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동물

디딤돌 2012. 2. 24. 10:16

 

김치냉장고가 널리 보급된 지금은 맛이 한결같지만, 마당에 묻었던 김장김치는 이맘때 맛이 무르익었다. 70년대 이전, 인천사람들은 버무리는 김장침치 양념에 가는 갈치를 섞었고, 그 갈치는 이맘때 쫀득하게 익어 김치 맛을 한결 북돋았지만 요즘 갈치를 김치에 넣는 집은 인천에 없다. 갈치 가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라기보다 그런 풍습을 잊을 정도로 인천 앞바다에 갈치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80년대 초반, 송도유원지 가는 길에 많았던 홍어 횟집들은 송도갯벌에서 잡은 동죽을 가마솥에 끓였다. 요즘과 비할 수 없게 저렴했던 홍어는 대청도 인근에서 삭히지 않은 채 가져왔고 손님상에 무한리필되는 동죽은 무료였는데, 거듭된 매립으로 갯벌이 거의 남지 않은 지금은 물론 아니다. 그리 흔했던 동죽은 갯벌을 매립한 만큼 줄어드는데 그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매립하면서 제방 안쪽의 바다에 제방 밖에서 준설한 개펄을 막대하게 퍼붓자 동죽은 갈치처럼 드물어지고 말았다.

 

세계적으로 그 유래가 없는 풀등은 인천의 자랑이다. 멀리서 모세의 기적이 연출되듯, 바다 한 가운데에 느닷없이 작은 파도가 무너지며 퍼지더니 이윽고 드러나는 황금 모래벌판. 오직 인천 앞바다에 와야 볼 수 있는 장관이다. 10미터가 넘는 조수 간만의 차로 해수면이 낮아지면 드러나는 풀등은 세계 자연유산에 선정되어 마땅한 인천의 자산이건만, 정작 인천시와 옹진군은 풀등의 위기에 무감각하기만 하다. 풀둥에 오르고 싶어 모여드는 관광객이 뿌리는 비용보다 수익이 많다고 판단하기 때문인지, 바닷모래를 채취에 여념이 없다.

 

풀등으로 유명한 이작도는 끊임없는 바닷모래 준설로 모래사장이 2미터 가깝게 빠져나갔고 풀등은 그 넓이를 줄이고 있다. 건설현장의 콘크리트 구조물에 들어가는 모래 때문만이 아니다. 인천공항과 송도신도시를 비롯한 갯벌매립은 바닷모래의 절대량이 줄어들게 했다. 개펄에 포함된 바닷모래가 수천만 평의 해안 매립 과정에서 사라졌건만 서해안으로 이어지는 강에서 그만큼 보충되지 않았던 거다. 한데 앞으로 한강과 금강과 영산강은 모래를 거의 내놓지 않을 것이다. 4대강 사업으로 강을 가로막은 대형 보들은 강물과 더불어 바다로 흐르던 모래를 차단할 게 분명하므로.

 

육지의 흙은 표면이 생태적으로 중요하다. 따라서 많은 국가는 한 지역을 개발할 때 표층의 흙을 따로 모았다 개발이 끝나면 공원이나 녹지에 다시 뿌린다. 무수한 미생물과 유기질이 풍부한 까닭이다. 바닷모래도 비슷하다. 준설로 사라지는 개펄과 모래는 해양생태계의 기반이었다. 바다의 바닥은 무수한 생물들이 뿌리를 내리고, 먹이를 찾으며, 알을 낳는 곳이다. 그런 기반이 사라진 바다에 동죽이나 갈치는 자취를 감출 수밖에 없다. 인천 앞바다에 그리 흔했던 밴댕이, 꽃게, 낙지, 참조기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바닷모래가 없으면 건설이 불가능한가. 수도권매립지 인근에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는 허연 산은 철거되는 건물에서 나온 골재들이다. 독일 뮌헨은 공항을 신도시로 개발하면서 골재를 전량 재활용했다. 그 과정에서 정화 처리한 것은 물론인데,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의 많은 나라들도 골재를 다시 사용하도록 권고하거나 법으로 강요한다. 우리나라도 해양생태계와 경관의 보전을 위해 재사용 비율을 높여야 한다. 당장 건설비용이야 상승하겠지만, 장기적으로 보아 그 점이 훨씬 경제적이다. 백사장이 줄어든 덕적도를 비롯한 인천 앞바다 도서지방의 관광객 감소와 해산물 격감을 고려해야 한다.

 

인천 앞바다의 풀등과 모래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머지않은 예로부터 무궁무진한 어족자원을 제공했을 뿐 아니라, 경탄할만한 경관을 선사했다. 보충되지 않는 바닷모래를 계속 준설한다면 인천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잡는 결과를 빚을 것이다. 인천시와 옹진군은 바닷모래보다 관광객과 수산자원의 보전으로 얻는 재원이 훨씬 지속 가능하고 아름답다. 떠났던 주민까지 모여들게 할 게 아닌가. 재원이 당장 필요하다면 생태성과 보충되는 정도를 철저히 고려하면서 모래의 가격을 높일 수 있다. 그러면 골재 재활용도 절로 늘어날 것이다. (기호일보, 2012.2.24.)

참 좋은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