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천

디딤돌 2015. 7. 15. 10:31


해외여행을 다니다 보면 비행기를 갈아타야 할 때가 이따금 생긴다. 한두 시간 정도야 대기하며 책을 읽거나 시차적응을 위해 잠시 눈을 붙일 수 있지만 예닐곱 시간이 넘으면 지루하다. 굳이 들리지 않아도 그만인 면세점이나 거듭 두리번거리며 시간을 보내는데, 공항 주변에 공원이 있다면 다를 것이다. 산책하며 가볍게 운동을 할 수 있고, 그 나라 풍광이나 문화를 알리는 공간이 있다면 여행의 의미는 한층 높이질 것이다. 그 공항을 품은 국가의 위상도 긍정적으로 높아질 테고.


영종도와 용유도 사이 갯벌 1400만평을 매립해 조성한 인천공항은 주변의 삼목도와 신불도를 지도에서 사라지게 강요했다. 두 섬의 토석을 깎아 바닷물을 외곽에서 차단하는 거대한 방조제를 쌓고 갯벌을 매립하는데 사용했다. 인천공항은 삼목도와 신불도만 사라지게 한 건 아니다. 방조제 안의 바닥을 해수면보다 높게 만들기 위해 방조제 밖에서 막대한 개펄을 준설해 옮기면서 주변 해양생태계가 크게 교란되었기에 인천 어민들은 어획고에 영원한 손실을 받아야했다.


인천의 큰 희생으로 만들어놓은 인천공항은 공식적으로 여전히 인천공항이 아니다. 정부는 서울인천공항이라 부르길 요구하고, 마이크를 쥔 항공사 승무원은 화답한다. “방금 서울인천공학을 이륙했다거나 곧 서울인천공항에 착륙할 예정이라고. ‘서울이라는 도시 명칭을 넣어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공항으로 외국인들이 인식한다고 생각하는지 모르지만, 하네다공항이나 푸동공항 앞에 도쿄나 상하이를 넣는다는 말, 들어본 적 없다. 다른 국제공항의 이름도 대개 비슷하다. 근처 대도시 이름을 접두사처럼 붙이지 않는다.


세계 최고의 공항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하지 않게 항공서비스 평가 10년 연속 세계 1위를 고수하는 인천공항은 주변에 인구 100만을 넘는 외국의 도시가 유난히 많아 환승공항으로 명성을 떨칠 것으로 장담했지만 아직 그 명성은 뚜렷하지 않다. 앞으로 터미널이 추가되고 이용하는 항공사가 늘어나면 환승객도 더불어 늘어날 텐데, 그들은 인천공항에서 몇 시간을 대기해야 할 것이다. 인천공항은 늘어날 환승객을 면세점으로 유도하는데 그칠 것인가?


용이 놀던 용유도(龍游島)에 지금 용은 없다. 비오는 날 오르다 쉴 새 없이 뜨고 내리는 항공기와 부딪힐지 몰라 2001329일 이전에 다른 섬으로 떠났을 게 틀림없다. 그 용유도에 해발 170여 미터의 오성산이 있었다. 3과 제4 활주로를 추가로 공사하면서 이착륙하는 항공기의 시야 확보와 안전을 위해 정상부터 잘라내 현재 52미터의 해발고도만 남긴 상태다. 활주로가 완공되면 공원으로 복원하는 조건으로 인천시의 절취 인가를 받았건만 아직 오성산은 황량하게 방치돼 있다.


사실 방치하고 싶어 방치한 건 아닐지 모른다. 공항공사는 오성산 일대가 그간 경제자유지역에 편입돼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하고 싶을 것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역시 할 말은 있다. 일찍이 자동차 경주장과 경마장을 유치하려고 백방으로 수소문하지 않았던가. 이제 경제자유구역에서 오성산이 풀려났으니 공원 개발은 약속대로 공항공사가 맡아야 하는데,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고 한다. 공원으로 개발하겠다고 공시한 후 일정 기간 개발하지 않으면 공원지역에서 제외된다는 규정이 있다는 거다. 따라서 오는 9월말까지 구체적인 계획이 나와 인천시의 승인을 받지 못하면 산지로 지목이 변경된다는데, 급해졌다. 급해졌다고 하나, 누구의 마음이 급한 걸까? 인천시? 아님 공항공사?


인천시나 공항공사나 인천공항과 가까운 오성산을 자랑할 만한 공원으로 개발한다는 원칙에 차이가 없다고 하지만 그 내용은 사뭇 다르다. 겉보기 화려한 듯 펼친 공항공사의 청사진은 400여억 원의 예산으로 체육시설을 포함하는 편의시설로 배열했지만 인천시는 세계적인 공항의 위상에 걸맞은 수준의 공원을 요구한다. 절토된 88만 제곱미터의 공간에 1000억 원 이상의 사업비를 투자해 한류드라마 체험장, 야외공연장, 극동아시아역사관, 야외풀장 들을 조성하는 그림을 제안하는 인천시는 관광객 유치를 도모할 수 있기를 바란다.


사업비가 400억이든 1000억 이상이든, 황량한 오성산을 화려하게 바꾼들, 영종도나 용유도 주민이 아니라면 접근하기 어렵다. 왕복 1만 원 이상의 통행료까지 부담하고 영종용유도 밖의 손님들이 찾아올지 확신할 수 없는데, 환승객들은 개발된 오성산의 공원으로 가서 무료한 시간을 달래고 싶을까? 그건 환승객의 처지에서 공원계획을 얼마나 다양하게 수립했는지 여부에 따라 다르겠지.


아쉽게도 이제까지 표명된 공항공사의 공원계획이나 인천시가 요구하는 공원계획에서 환승객의 이용 가능성과 그 편의는 납득할 만큼 제시하지 못한다. 현재 공원계획은 환승객의 취향과 거리가 멀다. 공항공사와 인천시는 개발 이후 소유권에 관심이 크다. 공원계획이 승인돼 사업이 완공되면 오성산 공원은 누구의 소유가 될까? 공원계획이 승인되지 않아 산지로 지목이 변경되면 오성산의 소유권은 어디로 가는 걸까? 법 해석을 놓고 법적 소송으로 비화하는 건 아닐까?


공항공사는 내심 자신이 인천시에 제출한 공원계획이 승인되지 않길 바라는지 모른다. 공원으로 개발되지 않았으므로 오성산이 공항공사의 소유로 이어진다면, 고작 52미터 남은 토석마저 모조리 잘라내고 그 자리에 돈벌이 가능한 시설을 유치할 생각이 있을지 모른다. 이미 공항공사 사장이 그 비슷한 속내를 그러낸 바 있다고 언론이 보도하지 않았던가. 공항공사가 기대하는 개발은 무엇일까? 혹 마카오를 본뜬 카지노는 아닐까? 그렇다면 인천시는 영종도의 미단시티에 카지노 유치를 희망하는 인천시는 어떤 대응으로 나설까?


오성산은 인천공항의 희생물이다. 공항공사는 애초 약속에 부합하도록 오성산을 공원으로 조성해야 옳다. 물론 그 공원은 과거 오성산에 기대며 살던 주민의 상실감도 채울 수 있어야 마땅하지만 바람 거센 절토지를 체육공원으로 채우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경관이 아깝고 투자에 비해 이용효율이 크게 떨어질 것이다. 같은 맥락으로 수요를 세심하게 고려하지 않은 관광시설도 탐탁하지 않다.


인천시가 공항공사에 요구하는 시설은 생뚱맞다 싶은데, 오성산을 주민과 환승객들이 고즈넉이 쉬는 공원으로 만들 수 없을까? 늘어날 환승객이 항공기 이착륙을 조망하며 가볍게 산책하는 공간이 배려되는 수준이면 세계적 공원과 거리가 멀까? 저녁 무렵 황혼은 보는 이의 넋을 잃게 만들 텐데. 주민의 상실감을 배려하면서 사업비도 줄일 수 있을 텐데.


인천공항 주변에 빼어나게 아름다운 곳이 적지 않다. 아직 넓은 갯벌과 그 언저리의 독특한 음식은 잊지 못할 미각으로 남을 게 틀림없다. 그뿐인가. 세계에서 그 유래가 드문 염생식물의 군락이 드넓게 펼쳐진다. 영종대교를 공항철도로 지나가는 외국인은 물론 내국인도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데, 환승객은 그런 사실을 모르고, 알아도 접근할 기회와 방법과 시간이 없다. 공항공사는 그런 풍경을 환승객에게 알리지 않았다. 공항과 가까운 곳에 생태가 양호한 백운산과 갯벌을 체험할 수 있는 해변이 있다는 사실도 물론 환승객은 모를 것이다. 그러니 환승객은 하릴없이 면세점만 기웃거리거나 무료한 시간을 잠으로 때우고 말겠지.


국제적 공항을 위해 속살 대부분을 내준 오성산을 공항공사나 인천시의 돈벌이를 위한 앵벌이로 삼는 일은 지양되어야 한다. 공원 승인이 촉박하다면 일단 승인을 대비한 절차를 진행해야겠지만, 이후 어떤 국제공원으로 긍정적 각인이 되어야 하는지 충분한 시간을 갖고 논의했으면 한다. 공원계획은 이익보다 기억에 중점이 놓이면 어떨까? 그 논의 과정에 오성산 주민을 포함하는 건 물론, 인천의 오랜 인문학과 생태적 가치를 반영할 수 있는 인사의 적극적 참여를 기대한다. (인천in, 2015.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