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천

디딤돌 2008. 7. 5. 11:45
 

10여 년 전, 독일 함부르크의 한 교외 호텔. 눈을 뜨고 커튼을 열어젖히자 아침 햇살이 반사되는 주차장이 초록이다. 아스팔트는 아니고 그렇다고 잔디밭도 아니다. 잔디블록이었다. 보도블록의 가운데 구멍을 내고 거기에 잔디를 심은 것이다. 밤에 도착해 주차장에 차를 세워둔 게 맞는데, 주차장 바닥에 잔디블록을 깔았는지 그땐 몰랐다.

 

주차장 바닥만 푸른 게 아니었다. 주차 구획을 우리처럼 흰 페인트로 표시하지 않았다. 작은 둔덕을 만들고 거기에 나무를 심었다. 승용차든 우리가 탄 관광버스든, 그 호텔을 찾은 대부분의 자동차는 나무 그늘 아래 들어가 쉬고 있었다. 나무 심은 자리를 주차공간으로 더 활용할 수 있지만 기꺼이 녹지로 조성했다. 그래야 찾는 손님들이 좋아한다는 거였다. 이미 도시에 녹지가 충분한 그들이었지만 주차공간까지 녹지로 활용하려는 자세를 읽을 수 있었다.

 

가끔 나무에 앉은 새가 자동차에 새똥을 떨어뜨려 항의가 오지 않는지, 호텔 직원에게 물었다. 어깨를 들썩이더니 없단다. 항의도 없었지만 새똥도 없다는 거다. 여간해서 새는 사람이 다니는 곳에 다가오지 않고, 떨어진 새똥이야 닦아내면 그만이 아니냐는 대답이었다. 모든 독일인은 그렇게 생각할 거라고 말해, 질문한 사람이 머쓱해졌다. 그러고 보니 새들이 앉는 높은 나무는 주차장 옆에 따로 심겨져 주변 녹지와 잘 연결돼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한여름이었지만 아침이 시원했다.

 

요즘 우리나라에도 잔디블록을 깔아놓은 주차장을 이따금 볼 수 있다. 하지만 매우 드물다. 대부분 국립공원이나 도시 근교의 자연공원이지만 부실하다. 블록 안의 잔디가 건강한 경우는 많지 않다. 인식이 부족해 시공 이후 관리가 부실한 탓이리라. 한 대의 자동차라도 더 받으려는 심사인지 아직 대부분의 국립공원과 시민공원의 주차장도 아스팔트나 시멘트 포장 일색이다. 그래서 덥다. 요즘 같은 장마철에는 공원 입구부터 후텁지근하다.

 

도시는 덥다. 자동차와 건물에서 쏟아져 나오는 이산화탄소가 온실효과를 더하지만 주위에 나무와 숲은 태부족한 곳이 도시다. 거기에 시멘트와 아스팔트의 복사열이 합해지니 시민들은 숨이 턱턱 막히고 조금만 걸어도 옷은 땀으로 젖는다. 검은 승용차마다 에어컨을 최대 작동하니 더욱 더울 수밖에 없다. 지구온난화의 정도가 다른 지역의 두 배 가까운 우리나라가 그렇다. 갯벌을 없앤 자리에 아스팔트와 시멘트 건물을 가득 채우는 인천,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온난화 정도가 가장 심한 인천이 특히 그렇다.

 

후텁지근한 도시의 여름날, 나무그늘과 땡볕의 기온 차이는 크다. 섭씨 4도 이상이다. 그래서 독일은 도심에 나무를 심어 한 뼘의 녹지라도 더 확보하려 애를 쓴다. 도시 면적의 30퍼센트를 넘어 50퍼센트를 나무가 울창한 녹지로 바꾸려 한다. 도로의 중앙분리대에 나무를 심는 것은 당연하다. 보행자도로와 자전거도로에 가로수를 심어, 자전거를 타거나 걷는 시민들은 가로수 터널을 시원하게 지난다. 대신, 도로 폭은 좁아졌지만 자동차 속도를 제한하므로 문제가 없다. 중앙분리대에 나무가 있으니 충돌 위험이 없고, 속도가 낮으니 추돌사고가 적다. 자전거와 걷는 시민이 많으니 도로는 잘 뚫린다.

 

독일만이 아니다. 유럽의 많은 도시가 그런 모습을 지향한다. 걸핏하면 선진지를 시찰하는 우리의 중앙과 지방 공무원은 도대체 무얼 보고 오는 걸까. 도시의 녹지보다 초고층빌딩을 자랑하는 도시가 몇이나 되나. 그래도 인천시는 최근 넓은 도로 몇 군데의 중앙분리대에 나무를 심었다. 보기에 시원할 뿐 아니라 기온도 낮아졌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도시의 주차장은 아스팔트 그대로다. 일렁이는 복사열은 보기에도 덥다. 시민이 사는 도시가 상품도 아니므로 ‘명품’이라 말하기 민망하지만, 명품을 지향하는 도시의 주차장에 잔디블록과 나무심기는 아직도 요원해야 하는 걸까.

 

역시 독일에서 또 다른 녹색 주차장을 보았다. 숲에 둘러싸인 공업단지의 주차장을 햇빛발전을 위한 태양전지 패널로 덮은 게 아닌가. 그것도 주차장 녹색화이다. ‘타산지석’은 남의 나라 격언이 아니다. (기호일보, 2008년 7월 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