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천

디딤돌 2009. 10. 13. 10:55

 

누구나 알고 있듯, 자동차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이다. 석유를 태우며 적지 않은 이산화탄소를 무거운 쇳덩어리인 자동차는 시방 7억대 가까이 지구촌을 굴러다니지 않던가.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 사용을 획기적으로 줄이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맞을 수밖에 없다는 유엔 산하 ‘정부 간 기후변화위원회(IPCC)’의 보고서가 2007년 채택된 이후 세계의 환경단체는 물론 국가들도 긴장을 늦추지 않지만 정부들은 아무래도 행동에 한계를 가진다. 이산화탄소와 같은 대표적인 온실가스의 배출을 눈에 띄게 억제하려면 아예 타지 않으면 좋겠지만 산업구조와 일자리 안정에 큰 혼란이 초래될 것을 염려하는 정부는 자동차 사용 시간부터 줄이자고 시민에게 호소하려는 거다.

 

최근 영국 정부가 자동차 운전자에게 이산화탄소 배출을 세금으로 줄이려고 해 논란이 일고 있다는 외신이 들린다.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990년 수준으로 줄이려면 해마다 3퍼센트 가까운 감축이 필요한데 최근 5년 동안 고작 0.5퍼센트를 줄이는 데 불과했다는 게 아닌가. 하는 수 없이 영국 정부의 자문기구는 정부에 통행료 방식의 세금을 부과를 제안하기에 이른 것이라는데, 2년 전 제안된 비슷한 제도가 운전자들의 강력한 반발로 무산된 전례가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 실효성이 있을까. 더불어 제한속도 위반 단속을 강화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는데, 그런 미온적인 정책으로 지구온난화를 효과적으로 억제될 리 없고 역시 이산화탄소 배출세가 강력할 텐데, 과연 솔선하는 영국의 정책이 정착할 수 있을지 세계는 주목하게 될 것이다.

 

이런 와중에 우리나라는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 속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국가 중에서 가장 빠른 것으로 분석되었다고 최근 언론이 전했다. 그동안 한국은 개발도상국이라는 읍소로 온실가스 의무 감축국가에서 제외되었는데, 곧 열릴 코펜하겐 회의를 앞둔 두고 국제에너지기구(IEA)에서 발간한 ‘세계 에너지 전망 2009 보고서’는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1990년에 비해 무려 113퍼센트나 증가했다고 발표했다는 거다. 지구 평균 기온이 3도 미만으로 상승하는데 그치도록 대기권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450피피엠으로 안정시키려는 국제에너지기구는 코펜하겐 회의에서 이제까지 제외되었던 중국, 브라질, 인도, 러시아, 그리고 경제협력개발기구 비회원국들의 동참을 촉구할 예정이라는데, 일찌감치 경제협력개발기구에 가입한 우리나라가 계속 예외국가로 인정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산화탄소 배출 억제를 위해 자동차를 이용한 만큼 통행세를 받겠다고 정부가 나선다면 우리나라 운전자들은 고분고분하게 세금을 납부하거나 자동차를 되도록 세워두려 할까. 두고 볼 일이겠지만 자동차 산업의 비중이 아주 큰 우리가 영국과 같은 급진적인 정책을 과감하게 도입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온실가스 감축을 생각한다면 유럽 대부분의 도시에서 채택하는 것처럼 도심 도로에서 자동차 제한속도를 엄격히 낮출 필요도 있는데 우리 도시들은 대개 무감각하다. 속도가 낮추는 대신 자전거도로를 확충하면 교통사고를 미연에 예방할 뿐 아니라 이산화탄소 발생량 감소로 도시가 깨끗해지며 자전거 이용으로 시민들의 건강을 도모할 수 있건만 자전거도로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도시는 있어도 자동차 속도를 획기적으로 낮추는 경우는 드물다.

 

자식 키우는 우리가 앞장설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성당은 집에서 가깝다. 조금 일찍 나온다면 걸을 수 있는 거리에 있다. 지구온난화를 억제해야 할 가장 절박한 이유는 사랑스런 자식들의 생명이 내일에도 건강해야 한다는 데 있다. 자동차 배기가스로 인한 오염과 지구온난화는 자식의 생명을 위협하지 않던가. 미사에 앞서 성당은 자동차 대신 자전거 주차장을 늘리고 걸어서 오는 분을 위해 간단한 음료수를 권할 수 있다. 나아가 교구 차원에서 지역사회에 안전한 보행자 환경과 편리한 자전거도로를 조성할 것을 지방정부에 촉구할 수 있을 것이다. 시민이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리 잘 만든 정책도 효과가 없다. 우리사회에 비교적 신뢰가 큰 가톨릭에서 솔선한다면 지구온난화 위기는 그만큼 멀어질 게 틀림없다. (요즘세상, 20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