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동물

디딤돌 2009. 7. 12. 17:59

 

삼보일배를 체험한 이는 대형 차량의 타이어가 요란하게 파열음을 내고 지나간 아스팔트를 자벌레처럼 기며 세상을 아주 가깝게 보게 되었다는 걸 상기한다. 아스팔트 바닥의 갈라진 틈에 싹을 튼 작은 잎사귀가 눈에 들어오더라는 거였다. 동네를 천천히 걷다보면 자동차로 못 보던 가게가 눈에 들어오고 아파트 녹지를 찾은 직박구리와 청설모가 보이며 자동차 배기가스로 상처가 깊어진 가로수의 고통이 느껴진다.

 

천성산의 고찰 내원사의 산감을 하던 지율스님이 그랬다던가. 관광객 유치를 위해 내원사 허락도 없이 양산시에서 낸 길을 원상복귀하라고 요구한 스님이 밤중에 상처난 길을 보듬는데 어디선가 들리는 작디작은 소리. “스님! 스님! 저희를 살려주세요!” 걸음을 멈추고 귀를 기울이니 작은 메뚜기가 절박하게 호소하더라고 했다. 산을 천천히 오르지 않았다면 들을 수 없는 다급한 소리에 스님은 단식수행에 나서게 되었다. 물론 메뚜기에 성대가 없으니 사람이 알아들을 말을 했을 리 없지만, 메뚜기의 안타까움은 그때 그 현장에 있었기에 깨달을 수 있었을 거다.

 

속도가 빠를수록 주변에 신경 쓸 여유가 없어진다. 아무리 소중한 사람이 옆에 앉아도 고속도로에서 자동차를 운전할 때 다정한 눈빛을 나눌 수 없다. 기막힌 경치가 차창으로 스쳐도 눈을 돌려 감상할 수 없다. 하지만 걸으면 다 보인다. 마음에 담고 느낄 수 있다. 그래서 가장 다정한 연인이든 절친한 친구든 함께 걸어야 좋다. 애정과 우정을 그렇게 확인해야 오래토록 애틋하고 절절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지 않겠나. 충분한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를 이해할 여유가 없는 자동차와 다를 것이니, 나중에 훗날 다시 만나도 서먹해 하거나 외면하지 않을 게다.

 

최근 환경부는 자연공원 내에 가능한 케이블카의 길이를 현행 2킬로미터에서 5킬로미터로 늘일 수 있도록 자연공원법의 개정을 입법예고했다. 그를 반영하여 지리산 4곳과 설악산, 팔공산을 비롯해 전국 15개 지역에서 동시에 장거리 케이블카를 추진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그 지역들은 대개 생태계가 잘 보존된 국립공원이거나 도립공원이다. 시민에게 보전을 외치던 국가와 지방에서 앞장서 케이블카를 추진하려는 의도는 다분히 관광객 유치다. 자연공원을 앵벌이 삼아 돈을 벌어보겠다는 심산인데, 안타깝게도 보존된 생태계를 물려받아야 할 후손의 가치는 생략돼 있다.

 

정부의 개정 움직임에 맞서 지리산 천왕봉을 40년 가까이 지켜온 함태식 옹을 비롯해 지리산 기슭 고찰의 주지, 주요 등산로의 대피소장, 유명 산악인, 그리고 시민단체 인사들이 “지리산을 그대로 놔둬라!”라고 쓴 피켓을 들고 모여 반대성명을 발표했다. 모든 국민이 찾아가 자연에 대해 배우고 자연과 더불어 하나 됨을 느끼는 더 없이 소중한 공간인 국립공원은 인간의 행락과 유희를 위한 곳일 수 없다는 것을 천명한 그들은 자연을 보호하고 아끼자는 의미에서 지정한 국립공원에 케이블카가 설치된다면 자연에 대한 외경심이 줄어들 것은 물론, 산림훼손과 생태계 파괴로 이어질 것으로 예견했다. 이미 전국의 산들이 골프장이나 콘도미니엄 같은 위락시설로 파괴되는 이때 국립공원마저 케이블카로 파괴된다면 우리는 생태계 최후의 보루마저 잃을 거라고 탄식했다.

 

미국의 자연보호 아버지로 칭송되는 존 무어의 제창으로 1872년 옐로스톤국립공원이 세계 최초로 문을 연 이후 세계 각국은 보존되어야 할 자국의 생태계를 국립공원으로 지정하고 있다. 우리도 1967년에 지정된 지리산국립공원을 시작으로 현재 20개 국립공원이 문을 열었으며 국립공원관리공단이 발족 뒤 체계적인 보호 정책으로 예전처럼 놀고 즐기는 유원지라는 인식은 거의 사라졌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이용객들은 정상에 오르는 기분을 만끽하려 든다. 그래서 많은 등산로가 훼손되고 동식물의 서식지가 줄어들고 있다. 이에 국립공원을 아끼는 시민과 환경단체는 전문가와 손을 잡고 우리 시대의 마지막 자연자산을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도록 소중하게 이용하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건만, 케이블카라니!

 

케이블카로 지역경제가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는 모양이지만 착각이거나 소탐대실로 그칠 가능성이 크다. 동식물 서식처 교란과 더불어 문화재 훼손이 이어지겠지만 무엇보다 산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애정, 그리고 존경심이 허물어질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케이블카로 손쉽게 오른 이용객은 온갖 동식물의 자태와 그 숨소리를 듣지 못할 뿐 아니라 개발로 조여 오는 산의 비명소리를 결코 듣지 못한다. 산을 오르기 어려운 이를 위한 시설이라도 그 규모는 최소화해야 하며 예약제와 더불어 그만큼 등산로를 폐쇄해야하는데, 기존 등산로 외에 케이블카를 추가한다면 생태계 파괴는 불을 보듯 뻔하다. 이후 발생할 생태와 문화적 손실은 만회가 불가능할 것이다.

 

자연공원으로 지정된 산은 정복 대상이거나 위락장소가 아니다. 다채로운 생태계를 간직하면서 수려한 경관을 감상하는 자연유산으로 활용해야 옳다. 우정과 애정이 긴밀해지려면 가까이에서 얼굴을 마주해야 하듯, 후손에게 온전히 물려주어야 할 국립공원도 가까이에서 살피며 보존해야 할 필요가 있다. 조상이 물려준 자연공원은 내 것이 아니라 후손에게 빌려온 유산이 아닌가. (야곱의우물, 2009년 10월호?)

지리산 산행시 케이블카 설치 반대서명을 했었습니다. 대둔산에 설치된 케이블카로 인해 산꼭데기까지 쓰레기 더미가 쌓여있는 것을 보고 화가 치민 적이 있습니다. 산은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것입니다. 단순 행락객들에게 산을 허용한다면 천왕봉 꼭데기에 룸싸롱까지 생길지도 모르겠습니다. 케이블카 설치 무조건 반대합니다.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