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천

디딤돌 2006. 5. 11. 11:04
 

아쉬워서 그런가. 봄은 참 빠르다. 꽃샘추위의 3월, 기온이 널뛰던 4월이 지나더니 신록이 예쁜 5월이 벌써 반이나 지났다. 벌써부터 반팔 와이셔츠가 자연스러운데, 6월부터 꽤 덥겠다. 지구온난화는 더욱 후텁지근한 여름을 예고하는데, 앞으로 어떨지.


어떤 조경학자는 녹지가 도시 면적의 30퍼센트를 밑돌 경우, 시민들은 도시를 빠져나가려 한다고 지적한다. 일에 묶였던 회색도시의 시민들이 주말마다 도로를 메우며 교외로 나가는데, 그러지 않으면 스트레스가 쌓이고 능률도 낮아진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 도시의 한결같은 모습이 그렇다. 주말이면 영동과 서해안고속도로는 어김없이 막힌다.


웬만큼 여유 있는 시민이라면 한번 이상 다녀왔을 유럽의 도시들을 생각해보자. 곳곳에 조성한 녹지에 남녀노소가 삼삼오오 모여 한담 나누거나 낮잠을 청하고, 책을 읽거나 도시락을 먹는다. 가까운 직장과 가정에서 나온 이웃들이 다정하게 만나는 장소로 활용되는 녹지는 5분 걸으면 찾아갈 수 있다.


하늘을 가릴 정도로 울창한 숲을 도심에 조성한 독일은 어떤가. 일상에 지친 몸을 끌고 5분 걸어 들어서면 귓전을 진종일 괴롭히던 자동차 소리는 이내 사라지고 대신 새소리가 청아하게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이끌지 않던가. 5분 걸어 첩첩산골의 숲으로 들어갈 수 있는 도시, 부럽기 짝이 없다.


산에서 낯모르는 이와 마주치면 반갑게 인사하며 뭐라도 도와주고 싶지만 도시 뒷골목은 눈 마주하기 두렵다. 회색도시일수록 도심녹지의 중요성은 그래서 크다. 서울보다 면적이 넓은 인천은 녹지가 많다고 자랑하지만 인구가 밀집된 도심을 비교해보면 처참하다. 그래서 그런가. 빤히 바라본다고 칼을 휘두르는 묻지마 범죄가 기승하는 곳이 인천이다.


푹푹 찌는 본격 여름이 다가오면 지친 시민들은 어디로 가나. 5분 걸어 만나는 숲이 있다면 능률도 오르고, 다정한 이웃을 반갑게 만나는 시민들은 주민등록을 옮기고 싶지 않을 텐데, 인천의 도심은 무덥고 짜증나기만 한다. 올해는 좀 달라지려나. 녹지가 가득한 몽마르트 언덕이 인천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인천대학교가 송도신도시로 옮길 예정이다. 인천대학교 부지는 높지 않은 언덕이고,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점철돼 여름이면 높은 지열로 허덕이던 곳이다. 천연 숲이던 갯벌을 매립해 조성한 송도신도시로 이전하는 인천대학교를 녹지 속에 건설해줄 것을 바라며 아울러 남은 부지가 녹지로 어우러진 몽마르트 언덕으로 조성되기를 희망해본다.


프랑스 파리의 몽마르트 언덕은 사실 별 게 아니다. 프랑스를 대표할만한 화랑과 관광시설을 녹지에 배치해 놓았다. 하지만 노래로 드라마로 세계인에게 각인시켜 파리를 방문한 관광객 치고 몽마르트 언덕을 오르지 않은 사람도, 기념품 하나 구입하지 않은 사람도 없다. 그들은 고향에서 파리와 몽마르트 언덕을 이웃에게 이야기할 것이다.


듣자니 인천시는 인천대학교가 빠져나간 부지에 고밀도 아파트 단지를 가슴 답답하게 계획한다고 한다. 시대착오다. 부지를 팔아 인천대학교 교사를 송도신도시에 근사하게 신축하겠다지만, 제 자식이 다닐 대학을 세금으로 조성하는데 반대할 시민은 없다. 도심 녹지의 정서적 가치에 동의한다면, 수조원의 예산을 다루는 인천시는 시민을 위해 구태를 벗어야 한다. 돈만 모이면 삭막한 인천을 떠나려 하는 시민에게 인천의 정체성을 자랑스럽게 유도하려면 어떤 정책이 요긴한지 시 당국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지방선거철이다. 시민들의 마음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이 출마하고 마땅히 선출돼야 한다. 가까운 서울과 부천을 보라. 녹지를 생각하는 그들의 자세는 왜 우리와 다르고, 그 지역의 시민들은 인천시민보다 제 지역에 대한 자부심이 왜 높은지 심각하게 고민해보라. 지방선거를 맞은 시민도, 출마자도, 이 기회에 인천대학교 부지의 활용을 생각하자. 현재에도 삭막한 언덕에 더 삭막한 아파트 단지를 채울 것인지, 아니면 가슴이 툭 터지는 파란 녹지 언덕에 인천의 정체성을 조성할 것인지를. (기호일보, 2005.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