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반·개발

디딤돌 2006. 7. 19. 01:53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장대비가 지루하게 내린다. 태풍이 몰고온 수증기가 더해진 장마라 그랬다지만 그렇더라도 정도가 심하다. 강이라는 강은 크던 작던 모두 범람 위기를 맞았고, 산기슭을 지나는 도로라는 도로는 죄 산사태 위험에 노출되었다. 도시든 농촌이든 둑이 터지거나 사태가 나 큰 피해를 입었고, 집과 재산을 잃은 이재민의 가슴은 장맛비에도 시커멓게 타들어갔을 것이다. 이번 재해로 목숨을 잃은 분에게 삼가 조의를 표한다.

 

재난 특별방송을 긴급 편성한 텔레비전 방송에서 한 진행자는 그악스럽게 내린 비로 참혹한 피해를 당했다고 이야기한다. 흔히 이야기하듯 ‘수마가 할퀸 상처’라 하지 않고 그악스럽다고 표현했는데 그런 단어를 이번 재난에 사용하는 것이 정당했는지 의아스럽다. 많은 비를 한 지역에 집중 내렸으니 심술맞다고 표현할 수 있겠지만, ‘그악’이라니. 이번 재난은 분명 사람에 의했는데, 엉뚱하게 자연에 저주하는 게 정당할까. 자연을 멋대로 재단해서 생긴 재난은 반성과 성찰을 요구하거늘, 인간은 그악스럽게 오만하다는 느낌이다. 그래서 그런가. 어떤 언론은 세우지 못한 동강의 영월댐을 아쉬워한다.

 

이번과 같은 비는 앞으로도 반복될 가능성이 짙다. 해마다 반복되는 수해가 그 증거가 아니겠는가. 다만 마른장마 뒤에 쏟아지던 국지성 호우와 달리 장맛비의 수량이 많았다는 점이 예년과 달랐지만, 아직 국지성 호우의 위험은 남아 있다. 온난화된 지구에서 수증기 발생량은 계속 늘어날 거고, 태풍은 그만큼 거세지고 자주 발생될 것이다. 숲이 베어지고 도로와 도시화 면적이 농촌과 산골까지 확장된 만큼 내리는 비는 완충되지 않은 채, 산, 강, 들, 도시를 가리지 않고 휩쓰는 정도가 더욱 심해질 것이다. 그 안에서 삶을 이어가는 이에게 재난은 가중되겠지만 주로 사회적 약자에게 집중될 것이 틀림없다.

 

댐이나 배수펌프와 제방축조와 완벽한 관리로 홍수를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지만, 기상이변이 속출하는 상황에서 얼마나 견뎌줄지 안심할 수 없다. 자연의 흐름을 무시하며 인위적인 시설에 의존하면 봉변을 잠시 피할 수 있지만 한계를 넘어설 경우 닥칠 피해는 더욱 참혹해질 게 뻔하다. 강을 직선으로 만들고 매립된 강 유역에 홍수 높이 이하로 조성한 주택과 공단은 제방축조만으로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 넓은 조간대를 매립해 발생하는 해일을 배수펌프로 막을 수 없다. 빗물의 흐름을 무시한 산간도로로 인한 사태는 댐으로 예방할 수 없다.

 

모래와 자갈과 소와 여울로 굽이치던 강을 콘크리트로 호안 처리해 직선으로 처리하면 강은 내리는 비를 빨리 배수하는 역할에 충실하게 된다. 하지만 흐르는 물을 머금지도 완충하지도 못한다. 도시에 충분한 숲과 습지가 없으면 내리는 빗물은 낮은 곳으로 한꺼번에 몰린다. 토석의 결을 무시한 산간도로는 낙석주의 무색하게 사태를 빈발한다. 비가 그치면 상류에서 발생한 흙탕을 내려놓아 하상이 계속 높아질 텐데, 제방을 언제까지 높일 것인가. 거액이 들어갈 뿐 아니라 악취 발생으로 인한 민원이 등등할 준설은 지자체에서 어림도 없다. 흙탕물이 몰려들어 멈추는 댐도 한계가 분명하다.

 

최근 새만금 갯벌에서 한 영혼이 세상을 떠났다. 홍수를 염려해 배수갑문을 열자 갯벌이 넓게 노출돼 백합 채취량을 늘일 수 있었던 맨손 어민이 다음날 수문이 닫혀 물이 불어난 갯벌에 나갔다가 봉변을 당한 것이다. 백합 채취 도구를 들고 가슴까지 올라온 물을 헤치며 갯고랑을 건너려다 그만 빠지고 만 것인데, 제방으로 막힌 새만금 갯벌의 지형은 예전과 달라졌던 걸 베테랑인 그도 알 수 없었다. 그이도 이번 재난에 의해 사망한 분들처럼 자연의 흐름을 막은 인간에 의해 희생된 것이다. 바닷물보다 낮게 조성할 새만금의 농토나 공단은 안심해도 좋을까.

 

이번 재난과 새만금 갯벌에 잠든 영혼은 철저한 자성을 일깨우는데, 자그마한 자연의 심술에도 속수무책인 우리는 지겹지도 않나. 수재의연금 모금행사를 여전히 반복한다. 자연은 경고만 하지 않을 텐데, 앞으로 닥칠 재난이 몹시 두렵다. (인천신문, 2006.7. .)

벌써 댐 보강하고, 다른 댐 더 쌓고...하는 얘기들이 나오더군요.
자칫 이 땅이 댐 공화국이 되지는 않을는지.
혹여 댐이 정말 그렇게 대단한 노릇을 한다고 치더라도 재난 늘어나는 속도를 댐 공사 속도가 따르지는 못 할 터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