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반·개발

디딤돌 2019. 5. 30. 23:05

 

입하(立夏). 고마운 계절이 어느새 여름 문턱에 다다랐다. 어린이날 미세먼지가 심했는데, 하루 지나자 쾌적해졌다. 세계보건기구 기준으로 매우 좋다. 초미세먼지가 나빠도 마스크 착용하고 걸었으니 이런 날 집안에 머물면 예의에 벗어난 일이다. 급한 원고가 더 급해지더라도 밖에 나갔는데, 조금 쌀쌀해졌다. 벚꽃이 떨어지면서 한낮에 그늘을 찾았는데, 양지로 걸었다. 북풍이 멈추면 따뜻해질 거라 예보하는데, 이내 무더워지겠지.


요즘 날씨는 느닷없다. 어제오늘은 아닌데, 산들바람으로 가로수를 초록으로 물들이던 날씨가 어느새 여름이다. 기상이변이라는 말은 이제 식상하다. 우리의 언어와 달리 자연의 변화는 더디다. 여태 기상이변에 적응하지 못한다. 순서를 놓친 봄꽃이 뒤죽박죽이자 새들은 짝을 찾기 어려워한다. 개구리가 물가 찾는 순서를 놓치면 잡종이 생긴다. 잡종은 예외적이어야 한다. 일상화되면 생태계는 안정을 잃는다. 생식 능력이 없는 잡종이 늘어나면 먹이사슬이 무너지지 않는가.


요 며칠, 거리에서 폭염 냄새가 났다. 작년 여름은 참 유난했는데, 올여름은 견딜만할까? 롱패딩이 씻은 듯 사라진 거리에 반팔 티셔츠가 갑자기 늘었는데, 가지치기로 앙상해진 플라타너스들은 새잎을 몇 가닥 펼치지 못했다. 넓은 가로수 그늘이 햇살을 막지 못할 올 여름이 벌써 두렵다. 여름은 초미세먼지를 줄이니 다행인데, 경각심까지 무뎌질지 모른다. 아닐까? 폭염은 에어컨 가동을 부추기고 중국 동해안의 화력발전은 석탄 사용량을 늘릴 테니 미세먼지가 오히려 늘어나는 건 아닐까?


괭이갈매기 집단 번식지로 잘 알려진 홍도의 평균 기온이 40년 동안 섭씨 1도 상승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뿐 아니라, 2010년 제주도에 발견돼 학자들 놀라게 한 아열대성 식물 고깔닭의장풀이 홍도에서 작년 모습을 드러냈다고 한다. 올해는 무성하려나? 거제도의 평균 수온이 1970년대보다 0.6도 정도 올랐다고 하니 홍도 해역도 비슷할 텐데, 우리에게 생소한 범돔과 아홉동가리 같은 아열대성 어종이 홍도 해역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언론은 덧붙였다. 아열대어류가 고유 어류를 밀어낸 형국인데, 괭이갈매기는 번식에 이상이 없을까?


0.6도의 변화는 피부로 느끼기 미미하다. 자판기에서 뽑아든 믹스커피가 미지근해지는 온도보다 훨씬 작지만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대단하다. 드넓은 바다의 생태계는 변화에 예민하고 우리는 그 변화 폭을 감내하며 물고기를 잡아왔다. 잡는 종류와 양이 들쭉날쭉했어도 익숙한 범위 이내였으므로 견뎌냈다. 하지만 이젠 모른다. 누적된 기상이변은 새로운 적응을 요구할지 모른다. 쥐치가 사라진 홍도 해역에서 잡아올린 범돔과 아홉동가리의 요리법을 연구해야 한다.


수온 변화는 플랑크톤 변화로 이어지고 필히 어류 변화로 연결된다. 국립공원공단에서 홍도 괭이갈매기가 2003년보다 열흘 빨리 번식했다는 보도자료를 돌린 모양이다. 괭이갈매기는 새끼들에게 범돔과 아홉동가리를 먹여야 할지 모르는데, 처음에 흔쾌하지 않았을 거 같다. 지금도 그리 흔쾌하지 않을 텐데, 쥐치는 어떨까? 남획으로 사라진 쥐치가 홍도 주변에 회복되더라도 아열대어류를 능가하기 어려울 거 같다. 우리 눈에 띄지 않는 플랑크톤이 이미 아열대성으로 바뀐 상황이므로.


온난화는 태풍과 해일의 수와 힘을 키운다. 아시아, 그 중 우리나라를 둘러싼 바다의 수온이 크게 상승했다. 태풍 피해가 전 같지 않다. 바다에서 비롯되는 자연재해 기록이 자주 바뀌다보니 이제 눈에 띄는 뉴스거리가 아닌데, 그렇다고 피해자에게 위안이 되는 건 아니다. 온난화에 대한 대비는 충분한가? 태풍이 일으키는 홍수와 산사태, 해일과 폭풍만이 아니다. 평균 기온과 수온의 변화가 일으키는 생태계 변화에 대한 대책은 무엇이어야 하나?



사진: 해양의 온난화로 부산 앞바다까지 올라온 맹독성 아열대 파란고리문어. 제주도에서 부산까지 북상하였다고 언론이 보도.(출처: 인터넷)


곧 제주도 남쪽 해역부터 아열대성 해파리가 올라올 것이다. 해마다 반복되지만 종류와 양이 늘어나기만 한다. 쥐치가 흔전만전할 때, 해파리는 그물 올리는 어부와 해수욕장의 청춘남녀를 괴롭히지 않았지만 지금은 민원의 대상이 되었다. 해파리들은 서해안에 밀집한 발전소에 적지 않은 비용을 청구한다. 터빈 돌린 수증기를 식히기 위해 끌어올리는 바닷물에 감당하기 어렵게 섞이는 해파리를 제거해야하기 때문인데, 이런! 터빈을 식히고 나오는 온배수가 해파리를 끌어들인다. 바다의 온도를 높이는 탓이다.


발전 용량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석탄화력발전소는 발전설비 1기마다 초당 50톤의 온배수를 내놓다. 우리나라 화력발전 사업소마다 그런 설비가 적으면 서넛, 많으면 예닐곱 이상이고, 그로 인해 영흥도, 평택, 당진 주변 10킬로미터의 바다가 1도 정도 따뜻하다고 전문가는 분석한다. 영광군에 막대한 온배수를 쏟아내는 핵발전소가 6기 가동 중이다. 같은 용량인 화력보다 2배의 온배수를 황해에 내놓은 핵발전소는 우리보다 중국에 훨씬 많다. 더 늘어날 태세인데, 중국의 화력발전소는 우리와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다. 대부분 황해에 온배수를 쏟아내는 실정이니, 괭이갈매기의 식성 변화를 걱정할 때가 아니다.


백령도에서 북한 장산곶 사이의 인당수는 물살이 거세, 예전부터 고깃배의 접근이 어려웠나보다. 중국 어선에 오른 심청이 몸을 던졌다는 걸 보면. 물고기가 많아도 남북 접경수역이라 보전되었지만 그건 어부에게 안타까운 이야기이고, 점박이물범은 덕분에 식솔을 늘리고 몸집도 불렸다. 고마웠을까? 얼마 전 해양수산부는 백령도 물개바위 인근에 인공쉼터를 만들었다. 경계심이 많아 처음 접근하기 꺼려했지만 차차 익숙해진다고 언론이 보도하던데, 물개바위가 비좁아진 이유는 무엇일까? 기자가 보도했듯 단순히 개체가 늘어났기 때문일까? 그 명확한 이유를 연구할 필요가 있겠다.


황해 점박이물범은 겨울이면 바다가 얼어붙는 발해만으로 이동해 안전한 해빙에 새끼를 낳는다. 황하의 강물이 닿았던 발해만은 오랜 황금어장이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공업용수로 전환된 뒤 폐수가 되어 발해만으로 빠져나가면서 바다 같았던 황하가 9개월 동안 건천으로 바뀌었다. 이후 점박이물범은 발해만을 포기해야 했다. 먹이가 마술처럼 사라졌을 뿐 아니라 바닷물도 얼지 않으니 새끼를 낳을 해빙도 찾기 어려워진 것이다. 그렇다면 점점 따뜻해지는 황해에서 멸종되는 걸까? 모른다. 근거가 명확하지 않아도, 8000마리였지만 200여 마리로 줄었다고 걱정했다. 한데 늘었다니? 물고기가 남은 물개바위 주변에 모이는 개체가 늘었을 따름이 아닐까?



사진: 백령도 물개바위에서 쉬는 점박이물범.


현재 황해의 점박이물범은 생태계 변화가 치명적이지만 사라지지 않았다. 쥐치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을 거라 믿고 싶은데 모기가? 입하가 막 지났는데 남녘에 모기가 나타났다고 한다. 입동 지나도 자취 감추지 않은지 오래되었으니 입하에 모습 드러내는 게 이상하지 않은데, 가려워서 그런지 인간은 호들갑이다. 요즘 모기는 예전과 같은 종류일까? 여름철 모기장으로 피신시키던 모기는 아니겠지. 독성을 강화하는 분무기로 퇴치되지 않는 요즘 모기는 초여름부터 존재를 과시한다. 이러다 사시사철 극적여야 하나?


며칠 맑아지니 미세먼지 걱정이 무뎌진다. 정부 대책도 흐지부지되는 건 아니겠지? 홍도 괭이갈매기는 누적된 지구온난화의 결과다. 더우면 에어컨 켜고 추우면 보일러 온도 높이는 인간에 대한 강력한 경고다. 모기를 이기지 못하는 인간은 생태계의 변화에 예민하게 대처해야 생존이 가능한데, 몹시 굼뜨다. 온실가스를 줄이려들지 못한다. 그럴 생각이 아예 없다. (작은책, 2019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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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딤돌 2016. 8. 28. 18:20

황해의 생존 지표, 잔점박이물범

 

인당수가 어디일까? 전래 소설로 유명해진 지리적 명칭에 무슨 상품가치가 있는지, 몇 지자체에서 인당수 쟁탈전에 나섰다. 설화를 바탕으로 심청이 제 고장 사람이라고 주장하는 곡성군은 바다를 가진 부안군을 끌어들여 2000년부터 인당수 논쟁을 부추기지만 인천광역시 옹진군은 시큰둥이다. 맑은 날 백령도에서 황해도 장산곶을 바라보는 해역이라고 심청전은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건만 옹진군은 이미 선점했다고 믿기 때문일까? 백령도 용기포항을 감싸는 야트막한 산의 꼭대기에 작은 정자가 보인다. 1999년에 완공한 심청각이다.


백령도 인당수의 물살은 빠르다. 물살이 빨라도 물고기가 많으니 예로부터 접근하는 어선도 많았겠지만 두려웠을 터. 격노하는 용왕님을 어떻게 달래야 할까? 용왕님은 아무래도 남성이겠지? 젊은 처자를 수장하는 제례가 남성 주도로 은밀하게 횡행하지 않았을까? 심청전은 그 대목에서 효도 모티브를 신파조로 끌어내 독자의 눈물샘을 자극했을지 모른다. 실제로 인당수에 빠진 어부는 백령도 연화리의 연꽃 무리에 떠올랐다는데, 아무래도 햇볕에 그을린 어부보다 아리따운 13살 심청이 출연해야 소설도 판소리도 인기가 높겠지.


물갈퀴와 지느러미가 없는 사람은 빠른 물살을 이기지 못하지만 물개는 사정이 다를 터. 물고기가 넘실대는 바다에 격랑이 일어도 아랑곳하지 않았을 텐데, 물개, 아니 잔점박이물범이 그랬다. 인당수를 제 마당처럼 출몰하며 생태계가 허용하는 만큼 자손을 늘렸을 것이다. 생김새가 비슷한 물개나 물범은 종류가 다채롭다. 대부분 겨우내 바다가 얼어붙는 해역에 새끼를 낳고 활동범위가 넓은데, 비교적 몸집이 작은 잔점박이물범은 무슨 사연이 있기에 팔자에 없을 백령도 해역을 찾아왔을까?





최초의 어부가 접근하기 한참 전부터 백령도 물개바위를 기반으로 황해를 누볐을 잔점박이물범 무리는 오호츠크해 빙원에서 긴 겨울을 보내던 조상의 후손일지 모른다. 까마득한 옛날의 어느 봄날, 빙원에서 떨어져나간 커다란 얼음조각 위에 새끼를 낳아 키우던 잔점박이물범 선구자가 해류를 따라 한반도 남해안까지 내려갔고 어느 정도 자란 새끼들과 독도를 거쳐 고향으로 돌아가려다 실수로 백령도 인당수에 닿았을지 모른다.


갯벌이 드넓은 한반도의 연근해는 예로부터 물고기가 흔전만전이다. 충청남도 가로림만에서 실컷 먹이를 먹으며 개체수를 늘리던 잔점박이물범이 어부의 그물을 피해 북으로 오르니 어선이 접근을 주저하는 인당수를 만났고 그리 넓지 않아도 쉴만한 암초, ‘물개바위가 보였다. 정착할 만했다. 겨울이 되니 북쪽 황하강과 발해만이 얼어붙는다. 새끼를 낳는데 손색이 없었겠지. 게다가 황하강과 이어지는 발해만은 천지사방에 물고기가 넘실대는데 어선 한 척 다가오지 못한다. 좁은 해역이지만 개체를 늘릴 수 있었다.


오호츠크해에 터 잡은 물개와 물범들을 더러 볼 수 있는 동해와 달리 황해에 외롭게 정착한 잔점박이물범은 은회색 몸에 타원형의 작은 점이 산재하는 특징을 가진다. 160에서 170센티미터의 몸에 80에서 120킬로그램의 몸집이니 똥똥한 사람과 엇비슷한데 물개가 아니라 물범 종류다. 귓바퀴의 흔적이 있고 쉴 때 뒷다리를 접는 물개 무리와 달리 물범 무리처럼 외이(外耳)가 없고 뒷다리를 길게 펴고 쉰다. 그 모습을 심청각 2층에 비치된 커다란 쌍안경이 보여주는데, 여름철 물개바위에서 쉬는 잔점박이물범은 사실 그리 많지 않다. 기껏해야 200마리에 불과하다고 전문가는 헤아린다.


국립수산과학원 산하 고래연구소가 1940년대에 8천 마리 가까웠다고 추정한 잔점박이물범은 어떤 연유로 다급하게 줄었을까? 남획일까? 그럴지 모른다. 최근까지 중국은 밀렵꾼을 단속한다 하므로. ‘국가 2급 보호동물로 지정했건만 특정 부위가 약용으로 고가로 거래되면서 밀렵꾼들은 유빙 위의 잔점박이물범을 노린다는 것인데, 그건 우리도 그리 멀지 않던 과거에 비슷했다. 하지만 번식이 왕성한 잔점박이물범이 몇 차례의 남획으로 약속이나 한 듯 줄어들 리 없다.


지구온난화 때문일까? 그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겠다. 따뜻하진 바닷물을 따라 황해로 들어오는 화려한 난대성 어류가 처음에 마뜩치 않았겠지. 하지만 해파리가 아니니 피하지 않았을 텐데 왜 줄어든 걸까? 물개 종류를 주로 잡아먹는 백상아리가 늘었을까? 아니다. 물개로 착각한 백상아리가 사람을 무는 경우가 있어도 드문 것처럼 잔점박이물범의 개체수를 순식간에 줄일 정도로 온난화된 황해에 백상아리는 늘어나지 않았다.


해양오염? 가능성이 꽤 놓을 것 같다. 바다와 같은 황하의 강물이 흘러들어 물고기가 풍족했던 발해만은 요즘 사막이라고 한다. 장마철을 제외한 한 해 9개월 동안 황하가 건천이 되는 이유를 보자. 황하의 엄청난 물이 바다로 나가기 전에 중국의 광활한 공장지대로 들어가기 때문인데, 정화되지 않은 폐수가 하수구에서 바다로 직행하면서 발해만은 물고기 한 마리 보기 어렵게 썩었다고 한다. 여름이면 파래로 가득한 발해만의 악취는 잔점박이물범의 접근을 가로막겠지만 자연 풍광을 보전하는 가로림만은 다르다. 배고픈 잔점박이물범을 환영하는데, 무엇이 다급하기에 그토록 줄었을까?


해양오염만으로 잔점박이물범의 위축을 설명하기 어렵다. 발해만 이외의 황해는 아직 어획고를 크게 잃지 않았다. 중국 어선들의 어로행위가 우리 해안에 급증하는 현상은 무엇을 말하는가? 먹이가 부족하지 않은 잔점박이물범은 도대체 왜 사라지려는 걸까? 최근 가속되는 황해연안의 개발과 관련이 있는 건 아닐까? 수많은 어패류의 산란장이자 터전인 갯벌은 90퍼센트 이상 매립돼 사라졌거나 사라지는 중이다. 우리와 중국 해안에 밀집한 막대한 화력과 핵발전 시설은 초당 수백 톤의 온배수를 바다로 거침없이 쏟아낸다. 여름 폭염이 열대 지방을 능가하니 잔점박이물범은 진저리칠 수밖에.


1982년 문화재청에서 천연기념물 331호로 지정한지 22년 만에 환경부는 멸종위기야생동물 2급으로 지정 보호해왔지만 잔점박이물범은 줄어들기만 했다. 2006년 보호대상 해양생물로 잔점박이물범을 지정한 해양수산부는 최근 가로림만을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했다. 잔점박이물범을 비롯해 보호대상종인 붉은발말똥게, 거머리말이 서식하고 생산성이 높은 전어, 농어, 바지락, 낙지 들이 널리 분포하는 가로림만의 천혜 자연환경(91.237)을 보전하겠다고 천명한 것이다.


조력발전소 부지 후보로 거론된 이후 30년 가까이 끊임없던 지역의 논란과 갈등은 비로소 해소되는 걸까? “조력발전소 건설을 둘러싼 수십 년 간의 갈등을 종식하고 갯벌 보전에 주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 해양수산부는 지속가능한 가로림만의 이용과 보전을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관련 예산도 지원하겠다고 지역 공동체에 약속했다. 나아가 세계 5대 갯벌인 서해안 갯벌을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람사르협약 등 국제사회에 널리 알림으로써 우리의 국가적 위상을 제고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 발표했다. 환경단체는 해양수산부의 진정성을 믿기로 하고 일단 환영했다.


가로림만이 생태계와 지역경제 상생의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덧붙인 환경단체의 기대와 별도로 백령도 인근의 잔점박이물범은 하루하루가 힘겹다. 인천시 주변 바닷가를 차지한 화력발전소마다 막대하게 배출하는 온배수가 수온을 높이는데 그치지 않는다. 광활했던 갯벌이 거듭 매립되었을 뿐 아니라 수도권의 숱한 아파트와 고층 건물의 재료가 되어온 바닷모래마저 사라지자 어패류의 오랜 산란장이 고갈되었다. 인당수가 남았어도 안심할 수 없다. 남북 긴장관계를 기회로 무주공산이 된 인당수까지 중국 어선이 몰려들 태세가 아닌가.


해양 생물학자들은 잔점박이물범을 한반도에 사는 포유류 가운데 우리가 가장 잘 알지 못하는 동물이라 평가하는데, 잔점박이물범의 생태계와 현황에 관심을 보이지 않던 인천시는 2014년 아시안게임의 상징동물로 잔점박이물범을 선정했다. “동그랗고 귀여운 생김새, 자유롭게 남북한을 오고가는 점, 기존에 다른 대회에서 마스코트로 사용된 적이 없는 점을 주목한 인천시는 한반도 긴장 완화와 분쟁지역 갈등 해소를 촉구하는 평화의 전도사역할을 기원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잔점박이물범은 어리둥절했을 것이다.


화합과 우의를 다지는 인천아시안게임의 중심인 첫째 비추온’, 공간을 바람처럼 이동해 스포츠를 축제로 승화시킬 빛의 전도사인 둘째 바라메그리고 신명나게 흥을 돋우는 춤사위로 한국 문화를 알리는 막내 추므로는 인천시의 호명에 장단 맞추지 못했다. 상징동물 이전에 공존할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하지 않는가. 양식 가리비를 먹고 까나리를 축낸다고 어민들이 진정할 때 정부와 인천시의 대응은 무관심이었다. 어민이 소외되지 않는 잔점박이물범 보호 정책이 그리 어려웠을까?


해양수산부는 얼마 전 잔점박이물범8월 해양 생물로 선정했다. 인천의 마스코트로 자리매김한 동물이라고 설명을 덧붙였지만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앵벌이 신세가 된 황해의 잔점박이물범은 고마워할 턱이 없다. 지구온난화와 해안개발로 삶터를 거듭 잃어가는 잔점박이물범은 마스코트보다 차라리 인천 앞바다와 황해의 환경지표동물이 아닌가.





언제나 뭇생명이 등장하는 글을 읽으면 가슴이 뻐근합니다.
미안해서요.
벗님 글 잘 읽고 갑니다.