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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딤돌 2014. 10. 22. 17:49


 17회 아시아 사람들의 체육축전에 마감되었다. 인천시는 물론 대부분의 언론은 성공적이라고 평가했다. 인천시는 경기 기간 종반에 열린 마라톤 경기의 구간에서 인천시의 변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나보다. 고층빌딩이 즐비한 송도신도시에서 구도심을 거쳐 청라신도시를 잇는 거리는 인천의 집약된 성장을 반영했고 거리의 시민들은 활기차 보였다. 구도심의 언덕 때문이었을까? 드넓은 매립지의 평탄지형을 요리조리 달릴 테니 신기록이 나올 거라 생각했는데, 약간 아쉬웠다.


마라톤 경기를 시청했을 많은 아시아 사람들은 인천의 성장 모습을 부러워했을까? 그럴 가능성이 적지 않을 텐데, 텔레비전으로 중계되는 경기를 지켜보면서 18회 아시안게임을 개최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는 어떤 마라톤 경기 구간을 보여주려 할지 궁금해졌다. 유럽에도 아시안게임과 같은 체육축전이 있는지 모르는데, 유럽의 도시들은 성장한 인천의 모습에 경탄할까? 모르긴 해도 많은 유럽인들은 고개를 저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돈 있다면 누구나 개발할 수 있는 콘크리트 공간을 주요 마라톤 코스로 내세울 것 같지 않다.


구도심 구간보다 초고층 빌딩이 즐비한 송도와 청라신도시를 지날 때, 부끄러웠다. 다른 나라에서 볼 수 없는 천혜의 갯벌을 매립한 곳이 아닌가. 지구온난화가 점점 심화되는 이때 철근콘크리트를 무성하게 쌓아올린 빌딩이 왜 자랑스러워야 하는 건가? 아마존의 열대수림 이상 이산화탄소를 제거해주는 갯벌이야 말로 이 시대 가장 자랑스러운 자원이다. 온갖 철새들이 운집하는 갯벌은 어디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경관이지만 텔레비전 화면은 갯벌을 감췄다. 갯벌의 수많은 철새는 당연히 보이지 않았다.


지난 7월 인천시는 람사르 사무국에서 송도 6·8공구 인근 2.511공구 근처 3.61를 포함하는 송도갯벌 6.11를 람사르 습지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발맞춰 인천시는 송도갯벌의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세부실천계획을 수립할 방침이고 갯벌 생태계에 대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람사르, EAAFP 등 국제기구와도 협력해 천혜의 갯벌자원을 세계적인 명소로 만들어가겠다는 포부를 내놓았다고 언론이 전했다. 그 소식을 철새들이 들었다면 틀림없이 반가워해야 할 텐데, 시큰둥하다. 한국어를 몰라서?


먼 곳의 친구가 스스로 찾아오니 반갑지 아니한가!”라고 공자가 이야기했다던데, 우리는 서해안 무인도에서 흔쾌히 남동산업단지 유수지 안의 작은 섬으로 찾아온 저어새를 반긴다. 천적이 드물 뿐 아니라 사람 그림자가 없는 외딴섬에 왜 냄새 고약할 뿐 아니라 사람들로 시끄럽게 북적이는 인천의 산업단지 한복판을 찾은 걸까? ‘2014 인천 장애인아시아게임의 상징동물로 지정했기 때문일 리 없다. 먹이 구하기 쉬운 갯벌이 인근에 있는 까닭이었다.


송도신도시 부지 확장에 여념 없던 인천시는 2010년 갯벌의 일부를 습지보호지역을 지정하겠다고 나섰다. 스스로 찾아온 저어새를 위한 행정은 아니었다. 당시 환경단체가 기방행위라며 발끈했다. 요란스런 개발로 철새들이 외면하는 송도매립지 68공구의 주변이 슬며시 포함되었지만 정작 보호가 요청되는 11공구의 대부분을 매립하겠다는 속셈이기 때문이었다. 최근 람사르 보호습지로 지정된 갯벌, 저어새가 거의 찾지 않는 바로 그곳이다. 한글을 깨우친 저어새라도 고개를 끄떡이지 않을 게 틀림없다.


53가 넘던 송도갯벌은 송도신도시 개발로 보호습지로 지정된 6.11이외는 사라졌거나 사라질 예정이다. 1그램에 수억 마리의 플랑크톤을 포함하는 갯벌은 열대우림 이상 산소를 공급할 뿐 아니라 이산화탄소를 제거해 지구온난화를 예방해준다. 수많은 어패류의 산란장인 갯벌은 오래 전부터 갯가 사람들의 기댈언덕이었을 뿐 아니라 온난화 이후의 완충지대지만 인천에서 자취를 감춘다. 뜨거워지는 바다에서 더욱 사나워지는 파고를 완충해줄 갯벌은 시방 초고층빌딩 숲이 되어 온실가스를 펑펑 내뿜는다.


2008년 말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EAAFP) 사무국을 유치하는데 성공한 인천시는 철새보전종합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나섰건만 송도 11공구 갯벌은 현재 맹렬히 매립 중이다. 그 장면은 14회 아시안게임 마라톤 중계 화면에서 보이지 않았지만 지난해까지 알락꼬리마도요가 봄가을이면 반드시 찾는 고향이었다. 알락꼬리마도요를 보아야 봄을 느끼는 마오리족에게 희망을 선사하는 존재였던 송도 11공구는 저어새도 초대했건만, 우리는 람사르 습지라는 미명으로 저어새의 밥상을 걷어찼다.


철새는 고향을 찾아온다. 찾아오지 않으면 삶을 영속할 수 없다. 그건 사람도 마찬가지다. 고향의 정서를 잃은 사람, 삶에 뿌리를 내리지 못한 사람은 싫든 좋든 혜택을 쟁취하기 위한 경쟁사회에 내몰리게 되고, 그럴수록 남을 배려하기 어렵다. 인천시는 습지보호를 내세웠지만 인천을 찾는 상당한 철새들이 내려앉는 송도11공구 갯벌의 개발을 전제했다. 아시안게임 중계화면을 편성하면서 개발을 자랑했지만 람사르 습지에서 배제된 저어새는 14회 아시안게임을 성공리에 마쳤다는 인천시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야곱의우물, 201411월호)

토요일 오후 편안한 휴식 갖으시기 바랍니다.
소중한 자료 감사히 보고 갑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