역은 발굽이 달린 소 돼지와 양과 염소에 아주 민감하게 전파된다. 방송 카메라나 수의사의 신발도 조심해야 한다. 감염된 뒤 이틀에서 일주일에 걸치는 잠복기간이 지나면 바이러스가 온몸에 퍼져 폐사할 수 있다고 전하는 전문가는 감염된다고 모든 가축이 죽는 건 아니라고 귀띔한다. 많은 가축은 이내 회복된다는데, 발생 농가에서 500미터의 안전반경을 정하는 우리는 그 안의 소나 돼지는 불문곡직 살처분한다. 안락사시키는 것이니 이해를 부탁하지만 결국 죽이는 것이다. 살아남는 몇 마리보다 시장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방역일 텐데, 통증을 느끼며 죽든 그렇지 않든, 보장된 알량한 수명도 잇지 못하고 죽는 가축의 처지를 얼마나 억울해할 텐가.

 

말이 안락사지 사실 빠른 시간 내에 많은 가축을 철저하게 처리해야 하는 현장은 규정을 일일이 지키기 어렵다. 동물보호단체나 언론사 카메라도 없는 마당에서 규정에 맞는 안락사 여부를 실시하는지 일일이 감시할 겨를도 없을 것이다. 그저 당국이 할 수 있는 건, 늘 그래왔듯, 구제역 청정국 지위를 빨리 회복할 수 있는 철두철미한 방역과 아울러 철퇴를 맞은 시장을 다시 부흥하기 위한 소고기나 돼지고기 시식회와 판매촉진 행사일 것이다. 그러면서 구제역은 사람을 감염시키지 않는 ‘비 인수공통전염병’이라는 걸 강조하는 일일 것이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섭씨 50도가 넘으면 30분 이내 죽고 76도가 넘으면 7초 이내에 죽으니 설사 감염된 살코기일지라도 먹는 이는 안심해도 좋다고 강변할 것이다.

 

19세기 유럽의 학자가 명칭을 정한 구제역은 성격에도 나오는 가축의 오랜 질병이라고 한다. 19세기 이전에도 애지중지하던 가축을 구제역으로 잃은 농민은 슬픔에 잠겼을 텐데, 요즘만큼 많은 가축이 한꺼번에 죽지 않았을 거라 전문가는 주장한다. 요즘도 살처분하지 않으면 절반 정도의 가축은 살지만 예전에는 90퍼센트 이상이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어느덧 생일이나 제삿날이 아니어도 고기를 즐기게 된 우리는 가격이 오른 사료 때문에 수익이 줄어든 상황에서 구제역을 만난 축산농가들의 고통을 십분 이해해야한다. 또한 동시에 왜 요즘 가축들이 구제역에 더욱 약해졌는지 관심을 가질 필요도 있다. 우리가 고기를 지금처럼 찾지 않을 때, 가축들은 지금처럼 속수무책으로 널브러진 건 아니었지 않은가.

 

욕심이 만든 획일성이다. 많은 가축을 한꺼번에 빠르게 대규모로 키워 남보다 많은 돈을 어서 벌어들이려는 욕심이 만든 부메랑이다. 가축의 유전적 다양성을 없애고 몸에도 맞지 않은 옥수수를 중심으로 하는 곡물 사료를 먹으며 속성으로 자랄 수 있도록 육종한 이후에 발굽을 가진 가축들이 질별에 약해지지 않았던가. 그 뿐이 아니다. 성장호르몬과 항생제를 수시로 투여하고 유전자조작 옥수수와 유전자조작 콩을 먹이는 데에서 그치지 않았다. 초식동물인 소와 양에 도살 후 버리는 내장이나 지방을 먹이지 않았나. 태어나자마자 어미에게 떼어 고기용으로 사육되는 요즘의 가축들은 기계화된 도살장의 오차범위 내로 성장해야 한다. 그를 위해 미처 성체로 자라지 못한 나이에 일제히 도축하고 만다. 그때 가장 경제적일 뿐더러 육질이 부드러워 잘 팔리기 때문이라고 영악하게 말한다.

 

1997년대 대만에서 400만 마리의 돼지를 폐사하게 만들어 축산농가의 붕괴를 초래한 구제역은 2000년 영국에서 700만 마리의 소와 양을 도살하게 해 한동안 심각한 경제위기에 빠져야했다. 대만은 양돈농가가 회복되는데 4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했고 각종 행사와 경기를 취소했던 영국은 2001년 보통선거까지 연기해야 했다. 감당할 수 없이 무서운 전파력에 속수무책이었기 때문으로 유전적 다양성을 획일적으로 위축시킨 채 공장과 같은 축사에 밀집시켜 사육한 결과였다. 우리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구제역이 전에 없이 무서워진 건 사람의 탐욕이 던진 부메랑의 결과다. 그 대책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자연스러움, 다시 말해 구제역이 무서워지기 전의 사육방식이다. 바로 전통 농가의 가축 사육이고, 고기를 지금처럼 탐하지 않던 조상처럼 채식 위주의 식성이다. 그 이외의 대안은 사실상 없다. (인천in, 2010.12.?)

 

잘 읽었습니다.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